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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44화 (24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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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녀석?’

레오가 눈을 가늘어졌다.

‘첸 시안? 첸 시아와 관계가 있나?’

비슷한 이름.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닮은 외모와 분위기까지.

눈앞의 남자는 누가 봐도 첸 시아와 닮아 있었다.

“첸 시아와 무슨 관계지?”

레오의 물음에 첸 시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쌍둥이야.”

‘쌍둥이?’

첸 시안의 모습을 위아래로 살핀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나를 공격한 이유는?”

“샨의 그림자인 줄 알았어.”

첸 시안은 검을 늘어트리며 웃었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게 워낙 그림자와 닮아서 말이야.”

‘나와 첸 시아가 만나는 걸 방해하기 위해 공격한 게 아니라고?’

레오는 검에 손을 올렸다.

‘애초에 이 녀석 대영웅이 될 거라고 했지?’

지금 시대는 영웅의 시대이고 많은 이들이 영웅이 되는 걸 갈망한다.

하지만 과거 세계를 구한 다섯 명의 대영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은 처음 봤다.

3000년 전.

에레보스의 조각이 부활했을 당시 조각을 다시 봉인시킨 영웅 사관 학교의 설립자들.

대영웅 다음으로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추앙받는 그들조차 조각 하나를 가까스로 봉인시키는 게 고작이었다.

대영웅 이래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추앙받는 그들의 히어로 레코드도 3000년인 지난 지금도 전부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대영웅이라니.

허황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림자라서 공격했다고? 첸 시아의 쌍둥이라면 샨의 황족일 텐데 왜 샨의 그림자를 공격하는 거지?”

“시아의 신분까지 알아? 단순한 학교 친구인 줄 알았는데 제법 많은 걸 알고 있는 걸?”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은 시안이 웃었다.

“간단해. 그림자는 존재해서는 안 될 존재거든.”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시안이 빙긋 웃었다.

“어둠에서 숨어서 활동하면서 온갖 더러운 일은 다 하지. 그러면서 세계를 위한 일이라면서 자기 위안이나 하고 있지.”

부드러운 말투로 나긋나긋하게 말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은 첸 시아와 닮아 있었다.

하지만 품고 있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그런 자들이 왜 필요한 거지?”

시안은 이하를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림자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들이야. 그렇기 때문에 사라져야 할 존재들이지.”

“너 역시 그림자로서 살았을 텐데?”

“그래. 그래서 더더욱 그림자는 필요 없는 존재라고 단언할 수 있는 거야. 그래서 이 세상에서 지울 생각이야.”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시안을 보며 레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경험이 말하고 있다.

눈앞의 녀석은…….

“배신자인가.”

“마음이 아픈데. 최고의 영웅 후보생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말이야.”

씁쓸한 미소를 지은 시안이 검을 들어 올렸다.

“어떤 말을 해도 상관없어. 나는 대영웅이 될 테니까.”

“신들이 인정해주지 않을 텐데?”

“신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위업을 이루면 돼. 그게 아니라면 이 세상 모든 이들이 나를 인정하게 만들면 되는 거야.”

‘제정신이 아니군.’

스릉-!

레오가 검을 뽑았다.

눈앞에 인간은 위험한 인물이다.

‘여기서 처리하는 게 좋겠군.’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어.”

시안의 눈이 가늘어 졌다.

“최고의 영웅 후보생이라는 레오 플로브. 네가 어째서 그림자처럼 행동할 수 있는 거지? 알고 보면 너도 그림자인 건가?”

“뭐, 그거랑 비슷한 셈이지.”

“세상 사람들이 속고 있었군.”

시안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사람을 최고의 영웅 후보생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니.”

휘리릭-!

손바닥에서 검을 굴렸다.

탁-!

검을 고쳐 쥔 시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영웅의 수치다. 레오 플로브.”

자신이야말로 영웅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레오를 그림자라는 이유로 존재를 부정한다.

시안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야말로 정의라고.

“너도 그림자일 텐데?”

“실례되는 말이군. 난 오래전에 그림자의 길을 버렸다.”

