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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63화 (263/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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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누구냐?”

보르만을 쓰러트린 듀란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재미있겠는데?”

“다음은 내가 붙어 볼까?”

듀란의 강함에 아조니아 학생들은 흥분된 반응을 보였다.

‘확실히 우리 학교 녀석들이랑은 다르군.’

그 모습을 보며 듀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루메른 학생들은 압도적인 강자들과 되도록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망설임 없이 덤비지만 평소에는 질 싸움을 굳이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아조니아 학생들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전의를 불태운다.

‘재미있군.’

듀란이 호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에 순간적으로 앞다투어 듀란과 붙으려던 아조니아 학생들이 움찔- 했다.

순간적으로 듀란의 기세에 압도 당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더더욱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듀란에 앞에 서려 할 때였다.

“듀란 군~”

첸 시아가 듀란을 불렀다.

“클로에 양은 자력으로 탈출했데요. 일을 저지른 아조니아 학생들도 모두 냉동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하니 더 이상 아조니아 학생과 싸울 이유는 없어요.”

“흥. 이쪽은 그런 것과 관계없이 기세등등하다만?”

듀란이 코웃음을 쳤다.

그 말에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된대요. 곧 두목 고양이가 온다고 하니까요.”

“두목 고양이?”

쾅-!

듀란의 의문은 곧 풀렸다.

이곳은 아조니아 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 정원.

그 호텔 정문을 걷어차고 푸른 눈을 사납게 치켜뜬 아르가 등장했다.

“야이 짜식들아! 내가 사고 치지 말라고 했잖아!”

“끄윽…… 기절 했었나……?”

때마침 정신을 차린 보르만이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우다다다다다-! 뻑-!

“컥?!”

도끼눈을 뜬 아르가 달려와 보르만의 턱을 걷어찼다.

쿵-!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보르만은 다시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아르는 모여 있는 아조니아 학생들 사이로 달려들어 학생들을 마구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네가 아무리 학년 대표라도 다른 파벌의 학생들을 함부로 손대는 건 용납 받지 못할…….”

“닥쳐!”

“끄어어어어!”

손톱을 세운 아르가 으르렁거리며 항의하는 학생의 얼굴을 할퀴어 버렸다.

안면을 부여잡고 버둥거리는 학생들의 머리를 짓밟으며 아르가 사납게 소리쳤다.

“너희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루메른 학생을 납치하고! 그 친구들을 찾으러 온 루메른 애들이랑 싸움박질한 거라고!! 외교 문제 생기면 너희가 책임질 수 있냐!!”

푸른색 눈을 번뜩이며 송곳니를 드러낸 아르가 입에서 불을 뿜듯 포효했다.

아르의 목소리가 좌중을 압도했다.

아조니아 학생들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듀란은 온몸을 짓누르는 아르의 기세를 오러를 일으켜 떨쳐냈다.

‘하울링.’

오래전 용자 아르온이 만들어내 수인들에게 전파한 수인 고유의 오러 스킬.

하지만 수인의 고유 기술이라고 해도 누구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인 중에서도 하울링을 사용할 수 있는 건 극소수뿐.

‘선천적으로 우두머리의 자질을 가진 자.’

그렇기에 하울링을 사용할 수 있는 수인은 특별하다.

‘게다가 사용자마다 그 능력 또한 다르다고 들었는데.’

하울링의 기본 효과는 적에 대한 공포 부여다.

강력한 외침으로 적을 주눅 들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개개인 마다 효과가 있다.

자신의 공격력과 방어력, 혹은 민첩성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일종의 버프 효과.

듀란은 손에 쥔 검을 쥐락펴락했다.

‘아조니아 2학년 최강.’

아르에 대한 명성은 듀란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무시무시한 괴물이라지?’

듀란의 황금색 눈이 가늘게 떠졌다.

‘그리고 레오 플로브는 이 녀석을 쓰러트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듀란이 입을 열었다.

“아르 튠.”

“응?”

듀란의 부름에 아르가 그를 보았다.

그리고 하얀 꼬리를 살랑거리며 말했다.

“겨울 방학 때 봤었지? 우리 빌어먹을 짐승들이 너희에게 폐를 끼친 것 같네. 학년 대표로서 사과…….”

“사과는 필요 없다. 어차피 우리도 너희 쪽을 두들길만큼 두들겼으니 말이야.”

보르만과 붙기 전 셀리아, 첸 첸시아와 함께 수십 명의 아조니아 학생을 두들겨 팼다.

게다가 클로에 역시 자력으로 탈출했다고 한다.

‘클로에 녀석의 성격상 순순히 탈출했을 리는 없지.’

이미 갚아줄 만큼 갚아줬다.

루메른도 작은 헤프닝이 외교적인 문제로 커지는 건 바라지 않았다.

“아, 이해해줘서 고마…….”

스윽-

“이게 무슨 짓?”

