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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64화 (26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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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조니아 학생들과 소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날 저녁.

데미안으로 향하기 전 아인이 셀리아와 첸 시아, 듀란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아조니아쪽에서 먼저 클로에 뮐러를 데려가긴 했지. 하지만 너희라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인의 말에 셀리아가 말했다.

“교수님들에게 말씀을 드렸다면 큰 마찰 없이 끝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 됩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아조니아와 싸웠다는 건가?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빌미는 그쪽에서 제공하긴 했지만 잘못했다가는 학교 간의 항쟁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4대 영웅 사관 학교의 시작은 같다.

설립자인 개벽의 영웅들이 후대를 이을 영웅들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었다.

각 설립자들의 개성과 특성, 그리고 종족에 의해 방향성은 달랐지만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였다.

바로 타르타로스의 완전한 토벌.

그렇기에 모든 영웅 사관 학교는 협력 관계였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만큼 서로 간의 마찰은 피할 수 없다.

목표가 같다고 해도 방향성이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 그런 이유 덕분에 영웅 사관 학교는 물론이고 각 종족끼리도 대규모 전쟁이 있었던 적도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것이 바로 인간과 엘프의 전쟁.

두 학교 간의 자존심을 건 루세전 역시 시작은 ‘종족 간의 화합’을 위한 친선전이었다.

그 전쟁의 영향으로 지금도 엘프의 영토에는 인간은 물론이고 다른 종족이 함부로 발을 들이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과 엘프.

두 종족 간의 전쟁은 루메른과 세이룬의 학생 간의 항쟁으로 시작되었다.

아인의 말에 듀란이 말했다.

“교수님들께 말씀을 드리지 않고 저희가 직접 클로에 뮐러를 구하러 간 이유는 학생들의 문제는 학생들이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게다가 아조니아 학생들은 레오 도령을 노리고 있었어요. 그걸 위해 과격한 방법을 쓴 만큼 경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학교 학생들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경고요.”

“아마 교수님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으면 얕보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더 과격한 방법을 썼을지 모르죠.”

싸늘한 분위기를 내뿜던 아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제자들의 태도가 마음에 든 것이다.

짝짝짝-

“엘레강스! 엘레강스!”

그때 세드젠 교수가 감격한 얼굴로 박수를 치며 난입했다.

“동료를 위해! 친구를 위해! 불의를 참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루메른의 기사도! 훌륭하다! 셀리아 학생! 첸 시아 학생! 듀란 학생!”

“아인 교수! 이들에게는 벌이 아닌 상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되네! 세 사람에게 태도 점수로 50점씩을……!”

“세드젠 교수님. 1학년 때 자기 반 제자들이었다고 점수를 막 주시면 곤란합니다.”

“아인! 자네는 내가 고작 그런 이유로 점수를 주는 편협한 교수로 보이는가!”

세드젠이 역정을 내었지만, 그가 자신이 관리했던 학생들에게 커다란 애정을 보내는 건 이미 유명하다.

“세드젠 교수님이 말씀하신 점수는 과하지만 너희의 행동은 상을 받아 마땅하다. 너희에게 10점씩 추가 점수를 주도록 하지.”

“아인, 자네 요즘 할린드의 앞잡이 노릇을 톡톡히 하더니 그 친구처럼 점점 더 좀생이처럼 변해가는군.”

세드젠의 말에 아인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가서 데미안으로 갈 준비를 하도록.”

“네.”

동시에 대답한 세 사람이 나섰다.

세 학생이 나간 후 아인이 물었다.

“아조니아 쪽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왔네. 앞으로 그런 같은 일은 없을 거라는 약속도 받았고.”

“시작부터 소란스럽군요.”

“그럴 수밖에. 루세전과는 다르니까.”

루세전은 루메른과 세이룬의 연례 행사.

그런 만큼 매년 준비를 하고 루메른과 세이룬 학생들도 서로에 대해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데미안에서 네 개의 영웅 사관 학교를 한 자리에 모았다.

