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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287화 (287/483)

287

“탈옥하자.”

아르의 말에 칼이 손목의 수갑을 보여주며 말했다.

“마나를 제압당했는데 어떻게 탈옥하려고?”

아르가 몸을 일으켰다.

“풀고 탈옥해야지.”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아.”

칼이 초조함을 드러냈다.

아르가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사아-!

아르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손톱은 길어지고 송곳니가 더더욱 날카로워졌다.

온몸의 털이 곤두선 아르가 눈을 떴다.

푸른색의 고양이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고오오오오오-!

아르의 몸에 마나가 휘몰아쳤다.

“그르르릉-!”

아르의 목에서 낮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걸 본 칼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드리아나는 눈앞의 현상이 무엇인지 깨닫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수화? 보름달도 없는데?”

키이이잉-! 펑-!

아르의 힘을 억누르고 있던 마나 봉인구가 폭발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내가 섣부르게 행동해서 그 애가 잡혀간 거야.”

무리한 마나 운용으로 타격을 입은 아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러니 무슨 수를 쓰든 구하겠어.”

끼기기기긱-!

힘으로 쇠창살을 강제로 연 아르를 보며 칼이 입을 떡 벌렸다.

그런 아르를 보며 루니아가 말했다.

“나도 갈 거야.”

“미안하지만 마나 봉인구를 찬 애를 데려갈 수 없어.”

지금 파티의 마나를 봉인하고 있는 봉인구의 제작자는 다름 아닌 드웨노였다.

내부에서 자신의 힘으로 봉인을 깨트리는 것 보다 외부의 힘으로 봉인구를 부서트리는 게 더 힘들었다.

아르의 말을 듣고 루니아가 마력을 일으켰다.

화르륵-!

루니아의 전신에서 강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퍼엉-!

“너도 할 수 있는 걸 나라고 못 할 것 같아? 에이란은 내 친구야. 내 손으로 구해내고 말겠어.”

“알았어. 같이 가자.”

루니아가 칼과 드리아나를 바라보았다.

“너희 둘은 우리가 간수들을 제압하면 따라와.”

아르는 손가락 관절을 풀며 감옥 문을 바라보았다.

“그럼, 간다.”

“그래.”

“우랴아아아아!”

콰앙!

“무, 무슨!”

“탈옥이다! 놈들이 탈옥하려 한다!”

아르가 문을 걷어차 박살 내버림과 동시에 간수들이 두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덤벼들었다.

“비켜! 비켜!”

아르가 간수들을 날려 버리며 돌격했고 루니아는 그 뒤를 따랐다.

화르륵-! 콰가가가강!

화염 마법이 감옥 내부를 휩쓸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드리아나가 칼에게 물었다.

“저 두 사람도 충분히 괴물 같은데 대체 레오 플로브는 얼마나 더한 괴물인가?”

드리아나의 물음에 칼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지.”

칼이 레오의 모습을 떠올렸다.

‘레오 녀석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

레오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르온의 황금색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누군가와 대련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수인이랑 강함을 숭상하는 종족.

그렇기에 수인은 투쟁의 삶을 사는 자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종족적 성향은 수인을 강한 종족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르온은 누구보다도 수인답지 않은 수인이었다.

그건 아르온이 겁쟁이여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다치는 것도 다른 이를 상처 입히는 것도 싫어했다.

‘너무 착해.’

아르온에 대해 떠올리며 레오는 쓰게 웃었다.

타고 나기를 너무 착하게 타고났다.

오직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싸웠던 영웅.

그것이 바로 용자 아르온이었다.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아.’

아르온의 감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제자와 관련된 일이기에 저 도발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스릉-

아르온이 검을 뽑았다.

‘브레이브.’

검을 보며 레오 역시 검을 뽑았다.

‘생각해보면 아르온과 대련을 한 적이 없었네.’

루나와 드웨노와는 여러번 대련 했었지만 아르온과 대련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싸움을 싫어하는 아르온은 친구들과 대련도 꺼렸기 때문이다.

‘난 아르온과 대련하기보다는 말리는 쪽이었지.’

카일은 토벌대 중 가장 호전적이었던 루나가 아르온에게 달려드는 걸 말리는 쪽이었다.

