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53화 (253/483)

253

“몰아붙여!”

“공격해!”

수많은 1학년이 레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그들의 움직임에는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입학시험 때와는 명백하게 달랐다.

입학시험 때는 레오에게 당하는 순간 탈락이라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1학년 전체가 적극적으로 레오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들은 머릿속으로 하나같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몰아붙이면 아무리 천하의 레오 플로브라도 금방 지칠 거야! 그렇게 되면 기회는 있어!’

1학년 전체가 레오가 지칠 그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골라~ 골라~ 과연 누가 레오의 멘티가 될 것인가! 현재 배당금 현황입니다!”

칼이 냉큼 배당을 체크한 판을 보여주었다.

“호오? 난 아이나 베이드나에 걸게.”

“옙! 선배님!”

소동이 시작되고 레오의 멘티 자리를 노리는 1학년들이 소식을 듣고 마법학과 건물로 몰려왔다.

굉장히 재미있는 구경거리였기에 2학년은 물론이고 소문을 듣고 임무 때문에 학교를 비운 5학년들을 제외한 3, 4학년들도 구경을 왔다.

“어떻게 될 거라고 봐?”

한편,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바드가 물었다.

“어떻게 되긴.”

소식을 듣고 구경 온 듀란이 코웃음을 쳤다.

“지금 1학년들이 레오 플로브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을 리 없지. 저런 혼란스러운 상태라면 더더욱.”

“하긴.”

아바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 플로브는 지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게릴라가 가능해진다면…… 1학년들은 자멸하겠지.”

그 말대로였다.

레오는 여유롭게 1학년들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으며 1학년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럴 때마다 1학년들 끼리 서로 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경쟁자를 줄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지금 1학년들은 아직 진정한 영웅 후보생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말이야.”

신입생 시절은 루메른 생활 중 실력 향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였다.

그러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재능을 발견한다거나 입학시험에서 낮은 성적을 차지했던 학생들이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일도 잦다.

그런 미숙한 신입생들이 레오에게 유효타를 먹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히려 1:1로 붙는 게 승산이 더 있겠지.”

듀란의 말대로였다.

지금은 공격을 하는 쪽이 더 정신이 없다.

레오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화악-!

레오가 공중으로 날아갔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비행 환수를 탄 샤샤가 빠르게 날아왔다.

그걸 본 레오는 피식 웃으며 플라이 마법을 사용했다.

슈아앙-!

“헉!”

엄청난 기동성과 속도에 샤샤가 깜짝 놀랐다.

“프, 플라이 마법으로 저렇게 움직이는 게 가능해?”

1학년들이 입을 쩍 벌렸다.

“아직 루메른의 상식에 익숙해지지 못 했구만.”

“뭐, 1학년이니까.”

고학년들이 귀엽다는 듯 경악하는 1학년들을 바라보았다.

1학년들의 공격이 구경꾼들에게로 튀기도 했다.

물론 그런 공격에 당할 고학년들은 없었다.

결국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레오에게 공격을 성공시킨 1학년은 없었다.

수업을 알리는 예비 종소리가 울렸다.

“허억! 허억!”

“나, 나 더 이상은 못 움직…… 우웁!”

“케헥! 케헤엑!”

바닥에 쓰러진 1학년들이 마나 고갈과 체력 고갈에 시달렸다.

그 모습을 본 고학년들이 웃으면서 흩어졌다.

“아~ 재미있었다.”

“올해는 학기 초부터 재미있는 사건이 많네.”

3, 4학년들이 킬킬거리며 교실로 돌아갔다.

2학년들은 딱하다는 얼굴로 1학년들을 본 후 교실로 돌아갔다.

레오는 지쳐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1학년들을 보며 물었다.

“너희 다음 수업 아르티안 교수님이 진행하는 영웅학 합동 수업 아니야?”

“네.”

“그, 그런데요, 선배님.”

“그럼 빨리 가는 게 좋을 걸?”

레오는 마법학과 건물에 있는 시계탑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체로 수업 시간에 늦으면 큰일 나니까 어서 가.”

“그, 그치만 꼼짝도 못 하겠는데요?”

