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50화 (250/483)

250

“기왕 온 거 관광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레오는 이국적인 거리의 풍경을 걸으며 중얼거렸다.

“학기 초에 오랫동안 수업에 빠지는 건 좋지 않으니 말이야.”

“이번 여름 방학 때 우리나라에 다시 방문하는 건 어떠세요? 제가 관광 명소를 안내해드릴게요.”

“별일이 없으면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첸 시아의 말에 레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두 사람의 뒤를 따라 걸으며 프리츠가 안경을 고쳐 썼다.

“확실히 이 이국적인 풍경은 감상할 가치가 있겠군. 나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와 봐야겠…….”

“다시는 오지 마. 쉭- 쉭-”

프리츠의 중얼거림에 제인이 손을 휙휙- 흔들며 말했다.

“제인.”

“네, 넵!”

“동급생 친구랑은 친하게 지내야지.”

“이 녀석은 친구가……!”

“응?”

“……친하게 지낼게요…….”

발끈하던 제인은 첸 시아의 부드러운 미소 앞에 목을 움츠렸다.

그런 제인을 보며 프리츠는 얄미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프리츠를 보며 제인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돌아가면 묵사발을 만들어 버리겠어!’

주먹을 꾹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레오 일행에게 꽂혔다.

네 사람 모두 루메른의 교복을 입고 있는 만큼 눈에 뜨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나는 몇 반에 배정받았나요?”

“아, 넌 모르겠구나.”

학교를 쉰 만큼 첸 시아는 현재 2학년의 상황에 대해 잘 몰랐다.

“현재 2학년은 반 개념이 없어.”

“네?”

“2학년은 세 개의 기숙사로 나뉘었어. 기숙사끼리 경쟁하는 구조지.”

레오의 말을 듣고 첸 시아가 눈을 빛냈다.

“그거 재미있겠네요.”

“나랑 너, 클로에가 기숙사장이야.”

“나랑 레오 도령이랑 같은 기숙사군요?”

즐겁게 웃던 첸 시아가 멈칫했다.

레오를 포함해 자신과 클로에가 같은 기숙사의 장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감이 왔다.

“다른 기숙사장들은요?”

“셀리아, 첼시, 워레든이 같은 기숙사장이고 아바드, 엘리자, 듀란이 붙어 있어.”

“……그 기숙사들 괜찮아요?”

척 보기에도 이래도 괜찮을까 싶은 조합이다.

진심으로 걱정하듯 묻는 첸 시아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의외로 의견을 잘 맞춘 모양이더라고.”

“그렇군요.”

첸 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루메른 행 워프 게이트가 작동될 차례가 왔다.

네 사람이 워프 게이트에 올라가자 게이트가 발동되었다.

***

루메른의 교장실.

집무 테이블에서 리이나는 집무를 보고 있었다.

“의외로군.”

세드젠은 그런 리이나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뭐가?”

“자네를 루메른 교장으로 추천하긴 했지만 사실 자네가 이 정도로 성실하게 교장 업무에 충실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거든.”

“이 자식이! 그딴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리이나가 눈을 번뜩이며 집무 테이블 한쪽에 있는 술병을 들고 세드젠에게 던졌다.

덥석-!

세드젠은 그런 술병을 어렵지 않게 잡아내며 손님용 탁자 위에 올려 두었다.

“그나저나 걱정이군.”

“첸 시아?”

“그래. 시아 학생은 단순히 2학년 중 최상위권의 실력을 가진 것뿐만 아니라. 동급생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리더쉽을 가진 엘레강스한 학생이지.”

세드젠이 한숨을 쉬었다.

“타고난 리더쉽이라면 다른 녀석들도 가지고 있잖아.”

“그렇긴 하지만 아직 미숙하다고 할 수 있지.”

“흐응. 기숙사장들을 그런 식으로 짜놓은 건 기숙사장들의 경쟁을 통해 리더쉽을 성장시키기 위한 거였군?”

“그렇지.”

각 기숙사장의 선별에 가장 큰 입김을 발휘한 건 세드젠이었다.

“클로에 학생, 시아 학생, 레오 플로브를 나눠서 배치했다면 이상적인 구도가 되었겠지. 하지만 다른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을 막을 수도 있어.”

학생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고 평가 점수에도 방영되지 않았지만 2학년들이 1학년일 때 각 반의 반장별로 점수를 매긴 항목이 있었다.