종족이 다른 만큼 가치관도 다르다.

또한 종족을 대표하는 영웅 후보생으로서 프라이드도 강하다.

그런 이들이 갑작스럽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4대 영웅 사관 학교는 기본적으로 협력 관계이지만 학과 일정이 겹치는 일은 거의 없다.

하물며 학년 전체가 2주일 동안 한 장소에 공동으로 생활하는 일은 더더욱 드물다.

하물며 이번 2학년 세대는 어느 학교를 가릴 것 없이 특별하다.

“우리는 앞으로 세계를 이끌어갈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걸 보는 것일지도 모르네.”

세드젠의 말에 아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그렇다면 루메른의 교수로서 이보다 영광스러운 일은 없겠군요.”

***

해가 지고 루메른 2학년들은 데미안으로 향했다.

드웨로니아에 붙은 거대한 탄광이 바로 데미안의 입구였다.

거대하고 기나긴 갱도가 펼쳐지자 여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아앙! 모처럼 외출용 교복을 입고 왔는데 엉망이 되잖아~”

“데미안 입구는 길이 왜 이래!”

그 불만 소리에 깍지 낀 손을 뒤통수에 댄 칼이 중얼거렸다.

“벌써부터 난리네. 그나저나 걱정이다, 걱정이야.”

“뭐가?”

칼의 중얼거림에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웨로니아에 오자마자 한 시간도 안 돼서 우리랑 아조니아 사이에서 사건이 터졌잖아.”

칼이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4대 영웅 사관 학교가 한자리에 모였어. 얼마나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겠어?”

“그런가?”

심드렁한 첼시의 반응에 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 거지. 게다가 이번에는 말이 초대지 데미안 쪽에서 다른 영웅 사관 학교 학생들을 품평하겠다고 부른 거나 마찬가지야.”

“그건 좀 기분 나빠.”

“뭐, 우리나 아조니아야 기분이 살짝 나쁘고 말겠지만.”

칼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세이룬은 아주 난리 칠 수도 있어. 세이룬 애들은 자신들이 4대 영웅 사관 학교 중 제일 우수하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애들이잖아?”

칼의 말에 첼시는 세이룬 학생들을 떠올렸다.

“확실히 그렇네.”

1학년 수학 여행 때 세이룬 학생들은 루메른 학생들을 깔보고 있었다.

물론 수학여행이 끝날 무렵에도 상당수의 학생이 그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리고 루세전 때도 대부분 세이룬 학생들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눈빛을 보냈다.

“데미안에서 루메른과 아조니아, 세이룬을 같은 급으로 놓고 평가하겠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자존심에 타격이 엄청 입은 거라고. 그 고귀한 세이룬 학생님들은 말이야.”

칼이 혀를 찼다.

첼시야 마법학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인 만큼 상대적으로 세이룬 학생들이 인정을 해줬지만, 칼은 아니다.

칼의 성적을 들은 순간부터 대놓고 깔보거나 무시했다.

‘우리 학교 귀족 애들이 귀엽게 보일 수준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아무리 오만해도 초대 받은 입장인데 대놓고 무례한 짓을 저지르겠어?”

레오의 말에 칼이 에효! 한숨을 쉬었다.

“그렇기는 한데. 지금 세이룬의 임시 교장을 맡은 사람이 정말 엄청나다더라.”

“나도 교장이 바뀔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임시 교장이 정해졌어?”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바로 얼마 전에 바뀌었대. 루메른 내에서도 아는 애들 거의 없는 따끈따끈한 뉴스지. 문제는 교장이 된 인물이야.”

칼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르하겐 리 크레오.”

“엑?”

첼시가 대놓고 인상을 찡그렸다.

“누군데.”

“레오 오빠. 르하겐을 몰라? 유명한 엘프 영웅이잖아?”

“요즘 영웅들에 대해서는 잘 몰라.”

