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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36화 (236/483)

236

멜에게 점심 식사 초대를 받은 세 사람은 1학년 마법동으로 향했다.

멜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식사를 하자며 준비가 되는 잠시 동안 1학년 마법동에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크으. 1학년 마법동. 추억이군.”

“우리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수업했거든?”

“풋풋한 신입생들!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누가 보면 졸업생인 줄 알겠네.”

1학년 마법동에 도착한 칼이 능글맞게 호들갑을 떨자 클로에는 머리를 부여잡았고 레오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는 사이 마법동 앞에 있는 카페 테라스에서 교과서를 붙잡고 끙끙-! 씨름을 하던 1학년들이 세 사람을 발견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잠깐. 저 세 사람…… 레오 선배님이랑 클로에 선배님. 그리고 칼 선배님 아니야?”

“어디, 어디?”

“진짜다!”

1학년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법학과생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중얼거렸다.

“오우. 역시 마법학과 1, 2등을 다투는 우등생과 학생회장님은 후배들에게 인기가 좋…….”

“칼 선배님! 안녕하세요!”

“선배, 반가워요~”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1학년들이 칼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에 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 발자국 물러선 상태에서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배들에게 엄청 인기가 좋네.”

“환영회 때 1학년들에게 제일 친근하게 다가갔던 게 칼이잖아.”

“그건 자기 상품들 홍보하려고 했던 거뿐이잖아?”

“그래도 후배들 입장에서는 칼이 대하기 더 편하지.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야.”

“재미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클로에는 말끝을 흐리며 후배들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칼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뭐야? 부럽냐?”

“부, 부럽긴!”

살짝 붉어진 얼굴로 발끈하는 클로에를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에 너랑 친해지고 싶은 애들도 있는 것 같은데?”

클로에가 레오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았다.

“크, 클로에 선배님이다……!”

“나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야.”

“나 클로에 선배님이 1학년 때 쓴 마법 논문들 다 읽었어! 사인받고 싶어!”

1학년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클로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오가 클로에의 어깨를 툭 쳐주었다.

그에 클로에가 흠흠-! 헛기침을 하며 후배들에게 다가갔다.

“너희.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니?”

“헉! 서, 선배님?”

“할 말 있으면 해. 들어줄 테니까.”

클로에는 언제나처럼 마도서를 고쳐 쥐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똑바로 섰다.

선배로서 위엄 있게 행동하려 했지만, 후배들의 눈에는 다르게 비쳤다.

“아, 아닙니다!”

“쳐다봐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눈도 마주치지 않겠습니다!”

“아,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시, 실례했습니다아아아아아!”

1학년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흩어졌다.

후배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던 클로에의 손은 허망하게 허공을 갈랐다.

레오가 다가갔다.

“대체…… 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저렇게 무서워하는 거야?”

울상을 짓는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너 입학시험 때 수험생들 모조리 얼리고 다녔다면서? 그거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그거야 할린드 교수님이 최선을 다하라고 해서 그런 거잖아!”

“어쨌든 그 덕분에 넌 무서운 선배라는 인식이 박혀 버린 거지.”

“윽!”

클로에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한편, 후배들에게 인기인이 된 칼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나한테 묻고 싶은 거 없냐?”

그 말에 1학년들이 눈을 반짝였다.

“있어요!”

“훗? 뭔데?”

“어떻게 2학년이 되신 건가요?”

“……그게 무슨 뜻이야?”

“칼 선배는 선배 입으로 말했잖아요. 다른 학생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데도 2학년이 됐다고.”

“머리도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당연히 공부와 관련된 꿀팁 같은 게 있으신 거 아니에요?”

“수업이 너무 어려워요! 칼 선배는 이런 수업 내용을 어떻게 이해하신 거예요?”

1학년들은 칼을 운 좋게 2학년 된 학생 정도로 취급하고 있었다.

입학시험 당시 칼을 겪어 본 학생이라면 그런 말을 하기 힘들테지만, 여기 있는 학생들은 입학시험 때 칼과 만나지 않았다.

1학년들은 칼이 자퇴 권고를 받지 않고 2학년이 된 것에 엄청난 비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혹시 학생회장님이랑 친해서 그런 건가?”

“역시 권력자와 친해져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후배들을 보며 칼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이 건방진 것들이!”

1학년 환영회 때 너무 서슴없이 군 것이 화근이었다.

특히나 루메른 학생들은 귀족이 많다.

풀어주니 끝도 없이 칼에게 기어오르고 있었다.

‘클로에는 너무 무서워해서 문제가 생기고 칼은 너무 만만하게 봐서 문제가 생기는군.’

고개를 젓던 레오가 멈칫했다.

‘흐음.’

1학년 마법동 전체를 쭉 훑어보았다.

‘기분 나쁜 시선이군.’

누군가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어딜 가나 주목받는 입장인 만큼 시선에는 익숙했다.

하지만…….

