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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10화 (210/483)

210

불끈-!

레오의 팔에 힘줄이 솟아났다.

이를 악문 레오가 ‘흡!’ 하는 기합성과 함께 팔을 휘둘렀다.

스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참격이 실라투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걸 본 실라투나가 양팔을 펼쳤다.

콰가가가가강-!

거대한 검붉은색의 결계가 레오의 참격을 막아냈다.

공격을 막아내자 실라투나의 양팔이 거대한 뱀의 형태로 변했다.

쩌억-!

두 뱀이 아가리를 벌리자 그곳에서 검붉은색 빛의 입자가 모이기 시작했다.

‘브레스.’

레오는 아티의 고삐를 잡아당겨 실라투나에게 돌격했다.

레오의 영력을 받은 아티의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아티의 몸에서 백색의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지직-!

아티의 뿔에 강력한 번개의 힘이 맺히기 시작했다.

번쩍-! 콰가가가가강-!

실라투나의 팔이 브레스를 내뿜기 전 뇌전의 폭풍에 휩쓸려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큭!

무너져 내리는 살점을 본 실라투나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남은 팔을 레오에게 겨누었다.

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파괴의 브레스가 레오를 덮쳤다.

그 순간-!

번쩍-!

은회색의 장막이 레오의 앞에 펼쳐졌다.

은회색의 장막은 실라투나의 브레스를 튕겨냈다.

실라투나의 옆을 지나간 파괴의 브레스가 저 멀리 산에 꽂혔다.

번쩍- 콰아앙-!

강력한 섬광과 동시에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폭발의 여파로 불어닥친 폭풍이 세이룬을 덮쳤다.

그 모습을 본 세이룬의 헤르디움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저게 대영웅과 군단장의 싸움이란 말인가……?”

상식을 초월하는 엄청난 전투였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피오라!”

화르르륵-!

부름과 동시에 바로 앞에 피오라가 불꽃을 내뿜으며 드러냈다.

“불태워버려.”

번쩍-!

피오라의 붉은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화르르르륵-!

레오의 영력으로 불꽃을 강화한 피오라가 회전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펄럭-

피닉스의 화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공격.

프로미넌스 윙.

피오라의 날갯짓과 함께 거대한 화염의 폭풍이 실라투나를 겹쳤다.

-이 빌어먹을 환수놈들이!

실라투나의 살기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흥이다! 어떠냐! 나의 힘이!]

키르안이 팔짱을 끼며 우하하하! 웃음을 터트리자 아티가 말했다.

[당신의 힘이 아니라 주인님의 힘이잖아요.]

[아니지! 레오는 내 잠재 능력을 끌어내 줬을 뿐이야! 그러니 내 힘이지!]

당당하게 말하는 키르안을 보며 아티가 고개를 저었다.

신력을 통해 카일의 힘을 불러온 지금, 항상 문제였던 영력의 부족이 해결되었다.

그 덕분에 모든 잠재능력이 해방된 세 환수는 말 그대로 삼대 환수로서의 위엄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이 없었으면 이만큼 버티지 못했을 거야.’

레오는 피오라를 불러들이며 아티의 고삐를 잡고 하늘로 치솟았다.

눈이 돌아간 실라투나의 마법이 미친 듯이 레오를 노렸다.

그때마다 아티는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실라투나의 공격을 모두 피했다.

-후후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실라투나가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이제야 알겠어!

실라투나의 눈이 번뜩였다.

-네놈은 시작의 영웅이 아니야! 살아남는 영웅이야!

실라투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최전성기 시절, 그러니까 현대의 사람들에게 시작의 영웅이라 불리던 시절의 카일의 힘을.

세상을 구원하고 끝내 에레보스를 토벌한 증오스러운 대영웅의 힘을.

사람들에겐 잊혀졌지만, 몇 번이고 카일과 전투를 벌였던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네놈은 아직 날 쓰러트릴 힘이 없어! 그래서 시간을 끌고 있는 거겠지!

확신을 얻은 실라투나의 몸에서 맹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카일! 네놈이 어떻게 현세로 넘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거대한 흑마력이 휘몰아쳤다.

고오오오오오-!

검붉은색 흑마력이 한 손에 뭉쳤다.

‘본격적으로 온다.’

레오가 검을 다잡았다.

마물 여왕의 주변의 땅이 시커멓게 물들기 시작했다.

강력한 흑마력은 주변 일대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다.

재앙의 시대가 끝난 후.

최흉의 재앙으로 군림해 온 군단장의 힘은 말 그대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화악-!

실라투나가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흑마력 덩어리가 레오를 덮쳤다.