‘결과가 뻔해서 안 한 것도 있지만.’

아르온은 무술에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천재였다.

모든 무기를 달인의 경지에서 능란하게 다루었던 카일이었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르온을 이길 수는 없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무의 궁극에 도달했던 자.

그것이 바로 용자 아르온이었다.

‘괜히 후대에 무신으로 숭배받는 게 아니지.’

레오가 보기에 아르온은 정말로 무신과도 같았다.

레오가 검을 뽑았다.

스릉-

‘그런 아르온이니까.’

화르륵-!

레오의 검에 불꽃의 오러가 생성되었다.

아르온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전력을 쏟아부어도 괜찮겠지.’

콰가가가강-!

레오가 검을 휘두르자 불꽃의 벽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화악-!

아르온이 검을 휘둘러 그런 레오의 검격을 날려 버렸다.

너무도 간단하게 자신의 공격이 무력화되었지만, 레오는 개의치 않고 아르온과 거리를 좁혔다.

파바밧-!

오러 스텝을 밟으며 다가오는 레오를 보며 아르온이 검을 쥐지 않은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런 아르온을 보며 레오가 온몸의 오러를 폭발시켜 몸을 가속 시켰다.

콰악-!

레오가 몸을 점프해 자신을 붙잡으려는 아르온의 왼손을 지지대 삼아 몸을 띄웠다.

채앵-!

순식간에 아르온의 뒤를 잡은 레오가 검을 휘둘렀다.

그런 레오의 검이 아르온에게 막혔다.

아르온은 레오를 모른다.

반대로 레오는 아르온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전투에서 아르온의 호흡과 버릇.

그리고 빈틈까지.

수도 없이 전장에서 아르온과 함께 싸워온 레오는 아르온의 모든 것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 전의 공격 역시 아르온의 의표를 완벽하게 찌르는 공격이었다.

호흡은 흐트러졌고 타이밍은 레오에게 완전히 빼앗겼다.

그런데도 아르온은 큰 어려움 없이 레오의 공격을 막아냈다.

단순히 아르온이 레오보다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초감각.’

오러를 미세하게 조절하여 온몸의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는 아르온의 기술.

레오 역시 사용하는 기술이다.

‘역시 원본은 급이 다르군.’

레오가 초감각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날카롭게 감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아르온은 달랐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마치 원래의 감각을 대체하듯 초감각을 사용했다.

기술의 영역을 벗어난 경지.

거기에 육감까지 날카로워져 미래를 예측하는 수준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괜히 최강의 무인이 아니지.’

레오 역시 초감각을 개방했다.

그와 함께 자신을 제압하기 위해 움직이는 아르온의 검을 쳐냈다.

그걸 본 아르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탁-!

바닥에 착지한 레오는 뺨에서 느껴지는 따끔함에 피식 웃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괴물이군.’

환생을 하고 16년.

그 시간 동안 레오는 육체의 그릇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카일의 힘을 담기에 레오의 그릇은 작았다.

다행히 전생보다는 뛰어난 그릇이었기에 성장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을 등한시한 건 아닌데.’

무술은 수련을 통해 계속 갈고닦았으며 마법은 새로운 주문을 계속해서 연구했다.

소환술은 소환수를 더욱 활용할 만한 기술들은 계속해서 생각했다.

아마 전생의 육체로 돌아간다면 전생의 카일보다 지금의 레오가 더욱 강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을 쏟아부었음에도 검술로 아르온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대등한 수준. 아니, 아르온이 살짝 위인가.’

레오는 검을 다잡았다.

심지어 지금의 아르온은 최전성기 시절도 아니며 수화한 상태도 아니다.

그런데도 검술로 아르온을 따라잡지 못했다.

무인으로서 궁극에 이른 정점.

용자 아르온을 보며 레오가 검을 다잡았다.

‘뭐, 검술만으로 이 녀석과 싸울 생각은 없었지만.’

“마검사?”

아르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작해야 베르키아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베르키아 역시 또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자다.

검술을 봤을 때 레오의 실력은 그런 베르키아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마법이라니?

화르륵-!

레오의 검을 오러의 불꽃과 마력의 불꽃이 휘감았다.

