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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딩거의 성으로 안내받은 레오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저분이 레오 도련님이야?”
“레이나님의 아들이라는……?”
“리스 도련님의 뒤를 이어 학생회장이 되었다던데.”
“전대미문의 1학년 학생회장이라.”
레오에 관한 소문은 제르딩거 내에서 무성했던 상황.
그런 상황에서 레오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이루어졌다.
제르딩거의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제르딩거의 모든 이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레오는 지스를 따라 집무실에 도착했다.
손님용 소파를 권한 지스는 상석에 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정신이 없다. 검성께서 돌아가신 영향이 아주 크지.”
“타르타로스에 특별한 움직임이 있나요?”
셀리아가 긴장된 얼굴로 묻자 지스가 고개를 저었다.
“서부 전선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타르타로스와의 전투 지역은 대륙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마족들의 전력이 총집결된 본거지는 따로 있었지만, 그곳이 어딘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타르타로스와의 전선의 전력이 약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도 리스 오빠가 졸업했으니 삼촌도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나요?”
“그렇지. 때마침 리스가 졸업을 해줘서 다행이야.”
장난스럽게 웃던 지스는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할까?”
“상속이란 건 대체 무슨 말인가요?”
레오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리스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제르딩거의 직계는 가문 내에서 상당한 권한을 가진다는 건 너도 알지?”
“예.”
“네가 가문을 방문하면 해 줄 이야기였지만 사실 권한뿐만 아니라 ‘권리’ 도 생긴단다.”
“권리?”
“그래. 가문의 재산을 일부분 물려받을 수 있는 권리지. 훗날 독립할 때 가지고 나갈 수 있단다.”
제르딩거는 영웅 명가로서 역사가 길다.
그런 만큼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많은 영웅을 배출했다.
그 모든 이들이 가문에 남지는 않았다.
가문에서 독립하여 방계 혈족 가문을 세우기도 한다.
그때 가문의 재산을 일부 물려받는다.
영웅 명가들은 그렇게 세력을 넓혀나간다.
그 방계 가문에서 다시 실력자가 나타나면 다시 본성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직계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며 또다시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지스의 말을 들은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네가 받을 가문의 재산 중에는 네 어머니의 것도 포함되겠지만.”
“어머니요?”
“그래. 누님은 제르딩거 가문의 사람으로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나가셨지. 그때 누님에게 상속될 예정이던 재산 역시 이번에 네가 받기로 되었다.”
지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부담은 갖지 말거라. 이건 네 권리니까. 부디 네가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았으면 한다.”
***
“너도 이제 어엿한 제르딩거 가문의 일원이구나?”
레오와 함께 복도를 걸으며 셀리아는 생글생글 웃었다.
“지스 삼촌이 복잡한 서류 작업은 맡겨두라고 하셨으니 넌 나중에 확인만 하고 사인만 하면 될 거야.”
“그런데 그 재산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거야? 돈이나 땅인가?”
“맞아. 그 외에도 선대 제르딩거의 기사들이 사용했던 가보 급의 무구의 주인이 될 수도 있지. 뭐, 이건 나중에 가문의 무기고에 다시 돌아갈 운명이지만 별일이 있지 않은 이상은 평생을 함께할 물건이지.”
셀리아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허리에 있는 레이피어, 플레임 스톰을 보여주었다.
원래는 레이나가 사용하던 검이었지만 레이나가 제르딩거를 떠나면서 셀리아가 사용하게 된 물건이었다.
“아마 아버지가 오면 가문 무기고에 들어가게 될걸?”
“그렇군.”
“그리고 기사단도 주어져.”
“기사단?”
“그래. 미래에 너를 따르게 될 기사단.”
“너도 있어?”
“당연하지. 정식 기사들은 아니지만 가문에서 고르고 고른 유망주들이야.”
미래에 셀리아를 따르게 될 기사단은 제르딩거에서 피땀을 흘리며 수련 중이었다.
제르딩거의 가신 가문 중 하나인 로다 가문의 장녀이자 루메른의 3학년인 니엘 역시 셀리아에게 주어질 기사단원 중 한 사람이었다.
셀리아의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널 가문의 직계로 받아들이는 게 결정이 난 순간부터 결성되었을 걸?”
“그래?”
“돈이나 영토, 무구에는 크게 관심이 없더니 기사단이라는 말에는 관심이 있네?”
“내 사람이라고 하잖아. 관심이 갈 수밖에.”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재앙의 시대 당시.
세계에 평화를 되찾은 건 다섯 명의 대영웅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토벌대 역시 함께 싸운 영웅들이 없었다면 에레보스 토벌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후의 원정을 떠난 건 다섯 명이지만 그 이전에 수많은 영웅이 대영웅들과 함께 타르타로스와 맞서 싸웠다.
그중 많은 이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고 쓰러져갔다.
‘그들의 기록이 히어로 레코드에 남지 않은 게 아쉬울 뿐이지.’
레오는 쓴 미소를 지었다.
이번 실라투나 토벌 역시 그러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동료가 됐든 부하가 됐든 혹은 제자가 되었든.
함께 싸울 이들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레오는 자신의 기사단이라는 말에 큰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는 동료와 제자는 있었어도 부하들은 없었다.
‘사람들을 이끄는 건 언제나 리시나스의 몫이었지.’
옛날 일을 떠올리며 레오가 물었다.
“지금 만나볼 수 있을까?”
그 물음에 셀리아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아마 기사 수련생들이 머물고 있는 연무장에 있을 거야. 가볼래?”
“응.”
