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72화 (272/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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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언.

마법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최강의 주문.

기나긴 마법의 역사 속 수없이 많은 마법의 천재가 등장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 천재 중에서 성운의 시조, 루나 루비넌스를 뛰어넘는 자가 없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종언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종언이라는 주문이 탄생한 이후.

주문의 제작자. 루나 외에는 완벽하게 종언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는 없었다.

‘……라고 역사에는 알려진 상태지.’

레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지금 시대에도 종언의 명맥은 유지되고 있다.

단순히 유지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전히 최강의 주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코 원본은 아니었다.

‘애초에 지금 사용되는 별의 마법 자체가 원본이 아니지만.’

별의 마법은 원래 루나의 고유 마법 체계.

레오의 고유 마법 체계인 바이블과 같은 루나가 가진 마력 특성을 이용한 마법이었다.

그 마법 술식을 오랫동안 개량하여 엘프라는 종족 특성에 맞춘 것이 지금의 별의 마법.

그리고 종언은…….

‘3000년 전 혜성의 마법사, 세이룬이 부활시켰지.’

개벽의 영웅 중 한 사람.

혜성의 마법사 세이룬.

엘프 역사에서는 루나 다음의 천재라고 칭송받는 마법사였다.

‘뭐, 천재가 맞긴 하지.’

재앙의 시대가 종식된 후.

루나가 남긴 마도서를 바탕으로 별의 마법을 익히기 위해 엘프 사이에서는 수많은 종파가 탄생했다.

그 결과 별의 마법은 엘프의 고유 마법이 되긴 했지만, 통일성이 전혀 없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종파마다 특화된 속성이 달랐으며 종파별로 익힐 수 있는 마법과 없는 마법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별의 마법 자체를 익힐 수 없는 엘프들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혜성의 마법사 세이룬이었다.

세이룬은 루나가 남긴 마법을 처음부터 다시 정립했다.

그리고 완성된 것이 바로 지금의 엘프들이 익히고 있는 별의 마법 체계였다.

그리고 세이룬은 루나 이후에 두 번째로 종언을 사용한 마법사라고 역사에는 기록되어 있다.

‘뭐, 사실 두 번째로 사용한 건 나지만.’

레오가 사용하는 별의 마법.

그건 세이룬이 재정립한 체계가 아닌 루나가 사용하던 오리지널 그 자체였다.

레오는 고유 마법, 바이블을 이용해 루나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마법의 위력은 루나와 천지차이지만.’

레오가 아무리 루나의 마법을 그대로 사용해도 결국에는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

‘마력의 질. 그리고 용량과 출력. 어느 하나 루나의 발끝에도 못 미치니까.’

단적인 예로 전성기 시절의 카일이 루나에 버금가는 위력의 종언을 사용하면 그것만으로 마력이 고갈되었다.

하지만 루나는 그만한 위력의 마법을 여러 번 사용해도 쌩쌩할 정도였다.

‘그 녀석은 용량도 출력도 어마어마했지.’

괜히 세계의 운명이 걸린 전투에서 패색이 짙은 상황을 몇 번이나 뒤집은 천재 마도사가 아니었다.

어쨌든 지금의 레오는 루나 이후에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종언의 원본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람이었다.

레오의 말에 레베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루니아 학생은 시조님의 세계 공략에서 아무것도 얻지 않았을 텐데?”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그 사실을 알리면 소란스러워질 테니까요.”

레오의 말에 레베트가 루니아를 바라보았다.

“루니아 학생, 무슨 마법을 공략 보상으로 얻었지?”

“어…… 그러니까…….”

“종언.”

레오의 대답에 레베트의 눈이 부릅떠졌다.

선택받은 엘프만이 배울 수 있는 궁극의 마법.

성운의 시조의 상징인 종언 마법을…….

‘1학년 때 이미 공략 보상으로 얻었다는 건가……!’

세이룬 학생회장의 조건 중 하나.

그건 종언 마법의 사용 유무였다.

