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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02화 (302/483)

302

고오오오오오-!

루니아의 주변에 순백의 화염이 휘몰아쳤다.

화르륵-

화염이 루니아를 불태운다.

루니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일평생을 함께 해온 화염이 몸을 갉아 먹는다.

‘이것이…… 피닉스 킹…… 염제의 화염.’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은 화염에 루니아는 고통에 찬 표정을 지었다.

쿠구구구궁-!

에레보스의 사념이 루니아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며 아르가 이를 악물 때였다.

저벅-

“에이란…….”

에레보스의 앞을 에이란이 막아섰다.

연은빛 찬란한 갑옷으로 무장한 에이란은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레오님이 가르쳐준 마법 술식.’

그것은 베르키아가 말한 비장의 마법과 근본적으로 같았다.

하지만 세부적인 건 달랐다.

‘베르키아님 나름대로…… 이 마법을 발현시키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어.’

베르키아는 끝내 별의 마법을 익히지 못했다.

엘프들이 별의 마법을 익힐 수 있게 된 건 베르키아가 숨을 거두고도 먼 훗날의 이야기.

그렇기에 베르키아는.

스승인 루나가 남긴 마법을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발버둥 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수없이 고민하고 수없이 도전했다.

그녀가 뒤따라야 했던 위대한 스승들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한 끝없는 노력이 느껴졌다.

‘나랑 같구나.’

에이란이 웃었다.

성격은 다르다.

하지만 동경하는 사람을 쫓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에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며 에이란은 마법을 외웠다.

실패하면 죽음뿐.

하지만…….

‘성공할 거야.’

베르키아가 건네준 에르퀸트를 쥐고 에이란이 에레보스 사념에 맞섰다.

“아니무스의 검.”

요정의 마력이 넘실거리는 별의 마법이 발현되었다.

모든 마력을 쥐어짜 내 만들어낸 생명의 푸르름으로 가득한 요정의 힘이 에레보스의 사념을 베어냈다.

그워어어어어어!

에레보스 사념에게서 처음으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모든 마나를 단번에 쥐어짠 에이란이 털썩-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어떤 공격이든 금세 회복하던 에레보스 사념의 몸이 뒤틀렸다.

루나가 남긴 오리진 마법의 위력은 불멸의 존재에게도 상흔을 남길 정도로 막강했다.

화르륵-!

고통에 몸부림치던 에레보스 사념이 이내 팔을 치켜들었다.

에이란은 그 모습을 올려다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나는…… 믿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났던 찬란하게 빛난다고 생각했던 소녀.

동화 속의 영웅님 같았던 친구를.

에이란은 믿었다.

콰가가가각!

“지금 그 더러운 손으로 누구에게 손대는 거야?”

루니아의 사나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백의 머리카락과 아름다운 붉은색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화르르륵-!

루니아의 손바닥 위로 백색의 화염구가 떠올랐다.

몸속에 넘쳐 흐르는 순백의 화염을 컨트롤했다.

루나가 에레보스의 불꽃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던 마법.

하지만 끝내 완성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던 마법이 루니아의 손에서 피어올랐다.

“염제.”

루니아가 마법을 완성 시키자 순백의 화염이 검은 화염을 집어삼켰다.

그워어어어어어어어어!

고통에 찬 에레보스 사념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화악-!

챙그랑-!

이윽고 사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털썩-

루니아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터벅- 터벅-

카타리우가 루니아 앞에 다가와 빙긋 웃었다.

“어때? 진정한 피닉스의 불꽃은?”

“……아파요.”

루니아는 솔직한 감상을 내뱉으며 혼절하듯 쓰러졌다.

***

콰가가가가강-!

검은 화염에 휘감은 에레보스의 공격에 휘말린 아르온이 엄청난 거리를 날아와 성벽에 처박혔다.

에레보스의 은총에 의해 강화된 기아스의 힘은 너무도 강했다.

콰가가가가가강-!

성벽이 무너져 내렸고 그 무더기에 아르온이 깔렸다.

그오오오오오오!

기아스가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그 모습을 보며 데페세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가드스론의 성벽 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가공할만한 흑마력의 파동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허공에 거대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검은 벼락이 몰아쳤다.