셀리아의 안내를 받아 본성 옆에 있는 제르딩거의 견습 기사들이 수련을 하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레오와 셀리아의 또래 소년, 소녀들이 검을 수련하는 장소였다.
이곳에는 많은 이들이 제르딩거의 기사가 되기 위해 수련한다.
출신 역시 가지각색이었다.
제르딩거의 방계 혈족.
가신 가문.
제르딩거의 기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다른 가문의 아이들.
그리고 제르딩거 가문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중 재능이 있는 아이들까지.
이중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은 제르딩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그중에는 루메른의 입학생이 되는 수련생도 있을 정도였다.
수련장에 들어서자 입구에 있던 기사가 셀리아를 발견하고는 척! 절도 있게 차렷했다.
“셀리아 아가씨를 뵙습니다!”
“수고가 많으세요. 가자, 레오.”
셀리아는 빙긋 웃으며 수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셀리아 역시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수련을 했기에 익숙하다는 듯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압! 하압!”
“휘두르기 백번 더!”
“옙!”
사범의 우렁찬 목소리에 수련생들이 힘있게 대답했다.
수련의 열기를 느끼며 레오가 중얼거렸다.
“다들 열심이네.”
“그렇지?”
셀리아는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활짝 폈다.
이들이야말로 제르딩거 가문의 미래다.
비록 신분은 달랐지만 어려서부터 함께 동고동락하며 수련을 한 사이인 만큼 셀리아에게 있어 자랑이자 긍지인 이들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수련장에서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수련생들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셀리아 아가씨?”
사범이 셀리아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 돌아오셨군요.”
“잘 지내셨나요? 제르코 사범님.”
“셀리아 아가씨?”
“셀리아 아가씨다!”
“우아아아! 아가씨~”
다른 수련생들도 수련을 멈추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반갑게 셀리아를 불렀다.
“이 녀석들! 누가 팔을 멈춰도 된다고 했지? 휘두르기 백번 추가다!”
“히익!”
제르코 사범의 불호령에 수련생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보며 셀리아가 쿡쿡 웃었다.
“그나저나 셀리아 아가씨, 옆에 계신 분은……?”
“아직 수련장까지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나 보네요. 이쪽은 레오 플로브! 제 사촌이에요.”
“아아, 이분이 바로…….”
제르코는 눈을 빛내며 레오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조아렸다.
“제르코 주네르입니다, 레오 도련님. 레이나 아가씨께서는 잘 지내고 계십니까?”
“어머니를 아세요?”
“전 레이나 아가씨의 기사단원이었으니까요.”
제르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레오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그런 제르코를 보며 레오는 빙긋 웃었다.
“너무 건강해서 탈이십니다.”
“그렇군요.”
기쁘게 웃던 제르코가 물었다.
“그런데 수련장에는 무슨 일로……?”
“레오가 자기 기사단이 궁금하데요.”
팔짱을 낀 셀리아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제르코는 수련생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그만!”
그 말에 검을 휘두르던 수련생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모두 정렬해라.”
수련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척-! 하고 정렬했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수련생들은 앞으로 나오도록.”
제르코는 다섯 명의 수련생을 호명했다.
“너희는 오늘 수련을 끝내고 쉬도록.”
“예?”
“레오 도련님께서 너희를 만나러 오셨다.”
제르코의 말에 수련생 전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셀리아 옆에 서 있는 레오에게 향했다.
“저 사람이 레오 도련님이야?”
“그러고 보니 신문에서 봤던 거랑 똑같은 얼굴이야.”
“대박, 미소년이다.”
수련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한눈에 받는 가운데 레오는 볼을 긁적였다.
‘꼭 이렇게 소란스럽게 만남을 주선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레오의 기사인 그들이 레오 앞으로 다가왔다.
기사단은 세 명의 소년과 두 명의 소녀로 이루어져 있었다.
“네 기사단도 다섯 명이야?”
“난 삼십 명이지.”
“숫자가 왜 이렇게 차이 나는 거야?”
셀리아가 빙긋 웃었다.
“나도 처음 시작은 다섯이었어. 리스 오빠도 마찬가지고. 지금부터는 네가 직접 키워나가야 해.”
“그렇군.”
본성의 수련생이라면 매우 뛰어난 인재일 게 분명했다.
아무리 기사단이 직계에게 주어지는 권리라고 해도 미래의 고급 인력을 함부로 유출 시킬 수는 없었다.
‘골자는 만들어 줬으니 자신만의 기사단으로 키워나가라 그건가?’
피식 웃은 레오가 자신의 기사단을 훑어보았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레오가 자신을 바라보자 다섯 명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레오 도련님!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잔뜩 군기가 든 모습으로 가장 왼쪽에 서 있던 소녀가 소리치자 다른 네 명 역시 복명복창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제르코에게 물었다.
“이 애들은 제가 데려가도 되나요?”
“레오 도련님의 기사들입니다. 마음이 가시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제르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레오가 말했다.
“간담회라도 할까?”
그 말에 레오의 기사들은 눈치를 슬금슬금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힐끗- 힐끗 뒤쪽 수련생들을 바라보았다.
‘뭐지?’
레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싫어?”
“아, 아닙니다. 따르겠습니다.”
리더로 보이는 소녀가 다급히 말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레오가 셀리아에게 말했다.
“수련장에 휴게소도 있어?”
“당연하지. 따라와.”
레오는 자신의 기사들을 데리고 휴게소로 향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뭔가가 있군.’
어딘지 모르게 우물쭈물 자신을 따르는 기사들을 보며 레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