그중 1등을 차지한 것이 레오였고 공동 2등을 차지한 것이 클로에와 첸 시아였다.

10개 반 중 가장 반장을 하는 것이 까다롭다고 평가받은 것이 바로 1반이었다.

1반에는 우연히 최고 성적의 학생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게다가 영웅 명가 출신이라 실력도 자존심도 매우 강한 셀리아와 듀란이 있었다.

어느 곳으로 가든 반장을 맡을만한 학생들.

1반은 자칫 잘못했다간 셀리아와 듀란의 신경전으로 자칫 반이 붕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클로에는 그 사이에서 완벽하게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1반의 리더로서 인정받았다.

첸 시아 역시 그에 못지않았다.

1반이 가장 까다로운 반이라면 10반은 가장 힘든 반이었다.

10반에는 성격이 거칠고 다혈질적인 학생이 많았다.

소위 말하는 욱하면 주먹부터 나가는 학생들.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이 많은 반이었다.

야생 같았던 10반을 단 일주일 만에 평정한 게 첸 시아였다.

그리고 반 평균 성적은 3등.

당연히 1반과 5반을 제외하고 2학년 진급율이 가장 높은 반이었다.

그 모든 것이 첸 시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위 말하는 누님의 리더쉽…… 뭐 이런 건가?”

“그런 셈이지.”

겉모습은 어려 보이지만, 일단 첸 시아는 1학년 중 가장 연장자이고 성격 역시 어른스럽고 조숙하다.

그렇다 보니 의외로 성질머리가 더러운 학생들도 첸 시아 앞에서는 꼼짝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10반 학생 중 첸 시아를 큰 누님, 큰 언니로 부르는 학생도 있을 정도였다.

“기사학 수업이나 소환학 수업에서는 셀리아와 듀란, 워레든과 엘리자의 사이를 중재하기도 했었지.”

세드젠이 피식 웃었다.

“과연. 같은 1학년이라도 그 정도 리더쉽을 가졌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녀석들을 이끌게 되겠군.”

셀리아, 첼시, 워레든, 아바드, 엘리자 듀란.

이 여섯 학생은 루메른에서도 특별하게 여기고 있는 학생들이다.

세드젠으로서는 이 여섯도 적극적으로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분명 서로 앙숙이지만 붙여 놓으면 상승 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지.”

“그렇군. 그런데 레오 플로브에 관해서는 언급을 꺼리네?”

리이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세드젠의 얼굴은 참혹스럽게 변했다.

“레오 플로브…… 레오 학생은 격이 다르지.”

꼴지 반이던 5반을 당당하게 1학년 최종 2등 반으로 올려놓았다.

그러면서도 자퇴 당한 인원이 한 명도 없다.

대부분 할린드의 엄한 교육 방침이 빛을 발했다고 여기고 있지만, 그보다는 레오의 영향이 컸다.

“격이 다른 건 알아.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다른데?”

“그래. 레오 학생은 주변 학생을 자극시키지.”

“자극?”

세드젠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언제나 다른 이들 앞에 서 있어. 어느새 한 발자국. 그걸 따라잡았다 싶으면 또 한 발자국.”

깊게 한숨을 쉬었다.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절대 좁혀지지 않는 절망을 느껴도 이상하지 않아.”

“확실히.”

“하지만 레오 학생의 압도적인 실력은 다른 학생들을 선망하게 만들지.”

“선망?”

“그래. 그 등은 학생들을 자극하는 한편으로는 다독이기도 해. 너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을 때가 있어.”

“어째서일까?”

“언제나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기 때문이겠지.”

“호오.”

리이나가 감탄했다.

“레오 학생은 언제나 한계에 도전해.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한계 이상을 해내지.”

“과연.”

리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이라면 선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세대에 그런 이를 볼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다.

“그런데 왜 레오를 싫어하지?”

“수업을 하다 보면 얼마나 얄미운지 알아? 엘레강스해서 더 얄밉다!”

세드젠이 울분을 토할 때였다.

똑-똑-

“들어와.”

교장실 문이 열리고 교수 한 사람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지금 2학년의 레오 학생과 그를 보조하기 위해 나섰던 1학년의 프리츠, 제인 학생이 돌아왔습니다.”

“벌써?”

하루만에 임무를 끝마치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리이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서? 첸 시아는?”