“아르티안 교수님은 친절하시니까 조금 늦어도 봐주시지 않을까요?”

1학년들 사이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그 말을 들은 2학년들이 멈칫했다.

“쟤들 아직 아르티안 교수님의 진짜 모습을 모르나 봐.”

2학년들의 작년 입학식 인솔 교사는 아르티안이었다.

그리고 첫날 아르티안의 공포를 체험했었다.

그렇기에 첫 수업부터 그녀의 앞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1학년들은 아직 아르티안에 대해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할린드와 동급.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할린드 이상의 공포를 선보이는 아르티안을 말이다.

2학년들은 속으로 동시에 생각했다.

‘죽었네.’

***

그날 저녁.

글로리 기숙사에서 휴식을 취하던 레오는 자신을 찾아온 1학년들과 만나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레오를 찾아온 건 다섯 명의 기사학과 학생이었다.

“안녕하세요, 레오 도련님.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인사를 드려요.”

그중 대표인 마르티나가 웃으면서 인사했다.

다름 아닌 레오의 기사단인 슬레이어 기사단이었다.

“그래. 그나저나 너희는 점심때 나한테 덤비지 않았었지?”

레오는 웃으면서 자신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 물음에 기사단원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내 멘티가 되는 게 싫나 봐?”

레오의 물음에 쥴란과 캐린이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 그게 아닙니다.”

“입학할 때도 레오 도련님이 여러 가지고 도움을 많이 주셨잖아요! 입학 이후에도 도움을 받을 수는 없어서 그랬어요!”

“예! 저희 힘으로 루메른에서 해내고 싶어서요!”

쥴란과 캐린의 말에 마르티나, 오스틴, 발레리도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실제로 그랬다.

다섯은 입학시험 전 레오의 특별 수련받고 빠르게 실력을 키웠다.

그 덕분에 루메른 입학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레오의 멘티가 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레오의 수련을 경험해 본 기사단으로서는 기가 질리게 하는 것이었다.

‘불바다 다음에는 상상이 안 가!’

다급히 말하는 자신의 기사들을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벤치에 앉으며 물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어땠어?”

“난리도 아니었어요.”

마르티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르티안 교수님이 그렇게 무서운 분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아르티안의 영웅학 수업에 지각하지 않은 건 오십 명이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임시 수업 기간이니 중요한 수업 내용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단체로 수업 시간에 늦은 게 용서될 리 없었다.

처음에 풀 죽어 있던 아르티안은 지각생들이 단체로 도착하자마자 돌변했다고 한다.

‘아앙?! 레오 플로브랑 싸움박질하다가 늦었다고? 그렇게 싸움박질이 좋으면 수업 내용도 싸움박질로 하면 되겠네에에에에!’

강령술에 의해 다혈질 영웅에게 몸을 내준 아르티안은 폭주했다고 했다.

가뜩이나 레오에 의해 체력이 바닥이 났던 1학년들은 아르티안의 분노에 유린당했다고 한다.

“무, 무서웠어……!”

“셀리아 아가씨께서 왜 아르티안 교수님을 조심하라고 했는지 뼈저리게 이해했습니다.”

캐린이 자신의 양팔을 붙잡고 떨었고 발레리는 식은땀을 흘렸다.

레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도련님. 1학년들을 멘티로 받으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마르티나가 공손하게 물었다.

레오에게 수련을 받았던 만큼 슬레이어 기사단은 레오의 실력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1학년은 레오가 언젠가 빈틈을 보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레오 도련님에 빈틈은 없어.’

레오의 움직임은 신기에 가까우며 사각조차 없다.

아르온의 ‘초감각’을 가진 레오에겐 사각은 없었다.

‘게다가 절대 지치지 않으시지.’

대부분 1학년은 우연과 요행으로 레오의 멘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마르티나가 보기에는 절대 가망이 없었다.

‘사실상 멘티를 안 받겠다는 말이신데.’

의아한 표정을 짓는 마르티나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글쎄. 가능성이 있는 녀석은 다섯 명인데 말이야.”

“역시 황녀님을 포함한 비르센의 왕세자, 남부 마탑주의 딸. 그리고 검성의 손녀겠군요.”