피할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한 레오가 온 마력을 집중시켜 결계 마법을 사용했다.

콰앙-!

흑마력이 레오에 직격 했다.

튕겨져 나간 레오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마치 혜성이라도 떨어진 듯 바닥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형성되었다.

[아우으으으!]

[완전 괴물이잖아!]

[삐약- 삐약!]

함께 바닥에 처박힌 아티와 키르안, 피오라가 앓는 소리를 냈다.

‘결계는 깨지지 않았군.’

레오는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가공할 만한 충격이 몬 전체를 뒤흔들었다.

레오는 머리를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쿵-! 쿵-!

실라투나는 그런 레오에게 거침없이 돌격했다.

“흐읍!”

레오는 온몸에 오러를 활성화시켰다.

콰아앙-!

콰가가각-!

그리고 실라투나의 육탄 공격을 손으로 막아냈다.

주르르륵-! 발바닥이 바닥을 긁으며 레오의 몸이 주욱 밀려났다.

-아르온이나 드웨노였다면 이 정도 육탄 공격쯤은 손쉽게 막아냈을 텐데 말이야!

비웃음을 날리며 실라투나가 남은 손으로 레오를 후려쳤다.

퍼억-!

몸에서 느껴지는 충격과 함께 레오의 몸이 또다시 튕겨 나갔다.

좌륵-!

중심을 잡으면서 선 레오는 실라투나를 노려보았다.

‘공격에 거침이 없어졌어.’

탐색전이 끝나고 레오와 충분히 맞붙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순간 소극적인 태도를 버렸다.

이때까지는 도주를 염두에 두고 전투에 임하던 실라투나였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레오를 말살시키려 하고 있다.

그 차이는 매우 컸다.

‘나는 이미 제르디악과 전투를 한 번 벌였어.’

신력으로 구현된 과거의 힘은 무한하지 않다.

조금씩 조금씩 소모된 지금.

이제 남은 힘은 얼마 남지 않았다.

마치 바람 앞의 등불처럼.

서서히 꺼져가는 게 느껴졌다.

레오가 검을 고쳐 쥐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레오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등 뒤에 용기를 주던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레오에게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주었다.

‘곧 제르디악을 토벌하고 온다.’

굳건한 믿음과 신뢰.

실라투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눈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던 대영웅들의 눈.

그 눈빛은 재앙의 시대부터 대영웅과 대적해온 군단장들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오늘에서야말로 그 악몽을 없애주마!

고오오오오오-!

실라투나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

“……어째서…… 저렇게 싸울 수 있는 거지?”

절망스러울 정도의 싸움의 모습을 지켜보며 영웅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 역시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위업이라 불릴 기적을 몇 번이고 일으켜온 자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도 실라투나와의 싸움은 절망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실라투나와 싸우는 대영웅의 뒷모습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 남자는…… 절망을 모르는 건가?”

“절망을 모른다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망설이지 않을 뿐이지.”

엘프 영웅의 중얼거림에 대답을 한 건, 이 상황과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낭랑한 목소리였다.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이를 발견하고는 눈을 부릅떴다.

그곳에는 허공에 워프 게이트를 연 엘프 여인이 서 있었다.

마치 여신과도 같은 아름다움.

“루, 루나님?”

엘프 한 사람이 그 이름을 불렀다.

그에 반응하듯 루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든 엘프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아아!”

“루나님!”

“위대한 성운의 시조시여!”

원래라면 쉽게 믿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마물 여왕과 싸우는 시작의 영웅, 카일의 존재로 인해 루나의 존재를 감히 부정할 수 없었다.

머나먼 과거의 시조가 어째서 시간을 뛰어넘어 이 자리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잊혀졌던 대영웅.

카일이 등장했는데 성운의 시조가 현세에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경외감 어린 눈으로 루나를 보는 가운데 루나가 열어둔 워프 게이트에서 학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루나는 성벽으로 다가갔다.

성벽을 지키던 이들이 흠칫하며 길을 비켰다.

성벽 아래로 수많은 마물 여왕의 군단들이 맹공을 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루나가 마력을 일으켰다.

우웅-!

폴리움 끝에 마법 술식이 떠올랐다.

주문을 외우는 루나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이윽고 루나가 마법을 해방했다.

강력한 마력에 의해 마물 여왕의 군단이 증발했다.

“오오오!”

“이게 성운의 시조라 불리는 루나님의 힘……!”

모든 이들이 경악하는 가운데.

루나가 루메른과 세이룬의 학생들을 뒤돌아보았다.

“너희는 영웅을 꿈꾸는 영웅 후보생이라고 했지?”

“예.”

루나의 물음에 대답을 한 건 리스였다.

