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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84화 (28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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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보글!

“……!”

갑작스럽게 입과 코로 물이 들어왔다.

눈을 부릅뜬 아르가 미친 듯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푸화! 콜록! 콜록!”

가까스로 물 위로 올라온 아르가 미친 듯이 기침을 해댔다.

“다들 무사하냐?!”

옆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칼도 수면 위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저, 전 괜찮아요!”

에이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물에서 빠져 나오자!”

칼은 그 말과 함께 플라이 마법을 사용했다.

에이란 역시 마법을 이용해 몸을 띄웠다.

아르는 오러 스텝을 사용해 물 위에 섰다.

각자의 방법으로 물 위를 빠져나온 세 사람은 몸을 말렸다.

“검은 토끼랑 세이룬의 대표, 그리고 말투 이상한 드워프는?”

푸드드득-!

물기를 날리기 위해 몸을 털며 아르가 묻자 에이란이 교복을 짜며 대답했다.

“그, 글쎄요. 주변에는 없는 것 같은데요?”

다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에이란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나저나 우리 지금 드웨노님의 히어로 레코드 속으로 들어 온 것 맞죠?”

“그래. 분명 메시지에 그렇게 떠 있었어.”

아르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아공간을 열었다.

“일단 이걸로 물 좀 닦아. 지금 모습이 사춘기 소년에게는 자극이 조금 심하걸랑.”

칼의 말대로 현재 아르와 에이란은 교복이 몸에 착 달라붙어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칼의 말에 에이란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칼의 수건을 받았다.

“훗, 이 누나의 모습에 두근두근 하나 보군!”

“어, 그래.”

“그 무례할 정도의 시큰둥한 반응은 뭐얏!”

송곳니를 드러내고 손톱을 세우며 눈을 치켜뜨는 아르였지만 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에이란과 비교하면 굴곡이 슬플 정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악질하는 아르에게도 수건을 건네주었다.

“와, 이 수건. 굉장하네요. 닦는 것만으로 뽀송뽀송해져요!”

에이란은 물기를 빨아들이듯 흡수하는 수건을 보며 감탄했다.

순식간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에이란을 보며 아르도 칼이 준 수건으로 몸을 닦아 보고는 감탄했다.

“훗, 내가 만든 상품이야. 1회용이지. 우리 학교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아.”

특히나 칼이 소속된 노블에는 귀족가문 아가씨들이 많기에 더더욱 인기가 좋았다.

“그나저나 레오랑 루니아, 드리아나와 어서 빨리 합류해야…….”

본론으로 돌아온 칼이 말을 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굴이 굳었다.

칼뿐만 아니었다.

에이란 역시 살짝 하얗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지금의 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잿빛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칼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드웨노의 영웅의 세계에 들어왔으니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 있는 시대는 재앙의 시대니까.’

수많은 문헌을 통해 수도 없이 많이 들었던 시대.

머나먼 영웅의 세계를 공략했던 영웅들의 증언에서 그 시대의 하늘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본 잿빛 하늘은 칼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이것이…… 세상이 멸망해간다는 증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영웅.

그중에서도 오직 선택받은 자만이 볼 수 있었던 풍경.

하늘이 말하고 있는 듯했다.

아직 너희에게는 이르다고.

에이란 역시 기가 질린 듯 목을 움츠렸다.

“역시…… 무섭네. 저 하늘은.”

한 번 경험이 있는 아르도 긴장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단 공략 목표부터 확인하자.”

아르가 침착하게 말했다.

아르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공략 목표를 확인하기 위해 의식을 켰다.

[공략 목표: -]

“켁!”

하지만 눈앞에 떠오른 공략 목표 메시지를 보며 칼이 비명을 내질렀다.

공략 목표는 공란이었다.

아르와 에이란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영웅의 세계 경험이 있는 세 사람조차 공략 목표가 공란인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상 사태…… 설마 영웅 던전인가?”

아르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공략 목표는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는 핵심.

공략 목표를 토대로 공략을 이루는 게 보통인데 지금은 공략 목표가 공란이었다.

“그러고 보니 영웅의 세계에 입장할 때도 이상했지?”

드웨노의 세계인 건 메시지에 나왔지만 어떤 사건인지는 가려져 있었다.

“일단 조사부터 해보자.”

“그래.”

빠르게 할 일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움직이려는 순간.

파바바바밧-!

“……!”

세 사람의 주변으로 무장한 이들이 빠르게 포위했다.

그에 따라 세 사람도 자연스럽게 전투태세를 취했다.

“수상한 녀석들이다!”

“정령의 호수에 침입하다니! 정체를 밝혀라!”

“타르타로스의 첩자냐!”

각양각색의 종족들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 걸 보며 세 사람은 놀랐다.

‘재앙의 시대라면 이게 당연한 건가?’

칼은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며 경계를 풀고 양손을 들어 올렸다.