종언의 사용자에게 엘프들은 ‘시조의 유지를 잇는 자’ 라는 칭호를 내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너희가 공략한 시조님의 세계는 분명 어린 시절의 시조님! 별의 마법을 완성하기 전의 시조님이라고 들었다! 그 시절의 시조님께서 종언 마법을 사용하실 수 있을 리가…….”

“지금 루나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겁니까?”

“……!”

레오의 말에 레베트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물론 그 시절에 루나는 이제 막 별의 마법의 기초를 만들었던 때지. 당연히 종언도 완성되기 전이고.’

완성은 고사하고 아마 구상조차 하지 않던 시절일 것이다.

루나가 종언을 완성한 건 토벌대에 합류한 이후다.

‘그런데 그걸 니들이 어떻게 확인할 건데?’

이 세계의 역사에는 이미 루나에 관한 자세한 역사가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어느 시절에 종언을 완성했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니 레베트 같은 엘프는 이 한마디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루나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겁니까?’

레베트의 몸이 떨렸다.

‘만약……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루니아 엘 룬드아는…… 시조님의 직계 후계자나 마찬가지다!’

혜성의 마법사 조차 종언의 원본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누구 하나 루나의 세계에서 공략 보상으로 종언을 얻은 엘프가 없다.

레베트가 루니아를 가리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시조님의 마법을 공략 보상으로 얻었다면 왜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왜 사용하지 않은 거지!”

“사용하기에는 미숙하니까 사용하지 않은 거죠. 루나님의 마법은 너무도 강력하니까 지금의 루니아가 감당하기에는 마력이 부족하니까요.”

레오가 루니아 옆에 섰다.

“루나님의 유지를 이은 루니아를 계속 핍박할 겁니까?”

레오의 물음에 레베트가 이를 뿌득 갈았다.

“루니아 학생. 만약 그대가 정말로 종언을 얻은 거라면……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할 거야!”

그 말을 남기고 레베트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루니아가 종언을 익혔는지 익히지 않았는지는 당장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엘프 사회에서 루니아의 지위는 레베트를 아득하게 뛰어넘게 된다.

‘뛰어넘는 정도가 아니야……! 내 지위가 끝장날 수도 있다!’

레베트가 힐끗 고개를 돌렸다.

‘레오 플로브…… 네 이놈!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날 면박해? 이 굴욕은 잊지 않겠다!’

레베트가 떠나고 모든 이들이 레오와 루니아를 주목했다.

“따라와.”

루니아는 이를 악물고 레오의 손목을 잡고 뛰었다.

레오는 그 뒤를 따랐다.

한참을 달려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한 루니아가 귀를 쫑긋거리며 주변 인기척을 살폈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

“어쩌자고 그런 거짓말을 한 거야! 난 루나님의 세계에서 아무런 공략 보상도 얻지 못했는데! 그리고 너도 폴리움을 얻은 게 전부라고 했잖아!”

붉어진 얼굴로 꽥- 소리치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팔짱을 꼈다.

“내가 종언을 공략 보상으로 얻은 건 사실이야.”

“뭐?”

당황하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손바닥을 펼쳤다.

그 위로 복잡한 마법 술식이 떠올랐다.

루니아는 그 마법 술식을 넋을 놓고 보았다.

마법 술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수많은 마력 술식이 아름답게 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움 속에 가공할 만한 파괴력이 잠들어있었다.

“이게 바로…….”

“그래, 성운의 시조. 루나가 남긴 종언의 원본 술식이야.”

루니아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레오, 넌…… 종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성운의 시조의 후계자라고 평가받는 혜성의 마법사조차 이루지 못한 위업을 레오가 이룬 셈이 된다.

루니아의 물음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아니, 난 사용 못 해.”

“뭐?”

“공략 보상으로 종언 마법을 얻긴 했지만 지금 내 마력 출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종언은 그 자체만으로 규격이 대마법에 들어가는 마법.

이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높은 마력 출력이 필요했다.

‘아직 내 신체적 스펙은 전생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니까.’

“하지만 넌 익히기만 한다면 충분히 쓸 수 있어.”

루니아의 마력 출력은 높다.

레오의 말에 루니아가 흠칫했다.

“가르쳐 준다고? 종언을? 하지만…….”

루니아가 머뭇거렸다.