그런 리스를 보며 루나가 빙긋 웃었다.

“그렇다면 저 뒷모습을 지켜보도록 해.”

루나는 실라투나와 맞서는 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불가능한 전투가 시작될 때, 가장 용기를 내는 사람은 아르온이지.”

루나는 눈을 살짝 감았다.

“끝없는 싸움에서 모두가 최후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건 드웨노가 만든 무구고.”

폴리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절대 승리할 수 없을 것 같은 전장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끈 건 리시나스의 지혜야.”

루나가 턱을 치켜들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불리한 전장을 강력한 마법으로 몇 번이고 뒤집은 건 바로 나.”

모두가 보는 앞에서 민망하지도 않은지 루나는 자신을 뽐냈다.

하지만 그 누구 하나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실제로 루나는 불리한 전장을 모두 뒤집었다.

“그리고…….”

눈을 뜬 루나가 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모두가 포기했을 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건 카일이지.”

우웅-!

루나의 머리 위로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렇기에 카일은 최후의 영웅이자…….”

강력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시작의 영웅이 될 수 있었겠지.”

최후의 최후까지 살아남은 대영웅.

그리고 끝내 혼자서 에레보스의 토벌을 이루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연 모든 것의 시작.

하지만 모두에게 잊혀진 대영웅.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다.

“카일은…… 우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이야.”

루나의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왔다.

***

-……!

쉴 새 없이 레오를 몰아붙이던 실라투나는 전장을 뒤흔드는 주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고고하게 주문을 외우고 있는 엘프를 발견하고는 눈을 부릅떴다.

-말도…… 안 돼!

이 상황을 부정하듯 고개를 저었다.

-저 계집이 왜 여기에!

실라투나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루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선율의 주문이 마물 여왕의 귓가에는 마치 사형 선고처럼 느껴졌다.

막아야 한다!

저 주문이 완성되면! 자신은 죽는다!

그렇게 판단한 실라투나가 루나를 향해 돌격하려 했다.

콱-!

그때 발끝에서 거대한 힘이 느껴졌다.

“어딜 가시려고?”

-카일!

자신에게 비웃음을 날리는 레오를 보며 실라투나가 씹어 내뱉듯 소리쳤다.

-말도 안 된다고! 말도 안 돼! 왜 과거의 망령인 네놈들이 어떻게 현세에 나타난 거냐고!

“제르디악이 현세에 나타난 건 말이 되고?”

레오가 검을 휘둘렀다.

콰가가가각-!

-커억-!

레오의 검이 실라투나의 몸에 거대한 검흔을 남겼다.

“그리고…… 난 과거의 존재가 아니야.”

-뭐라…… 고!

“마지막 작별 인사로 하나 알려 주지.”

레오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었다.

일순간 루나가 걸어준 마법이 풀렸다.

-……!

실라투나는 레오의 얼굴을 확인하고 눈을 부릅떴다.

-레오…… 플로브!

미래의 난적이라고 생각했던 새로운 올 클래스.

아직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라고 판단했던 그 애송이가…… 자신들에게 있어 가장 큰 절망이었다니.

-네놈이었냐아아아아아아아아!

실라투나의 몸에서 검붉은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레오는 회색의 오러로 그런 흑마력을 베어냈다.

“5000년 동안의 지긋지긋한 악연도 끝이다.”

레오의 귓가에 주문이 끝나가는 게 느껴졌다.

실라투나가 빠르게 마법을 전개했다.

공간 이동.

살기 위한 최후의 발버둥.

하지만 레오는 검에 오러와 마력을 쏟아부었다.

빠지지직-!

과도한 오러와 마력을 받아들인 검에 금이 갔다.

하지만 레오는 개의치 않았다.

분명 귀한 검이지만…… 마물 여왕을 쓰러트리는 대가로는 저렴했다.

콰가가가각-!

레오의 검이 공간 이동 마법 술식을 파괴했다.

퇴로는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카이이이이일! 루나아아아아아!

절규에 가까운 증오 섞인 외침에 레오는 히죽 웃었다.

그와 함께.

“종언.”

새벽의 차가운 별빛이 실라투나의 코앞에서 번쩍였다.

마치 기나긴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던 별빛이 새벽빛을 반기듯.

그 빛은 실라투나를 휘감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실라투나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윽고…….

확-!

종언의 빛은 자취를 감추고.

그곳에서는 무엇조차 남지 않았다.

단 한 명.

시작의 영웅의 모습을 한 레오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레오가 고개를 돌려 성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친구와 눈이 마주치자 웃었다.

루나 역시 그런 레오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5000년의 지긋지긋한 악연 중 하나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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