“아, 하긴. 레오 오빠 은근히 그쪽으로 관심 없었지?”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영웅은 선망의 대상이기에 영웅 후보생이라면 누구나 한, 두 명 정도는 존경하는 현직 영웅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레오는 루메른에서 영웅학 수업에서 알게 된 옛날 영웅에 대해서만 알뿐.

현재를 살아가는 영웅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레오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영웅이나 현재의 영웅이나 모두 까마득한 후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시조의 기사’라고 칭하는 영웅이야. 시조의 광신도지.”

칼이 혀를 찼다.

“극심한 종족주의자로 유명해. 심지어 다른 종족 영웅들은 대놓고 무시하는 인간이야.”

칼의 말에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그거 완전 꼴통이잖아?”

“꼴통이지.”

“아무리 세이룬이라도 그런 작자를 교장으로 앉히는 건 이상한데?”

엘프의 종족주의적 성향은 이미 재앙의 시대 이전부터 유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엘프가 그런 성향을 지닌 건 아니다.

루나 역시 엘프의 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먼 엘프였다.

‘걘 지나치게 그런 걸 신경 안 쓰는 왈가닥이라 문제였지만.’

지나친 권위주의는 종족을 썩게 만든다.

엘프 역시 그것을 모르는 게 아닐 터.

그런 만큼 세이룬의 교장은 넓은 시각을 가진 현명한 인물이 어울리는 자리였다.

‘고위 엘프들 역시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종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 교장이 되었다고 한다.

레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물 여왕의 세이룬 침공이 문제였어.”

“그게 문제였다고.”

“그래. 거기에 시조님이 강림하셨잖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성운의 시조와 시작의 영웅 카일의 강림은 기적으로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별의 마법의 궁극기.

종언으로 마물 여왕을 토벌하는 모습은 루메른과 세이룬의 모든 이들이 지켜봤다.

“엘프들은 그날을 기적의 날로 정했어. 거기에 더해 세이룬은 성지화가 되어 보존을 위해 세이룬 자체를 이전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심하군.”

“응,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칼이 한숨을 쉬었다.

“시조님이 현세에 모습을 드러낸 기적으로 인해 엘프들 사이에서 종족주의자들의 발언권이 강해졌어.”

칼의 말에 레오가 인상을 썼다.

‘지금 시대의 엘프 종족주의자들은 대부분 루나의 광신도라고 했던가?’

성운의 시조 루나를 대영웅 중 최고라고 칭송하는 자들.

심한 이들 중에는 오로지 루나만이 진정한 대영웅이라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다.

레오의 머릿속으로 루나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언제나 자신만만했던 바보.’

루나는 쉽게 기고만장하고 쉽게 풀이 죽는 엘프였다.

언젠가 자신이 엘프들 사이에서 위대한 위인으로 칭송받을 것이라 으스대곤 했지만…….

‘이런 식으로 숭배받는 건 원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친구를 떠올리며 레오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는 사이 갱도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거대한 성을 보고 루메른 학생들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활짝 열린 성문.

그리고 그 앞에 네 개의 거대한 동상이 보였다.

마치 살아 움직일 것처럼 조각 된 동상.

“이게 데미안의 명물, 대영웅들의 동상이구나.”

누군가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동상들 옆에는 새로운 동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직 얼굴은 제대로 조각 되지 않았고 대략적인 형태를 깎아 나가고 있었지만 루메른 학생들은 이 동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네 명의 대영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웅이라면 한 명 뿐이다.

“시작의 영웅 카일의 동상이구나.”

“와! 나 카일님의 얼굴은 본 적 없는데!”

“완성되면 꼭 보고 싶어!”

학생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모두가 동상에 한 눈이 팔려 있을 때.

레오는 높디 높은 데미안의 교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높은 꼭대기.

두근-

심장이 뛰는 걸 느끼며 레오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느낌은…… 설마 부르고 있는 건가?’

마나가 반응한다.

하지만 레오의 마나가 아니었다.

레오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드웨노의 마나.

지난번 피브아의 신력에 의해 각성했던 드웨노의 불꽃이 반응하고 있었다.

‘자신의 창조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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