“첸 시아 학생도 돌아왔습니다.”

“진짜 그 앞뒤 꽉 막힌 인간을 설득하다니.”

리이나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소식을 들은 세드젠은 팔짱을 꼈다.

그리고 뚱한 표정을 짓더니 중얼거렸다.

“역시 엘레강스하군.”

***

“시아! 어서 와! 걱정 많이 했어!”

클로에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기숙사에 돌아온 첸 시아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클로에뿐만이 아니었다.

기숙사 휴게실에 학생 전체가 나와 첸 시아의 귀환을 반겼다.

“느닷없이 임무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놀랐는데 말이야.”

호오- 호오- 일리아나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무슨 임무였어? 신입생들까지 끼고 가다니?”

“첸 시아의 집안 사정 일이라 비밀인데.”

“에잇!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르쳐 줘!”

일리아나의 칭얼거림에도 레오는 소파에 앉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그런 레오를 보며 뚱한 표정을 짓던 일리아나가 첸 시아에게 다가갔다.

“시아! 대체 뭐 때문에 방학 끝나고 한참 뒤에야 온 거야?”

모두가 일리아나를 쳐다보았다.

집안 사정이란 걸 알기에 어지간하면 묻지 않는 문제다.

한편으로는 모두가 궁금해하던 일이기에 첸 시아의 말을 주목하기도 했다.

일리아나의 물음에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집안에서 루메른을 자퇴하라고 했었어요.”

“뭐어어어?”

“그게 무슨 헛소리야!”

예상치 못한 말에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그런 조건이었거든요. 1학년 동안 학년 최고가 되지 못하면 자퇴하기로.”

그 말에 모두가 레오와 첸 시아를 번갈아 보았다.

첸 시아의 실력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실력으로 이길 수 없는 학생이라고 한다면 레오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루메른이 얼마나 입학하기 어려운데 최고가 못되면 자퇴하라니! 대체 뭐 하는 집안이길래 큰 누님보고 자퇴하라고 하는 건데요!”

덩치 큰 남학생 한 명이 성을 냈다.

10반 출신 정령기사 학생이었다.

“샨의 황가에요.”

“아무리 샨의 황가라도 그런 헛소…… 어억?”

“샤, 샨의 황가라고?”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첸 시아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에가 놀라서 다급히 물었다.

“시아, 너…… 샨의 황족이었어.”

“네. 일단은 샨의 후계자랍니다.”

상상도 못 한 신분에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설마 농담하나 싶었다.

모두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기숙사 동급생들의 시선에 레오가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 그림자였구나.”

“루메른 학생이면 영웅 후보생이지.”

“쉿. 그림자니 영웅이니 그런 말 하지 마.”

학생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다.

수천 년 동안 샨의 황족은 그림자였다.

샨의 차기 황제라면 자퇴를 종용받은 것도 납득이 갔다.

첸 시아에게는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기에 모두가 첸 시아의 눈치를 보았다.

그때 클로에가 나섰다.

“집안일은 잘 해결된 거지?”

“네.”

“다행이다.”

클로에가 빙긋 웃었다.

그런 클로에를 보며 첸 시아가 밝은 표정을 지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클로에 양.”

그렇게 말한 첸 시아가 말했다.

“여러분의 생각대로 나는 그림자였어요. 하지만 영웅이 되고 싶어서 루메른에 입학했어요. 그러니 어렵겠지만 지금까지 여러분이 알고 있는 루메른의 학생 첸 시아로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학생들이 말했다.

“그래. 첸 시아는 첸 시아잖아.”

“그림자면 뭐 어때? 시아에게 얼마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것보다 시아가 없으면 다른 기숙사 녀석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거 아니야!”

“우린 네 신분에 신경 안 써!”

“고마워요.”

첸 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정면 돌파를 하기로 했군.’

그 모습을 보며 레오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자신의 신분에 대한 고민은 이미 훌훌 털어 버린 듯했다.

그때 레오와 첸 시아가 눈이 마주쳤다.

‘그래, 그거면 된 거야.’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첸 시아는 더욱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참. 그러고 보니 클로에 양. 기숙사에 연금술을 쓸 만한 개인 공방이 있나요?”

“응? 당연히 있지.”

“기숙사에 없는 게 없더라구! 지하에 있어! 내가 안내해줄게!”

일리아나가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시아. 마법도 쓸 줄 알아?”

“아니요.”

