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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47화 (247/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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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득-!

프리츠의 손이 스켈레톤의 머리를 터트렸다.

휘리릭-

허공에서 팽이처럼 회전한 프리츠의 몸에서 붉은색 실이 흩날렸다.

투콰가가가가각-!

스켈레톤 부대를 분쇄한 프리츠가 안경을 고쳐 썼다.

“상당히 많군요.”

복도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언데드 군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가 질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프리츠의 얼굴에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힘들면 도와줄까요?”

프리츠의 뒤를 따르던 첸 시아가 물었다.

“선배님께서는 나서지 않으셔도 됩니다.”

프리츠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휘리리릭-!

사방에 흩어졌던 붉은색 실이 팽팽해졌다.

프리츠의 피를 마력으로 엮어 만든 고유 마법.

“블러드 플레임.”

콰아아아아아아! 쿠구구궁-!

복도 전체에 붉은색 화염이 뒤덮였다.

흩어진 붉은색 실을 도화선 삼아 일순간에 언데드들을 모조리 불태워 버린 프리츠가 훗- 하고 미소 지었다.

그런 프리츠를 보며 첸 시아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괜찮아요?”

“어떻습니까, 선배님.”

괜찮냐는 질문에 오히려 질문으로 대답한 프리츠가 안경을 고쳐 썼다.

“조금 레오 선배님 같지 않았습니까?”

“어디가요? 아니, 그것보다 괜찮아요?”

“레오 선배님의 주력속성은 불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마법으로 한 번 따라 해봤습니다. 물론 미숙한 제 실력으로 레오 선배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조금은, 아주 조금은 레오 선배님과 비슷…….”

“……레오 도령은 딱히 마법을 쓸 때는 속성을 가리지 않는데요. 근데 진짜 괜찮아요?”

“과연! 레오 선배님!”

첸 시아의 걱정을 깡그리 무시한 프리츠는 품에서 수첩을 꺼내 레오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메모했다.

‘멀쩡한가 보네.’

프리츠는 손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그것을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상처를 입어 생긴 출혈이 아니었다.

피를 다루는 마법인 만큼 강력한 마법의 반동으로 인해 많은 피를 흘리게 된 것이다.

‘양날의 검과 같은 마나 특성이구나.’

피를 소모하여 압도적인 공격력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마법 시전자가 입는 타격도 상당했다.

‘특이한 1학년이 들어왔네.’

그렇게 생각하며 첸 시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떤 1학년들이 들어 왔을까?’

프리츠를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떨쳐냈다.

‘루메른에 돌아갈 일은 없겠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첸 시아가 걸음을 옮겼다.

상처를 봉합한 프리츠는 품에서 붉은색 포션을 꺼내 마셨다.

연금술로 만든 피를 보충하는 비약이었다.

“프리츠라고 했죠? 당신은 레오 도령을 무척 존경하는군요.”

“원래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림자로서 지킬 가치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만나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프리츠는 첸 시아의 뒤를 따르며 가슴에 손을 올렸다.

“진심으로 존경할 만한 분이라는 걸요.”

“……그렇죠. 레오 도령은 대단한 사람이죠.”

“선배님께서도 레오 선배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신다면 분명 생각이 바뀔 겁니다.”

“네. 그래서 지금은 레오 도령을 만날 수 없어요.”

‘지금 만나면 다짐이 무너질 테니까.’

“언젠가 레오 도령이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된다면…… 그때 만나고 싶어요.”

“아니.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되는 건 나야.”

어둠 너머에서 들려 온 목소리에 첸 시아와 프리츠가 걸음을 멈추었다.

프리츠는 경계 어린 자세를 취했고 첸 시아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뚜벅- 뚜벅-

피투성이가 된 백색의 옷을 입은 남자, 시안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를 보며 빙긋 웃었다.

“오랜만이야, 시아.”

“……오랜만이야. 시안.”

“전혀 반가운 얼굴이 아닌걸?”

시안이 웃으면서 양팔을 벌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는데 반응이 덤덤하니 실망인데?”

“평생 만나고 싶지 않았어.”

프리츠가 흠칫하며 첸 시아를 바라보았다.

‘같은 사람이 맞나?’

방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온화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첸 시아는 시안에게 다가갔다.