“제정신이 아니군.”

이런 부류와 말을 섞는 건 말 그대로 시간 낭비였다.

레오의 몸에서 진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배신자는 처단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레오의 가치관 중 하나였다.

그런 레오를 보며 시안이 웃었다.

“어디 올 클래스의 실력을 한 번 보도록 할까?”

***

레오에게서 도망치던 첸 시아는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평소에는 익숙한 어둠 속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레오 도령에게 쫓기고 있기 때문이 아니야.’

어둠에 친숙한 첸 시아는 그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달라.’

그렇게 생각하며 복도를 지나친 순간.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첸 시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복도 전체는 시체로 가득했다.

그들 모두 그림자였다.

첸 시아는 주변에 있는 시체 하나에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복면을 벗겼다.

첸 시아가 이를 악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수련해 온 그림자 후보생이었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레오 도령을 어둠에 가두기 위해 투입된 아이들이야.’

그런 그들이 죽어 있다.

게다가 확실하게 숨통을 끊기 위해 검을 휘두른 흔적이 보였다.

말 그대로 그림자의 방식.

‘누가……!’

레오는 아니었다.

같은 기사학과 동기로 지난 1년 동안 레오와 많은 수련을 했다.

레오의 검술은 아니었다.

검술을 살피던 첸 시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림자로서 배신자들을 추격하여 처단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시체를 봐 왔기에 시체를 통해 많은 것을 알아내도록 교육받았다.

상대가 사용하는 무기, 실력, 성별이나 키의 크기, 심지어 버릇까지.

그리고 지금 그림자 후보생들의 시체에 있는 검상의 흔적은 너무도 익숙했다.

‘검술은 바뀌었지만…… 틀림없어.’

첸 시아의 손이 잘게 떨렸다.

‘살아있었던 거야.’

분신이라 여겼던 쌍둥이.

샨을 배신하고 탈주했던 시안.

첸 시아가 몸을 일으켰다.

어둠에 몸을 숨겨 황궁으로 돌아온 것이다.

‘대체 왜?’

돌아올 이유가 없다.

아니, 애초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알려져서 좋을 게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샨은 모든 전력을 총동원하여 시안을 말살하려 할 게 분명했다.

그런 시안이 당당하게 샨 황궁 한복판에 들어왔다.

첸 시아가 이를 악물 때였다.

“황녀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첸 시아가 고개를 돌렸다.

“제인, 그리고.”

“루메른의 1학년, 프리츠 에드곤라고 합니다. 첸 시아 선배님.”

“난 루메른을 자퇴했어요. 더 이상 영웅 후보생도 아니죠. 그러니 당신의 선배가…….”

“아닙니다. 첸 시아님.”

프리츠가 가슴을 활짝 폈다.

“당신은 여전히 영웅 후보생이고 루메른의 학생입니다.”

“건방지게 황녀님 말에 토 달지 마!”

제인이 프리츠의 옆구리에 주먹질을 하려 했다.

하지만 프리츠는 능숙하게 공격을 피했다.

“좋은 친구가 생겼구나, 제인.”

“이 녀석은 친구가 아니에요!”

발끈하던 제인이 다급히 물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일이죠?”

얼굴을 굳히던 제인은 쓰러진 그림자 후보생들의 얼굴이 굳었다.

“얘, 얘들아……!”

어려서부터 함께 수련해 온 그림자 후보생들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첸 시안이 돌아왔어.”

“예?”

제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첸 시안.

한때 제인은 물론이고 수많은 샨의 그림자 후보생이 샨의 차기 황제로 유력하다고 생각했던 인물이다.

첸 시아 만큼 온화한 성격에 그 재능은 쌍둥이인 첸 시아를 뛰어넘는다고 평가받을 정도였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영웅을 목표로 한다는 점.

하지만 대부분 그림자 후보생은 어린 시절의 꿈에 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샨의 황족으로 태어난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안은 자신을 따르는 그림자 후보생들은 물론이고 교관으로 함께하던 그림자들을 모두 참살하고 샨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첸 시아가 그런 시안을 처치했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첸 시안은 살아있었고 다시 황궁으로 돌아왔다.

