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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30화 (230/483)

230

“곤란하네.”

언제나처럼 옆구리에 마도서를 낀 클로에가 볼을 긁적였다.

“갑자기 너무 큰 과제를 맡아 버렸네.”

“그러게.”

텅 빈 기숙사 휴게실에서 레오가 혀를 찼다.

레오와 클로에는 앞으로 생활하게 될 기숙사에 먼저 도착한 상태였다.

기숙사 건물은 기본적인 가구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앞으로 우리 취향대로 꾸미라는 건가?’

“클로에, 넌 어떤 학생들 위주로 받고 싶어?”

기숙사의 인사권은 기숙사장들이 갖고 있다.

앞으로 1년 동안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다.

게다가 경쟁 역시 기숙사끼리 하게 된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성적’ 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글쎄.”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클로에가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마법학과 학생들 위주의 기숙사를 만들고 싶어.”

클로에는 마법학과에서 손꼽히는 우등생이다.

마법 이론에 능했으며 최신 마법 기술이나 이론 등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는 학생이었다.

레오와 아바드, 첼시가 실전파 마법사라면 클로에는 학구파다.

말 그대로 마법사의 적통과도 같았다.

‘루나가 봤다면 좋아했을 거야.’

“레오, 네 생각은 어때?”

“마법학과 학생 위주로 기숙사 인원을 뽑고 싶다는 네 생각은 이해가 돼.”

단순히 그녀가 마법사여서가 아니다.

클로에는 마법학과 내에서 인망이 좋았다.

학우가 모르는 걸 물어보면 언제든지 친절하게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알게 모르게 그녀를 따르는 학생이 많았다.

교우 관계가 좋은 만큼 마법학과 학생들 대부분의 성향 역시 잘 파악하고 있다.

기숙사를 화합으로 이끌어야 할 기숙사장을 맡게 된 만큼 분란을 일으킬 법한 학생을 최대한 배제해야 했다.

“레오 너는 어때?”

“나는 어떤 학과 위주가 되든 상관없어.”

“하긴 넌 올 클래스니까.”

레오는 모든 학과 수업을 듣고 있다.

“다만 지금 당장 정하는 건 어려워. 첸 시아가 없잖아.”

“그러고 보니 시아는 왜 안 온 거야?”

“집안 사정이겠지. 어쨌든 기숙사 인원 선정에 있어 학과 간 밸런스를 맞추는 게 좋을 거야.”

레오의 말에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에 학과 위주의 기숙사 운영시키려 했다면 기숙사장들을 학과 위주로 뭉쳐서 뽑는 게 편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학생은 각 학과의 탑에 해당하는 실력자들을 학과를 이끄는 리더로 인정하고 있었다.

학교 측은 기숙사별로 학과의 우등생들을 섞어 놨다.

‘우리 기숙사에 소환사는 없지만…… 레오가 피닉스의 계약자니까.’

소환학을 대표하는 학생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앞으로 학과끼리 힘을 합쳐야 학과 생활에 유리하다는 점이었다.

어쨌든 루메른 학과 생활의 기본 골자는 학생끼리의 경쟁이다.

살아남지 못하는 학생은 학교를 나가야 했다.

“시간은 일주일밖에 없어. 일단 후보군을 추려보자. 시아의 의견은 들을 수 없지만 그건 어쩔 수 없으니까.”

“응.”

레오의 말에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공간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며 정리하던 클로에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지금 단둘이네.’

넓은 기숙사에는 지금 레오와 클로에뿐.

다른 학생들은 모두 기존의 기숙사 건물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뭔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며 클로에가 흠흠! 헛기침을 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레오. 기사학과 학생들의 성향에 대해서는 네가 대충 알 거 아니야.”

“그렇지.”

“그래도 일단 마법학과 학생들 위주로 뽑았으면 하는데.”

“그게 좋겠지. 누가 좋을까?”

“음. 일단은 난 칼이 좋겠어.”

“칼? 나도 칼이 같은 기숙사에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가장 먼저 칼을 뽑는 건 의외네.”

마법학과는 물론 전 학년에서도 성적은 물론이고 전투 실력이 최하위권인 칼이다.

그런데도 클로에는 가장 먼저 칼을 뽑았다.

“앞으로 학과 생활에서 칼의 정보력이 매우 절실할 거야.”

시험이라던가 학과 내에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그 내용을 알아 오는 게 바로 칼이다.

교직원 전체와 관계가 매우 원만하며 학과와 학년을 따지지 않고 선배들과도 친분이 있다.

“확실히 칼의 그런 점은 훌륭하지.”

레오는 학생회장이지만 실무는 선배들에게 넘겨 둔 상태.

게다가 학생회의 힘으로도 학과 일정을 알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칼의 정보력은 2학년 학과 생활에 매우 필요한 힘이 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연금술 실력이 매우 뛰어나.”