“다시 만날 일이 있으면 다시 널 죽여야 하니까.”

배신자라고 하지만 일평생을 함께 해온 혈육이다.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고 생각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괴로웠다.

다시는 그런 아픔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괴로움을 외면하기에 시안은 너무도 뒤틀린 괴물이었다.

“나는 다시 만나고 싶었어. 너에게 물어볼 게 많았거든.”

시안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너, 루메른에 들어가서 영웅 후보생 행세를 했다면서? 왜 그런 거야?”

신기하다는 듯 시안이 물어왔다.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나랑 달리 넌 영웅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시안의 말에 프리츠의 눈이 꿈틀거렸다.

“루메른에 입학해 봤자 너만 더 상처받을 텐데 말이야.”

진심으로 걱정스럽게 말하는 시안을 보며 시아는 미소 지었다.

어릴 때부터 항상 붙어 왔기에 알 수 있다.

저건 자신에게 상처 주기 위한 말이 아니다.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서 묻는 말 이었다.

‘이런 사람이지.’

“헛소리를 하는군. 첸 시아 선배님은 그 누구보다 영웅에 어울리는 분이다.”

“호오?”

프리츠의 말에 시안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러고는 피식 웃었다.

“설마. 누구보다 그림자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어깨를 으쓱하며 프리츠의 말을 부정했다.

첸 시아도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되고 싶은 것과 될 수 있는 것의 차이는 다르니까.’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억지를 부려 루메른에 입학했다.

그리고 다른 영웅 후보생들을 보며 알게 된 건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첸 시아, 넌 영웅이 될 수 없어.”

시안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해. 스스로 비참해질 뿐이니까.”

“충고 고마워.”

첸 시아는 손을 들어 올렸다.

화가 나지 않는다.

스으으-

첸 시아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시안, 너도 영웅이 될 수 없어.”

그 말에 시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네. 넌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안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날 가장 잘 이해해주는 건 너였잖아.”

어릴 때부터 시안이 영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가장 안타까워 한 건 다름 아닌 첸 시아였다.

시안이 영웅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가장 많이 이야기해 준 것도 어린 시절의 첸 시아였다.

“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첸 시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어. 넌 미쳤어.”

“결국 너도 다른 범인들이랑 다를 게 없구나.”

화악-

첸 시아의 몸이 사라졌다.

촤르륵-!

첸 시아의 물의 오러가 시안을 덮쳤다.

시안은 그런 첸 시아를 보며 검을 휘둘렀다.

고오오오오-!

바람이 휘몰아쳤다.

퍼엉-!

물의 오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시아, 넌 날 이길 수 없어.”

시안은 웃으면서 첸 시아를 바라보았다.

휘오오-!

옅은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걸 본 첸 시아가 오러를 전개했다.

쿠구구구구! 콰가가가가가각-!

시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광풍이 휘몰아쳤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칼바람.

프리츠는 다급히 물러섰다.

화악-!

하지만 첸 시아는 물러서지 않고 시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첸 시아를 보며 시안의 눈이 꿈틀거렸다.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안의 칼바람을 회피하며 첸 시아는 시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텁-!

첸 시아의 양손 바닥이 시안의 가슴팍에 닿았다.

번뜩-!

순간적으로 첸 시아의 눈이 푸른색으로 번뜩였다.

퍼엉-!

시안의 몸이 폭발하듯 튕겨 나갔다.

물대포가 터지듯 사방으로 물이 휘몰아쳤다.

물의 오러를 압축해 거대한 수압을 한 번에 터트려 버린 것이다.

콰앙-!

시안의 몸이 벽을 뚫고 들어갔다.

첸 시아는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손을 댔다.

튕겨나가면서 반격한 공격에 당했다.

“강해졌구나.”

벽의 구멍을 뚫고 나온 시안은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날카로움은 없는데?”

“…….”

첸 시아는 싸늘한 눈으로 시안을 바라보았다.

“이전의 네가 훨씬 더 위협적이었어. 아무래도 루메른의 생활이 네 날카로움을 무디게 만든 모양이네.”

시안은 쯧- 혀를 찼다.

“그것 봐. 이도 저도 아니게 되니까 그렇게 되는 거라고.”

스윽-

첸 시아의 몸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걸 본 시안의 눈에 살기가 흘러나왔다.

