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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플로브! 1등으로 통과입니다!]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레오를 보며 해설을 맡은 체이라가 흥분된 어조로 소리쳤다.
이후에도 듀란과 엘리자가 통과를 하면서 루메른의 기수가 1, 2, 3등을 통과했다.
세이룬의 기수는 레오에게 에이란이 탈락하고 클로에와 첸 시아에게 다른 기수들도 탈락하게 되었다.
탈락 포인트에서도 전체적으로 앞서며 1학년 단체전은 루메른의 압도적인 승리로 장식하게 되었다.
1학년 단체전에서 승리한 건 지금 5학년 이후 처음.
그러다 보니 루메른 관중석에서 열렬한 환호성이 쏟아졌다.
“레오! 듀란! 엘리자!”
1학년들이 세 사람을 찬양했다.
그렇게 루메른 측이 축제 분위기 일 때였다.
“허억! 루니아 엘 룬드아다!”
“피해!”
루니아가 다가오자 루메른 1학년들이 기겁하며 흩어졌다.
장애물 경주 당시 살벌한 기세로 레오를 공격하던 루니아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모두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가운데 루니아가 루메른 1학년들에게 빙긋-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었다.
루니아가 작정하고 레오를 공격하는 모습은 보고 겁먹었던 루메른 1학년 학생들은 멈칫했다.
생각해보면 라이벌 학교 간의 자존심이 걸린 경주였기에 살벌한 공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완벽한 우등생의 모습을 연기하는 루니아를 보며 루메른 1학년들이 서로를 보며 수군거렸다.
“전혀 안 무서운데?”
“오히려 엄청 예쁜데.”
“뭐랄까, 완벽한 우등생이야.”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루메른 1학년들이 홀딱 넘어갔다.
사실 세이룬에서도 같은 반, 혹은 몇몇 선배들을 제외하고 루니아의 본성을 아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레오 앞에 도착한 루니아가 말했다.
“레오, 나랑 이야기 좀 해.”
“그럴까?”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레오가 끙차- 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와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에이란 좀 달래 줘. 너 때문에 지금 너무 풀 죽었어.”
루니아가 한숨을 쉬며 세이룬 쪽에 앉아 있는 에이란을 가리켰다.
학년을 대표해서 기수가 되었는데 순진하게 레오에게 당한 그녀는 지금 현재 너무 풀 죽어있는 상태였다.
그 말에 레오는 볼을 긁적이고는 에이란에게 다가갔다.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있는 에이란을 다른 학생들이 달래 주고 있었다.
1학기 때까지는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에이란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레오를 만난 이후에 마음을 다잡고 학과 생활을 진행했다.
상급 1반의 학생들도 그때와는 면면이 많이 달라진 만큼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세이룬의 1학년 차석으로 확실하게 인정받고 있었다.
레오가 다가오자 몇몇 세이룬 학생들이 찌릿- 레오를 노려보았다.
‘뭐야? 이 녀석이 여기 왜 왔어?’
특히 몇몇 남학생들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
소심하지만 착한 성격 탓에 남을 잘 챙기는 에이란은 어느새 세이룬 내에서 상당한 인기인이 되어 있었다.
“에이란.”
“레오님?”
레오의 부름에 에이란이 흠칫하며 고개를 들더니 귀를 축 늘어트렸다.
조금 전보다 더욱 풀 죽은 에이란의 모습에 세이룬 학생들의 적대감이 더욱 커졌다.
“많이 성장했던데?”
“네?”
“듀란과 엘리자의 공격을 피해 다녔다면서? 정말 대단해.”
레오가 웃으면서 에이란을 칭찬했다.
그 말에 에이란의 귀가 쫑긋거렸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레오를 올려다보던 에이란의 볼이 살짝 상기 되었다.
“지, 진짜요?”
“그래.”
빙그레 웃는 레오를 보며 에이란이 환하게 웃었다.
“레오님도 멋있었어요!”
기운을 되찾은 에이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세이룬 학생들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남학생들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루니아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에이란은 레오에게 너무 약하다니까.’
앞으로 루세전을 걱정하니 걱정이 앞서는 루니아였다.
***
루세전의 개막전이라고 할 수 있는 1학년 단체 대항전이 끝나고.
이후 여러 가지 경기가 펼쳐졌다.
각자의 분야, 각자의 장기를 뽐내며 루메른과 세이룬의 학생들은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종족 간의 화합, 학교의 자존심이 걸린 이벤트이지만 그 이전에 영웅 후보생들의 우수함을 대중에게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영웅 후보생이야말로 미래 평화의 상징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첫날 일정이 끝이 났다.
이후 삼 일째 일정이 끝난 늦은 저녁.
루세전의 피로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잠들어있었다.
레오 역시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우려 할 때였다.
똑- 똑-
창밖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일으킨 레오가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창밖에 서 있는 새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스노우 버드?’