“잠시만요. 저희는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네, 그저 길을 잃은 것뿐이에요.”

에이란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라! 이곳은 도시의 수원지! 철저하게 경계되고 있는 곳이다! 길을 잃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대장으로 보이는 인간이 언성을 높였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순순히 이 사람들의 말을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제 생각도 그래요.”

“어쩔 수 없지. 아차 싶으면 기회를 봐서 탈출하든지 하자.”

세 사람이 잡히려 할 때였다.

“무기들을 거둬. 그 애들은 타르타로스의 첩자는 아니야.”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과 에이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르의 귀는 쫑긋거렸다.

아르는 이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었다.

무장을 한 경비병들을 헤치고 수인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 있는 건 백랑의 수인이었다.

거칠게 자란 하얀 머리카락에 날카로운 황금색 눈동자.

칼과 에이란의 몸이 떨렸다.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세상을 구원한 대영웅 중 한 사람.

‘용자…… 아르온!’

‘드웨노님의 세계인데 어째서 용자님이!’

불가능했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전설 속의 인물이자 용기의 상징이 눈앞에 있다.

영웅 후보생으로서 이보다 더 큰 영광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칼과 에이란이 감동에 몸을 떨 때였다.

확-!

아르가 엄청난 속도로 아르온에게 돌진했다.

주변 이들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아르온님! 아르온님이다!”

“히이이익?”

늠름하던 아르온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아르온 뿐만 아니다.

주변을 경계하던 경비병들 역시 일순간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르의 눈은 맛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멋있어요! 후욱! 후욱! 존경해요! 하악! 하악!”

“떠, 떨어져어!”

겁에 질린 아르온이 자신의 발을 감싸 안고 매달린 아르를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수상한 녀석들이 아르온님을 위협했다!”

“어서 제압해!”

“역시 이놈들은 타르타로스의 첩자가 분명해!”

“체포해!”

일순간 주변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결국 아르온을 보고 흥분한 아르에 의해 세 사람은 체포당하고 말았다.

***

화르르르륵-!

그곳은 불의 세계였다.

주변이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그곳에 루니아와 드리아나가 서 있었다.

“당신 괜찮아?”

“이래 봬도 불의 내성이 뛰어나다네.”

“또 이상한 말투로 돌아왔네.”

루니아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보통 사람은 서 있기조차 힘든 곳에서 루니아와 드리아나는 태연하게 서 있었다.

룬드아 가문은 태어날 때부터 피닉스의 불꽃을 다루는 만큼 루니아에게 이 정도 불꽃은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드리아나 역시 지금은 스미스의 길을 포기했지만 어려서부터 불꽃과 함께해 온 만큼 강한 불의 내성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이 정도 불꽃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나저나 이 불꽃은 대체 뭐지?”

“……정령의 불꽃 같네.”

루니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도 보통 정령이 아니야. 대정령급의 정령이야.’

환수술사의 재능을 타고 났지만 소환사로서 정령술에도 상당히 일가견 있는 루니아는 이 불꽃을 손쉽게 파악했다.

‘게다가…… 피닉스의 힘도 느껴져.’

불꽃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잔향에 루니아가 팔짱을 꼈다.

‘이 공간은 대체 뭘까?’

루니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쿵-! 쿵-!

지축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루니아와 드리아나가 멈칫했다.

큐웅-!

“골렘?”

불꽃 속에서 거대한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 몸에 불꽃을 휘감은 파이어 골렘을 보며 루니아가 빙긋 웃었다.

“이곳을 지키는 가디언인가 보네?”

“흠.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일단 이걸 쓰러트려야겠군.”

골렘은 보통 영역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많이 이용 된다.

특정 지역을 수호하는 만큼 가디언으로 이용되는 골렘은 매우 강력하며 침입자에게 적의를 드러낸다.

하지만 루니아도 드리아나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두 사람은 영웅 후보생.

골렘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전방에 선 드리아나가 아공간에서 전투 해머를 꺼냈다.

루니아는 자연스럽게 후방에 섰다.

한 번도 합을 맞춰 보진 않았지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전투 진영을 짰다.

루니아는 세이룬 2학년 최고 우등생인 만큼 전투에는 이골이 났다.

드리아나 역시 지금은 아니지만 전직 데미안의 학년 대표.

그 실력은 진짜였다.

스윽-

전투 태세를 취한 둘을 보며 골렘이 발을 들었다.

콰악-!

“……!”

쾅-!

그 순간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힌 골렘의 팔이 드리아나를 날려 버렸다.

드리아나가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그걸 본 루니아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뭐야! 이 골렘!’

마법 공학의 결정체 골렘.

하지만 그 육중한 질량 때문에 움직임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 골렘 단순한 골렘의 카테고리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골렘이 루니아를 노리려는 순간.

쩌엉-!

벽을 박차고 날아온 드리아나가 망치로 골렘의 머리를 후려쳤다.