‘숨어서 탐색하듯 바라보는 건 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데.’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흐응. 저게 그 유명한 레오 플로브야?”

1학년 마법동 5층.

마법동 입구 전체가 풍경이 보이는 위치에서 망원경을 든 1학년 여학생이 입을 앙-! 벌리며 얌! 빵을 뜯어 먹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미소년이잖아?”

여학생의 중얼거림에 방 한쪽에서 번듯한 자세로 서 있던 남학생이 대답했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마라. 1학년 때 학생회장이 된 남자다.”

남학생이 덤덤히 말했다.

“검성의 뒤를 이어 차세대를 짊어질 가장 유력한 영웅 후보생이다. 훗날 우리가 목숨을 바쳐야 할 인물일지도 모르니 잘 파악해둬.”

여학생이 남학생을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그야 루메른 소속인 댁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대상일지 모르지. 하지만 나랑은 관련 없어.”

“과연 샨의 그림자는 오로지 샨을 위해서만 움직인다고 했던가? 정의와 신념 따위는 없이 그저 주인의 명령만을 따르는 개.”

“흥. 차라리 주인 명령을 따르는 개가 났지. 당신들이 말하는 정의와 신념은 내가 보기에는 정신병이거든?”

둘은 서로를 스산하게 노려보았다.

영웅 후보생이 가질 만한 기운은 아니었다.

사람을 옭아매는 끈적하고 잔혹한 살기.

두 사람이 동시에 자세를 낮출 때였다.

“학생끼리 싸우다 걸리면 징계인데.”

남학생과 여학생은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기겁하며 동시에 팔을 휘둘렀다.

텁-! 텁-!

레오는 양손으로 두 학생의 팔을 붙잡았다.

“호오.”

레오는 감탄사를 터트리며 두 학생을 바라보았다.

남학생은 힘을 풀고 고분고분해졌다.

그러나 여학생은 아니었다.

화악-!

팔이 잡힌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 올려 레오의 팔을 찍으려 했다.

텁-!

레오는 남은 손으로 자신의 손을 내리찍으려는 여학생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발로 여학생의 발등을 찍어 버렸다.

“억!”

여학생이 발등을 붙잡고 바닥을 굴러다녔다.

간단하게 자신을 제압한 레오를 보며 눈물을 찔끔 흘린 여학생이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여, 여긴 어떻게 들어 온 거예요?”

“문으로 들어왔지.”

심드렁하게 말한 레오가 여학생 앞에 쪼그려 앉았다.

“첫날부터 싸움이야? 혈기왕성하네.”

“다, 당신도 지금 싸웠잖아요!”

발목을 붙잡고 끙끙거리는 여학생을 내려다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난 싸운 게 아니라 후배들을 훈계한 것뿐인데.”

그렇게 말한 레오가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키가 크고 마른 남학생은 안경을 고쳐 쓰더니 레오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1학년 마법학과의 프리츠 에드곤이라고 합니다. 레오 플로브님.”

집사처럼 우아하게 인사한 프리츠를 보며 레오가 볼을 긁적였다.

“레오님은 무슨. 선배님이라고 불러.”

“저는 이게 편합니다.”

그렇게 말한 레오는 여학생을 보았다.

“넌 마법학과는 아닌 것 같은데.”

“기사학과예요.”

쩔뚝거리며 일어난 여학생이 말했다.

“엘 제인이라고 해요.”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누가 봐도 동부인이었다.

“그래. 날 감시한 이유가 뭐야?”

“감시라뇨. 그저 존경하는 레오 선배님의 얼굴을 멀리서 쳐다봤을 뿐이랍니다~”

양손을 맞잡고 귀엽게 아양을 떨 듯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내는 제인을 보며 레오 피식 웃었다.

“아, 그래? 그럼 한 가지 묻지. 첸 시아는 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거야?”

“네? 그분에 관한 걸 왜 나한테 묻는 건가요?”

“첸 시아랑 똑같은 오러 심법을 익히고 있어서 물어본 건데.”

그 말에 제인이 멈칫했다.

스르륵- 손을 푼 뒤 눈을 가늘게 뜨고 레오를 바라보았다.

레오는 이번에는 프리츠를 보며 말했다.

“너희 둘은 같은 소속은 아닌 것 같은데 소속이 다른 그림자들이 왜 학생으로 입학한 거지?”

프리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걸…….”

“보면 알거든.”

기존의 재학생 중에는 지금 이 두 1학년들과 같은 기운을 가진 학생은 없다.

‘첸 시아를 제외하고는 말이지.’

친구를 떠올리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1학년들을 인솔 갔을 때도 이질적인 기운을 풍기는 몇몇 학생이 이들 말고 있다는 걸 진즉에 눈치챘다.

그리고 그들이 ‘그림자’라는 사실도 알았다.

“뭐, 너무 쉽게 들킨 건 너희가 미숙해서 그렇지만.”