“그런데 연금술 공방은 왜?”

“독을 제조하려고 하는데 안전이 검증된 장비로 만드는 게 좋으니까요.”

“확실히 독을 만드는데 연금술 공방이 안전하긴 하…… 뭘 만든다고?”

일리아나가 뜨악한 얼굴로 첸 시아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제 신분을 숨기고 있을 때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밝혀졌으니까요. 독을 이용한 오러 스킬이나.”

모두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그림자 기술을 쓰는 데 독이 활용돼서요.”

모두가 슬금슬금 첸 시아에게서 물러섰다.

‘앞으로 절대 첸 시아에게 개기지 말자.’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레오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솔직하잖아.’

***

“야, 제인. 너 벌써 임무 실습 다녀온 거야?”

“게다가 학생회장님이랑 같이 다녀왔다면서!”

“프리츠! 가르쳐 줘! 무슨 임무였는데!”

1학년 교실동 대강의실.

10개의 반이 모인 가운데 화제의 중심인 이들이 있었다.

바로 프리츠와 제인이었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학생회장인 레오와 임무실습을 나갔다는 사실을 1학년 전체의 주목을 모으기 충분했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

제인이 학우들에게 빙긋- 웃었다.

“별일 아니니 공부에나 신경 쓰도록.”

프리츠 역시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쳇. 별거 아니라서 말을 못 하는 거겠지.”

몇몇 학생들이 시기 어린 말을 보냈다.

이맘때쯤이 1학년들이 서로에 대해 경쟁심이 가장 심할 때였다.

그때 멀찍이 앉아 있던 제인과 프리츠가 시선이 마주쳤다.

그 두 사람이 동시에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우와…… 부럽다.”

루크는 멀리서 프리츠와 제인을 보며 중얼거리자 쥬엔이 팔짱을 꼈다.

“안 부러워, 하나도 안 부러워!”

그렇게 프리츠와 제인의 일로 대강당 전체가 어수선할 때였다.

터벅-

단상 위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까지도 1학년들은 떠들기 바빴다.

“10초 안에 조용하지 않으면 모두 제적처리 시키겠다.”

음산한 목소리에 1학년들이 흠칫했다.

그리고 어느새 단상 위에 할린드가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얗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야! 조용히 해!”

“할린드 교수님 오셨잖아!”

“닥쳐!”

아직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떠들던 신입생들은 다른 이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조용해졌다.

“작년 2학년들은 눈치가 있는 편이라 내가 등장만 해도 조용해졌는데 말이야.”

할린드는 무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 1학년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어깨를 축 늘어트리는 1학년들을 본 할린드가 혀를 찼다.

“한심하군. 고작 비교 한 번 당했다는 이유로 풀이 죽는 거냐?”

“그, 그치만 할린드 교수님. 2학년 선배들은 황금 세대라잖아요.”

“너희는 너무 2학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듯하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입학시험 때 일방적으로 사냥당했는데 주눅 드는 건 당연했다.

“황금 세대라고 떠들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놈들도 너희와 똑같은 노란 병아리다.”

‘괴물 놈도 있지만.’

작년에 담당했던 레오를 떠올리며 할린드가 말했다.

“마침 잘됐군. 그렇다면 너희들이 황금세대라고 선망해 마지않는 2학년들과 친해질 기회를 마련해주지.”

할린드의 말에 1학년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1학기 기말고사 시험 과제를 발표하겠다.”

학기 초부터 느닷없는 기말고사 시험 화제 발표에 모두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건 너희 시험과제가 아니라 2학년들 시험과제다.”

“네?”

2학년 시험과제를 왜 여기서 발표한단 말인가?

“내일부터 2학년들은 너희의 멘토가 될 것이다.”

“멘토?”

“그게 뭐야?”

“2학년 선배님들이 우리를 가르쳐주신 건가?”

“너희는 1학기가 끝날 때까지 시험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자퇴 권고가 일절 없을 것이다.”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신.”

할린드가 싸늘하게 웃었다.

“1학기 기말시험이 끝나고 종합 평가에서 커트라인 미만은 탈락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

같은 시간.

2학년 교실동.

“너희들이 담당하게 된 1학년이 자퇴권고를 받게 된다면 너희도 같이 자퇴하게 될 것이다.”

“예에에에에에엑?”

세드젠의 느닷없는 폭탄선언에 2학년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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