순간 드리아나의 눈이 꿈틀거렸다.

“대단하네. 그 공격을 맞고도 멀쩡하다니.”

루니아가 감탄하자 드리아나가 망치를 고쳐 쥐며 말했다.

“내구성은 드워프의 특징이니까.”

겉으로 보기에 자그맣고 귀여운 외모의 난쟁이 소녀였지만 내구성만큼은 튼튼했다.

“터프 하네.”

믿음직스러운 전열이라 생각하며 루니아가 마력을 일으켰다.

“루니아 엘 룬드아. 전력을 쏟아붓게.”

“응?”

“저 골렘.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졌네.”

루니아의 얼굴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오리하르콘으로 골렘을 만드는 게 가능해?”

“불가능하지. 하지만 이 세계가 누구의 세계인지 생각해본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신의 대장장이…… 드웨노님의 세계…….”

루니아가 신음성을 내뱉었다.

드웨노의 기술이라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큐웅-!

골렘의 기동음이 들려왔다.

그걸 보고 루니아와 드리아나가 자세를 낮추었다.

“기운찬 아가씨들이로구먼.”

골렘의 눈 저편.

드웨노가 눈을 고개를 갸웃거렸다.

“금지구역에 침입했다면 이유가 있겠지. 우선 제압을 해볼까?”

도시 가드스론의 금역.

도시에 열과 빛을 선사하는 정령의 불꽃 한가운데 침입한 건 절대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세 사람이 도시를 비운 상황에서 난감한 일이 계속 발생하는군.”

드웨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마력을 이용해 골렘을 움직였다.

***

“당신. 정체가 뭐야?”

샤샥-

베르키아는 경계 어린 눈으로 레오와 거리를 벌렸다.

레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숲.’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숲이었다.

‘그렇군. 가드스론 주변의 숲인가.’

가드스론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이 숲속에서 베르키아는 수련했었다.

주변에 인기척이 없다.

‘나이를 보면 이제 슬슬 전투에 나설 때인가.’

아마 혼자 수련을 하기 위해 이 숲에 들어왔을 것이다.

‘지금 나이는 대략 17살? 18살이겠군.’

어렵지 않게 베르키아 나이까지 파악한 레오가 말했다.

“네 스승들. 카일, 루나, 아르온은 어디 있지?”

“내가 스승님들의 제자란 걸 어떻게 알았어?”

베르키아의 얼굴에 더더욱 경계심이 피어올랐다.

‘흠. 우리 제자였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전이라는 소리…… 그렇다면 17살이라는 거네.’

베르키아의 말 하나하나에서 빠르게 정보를 받아들이며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알았다. 당신! 타르타로스의 첩자구나! 날 납치해서 스승님들을 협박할 계획인 거야!”

누구처럼 상상력이 풍부한 제자를 보며 레오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가드스론에는 누가 있지?”

“그걸 알려줄까 봐? 당신을 쓰러트리겠어!”

베르키아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레오에게 다가갔다.

수상한 자를 경계하는 건 이 시대에서 당연했다.

타르타로스의 마족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는 배신자들이 판을 치던 시대.

베르키아의 경계는 지극히 타당했다.

‘하지만 말이야.’

채앵-!

“엇?”

베르키아의 검을 날려 버린 레오는 제자의 다리를 걸어 버렸다.

‘얘가 건방지게 구니 괜히 울화가 치솟는단 말이지.’

“꺄악!”

자신의 움직임을 훤히 꿰뚫고 있는 레오를 보며 베르키아는 실력 발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제압당해 버렸다.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베르키아.”

“친한 척 내 이름 부르지 마!”

베르키아가 잔뜩 경계한 얼굴로 마력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런 베르키아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나는 살아남는 영웅, 카일을 찾아서 가드스론으로 왔어.”

“카일 스승님은 왜?!”

“나도 올 클래스거든.”

“뭐?”

일순간 베르키아가 멈칫했다.

레오는 손바닥을 펼쳤다.

오러, 마력, 영력이 한 대 모여 휘몰아쳤다.

그걸 본 베르키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의 제자가 되고 싶어서 이것저것 조사를 했어. 그래서 너에 대해 아는 거야.”

이 시기쯤 베르키아는 올 클래스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마나 특성 ‘순수’.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리시나스는 카일의 힘이 에레보스를 쓰러트릴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기에 베르키아는 또 한 명의 올 클래스가 나타났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 사건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휘몰아치는 레오의 힘을 보며 굳어 있던 베르키아가 말했다.

“한 가지만 말할게.”

베르키아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카일 스승님은 성격 나쁜 사람이야.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 걸 추천해.”

“응. 그렇구나.”

뻐억-!

“왜 때려!”

자신을 거리낌 없이 디스하는 제자의 머리에 꿀밤을 먹여주며 레오는 생각했다.

‘아주 그냥 매를 벌어요, 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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