루메른은 전투 위주의 과목에 점수가 높은 경향이 있어 묻히는 사실이지만 칼의 연금술 실력은 확실히 최상위권이다.

“서포터를 목표로 하는 만큼 누구와도 팀이 되어도 잘 어울려. 조직 구성에 매우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해.”

‘성장했네.’

레오가 피식 웃었다.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클로에는 다소 딱딱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클로에의 사고방식은 매우 유연해졌다.

이후에도 레오와 클로에는 학과 구성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이 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끄응-!”

클로에가 기지개를 켰다.

“이 정도면 우리 기숙사 성향이 대충 정해진 건가?”

레오와 클로에는 협동으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숙사 인원 구성을 만들었다.

“내 의견만 너무 많이 들어간 거 아니야?”

클로에의 물음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나도 그 구성원이 좋다고 생각했어.”

“……귀찮다고 기숙사장 임무를 나한테 떠넘기려는 건 아니지?”

“그런 것도 있고.”

레오의 말에 클로에가 소파 쿠션을 휙-! 하고 던졌다.

얼굴로 쿠션을 받은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었어. 이만 가자.”

레오와 클로에가 기숙사를 나와 기존의 2학년 기숙사 건물로 향했다.

남녀 기숙사가 나누어진 만큼 각자 따로 갔다.

-학생회장 일처럼 또 학과 일을 떠넘기려는 거죠?

-맞아! 속셈이 뻔히 드러나.

-삐약!

엘시를 필두로 키르안과 피오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님은 대영웅! 학과 생활 말고도 바쁜 일이 많죠!

작은 소녀의 모습으로 현신한 아티는 레오 앞에 엎어져 누웠다.

“……왜 내 길을 가로막는데?”

-절 즈려밟고가 주세요!

“넌 점점 더 요구가 흉해지네.”

싸늘하게 말한 레오가 획 가버리자 바닥에서 아티가 심장을 부여잡았다.

-하윽! 저 눈빛! 그리고 가차 없이 버리고 가는 차가운 태도! 멋있어……!

-당신 정말 페가수스 맞아?

-물론이죠.

키르안의 물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티가 생글생글 웃으며 레오를 따랐다.

루세전 사건으로 레오의 소환수들은 레오가 대영웅 카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오라와 키르안이 어디 가서 떠들지 않을까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일단 아티가 잘 단속하고 있으니까.’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변태지만 아티는 경험 많은 환수로서 아직 어린 피오라와 키르안을 잘 단속하고 있었다.

야심한 밤에 기숙사로 돌아오자 1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학생들이 말했다.

“제일 늦었네.”

“하긴. 너희 쪽 기숙사가 제일 합이 잘 맞을 것 같긴 하다.”

소환학과 3등인 쥬레든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레오가 물었다.

“다른 녀석들은 어쨌는데?”

“워레든은 회의를 하러 간 지 30분 만에 바로 돌아왔어. 그리고 듀란이 왔지. 그리고 좀 더 뒤에 아바드가 돌아왔고. 너 빼고 다들 이야기가 잘 안됐나 봐.”

쥬레든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임시 방으로 간 레오는 침대에 누우며 생각에 잠겼다.

‘역시 학교로 돌아오니 정신이 없긴 하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입학시험 때…… 그건 분명 에레보스였어.’

입학시험 마지막.

영웅의 세계에서 만났던 에레보스의 눈을 떠올렸다.

‘하지만 히어로 레코드에 봉인되어 있다던 에레보스의 파편은 아니었어.’

레오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아마 그 장소에 떠돌고 있는 잔류 사념이겠지.’

입학시험 장소는 공교롭게도 카일과 에레보스의 마지막 결전 장소였다.

그렇다면 그곳에 강력한 잔류 사념이 남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애초에 에레보스의 영향으로 몬스터의 땅이 된 곳이기도 하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가봐야겠군, 그리고…….’

레오는 자신의 오른 손목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루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지팡이, 폴리움이 있었다.

이제는 겉모습만 남은 가짜에 불과했다.

‘피브아가 줬던 신력은 모두 써 버렸지.’

레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히어로 레코드를 만든 건 신들이다.

신력을 이용하면 루세전과 같은 기적을 또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몰랐다.

‘애초에 제르디악이 넘어온 것과 똑같은 개념이니.’

제르디악의 경우에는 에레보스에 의해 현세로 넘어왔다.

하지만 지금 지상에는 신은 자취를 감추었다.

‘과거의 영웅를 공략해 전력을 올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신들과 연관된 세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대영웅들의 세계밖에 답이 없다.

‘게다가 피브아를 만났던 루나의 세계는 이미 많이 망가졌어.’

영웅의 세계가 구현된다고 해도 그때처럼 피브아를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일단 확인을 위해 세이룬을 다시 방문해 봐야겠군.’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하며 레오가 창밖을 보았다.