“실망이 크네. 난 그림자로서 네 마지막을 기억하고 싶었는데.”

화르륵-!

고오오오오!

‘히어로 어빌리티?’

어둠 속에 모습을 감췄던 첸 시아는 불꽃의 오러를 내뿜는 시안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기억할 가치도 없겠어.”

콰가가가가강-!

불꽃의 오러가 폭발하듯 휘몰아쳤다.

직격당한 첸 시아가 처참하게 바닥을 굴렀다.

치이이이익-

그녀의 온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몸은 화염과 함께 날아든 참격에 베이고 말았다.

그런 첸 시아를 바라보며 시안은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폭발에 휩쓸린 프리츠를 바라보더니 웃었다.

“살아 있었어?”

“큭.”

“난 이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을 처단하겠다고 맹세했거든.”

프리츠가 마력을 일으켰다.

그런 프리츠를 보며 검을 들어 올린 시안이 웃었다.

“이제 편하게 해줄게.”

철벅-!

물웅덩이에 손을 짚는 소리가 울렸다.

시안이 멈칫하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숙인 채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첸 시아를 보며 시안의 눈이 꿈틀거렸다.

“살아 있었어?”

첸 시아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눈에 어린 서슬 퍼런 살기에 시안이 빙긋 웃었다.

“끈질기네.”

시안이 첸 시아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시아, 너도 느꼈겠지?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말이야.”

스윽-!

시안의 검에 오러가 휘몰아쳤다.

“순순히 포기하는 게 편할 거야. 이건 네 오빠로서 마지막 배려야.”

콱-!

“……!”

첸 시아가 한 발자국 내밀었다.

그러자 바닥이 움푹 꺼졌다.

오러를 압축시킨 첸 시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딴 배려, 필요 없어.”

콰앙-!

첸 시아가 주먹을 내질렀다.

그 일격에 직격당한 시안이 튕겨져 나갔다.

쿠구구궁-!

벽을 뚫고 바닥에 쓰러진 시안이 얼굴을 찡그렸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겠군.’

투둑-

몸을 일으킨 시안이 몸에 붙은 돌조각을 털어냈다.

터벅- 터벅-

첸 시아가 다가오고 있다.

‘한계일 텐데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조금 전 일격은 시안이 모든 걸 쏟아부은 최강의 일격이었다.

‘시아 따위에게 발목이 붙잡혀 있을 수는 없어.’

시안은 조급함을 느꼈다.

간단하게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첸 시아가 여전히 전투태세라는 사실에 시안은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애써 부정하고 있었지만, 자신을 쫓아 올지 모를 레오라는 존재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당장 지하로 간다.’

시안이 첸 시아를 무시하고 달려갔다.

‘시아는 나를 쫓아 올 거야. 그렇다면 빨리 카일의 검을 손에 넣은 다음 처리해도 늦지 않아.’

***

샨의 황궁 최중심부의 지하.

그곳에는 샨의 황족들만 출입할 수 있는 석실이 있었다.

물론 황족이라도 황제의 허락이 없다면 다가갈 수 없다.

하지만 시안은 어렵지 않게 석실에 도착했다.

현재 샨의 황궁에는 사령왕의 군단이 침입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키는 그림자들 역시 사령왕의 군단에 의해 당한 상태였다.

‘아바마마와 다른 그림자들은 아트칸에게 붙잡혀 있겠지.’

물론 조금 후면 사령왕의 군단은 모두 토벌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원하는 걸 손에 넣고 빠져나가면 그만이었다.

시안은 석실 문에 다가갔다.

선대부터 내려온 강력한 봉인은 황족의 피에만 반응한다.

자신의 피를 손에 묻혀 문에 가져다 댔다.

쿠구구구구구-

그러자 문이 열렸다.

터벅- 터벅-

방 내부는 거대한 서고였다.

이것이 모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그림자들의 기록이었다.

샨의 황제들은 이 기록을 보물이라 여겼다.

그림자들이 이룬 업적들.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지만 분명 역사 뒤편에 그들이 있었다는 증거.

그러나 시안의 입장에서는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어차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텐데.”

알려진다 해도 인정해주는 이는 없다.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위업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렇게 기록을 남긴 것 역시 결국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이야. 그래서 아무런 가치가 없는 거야. 시아.”