아르는 자신에게 겨누어진 듀란의 검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한 판 붙었으면 하는군.”

듀란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호전성이 우리 학교 애들…… 아니, 그 이상이네. 위험한 녀석 같아.’

아르의 입꼬리도 서서히 올라갔다.

파악-!

콰앙-!

아르가 주먹으로 듀란의 검을 쳐냈다.

듀란은 검을 다잡았다.

‘과연.’

손에서 느껴지는 저릿함에 힘을 꾹 주었다.

‘소문대로 괴물이군.’

돌변한 아르의 분위기에 듀란이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듀란을 보며 자세를 낮춘 아르가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분위기가 돌변했네.”

셀리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작년 겨울 방학 때 셀리아는 아르를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대련해 볼 기회는 없었지만.’

그때 보았던 아르는 지금과 분위기가 달랐다.

그녀의 강함을 부정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조니아 학년 대표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다.

실제로 걸핏하면 레오가 ‘바보 고양이’라고 놀리는 것에 어버버할 뿐이라 푼수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 딴 사람 같았다.

여기까지 풍겨오는 살벌한 분위기에 저절로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굉장히 무서운 고양이네요.”

첸 시아는 평소처럼 웃는 얼굴로 말하자 르웬이 깔고 앉은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요. 파벌 학생 외에도 그녀를 두목 고양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답니다.”

르웬의 말에 첸 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법 귀여운 별명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두목 고양이.”

“여러분이 듣기에는 귀엽겠죠. 실제로 겉모습은 귀엽게 생기기도 했고요.”

르웬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까지 차분하고 영악한 분위기를 내뿜던 것과 달리 그 눈에는 수인 특유의 호전성이 강하게 깃들어있었다.

“하지만 아조니아 학생들은 쉽게 남을 리더로 인정하지 않아요. 특히 파벌이 다른 학생들은 더더욱.”

아조니아는 강함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자신보다 강한 강자는 언젠가 꺾을 대상으로 여긴다.

물론 2~3년쯤 동고동락을 하게 되면 절대 이길 수 없는 강자라고 인정하고 리더로 대우하지만, 그전까지는 끝없이 덤벼들기만 한다.

그런데 아르는 단 반년 만에 같은 학년의 대다수에게 ‘두목’ 이라 불리고 있다.

“나나 다른 파벌의 리더들에게 그녀는 괴물 고양이로 보인답니다.”

콰앙-!

아르가 휘두른 주먹에 듀란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확실히 괴물이긴 하네요.”

털을 곤두세우고 하악- 질을 하는 아르의 모습에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그나저나 큰일이네요. 그녀는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데 말이에요.”

“듀란 군 역시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말리고 싶지만, 저 상태로는 말리기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첸 시아가 곤란하다는 미소를 지을 때였다.

“후읍!”

아르가 숨을 들이켰다.

“크어어어어어어어엉-!”

그녀의 입에서 사나운 맹수의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악-!

순간 공기가 짓눌렸다.

“큭!”

“하, 하울링!”

아조니아 학생들이 귀를 부여잡고 휘청거렸다.

셀리아와 첸 시아 역시 귀를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렸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하울링이었다.

말 그대로 전투를 위한 하울링.

“이런.”

르웬이 교복 옷자락으로 입을 가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본격적으로 할 모양인데요.”

‘흥. 바보 고양이. 말리려다가 결국 자기가 큰 사고를 치네. 저러다 징계라도 당하면 나야 좋지 뭐.’

르웬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을 때였다.

텁-!

“어머? 루메른의 학생회장님, 말리시게요?”

르웬이 환하게 웃으며 레오에게 물었다.

“저대로 내버려 둘 순 없잖아.”

“당신을 보면 더 흥분해서 덤빌지도 모르는데요? 저 애는 바보라서 한 번 불붙으면 상대를 안 가려요.”

르웬의 말을 무시하고 레오는 두 사람 사이로 난입했다.

‘어디 한 번 실력 좀 볼까?’

르웬의 눈이 휘었다.

‘대련에서는 승산이 없겠지.’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

그리고 루메른 최연소 학생회장.

거기에 더해 벌써 1학년 때 대영웅의 세계를 공략했다.

힘의 차이는 명백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무술로만 한정한 대련에서는 승산이 있어.’

레오의 강함은 올 클래스의 강함.

순수하게 기량을 겨루는 무술 대련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아조니아 학생들은 생각했다.

‘약점이 있나 찾아 볼까?’

자리에서 일어난 르웬이 여우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눈을 빛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첸 시아가 진하게 웃었다.

첸 시아는 르웬이 아조니아 학생답지 않게 상당히 영악한 학생이란 걸 한눈에 꿰뚫어 봤다.

‘게다가 레오 도령을 노리고 있는 것 같고.’

만약 순수하게 대련을 청한다면 내버려 둘 생각이지만 수작을 부린다면.

‘가만 안 둬.’