파바바바바박! 콰가가강!

전율스러운 규모의 흑마법.

마치 세상이 멸망 직전에라도 치달은 듯 강렬하게 내려치는 벼락을 보며 많은 영웅의 눈에 절망감이 드리웠다.

그 순간…….

번쩍! 콰가가가가가가강-!

하늘로 치솟은 물의 방패가 전격을 모두 막아냈다.

모두의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울컥-!

막대한 공격을 막아낸 반동이 레오에게까지 전해졌다.

-한계야! 이 이상의 데미지는 계약자인 네가 감당해야 해!

에르함이 다급히 소리쳤다.

털썩-!

레오가 무릎을 꿇었다.

에레보스의 힘으로 강화된 기아스의 마력은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

데페세르는 고통에 일그러진 레오의 얼굴을 바라보며 절망으로 물들어갔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레오…… 군?”

레오가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났다.

물의 방패는 여전히 치켜든 채.

쏟아지는 벼락을 막아내며 레오는 꼿꼿하게 섰다.

“너희 모두, 고개 숙이지 마.”

레오는 성벽에서 군단의 공세를 안간힘을 다해 막아낸 이들을 바라보았다.

아는 얼굴이 많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이 전투에서 죽었다.

지금 이 순간, 이들을 살린다고 해도 역사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레오는 방패를 거두지 않았다.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 너희는 이 시대를 지켜냈던 영웅이야.”

히어로 레코드에조차 이름을 남기지 못한 영웅들.

재앙의 시대 당시 스러졌던 수많은 영령들.

하지만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시대가 있다.

이 시대를 살았던…… 이 시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레오는 이들이 절망하고 고개 숙이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머지않아 저 빌어먹을 검은 태양이 아닌…… 다시 환한 태양이 떠오를 거야.”

레오는 음울한 동이 트기 시작한 하늘을 보며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싸우자. 너희를 믿어.”

모두가 지혜로운 어떤 드래곤과 똑같은 미소를 짓는 레오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너희에게 용기를 준 용자를 믿어.”

콰가가가가강-!

성벽의 파편을 뚫고 황금색 섬광이 치솟아 올랐다.

온몸에 황금색 오러를 두른 용자의 모습은 마치 태양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레오는 브레이브를 치켜든 아르온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더 이상 두려움은 없었다.

용자의 숨결에 의해 브레이브에서 뻗어 나온 오러가 마치 하늘을 꿰뚫을 듯 거대해졌다.

황금색 검을 고쳐 쥔 아르온이 허공을 밟으며 거인왕을 향해 돌격했다.

그오오오오오오오오!

거인왕이 흉포한 포효를 내질렀다.

그 순간.

화악-!

에레보스를 상징하는 재앙의 불꽃이 사라졌다.

흉포하던 기아스의 눈에 이성이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지척에 다다른 황금색 칼날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아르오오오오오오온!]

쩌엉-!

브레이브와 기아스의 검이 격돌했다.

서걱-!

순간 기아스의 검이 허무할 정도로 절단되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콱-!

아르온의 검이 기아스의 허리를 양단했다.

[말도…… 안 되는……!]

기아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푸화하하학-!

황금색 섬광이 휘몰아쳤다.

보이지 않은 속도로 검을 수천 번 휘두른 아르온은 기아스를 순식간에 살점의 조각으로 만들었다.

퍼버버버벅-!

피와 살점의 조각이 바닥에 쏟아내렸다.

아무리 경의적인 회복력을 지닌 군단장에게 있어서도 치명적인 일격.

에레보스의 힘에 취해 너무도 깊게 들어온 기아스의 실책.

그 대가는 죽음이었다.

그 순간…….

우오오오오오오!

군단장의 죽음을 깨달은 거인왕의 군단이 겁에 질린 듯 도망치기 시작했다.

“해냈구나.”

레오는 에레보스의 사념 조각을 토벌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거인왕의 침공을 저지하였습니다.]

[[신의 대장장이]와 [용자]를 생존시켰습니다.]

[드웨노의 세계: 중장-가드스론 공방전이 공략 되었습니다.]

눈앞의 메시지를 본 레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끝났군.”