“맞아.”

마르티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기에도 그 네 사람은 격이 다르다.

특히 아이나 베이드나는 제르딩거의 수련생으로 수많은 검의 천재를 보아온 마르티나가 보기에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나머지 한 사람은 누구예요?”

캐린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저기 오는군.”

레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기사단의 시선이 레오가 바라보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루크 엘다?”

1학년 최하위가 쭈뼛쭈뼛 레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

레오는 2학년 기숙사 건물이 모여 있는 곳의 연병장에 섰다.

그런 레오 앞에 루크는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목검을 쥐었다.

‘점심시간 때 이 녀석도 있었지.’

그리고 루크는 레오를 공격하기 위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멀찍이 떨어져서 레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덤비라고 한 건 나였어. 신경 쓰지 마.”

레오는 잔뜩 주눅이 든 루크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런 레오를 보며 루크가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입학시험 때와는 달라. 지금 나는 레오씨와 같은 루메른 학생!’

동경해온 사람이 눈앞에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날짜가 한참 지난 신문으로 접한 레오 플로브라는 사람은 루크에게 있어 단번에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아왔던 대영웅과 같은 사람.

다섯 명의 대영웅 중 루크가 가장 좋아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시작의 영웅 카일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시작의 영웅 카일을 가상의 인물이라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골 출신인 루크 입장에서는 실존했던 영웅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카일과 같은 올 클래스.

게다가 가슴을 떨리게 하는 영웅적인 행보까지.

루크에게 레오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말 그대로 가장 순수한 동경.

그런 사람과 같은 장소에 있다.

‘나 같은 게 그래도 되는 걸까?’

루크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루크는 레오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후우.”

루크는 심호흡하고 자세를 취했다.

화악-!

루크가 레오와 거리를 좁히며 검을 휘둘렀다.

검이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루크는 확실하게 레오의 움직임을 쫓아오고 있었다.

‘확실히 이 녀석은 지금 1학년 중 최약체야.’

레오는 루크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검술은 조잡하고 오러 컨트롤은 서툴러.’

오러를 담은 공격으로 자신의 목을 노리는 루크의 검을 보고 레오가 손가락을 튕겼다.

퍼엉-!

“큭?!”

공격을 막은 것만으로도 루크의 몸이 흔들렸다.

보통은 아무리 상대가 반격하지 않는다고 해도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본다면 전의를 상실한다.

또한 절망하게 된다.

루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루크 뿐만 아니다.

오늘 점심시간이 끝났을 무렵.

1학년 전부가 루크와 똑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에 절망을 느꼈다.

하지만.

이를 악문 루크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웃었다.

‘실력이 형편없는 건 당연해. 오로지 독학으로 익혔으니까.’

루크는 정말 순수하게 혼자 힘으로 루메른에 입학한 셈이다.

게다가…….

우웅-!

루크의 마나가 꿈틀거렸다.

‘입학시험 때도 느꼈지만 확실해졌군, 이 녀석의 마나 특성.’

오러가 더욱 거대해졌다.

‘감정에 의한 마나 증폭인가.’

절망에도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걸 멈추지 않으려 한다.

감정을 고조시키고 다시 덤벼든다.

누가 가르쳐서 그런 게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해내고 있다.

‘그런 사람을 세상은 영웅이라고 하지.’

***

“허억- 허억- 우욱!”

루크가 입을 틀어막고 가까스로 토악질을 멈추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최선을 다해 움직였는데도 역시 스치지도 않았다.

‘굉장해.’

루크는 자신의 앞에 태연하게 앉아 있는 레오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레오씨.”

“왜?”

“저도…… 영웅이 될 수 있을까요?”

“그거야 모르지.”

레오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불가능에 도전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면 사람은 언제나 위대한 위업을 이룰 수 있어.”

“아, 리시나스님이 했던 말이군요!”

“그래.난 멘티 같은 건 안 받아도 상관없지만 한 번 발버둥 쳐봐.”

레오가 피식 웃었다.

“한계를 넘어서는 것도 영웅이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 역시 영웅이 해야 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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