엘프에게 있어 종언을 배운다는 건 엄청난 영광.

하지만 루니아는 섣부르게 대답할 수 없었다.

“레오. 너의 공략 보상이야. 그걸 내가 받아도 될까?”

“이미 모든 학교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너도 공략 보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했어. 받지 않으면 내가 곤란해져. 그리고…….”

레오가 종언의 술식을 바라보았다.

“루나도 바라지 않을까? 엘프가 자신의 마법을 이어주기를.”

레오의 말에 루니아가 주먹을 꾹 쥐고 심호흡했다.

“알았어. 배울게. 하지만 어떻게?”

순수한 종언의 술식은 루나의 고유 마법과 마찬가지다.

“방법은 생각해뒀어. 술식을 재정립했거든. 물론 지금 상태로는 네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걸 보면 도움이 될 거야.”

레오는 품에서 책을 꺼내 루니아에게 건넸다.

표지에는 [별의 마법 입문서]라고 쓰여 있었다.

세이룬에서는 금서 취급을 받고 있는 렌이 저술하여 발표한 논문이었다.

레오 역시 이 논문을 모두 읽은 후 많은 영감을 얻었다.

‘종언의 술식을 재정립할 수 있게 되었어.’

루나의 별의 마법과 바이블을 완벽하게 이해한 레오만이 가능한 술식의 재정립.

이걸 토대로 레오는 루나의 마법을 루니아에게 맞춰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이걸 완벽하게 외우도록 해.”

레오의 말에 눈을 빛내며 마도서를 받은 루니아가 눈을 반짝였다.

“다음은?”

“과외를 해야지.”

“과외? 언제?”

“밤에. 빠져나올 수 있지?”

“응. 룸메이트가 에이란이라 가능해.”

“잘됐네. 앞으로 이 주 동안 밤에는 자기 힘들지도 몰라.”

“알았어.”

“그리고 오늘 밤에 올 때는 에이란과 함께 와 주고.”

“에이란은 왜?”

“줄 게 있거든.”

그 말에 루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시조님의 마법을 배울 수 있다니.”

엘프로서 이보다 큰 영광이 있을까?

몸을 부르르 떠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웃었다.

“빨리 배우는 게 좋을 거야. 넌 한 발 뒤처져 있거든.”

“뒤처져? 누구한테? 너한테?”

“아니. 아르 튠 한테.”

레오의 말에 루니아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조니아의 2학년 대표가 대단한 건 인정해. 하지만 나보다 걔가 앞서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던데?”

“아니, 앞서 있어.”

레오가 피식 웃었다.

“아르는 이미 [용자] 아르온의 능력을 계승했거든.”

“뭐?”

“걘 원하는 때 수화가 가능해.”

루니아가 눈을 부릅떴다.

상시 수화.

아르온의 상징과도 같은 능력.

설마하니 아르가 그 능력을 얻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루니아가 주먹을 꾹 쥐었다.

‘그래, 경쟁자는…… 레오 뿐만이 아니구나.’

루니아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보아하니 좋은 자극이 된 것 같군.’

레오는 피식 웃었다.

‘그 바보 고양이도 과외를 시켜줘야 할 것 같은데.’

레오가 손을 내려다보았다.

동료의 힘을 이은 자로서.

레오는 동료들의 능력을 후대에 전할 의무가 있었다.

‘루나가 루니아를 봤다면 분명 제자로 삼으려고 했겠지.’

아르에게 경쟁심을 불태우던 루니아가 레오를 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뭐야? 그 표정은?”

“내 표정이 어떤데?”

“중년 아저씨가 파릇파릇한 십대를 보는 듯한 변태 같은 표정?”

“……넌 정말 루나의 후계자에 어울리는 녀석이야, 내가 보기에는 넌 정말 루나를 닮았어.”

“어머, 칭찬 고마워!”

루니아가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칭찬이 아니라 욕인데.”

“루나님을 닮았다는 게 왜 욕인데! 너 지금 루나님을 모욕한 거지!”

눈을 치켜들고 덤벼드는 루니아를 밀어내며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어째 성격이 이렇게 똑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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