검을 고쳐세운 레오가 검을 다잡았다.

탁-!

화르륵

“피오라.”

레오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교복 안주머니에 몸을 말고 있던 피오라가 삐약-! 얼굴을 들이밀었다.

뚱뚱한 병아리의 모습이었지만 피닉스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우웅-!

레오가 영력을 일으키자 손등 위로 피오라의 계약의 문장이 떠올랐다.

화르르륵-!

레오의 영력을 집어삼킨 계약의 문장이 이내 불꽃을 토해냈다.

피오라의 불꽃이었다.

그걸 본 아르온의 눈이 부릅떠졌다.

‘소환술까지?’

“올 클래스?”

아르온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카일 외에 또 다른 올 클래스라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르온은 올 클래스의 힘이 얼마나 특별한 힘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오랜 역사상 올 클래스였던 이는 단 한 명.

카일 뿐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올 클래스가 나타났다.

거기에 피닉스라니!

아르온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화르륵!

피오라가 불꽃의 형태로 변해 레오의 검에 깃들었다.

콰아아아아아-!

검에 깃든 피오라가 오러와 마력의 불꽃을 집어삼켰다.

콰아아아-!

레오의 검에서 피닉스의 날개가 생성되었다.

현재 레오가 사용할 수 있는 공격 수단 중 최강의 위력을 가진 기술이었다.

“간다.”

레오가 검을 치켜들자 아르온의 검에서 황금색 오러가 치솟았다.

콰가가가강-!

거대한 불꽃의 기둥과 황금색 오러의 기둥이 격돌하며 주변을 휩쓸었다.

화륵-!

주변 숲에 불이 붙었다.

레오는 그 불꽃을 컨트롤하여 검에 모았다.

그리고 검을 자신에게 겨눈 채 멀쩡히 서 있는 아르온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르온의 옷자락 끝이 살짝 그을려 있었다.

“무시무시한 위력이네.”

아르온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런 것 치고는 멀쩡한데?”

레오는 검에 깃든 불꽃의 화력을 더 끌어올렸다.

“한 번 더 간다.”

콰가가각-!

불꽃을 내뿜는 레오의 모습을 보며 아르온은 기묘한 감정을 느꼈다.

싸움을 싫어하는 아르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싸움이 즐거워서가 아니다.

레오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그림자를 엿봤기 때문이다.

‘카일.’

모습은 완전히 달랐지만, 눈앞의 소년은 친구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 아르온을 보며 레오는 더더욱 화력을 일으켰다.

이 공격이 마지막이었다.

‘이 싸움이 헛되지는 않았어.’

지금 사용하는 기술은 소환술을 베이스로 한, 세 능력의 융합기.

환생한 이후에 만들어낸 새로운 기술이었다.

그렇다 보니 다듬어야 할 점들이 있었는데 지금 전투로 그 점을 찾았다.

‘좀 더 피닉스의 힘을 끌어올려도 감당할 수 있겠는데?’

레오는 손등에 느껴지는 피닉스의 힘을 느꼈다.

레오는 계약의 문장에 더욱 강한 영력을 쏟아부었다.

순간-

화르륵!

백색의 불꽃이 타올랐다.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아르온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오의 손에서 순백의 불꽃이 타올랐다.

‘뭐야…… 이건?’

레오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삐약-?

검에 깃든 피오라도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누가 봐도 피오라의 불꽃이 아니었다.

피오라는 하얀 순백의 불꽃을 내뿜을 수 없었다.

하지만 피닉스의 불꽃은 확실했다.

그리고…… 레오가 기억하는 한 순백의 피닉스는 하나뿐이었다.

‘재앙의 시대를 끝으로 사라진 왕의 혈통.’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화르르르르륵-!

레오의 손등에서 하얀 불꽃이 치솟더니 붉은 기운이 감도는 하얀 깃털을 가진 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타리우!”

아르온이 친구의 맹약자를 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소환에 응한 리시나스의 맹약자를 바라보았다.

[…… 넌 뭐냐, 인간.]

카타리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째서 네가 내 계약의 문장을 가지고 있는 건데? 난 너 같은 놈이랑 계약한 적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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