시안은 자신을 쫓아온 첸 시아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 기록 서고에 온 이유가 뭐야?”

첸 시아의 물음에 시안은 서고 벽에 달린 검을 가리켰다.

“저 검을 위해서지.”

이곳에 있는 것 중 유일한 무구.

“시작의 영웅, 카일의 검이라고 하더군.”

시안의 말에 첸 시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시작의 영웅의 검…… 이라고?”

“그래! 타르타로스에서 이야기 해주더라고. 우리의 시조가 어쩌면 카일의 제자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놀라는 시아를 보며 시안이 웃었다.

“왜 그림자 따위로 전락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운명이야.”

시안은 자신을 가리켰다.

“시작의 영웅이 세계에 실존했다는 것이 알려진 지금. 그 카일의 제자의 후손인 내가 시작의 영웅의 히어로 레코드를 계승하는 거지.”

“넌 타르타로스의 말을 믿어?”

첸 시아는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믿지 않을 이유는 없지. 그러니 시아.”

터벅- 터벅-

벽으로 다가간 시안은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안심하고 죽어. 카일의 힘을 계승한 내가 타르타로스를 토벌할 테니 말이야.”

“아직도 그런 헛소리를…….”

얼굴을 찡그리며 시안을 노려보던 시아가 검을 보며 멈칫했다.

‘잠깐, 저 검…… 분명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검이었다.

시안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시아는 루메른의 수업에서 저 검에 대해 배웠다.

‘분명 영웅학 시간에…….’

콱-! 화악-!

그때 바람의 오러가 휘몰아쳤다.

첸 시아는 다급히 오러를 전개해 오러의 폭풍을 막아냈다.

콰앙-!

“컥?”

하지만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후드드드득-!

첸 시아가 처참하게 바닥에 쓰러지고 그림자의 기록이 그녀의 위로 쏟아졌다.

“대단하군.”

시안은 놀란 얼굴로 검을 내려다보았다.

“5000년이 지났음에도 이렇게 날카롭다니! 게다가 오러를 이 정도로 잘 받아내다니.”

척 보기에도 신검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굉장한 검이었다.

“과연 신의 대장장이가 만든 검이란 건가.”

시안의 몸이 희열에 떨렸다.

후두둑-

그때 첸 시아가 몸을 일으켰다.

몸이 덜덜 떨려왔다.

“넌 이미 한계야.”

시안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첸 시아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발버둥 치는 거야.”

“……1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들은 말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

“그게 뭔데?”

“한계를…… 넘어서라고 말이야.”

웃으면서 전투 자세를 취하는 첸 시아를 보며 시안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래도 루메른이 널 버려 놓은 것 같군.”

시안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말하지만 시아. 넌 영웅이 될 수 없어.”

“알아.”

“그런데 왜 영웅 행세를 하는 거야?”

어둠에 발을 담근 자는 어둠에 붙들려 빛으로 갈 수 없다.

빛으로 가기에는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혀왔다.

스스로 영웅이 될 수 없다 생각한 순간부터 신들은 결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조차 인정하지 않는 자를 인정해줄 신은 없을 테니까.

그래도…….

“꿈은 꿀 수 있잖아?”

환하게 웃는 첸 시아를 본 시안은 왜인지 모를 불쾌감을 느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첸 시아가 짓던 맑은 웃음이다.

그런데 그 웃음이 지금은 너무도 빛나 보였다.

그 눈부심에 왜인지 모를 구역질이 치솟았다.

“꿈은 깨라고 있는 거야. 너도 잘 알잖아?”

시안이 검을 들었다.

“너 따위는 평생 날 이길 수 없어. 그때 네가 날 가까스로 죽음으로 몰아넣은 건 내가 그림자 수행에 게을러서일 뿐이란 걸 말이야.”

비웃음을 날리며 검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그런 한심한 이유를 잘도 자랑이라고 떠드냐?”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첸 시아는 눈을 크게 떴다.

시안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터벅- 터벅-

“레오…… 플로브.”

“나도 엄청 허황된 꿈을 꿨던 녀석을 한 명 알고 있거든. 그 녀석이 말하더라.”

레오는 첸 시아를 향해 빙긋 웃었다.

“꿈은 이루라고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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