추운 지방에 사는 하급 환수였다.
레오가 문을 열자 스노우 버드는 방안으로 들어와 발에 들고 있는 둘둘 말린 편지 봉투를 두더니 그대로 푸드득 날아가 버렸다.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는 것이 환수다웠다.
레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편지 봉투를 열었다.
“초대장?”
편지를 보낸 이는 다름 아닌 세이룬의 교감이었다.
‘세이룬 본교, 별의 서고에?’
루세전 기간 동안 세이룬은 학교의 시설을 루메른 학생들에게도 개방한다.
별의 서고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용 제한 시간이 있다.
별의 서고.
지난 5000년 동안 엘프들이 쌓아 온 별의 마법에 관한 온갖 자료가 잠들어있는 세이룬의 심장과도 같은 곳.
이런 곳에 이용 시간 이외의 시간대에 초대받았으니 레오는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무시할 수는 없겠지?’
머리를 긁적인 레오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별의 서고로 향했다.
보통이라면 관리자에 의해 제재받았을 테지만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는지 레오는 별다른 제재 없이 별의 서고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끼익-
레오는 거대한 별의 서고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희미한 마력등이 내부를 밝히고 있어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레오는 별 어려움 없이 별의 서고 내부를 걸었다.
“환영한다, 레오 플로브.”
잠시 후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번쩍-!
별의 서고 내부가 환하게 밝혀졌다.
그리고 별의 서고 가운데 앉아 있는 은발에 금색 눈동자를 가진 엘프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키가 큰 엘프 남성이 서 있었다.
레오는 자신에게 말을 건 이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레오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엘프 남성의 눈이 꿈틀거렸다.
“좀 더 예의를 차려라 레오 플로브. 이분이 누군지 아느냐?”
“세이룬의 교감인 네르지아님이시죠?”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불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냐?”
“비리어스. 너무 깐깐하게 굴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데?”
네르지아가 눈을 가늘게 뜨자 비리어스라 불린 남자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네르지아님. 저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인간을 세이룬에 받아들여야 하는지.”
비리어스는 레오를 바라보았다.
“고작 운이 좋아 시조님의 마법을 해석한 것으로 세이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에 그는 고작 인간에 불과합니다.”
비리어스 제르킨.
5년 전 세이룬을 졸업한 졸업생으로 지금은 영웅 던전 공략에 앞정서고 있는 엘프였다.
레오는 자신을 바라보는 비리어스의 눈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눈, 본 적 있어.’
1학기 때 세이룬의 학생들을 봤을 때 몇몇 세이룬 학생에게서 봤던 것과 비슷한 시선.
자신들이 루메른 학생보다 한 수위라고 확신하고 있던 당시의 세이룬 학생들과 조금 닮아 있었다.
‘아니, 걔들이랑은 근본적으로는 달라.’
비리어스의 눈빛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이것과 완전히 똑같은 눈빛을 레오는 알고 있다.
종족에 대한 우월감에 도취된 눈빛.
‘하이 엘프들과 똑같은 눈이군.’
“비리어스,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네 수행을 허락했던 것 같은데?”
네르지아가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눌렀다.
“죄송합니다, 네르지아님.”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아. 썩 물러가.”
불쾌감을 드러내는 네르지아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비리어스가 별의 서고를 나섰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레오를 노려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설마 이번 생에도 저런 엘프가 있을 줄은.’
학교에 관한 자부심이 지나치게 강한 세이룬의 학생들이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끄응- 쟤는 저런 쪽으로는 지나치게 머리가 굳어 있는 게 문제라니까.”
네르지아는 머리를 얼굴을 감싸 쥐며 앓는 소리를 내더니 심호흡하며 방긋 웃었다.
“어쨌든 환영해, 레오 플로브.”
“저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뭐죠?”
“기분 안 상했니?”
레오가 태연한 모습을 보이자 네르지아가 조금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저런 거에 익숙하거든요. 그냥 개가 짖는다고 생각하죠.”
피식 웃는 레오를 보며 네르지아가 호오- 하고 감탄했다.
‘역시 그릇이 남다르네?’
턱을 괸 네르지아가 말했다.
“널 보자고 한 이유는 간단해. 네가 받은 드래곤 본으로 만든 롱소드. 그거 내가 보낸 거거든.”
“잘 쓰고 있어요.”
“그래. 그럼 그런 선물을 내가 왜 보냈을까?”
네르지아가 팔짱을 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네가 세이룬에 와 줬으면 하기 때문이야!”
“전학을 오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네르지아가 씩- 웃었다.
“솔직히 말할게. 레오 플로브, 난 네 재능이 탐나. 넌 분명 시대를 이끌어갈 차세대 영웅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가 될 거야.”
네르지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레오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위대한 지혜의 왕, 리시나스님을 매우 존경해. 리시나스님처럼 재앙의 불꽃과 타르타로스를 토벌할 위대한 영웅을 만들고 싶어.”