“위대하신 영웅 후보생님께서 미숙하다고 지적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퉁명스럽게 말한 제인이 말했다.

“그림자가 이 학교에 입학한 게 마음에 안 드시는 거죠? 그 이유는 교장님께 물어보세요. 그리고 첸 시아님에 관한 건…….”

레오를 마구 노려본 제인이 말했다.

“알려드릴 의무는 없어요!”

그렇게 말한 제인이 획-! 하고 방을 떠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오가 프리츠를 보았다.

프리츠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 역시 교장님의 명령이 있기 전에는 그에 관한 이유를 설명 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 알았어. 나중에 내가 직접 물어볼게.”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멜에게 들으면 되니까.’

***

보글보글-

냄비에서 스튜가 끓고 있었다.

루메른 교수들은 보통 자신에게 맞게끔 교수실을 꾸민다.

보통 마법학과 교수들 교수실에 한쪽에는 마법 연구에 필요한 물건들이 있다.

하지만 멜의 교수실에는 떡하니 부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취미에요.”

놀라는 클로에와 칼에게 멜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해주었다.

클로에와 칼이 자리에 앉자 멜은 마법을 이용해 요리들을 식탁 위로 가져왔다.

두 사람은 눈 앞에 펼쳐진 만찬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너,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칼이 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묻자 멜이 눈을 크게 떴다.

“여러분은 한참 성장기의 청소년이잖아요. 많이 먹어야 쑥쑥 큰다고요.”

그렇게 말한 멜은 직접 두 사람에게 음식을 덜어주었다.

접시 위에 수북이 쌓인 음식들을 보며 칼이 중얼거렸다.

“우리 할머니 보는 것 같아.”

“나도.”

“멜 교수님!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숙녀의 나이를 묻는 건 실례랍니다. 후후훗.”

입가를 가리며 온화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며 칼이 볼을 긁적였다.

포크로 미트볼 하나를 입에 넣은 클로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맛있어! 엄청 맛있어!”

“진짜? 어디…….”

칼 역시 음식을 먹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대박! 우리 학교에 입점한 레스토랑 음식보다 더 맛있잖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신난 두 사람이 신나게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 둘을 보며 멜이 후후- 웃었다.

“흐어…… 배가 터질 것 같아.”

“나도……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칼, 살 빠지는 약 같은 거 만들어 주지 않을래? 엄청 잘 팔릴 텐데.”

“우리 기숙사 여학생들도 어제 나한테 그런 말 하던데.”

“그래서 뭐라고 해줬어?”

“살 빠지는 약도 너희가 간식 먹는 것처럼 먹으면 뚱뚱해진다고 대답해 줬지.”

칼이 뜨뜻미지근한 눈으로 클로에를 바라보았다.

“그 말 그대로 해줄게.”

“너 그 말 했다가 너희 기숙사 애들한테 얻어맞았지?”

“응.”

“그럼 나한테도 맞는다는 생각은 왜 못하실까.”

이마에 힘줄이 솟아오른 클로에가 책으로 칼을 마구 때렸다.

칼은 팔로 클로에의 공격을 방어해 가며 물었다.

“그나저나 멜 교수님. 왜 우리를 식사에 초대하셨나요?”

“응? 별다른 뜻은 없어요. 그냥 혼자 식사를 하기 적적했거든요.”

턱을 괴고 빙긋 웃는 멜을 보며 칼이 생각했다.

‘진짜 할머니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나저나 칼 학생은 비약에 관심이 많고 클로에 학생은 마도서에 관심이 많죠?”

“예.”

“그렇죠.”

멜은 빙긋 웃더니 교수실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책 한 권을 뽑았다.

드르르륵-!

그러자 책장이 미닫이문 열리듯이 열리더니 안에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안에는 비밀 공간이 있었다.

멜은 그곳에서 포션병 하나와 마도서 한 권을 가지고 나왔다.

탁-

책상 위에 두 물건을 올려둔 멜이 웃었다.

“용혈과 용언 마법으로 쓰인 마도서랍니다.”

“헉!”

칼이 입을 쩍 벌렸다.

클로에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지고 나가는 건 안 되지만 제 연구실에서는 얼마든지 봐도 돼요.”

“오오오!”

“감사합니다!”

밝은 표정을 지은 둘은 멜에게서 포션병과 마도서를 받아 갔다.

둘의 관심이 그곳에 쏠린 사이 멜이 레오에게 쪽지를 건넸다.

“레오님. 부탁하신 시아 학생에 관한 정보예요.”

그걸 받은 레오는 두 사람의 시선이 닫지 않는 곳에서 쪽지를 펼쳤다.

그리고 안의 내용을 확인하고 눈을 꿈틀거렸다.

“이 내용, 사실이야?”

“네.”

멜이 씁쓸하게 한숨을 쉬었다.

“집안 사정으로 시아 학생은 영웅 후보생을 사퇴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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