첸 시아가 빙긋 웃자 르웬이 부르르 몸을 떨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방금 뭔가 한기가?’

***

콰각-!

아르가 팔을 휘두르자 바닥에 거대한 손톱 모양의 상흔이 생겨났다.

그걸 피해낸 듀란이 오러를 일으켰다.

파지지직-!

‘오러 아머.’

온몸에 뇌전을 두른 듀란이 검을 다잡았다.

오러 아머는 보통 방어를 위한 것.

하지만 듀란은 오러 아머를 공격의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콰악-!

듀란이 아르를 향해 돌격했다.

아르는 그런 듀란의 품에 빠르게 파고들어 주먹을 쥐었다.

근접 전투에서는 주먹과 발을 쓰는 아르가 유리했다.

자신의 목을 붙잡기 위해 아르가 손을 뻗었다.

듀란은 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그런 아르의 손을 잡았다.

“응?”

“꽤 따끔할 거다.”

파지지지지지직-!

“으냑?!”

감전된 아르의 털이 곤두섰다.

“끄으으으으-!”

번개의 오러에 전통으로 감전된 아르가 고개를 젖히고 괴로워했다.

번뜩-!

하지만 뒤로 젖힌 머리를 세워 번뜩이는 눈으로 듀란을 노려보았다.

꽈악-!

“꽤 아플 거야.”

흉악한 미소와 함께 아르의 반대 손이 듀란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듀란은 망설임 없이 아르와 거리를 벌렸다.

콰앙-!

하지만 아르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자 거대한 풍압이 듀란의 몸을 덮쳤다.

‘충격파만으로?!’

듀란이 눈을 부릅뜨며 그대로 날아갔다.

콱! 콰드드드득-!

바닥에 검을 꽂아 버텨냈다.

하지만 충격을 주체 못 한 듀란의 몸은 쭉 뒤로 밀려났다.

콱-!

가까스로 발바닥에 힘을 줘 멈춘 듀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재미있군.”

“나도 재미있어!”

아르가 씩- 웃으며 자세를 낮출 때였다.

“거기까지.”

레오가 중간으로 난입했다.

아르는 멈칫했고 듀란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 이상 싸우면 곤란해. 바깥에서는 우리 학교 애들이랑 아조니아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어. 그것부터 말려야 하는 게 우선 아닐까?”

레오의 말에 듀란이 어깨에 검을 걸쳤다.

“클로에가 탈출했으니 알아서 멈출 것 같다만?”

“그렇기야 하겠지. 하지만 너희가 계속 싸우면 사건이 수습되지 않아.”

“흥. 빨리 결판을 내면 된다.”

“그러면 컨디션을 회복하고 붙어.”

“뭐라고?”

“앞선 싸움으로 체력적으로 정상이 아니잖아?”

레오가 기절한 보르만을 턱짓했다.

그런 레오의 말에 빤히 레오를 노려보던 듀란이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네놈의 그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는 태도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레오 플로브.”

듀란이 검을 꽂아 넣고 떠났다.

“한참 재미있었는데 방해하기냐? 검은 토끼.”

아르가 팔짱을 끼고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씩- 웃었다.

“뭐, 난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으니까. 마침 잘됐네. 이번 스미스 계약기간 동안 너랑 붙어보고 싶었는데!”

아르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어! 나랑 싸우자! 검은 토끼!”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한 아르가 자세를 낮추었다.

“확실히 평소보다 말을 안 듣네.”

“내가 네 애완 고양이인 줄 아냐! 항상 네 말에 따르게! 야생 동물을 쉽게 보면 물린다고!”

하악-! 거리며 아르가 레오에게 덤벼들었다.

그 모습을 본 아조니아 학생들은 오오! 하고 주먹을 쥐었다.

아조니아 2학년 대표와 루메른 2학년 대표의 싸움!

싸우는 것만큼이나 싸움 구경을 좋아하는 아조니아 학생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였다.

레오는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아르를 향해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흥.”

“……!”

팟-!

순간 아르가 눈을 부릅뜨고 다급히 레오와 거리를 벌렸다.

온몸의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처럼 엉덩이를 들고 상체를 낮춘 채 손으로 바닥을 짚고 있었다.

꼬리는 빳빳하게 ! 자로 선 상태였고 턱에는 식은땀이 뚝- 뚝- 흐르고 있었다.

그런 아르를 바라보던 레오가 피식 웃으며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셀리아와 첸 시아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레오는 아조니아의 숙소를 떠났다.

“당신 답지 않네요.”

르웬은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품을 하고는 숙소로 들어갔다.

몸을 일으킨 아르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식은땀이 흥건했다.

일순간 레오의 등 뒤로 늑대의 형상이 보였다.

지난번 여름 방학 때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랐다.

그리고 와 닿는 충격 역시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건 분명…… 하울링이었어.’

아르가 교복 치마에 손을 닦았다.

인간이 하울링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아르는 레오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은 토끼. 넌 대체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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