“제인. 넌 이 사실을 아바마마에게 알려.”

“황녀님은요?”

“난 녀석을 처리하러 갈게.”

“위, 위험해요! 절대 혼자서 쳐들어왔을 리 없어요! 분명……!”

“그래, 아마 타르타로스에 몸을 의탁했을 거야.”

샨의 차기 황제로 유력했던 이가 샨을 배신하고 찾아갔다면 타르타로스의 특성상 분명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난 녀석을 처단해야 해.”

꽈악-!

첸 시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죽이지 못해서 생긴 일이야. 내 손으로 마무리 지어야 해.”

그런 첸 시아를 보며 제인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더니 무릎을 꿇었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예를 차린 제인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첸 시아는 프리츠를 향해 말했다.

“당신도 몸을 피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그 말에 프리츠는 정중하게 말했다.

“저는 당신의 후배로서 당신을 도울 의무가 있습니다.”

“아까 말했잖아요. 난 자퇴 했다고.”

“아닙니다. 당신은 여전히 루메른의 학생이고 영웅 후보생입니다.”

그 말에 첸 시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프리츠를 자세히 살폈다.

‘이 사람도 그림자 후보생이구나.’

그렇다면 알 것이다.

그림자는 영웅이 될 수 없다는 걸.

그런데도 왜 그는 자신을 영웅 후보생으로 대우를 한단 말인가?

“왜 날 영웅 후보생이라고 부르나요?”

“레오 선배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레오 선배님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죠.”

프리츠의 말에 첸 시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레오 도령은 아직 날 영웅 후보생이라고 생각을 하는구나.’

결심이 흔들릴 것 같아 레오에게서 도망쳤다.

하지만 전해 들은 말만으로 가슴이 뛴다.

가장 영웅답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영웅 후보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레오 도령에게는 내가 직접 말해야겠네요.”

마음을 다잡은 첸 시아가 심호흡을 했다.

“지금은 녀석을 처단하는 게 우선이지만요.”

뚜벅- 뚜벅-

첸 시아가 걸음을 옮겼다.

프리츠는 당연하다는 듯 그 뒤를 따랐다.

첸 시아는 더 이상 프리츠를 만류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퉁이를 도는 순간.

화악-!

죽음의 냄새가 흘러나왔다.

딱딱- 딱-

검을 쥔 스켈레톤들이 끈적한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타르타로스의 힘을 빌렸구나.’

첸 시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황궁에는 첸 시안이 끌어들인 타르타로스의 괴물들로 가득할 게 분명했다.

원래라면 침입할 수 없는 괴물들이 시안의 손에 의해 황궁을 점령했다.

‘그렇다고 해도 제압당하는 건 순식간일 텐데.’

첸 시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녀석은 대체 뭘 노리는 거지?’

노리는 게 없다면 돌아왔을 리 없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 됐든 그 전에 처단하리라.

그렇게 마음먹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뚜둑- 뚝-

프리츠가 앞으로 나섰다.

“선배님께서는 체력을 보존하시길.”

손가락 관절을 풀며 프리츠는 미소 지었다.

“이 미천한 것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프리츠의 몸에서 마력이 휘몰아쳤다.

‘전투형 마법사.’

첸 시아가 그 모습을 바라볼 때였다.

손을 들어 올린 프리츠가 으득-! 손바닥을 깨물었다.

푸확-!

그의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촤악-!

일순간 손바닥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마력에 의해 응고되기 시작했다.

‘피와 관련된 마나 특성이구나.’

영웅 후보생 답지 않은 전투법 때문에 배척받을 마나 특성이지만.

그림자라면 더할 나위 없는 특성이다.

프리츠에게 있어 피 자체가 막강한 무기였다.

“쓸어주마, 미천한 망자들아.”

콰가각-!

붉은색 칼날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첸 시아는 그 뒤를 따르며 어둠 너머를 바라보았다.

‘첸 시안.’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쌍둥이를 죽이겠노라고.

첸 시아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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