***

“훗, 제법이네. 세이룬 대표.”

“어때? 루나님의 마법을 익힌 내 모습이. 이제 내가 너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 할 수 밖에 없겠지?”

“아무리 그래도 아르온님에게 직접 시사 받은 내가 더 대단하거든?”

루니아와 아르가 서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드리아나, 괜찮나.”

“……칼, 부탁이 있네.”

“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든 해줄게.”

“……돌아가거든 좌절하는 포즈로 모델이 되어주게. 물론 누드 모델로.”

“변태스러운 말을 하는 걸 보니 멀쩡하네.”

칼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에이란.”

“네, 베르키아님.”

“난 누구랑 결혼해?”

“어음…… 그러니까 시조 할아버지께서는…….”

베르키아는 미래에 대해 캐물으며 에이란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화르르르륵-!

검은 화염이 치솟았다.

그걸 본 모든 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부활…… 한다고?”

“말도 안 돼! 더 이상 싸울 힘이……!”

‘아직…… 마법이 미완성이었어.’

루니아가 이를 악물었다.

가까스로 마법을 발동시켰을 뿐.

아직 루니아의 마법은 미완성의 마법이었다.

그렇게 검은 화염을 바라보며 파티 일행의 얼굴이 어둠으로 물들 때였다.

번쩍-!

하얀 섬광이 에레보스의 불꽃을 향해 내리꽂혔다.

파지지직! 파직!

전류가 사방으로 튀었다.

“페가수스……!”

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모두의 시선이 페가수스에 탄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에게 향했다.

슥-

눈을 뜬 남자가 페가수스에서 내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레보스의 힘이 느껴져서 이곳으로 가장 먼저 달려왔는데…… 너희가 에레보스를 쓰러트린 거냐?”

“혹시 시작의 영웅이십니까?”

칼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시작의 영웅? 그건 또 뭐야?”

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카일을 보며 에이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카일…… 님이세요?”

“맞아. 카일 스승님이야.”

베르키아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넌 또 왜 그렇게 다친 거야?”

“열심히 싸운 제자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입술을 삐죽 내민 베르키아가 툴툴거리자 카일은 혀를 찼다.

“그래, 그래. 고생했다.”

카일은 퉁명스럽게 베르키아에게 다가가 머리를 흩트려주었다.

그 거친 손길에 불만 어린 표정을 짓던 베르키아의 얼굴에 헤실 풀렸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너희는 에레보스랑 싸운 거지?”

“네, 넵!”

카일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영웅 후보생들을 보며 피식- 미소 지었다.

“다행이야. 미래를 맡길만한 너희가 있어서.”

안심했단 듯 미소 짓는 카일을 보며 영웅 후보생들이 숨을 죽였다.

화르르륵-!

또다시 검은 화염이 치솟았다.

스윽-

카일은 서늘한 눈으로 검 끝을 에레보스의 사념을 향해 겨누었다.

콰과가가가가각-!

회색의 오러의 폭풍이 휘몰아치며 에레보스 사념을 하늘 높이 띄웠다.

그워어어어어!

검은 화염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런 검은 화염을 향해 카일이 주문을 외웠다.

우웅-!

허공에 발동된 마법진을 본 루니아와 에이란은 그것이 별의 마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별의 마법과는 많이 달랐다.

‘이 마법 역시 오리진?’

루니아가 놀랄 때였다.

“이노센트.”

카일이 마법을 완성함과 동시에 순백의 섬광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검은 화염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본체였던 쇳조각까지도.

그 모습을 보며 파티 일행이 입을 떡 벌렸다.

“이 사람이…… 시작의 영웅…… 카일.”

어깨에 검을 걸친 카일이 미소 지었다.

“그러니까 그게 대체 뭐야? 시작의 영웅 같은 거창한 이름으로 불린적이 없는데.”

어딘지 모르게 레오를 연상시키는 그 미소에 일행은 눈을 크게 떴다.

그 순간.

[거인왕의 침공을 저지하였습니다.]

[[신의 대장장이]와 [용자]를 생존시켰습니다.]

[드웨노의 세계: 중장-가드스론 공방전이 공략 되었습니다.]

세계는 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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