‘일단은 기숙사 인원 선발이 우선이겠군.’

타르타로스도 지금은 조용하다.

‘이만 잘까.’

눈을 감고 레오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 날 아침.

레오와 클로에는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2학년 학생들이 레오와 클로에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레오, 클로에! 나 좀 뽑아 줘!”

“이 녀석보다는 나를……!”

“아니! 나! 나!”

클로에가 당황하며 동기생들은 진정시켰다.

“이, 일단 진정해. 대략적인 멤버는 정했어. 그러니 이렇게 아우성친다고 뽑을 수 없어.”

“나 포함되어 있는 거지?”

“그럼 지금 발표 해줘!”

진정하지 않고 더욱 소란스러워지는 동기생들을 보며 클로에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모두 조용히 해.”

싸악-

얼음장 같은 차가운 목소리에 모두가 굳어 버렸다.

“기숙사 이야기는 아침 먹은 후야.”

“으, 응!”

“알았어.”

학생들이 눈치를 보며 흩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눈에 힘을 푼 클로에가 호오-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레오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뭐, 뭐야? 그 눈빛은.”

“아니. 얼음공주로 불리길래 왜 그런가 싶었는데 이래서 그렇게 불렸던 거군.”

“애들이 멋대로 붙인 별명으로 놀리지 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얼음 공주님.”

“너 진짜!”

자신을 놀리는 레오를 향해 클로에가 마도서를 휘둘렀다.

“좋은 아침! 아침부터 보기 좋은데! 어제 늦게 들어왔다면서? 크으~ 야심한 밤에 단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

그 모습을 보며 칼이 능글맞게 아침 인사를 해왔다.

클로에의 마도서가 바로 표적을 바꾸어 칼의 관자놀이를 찍어 버렸다.

붉어진 얼굴로 어깨를 들썩이는 클로에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칼을 보며 고개를 저은 레오가 말했다.

“칼. 너 기숙사 어디로 갈지 정했어?”

“훗. 나야 어딜 가든 상관없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게를 잡았다.

“너 머리에서 피난다.”

“으헉?”

칼이 기겁하며 품에서 포션을 꺼내 발랐다.

가까스로 피를 멈춘 칼이 말했다.

“나야 어느 기숙사를 가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레오 너랑 같은 기숙사가 되는 게 나을 것 같아.”

칼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셀리아와 첼시가 으르렁거리고 있었고 워레든은 관심 없다는 듯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저기는 너무 살벌하고.”

이번에는 반대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듀란과 엘리자가 서로를 냉랭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저쪽은 너무 춥거든.”

다른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의견을 내놓는 칼을 보며 클로에가 빙긋 웃었다.

“그럼 잘됐네. 우리 기숙사로 와.”

“오! 진짜?”

칼이 밝은 표정을 지을 때였다.

“미안한데.”

누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아바드가 손을 뻗어 칼의 어깨를 짚었다.

“칼, 넌 우리 기숙사야.”

“엉?”

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클로에 역시 미간을 좁혔다.

“어제 저녁에 세드젠 교수님을 찾아가서 널 우리 기숙사에 등록했어.”

“내 동의도 없이?”

칼이 당황하며 묻자 아바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드젠 교수님이 말씀하셨어. 지명된 학생에게는 거부권은 없다고 말이야.”

클로에가 눈을 휘둥그레 떴고 레오는 눈을 가늘게 떴다.

‘과연, 기숙사장들끼리 쟁탈전을 붙일 생각인가.’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막 넣을 수는 없다.

학생의 의견을 묻지 않고 반강제적으로 기숙사에 등록시키는 건 자칫 잘못했다가는 기숙사 간의 팀웍을 깰 수도 있다.

어쨌든 1년 동안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

권한이 있더라도 그 권한을 함부로 쓰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칼의 경우에는 달랐다.

머리가 유연하고 친화력이 있으니 어느 기숙사든 상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아바드도 망설이지 않고 칼을 기숙사 인원에 등록시킨 것이다.

‘한발 늦었군.’

레오가 속으로 혀를 찰 때였다.

“잠깐! 잠깐! 날 높게 사준 건 고마운데 네 독단으로 그래도 되냐? 난 저 두 사람에게 찍히기 싫다고?!”

칼이 비명을 내질렀다.

1학년 중에서도 엘리트주의 성향이 가장 강한 듀란과 엘리자가 학년 최하위 칼을 마음에 들어 할 리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칼의 외침에 아바드가 빙긋 웃었다.

“그건 걱정마. 널 받아들이는 건 저 두 사람도 동의했으니까.”

“뭐?”

“우리 기숙사는 기숙사장끼리 마음은 안 맞아도 목표는 같거든.”

“그 목표가 뭔데.”

칼의 물음에 아바드가 빙긋 웃으며 레오를 보았다.

“타도 레오 플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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