네르지아는 황금색 눈을 빛냈다.
“최근 루메른이 세이룬에게 뒤쳐 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세이룬 애들이 공부를 더 잘해서겠죠.”
“바로 나 때문이야.”
네르지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세이룬의 교감으로서 세이룬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지. 지금 세이룬은 단순히 루메른의 경쟁에서뿐만 앞서는 게 아니야. 아조니아와 데미안과 비교해도 세이룬은 월등히 앞서. 즉! 명문 중의 명문이지!”
의미심장하게 웃은 네르지아가 손을 내밀었다.
“여기에서 공부하면 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어, 레오 플로브.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의 장소에서 공부해야 하는 법. 내가, 세이룬이 널 역사에 이름을 남길 영웅으로 만들어줄게.”
자신감을 드러내는 네르지아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전 우리 학교가 좋은데요.”
“훗.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럼 너에게만 특별히 이 사실을 알려 줄게.”
네르지아가 씩- 웃었다.
“난 드래곤이야.”
“…….”
“나뿐만 아니라 영웅 사관 학교의 교감들은 모두 드래곤이지. 그리고 현재 루메른의 교감인 리벤 선배는 학생들의 지원에 큰 관심이 없어. 그 양반, 늙은 용이라 이제 은퇴할 나이거든. 물론 노련하긴 하지만 젊은 패기인 나와는 다르지. 넌 용의 선택을 받은 거야. 어때? 더욱 세이룬에 오고 싶지 않아?”
“각 영웅 사관 학교의 교감들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은 절대 극비라고 멜리나님이 그랬는데 그거 막 밝히면 큰일 나는 거 아닌가요?”
“아, 물론 로드에게 걸리면 큰일…… 너 뭐라고 했니?”
네르지아가 눈을 부릅떴다.
“로드를 알아?”
“예. 직접 만난 적도 몇 번 있는데요.”
입을 뻐끔뻐끔 하는 네르지아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할 말 다 하셨으면 저는 이제 자러 가도 되나요?”
전학 생각이 없는 레오로서는 더 이상 대화를 길게 할 이유가 없었다.
“잠깐! 잠깐! 기다려 봐!”
네르지아가 다급히 레오를 불렀다.
“네가 너보고 맨입으로 세이룬에 전학 오라고 하겠니?”
네르지아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품에서 작은 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레오에게 건넸다.
그걸 받은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열어 봐.”
레오가 케이스를 열자 그곳에는 작고 낡은 종이 조각 하나가 있었다.
“성운의 시조님의 히어로 레코드 조각이야. 영웅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조각이지.”
그 말에 레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루나님이 남긴 유물이 있는 건가요?”
“응. 뭐, 정확하게는 물질적인 것으로는 남아 있지 않지만.”
네르지아가 씩- 웃었다.
“극히 최근에 알려진 사실이야. ‘특정’ 별의 마법을 익힌 자는 이 히어로 레코드의 영웅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어.”
그 말에 네르지아가 레오 곁으로 다가와 어깨동무하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세이룬에 오면 무려 대영웅의 영웅의 세계를 공략할 기회를 줄 거야.”
케이스에서 히어로 레코드 조각을 꺼낸 네르지아가 그걸 레오 손에 올렸다.
그에 레오는 황급히 물러섰다.
기존의 경우를 봤을 때 또 갑자기 영웅의 세계가 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뭐니? 왜 그렇게 놀라?”
네르지아는 레오의 반응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레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침착함을 되찾고 물었다.
“발동 조건이 되는 별의 마법은 뭐죠?”
“그건 비밀이지.”
네르지아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니?”
그 물음에 레오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어, 어째서?”
“오면 학교생활 고달플 것 같거든요. 아까 그 엘프 보세요.”
레오의 말에 네르지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세이룬에서는 종족 우월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학생이 제법 많다.
“할 말 끝나셨으면 전 먼저 가볼게요.”
레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별의 서고를 나섰다.
‘아까 손이 닿았던 것 같은데 왜 루나의 세계가 발동되지 않은 거지? 다행이긴 한데 혹시 루나의 세계가 아닌가? 하지만 분명 루나의 히어로 레코드라고 했는데?’
별의 서고를 나서며 레오가 고민에 빠졌다.
그 모습을 보며 네르지아는 별의 서고 가장 깊숙한 곳에 히어로 레코드를 돌려놓으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쪼끄마한 게 한 고집 하네.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건가. 하긴! 저 정도 지조는 있어야 설득할 보람이 있지!’
네르지아는 의욕을 더 불태우며 별의 서고 최중심부의 문을 닫았다.
끼이이익-! 쿵-!
히어로 레코드를 보관하는 별의 서고 최중심부에 어둠이 드리웠다.
파지직-
순간 루나의 히어로 레코드에 회색의 스파크가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