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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기숙사 대형 욕탕.
그 욕탕 한 가운데 있는 대형 욕탕은 언제나 가장 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그 욕탕에는 단 두 사람만이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바로 루메른 학생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1학년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루메른의 학생회.
다른 학교라면 일개 학교 권력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영웅 사관 학교에서 학생회의 권력은 엄청나다.
말 그대로 세계의 미래를 이끌 영웅으로 성장할 영웅 후보생들의 리더.
이제 막 입학한 1학년들로서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교수님이 나보고…… 응? 분위기가 왜 이래? 무슨 있…… 커헉?”
“왜 그래? 무슨…… 케엑?!”
욕탕으로 들어오던 학생들은 레오와 하르크를 발견하고는 기겁했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씻어.”
레오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목을 움츠린 남학생들이 주변으로 가 눈치를 보며 씻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굳이 1학년들 눈치 주실 필요 있을까요?”
“난 눈치 준 적 없어.”
하르크가 삐딱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지들이 겁먹은 거지.”
코웃음을 친 하르크는 다시 고개를 젖히고 늘어져라 하품을 하며 물었다.
“이번에 데미안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레오 일행이 드웨노의 히어로 레코드를 공략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루메른 전체에 퍼져있었다.
하르크의 말에 눈치를 보던 1학년들이 눈을 번쩍 뜨고 레오에게 집중했다.
“어땠어? 대영웅들은.”
“하르크 선배가 상상하는 그대로죠.”
“상상하는 그대로라.”
루메른의 영웅 던전 공략자로서 많은 영웅의 세계를 공략한 하르크다.
하지만 그런 그도 대영웅의 세계를 경험한 적은 없었다.
“부럽군.”
진심을 담아 나지막하게 말한 하르크가 몸을 일으켰다.
촤악!
“난 이만 가지. 1학년들이 내 눈치 보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고 말이야.”
코웃음을 친 하르크가 레오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너, 학생회장이면 회장답게 학생회에도 좀 오고 그래. 회장으로서 책무를 나한테 다 떠넘기지 말고.”
빙긋 웃은 레오를 뒤로하고 하르크가 떠났다.
‘아무래도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학교 일에도 조금 신경을 써야겠군.’
“도련님!”
“드웨노님의 영웅의 세계 공략! 축하드립니다!”
“역시 레오 도련님이세요!”
1학년 중 아무도 레오에게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세 사람이 다가왔다.
바로 레오의 슬레이어 기사단원 오스틴, 발레리, 쥴란이었다.
제르딩거 가문 때부터 레오에게 훈련을 받은 셋은 레오에게 큰 부담 없이 말을 걸 수 있는 1학년들이었다.
“오오오! 레오 선배님!”
그때 누군가 냉큼 레오 앞으로 다가왔다.
“경하드립니다! 레오 선배님! 하긴! 레오 선배님 같은 분은 말고 대체 누가 드웨노님의 히어로 레코드를 공략할 수 있겠느냐만은……!”
마법학과의 1학년.
그림자 출신 프리츠도 어느새 나타나 레오를 찬양하기 바빴다.
이쪽은 광적으로 레오를 신봉하며 서슴없이 다가오는 부류였다.
“오셨습니까, 레오 선배님.”
이후에 레오에게 인사한 건 하비든이었다.
후배들의 정중한 인사를 받던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루크가 안 보이네.”
레오의 말에 프리츠가 말했다.
“루크 엘다라면 지금쯤 연무장에서 훈련 중일 겁니다.”
“이 시간까지?”
“네, 무척 열심히 입니다.”
***
목욕을 끝낸 레오는 1학년 남자 기숙사 뒤에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연무장에 있는 사람은 한 명 뿐.
루크는 묵묵하게 연무장을 달리고 있었다.
온 몸에는 땀이 뻘뻘 흐르고 있었고 팔다리를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털썩-!
“우웁!”
잠시 달리던 루크는 자리에 엎어져 입을 막고 헛구역질했다.
“허억! 헤엑! 헥!”
이미 체력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듯 거친 숨을 몰아 쉬는 루크 앞으로 레오가 다가갔다.
“열심히 하고 있네.”
레오의 말에 루크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레오 선배님! 돌아오셨군요!”
몸을 일으키던 루크가 휘청거리며 주저 앉았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미 한계를 넘어선 루크의 팔 다리는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런 루크의 팔목과 발목에는 마법으로 이루어진 팔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레오가 직접 만든 아티팩트 였다.
‘정확하게는 루나 녀석이 설계한 거지만.’
카일이 베르키아와 비하르의 수련을 위해 루나에게 부탁한 물건이다.
루메른 입학 이후 레오는 물론이고 셀리아, 첼시. 그리고 자신의 기사단원들을 수련시킬 때도 사용한 아티팩트였다.
효과는 사용자의 신체 능력을 떨어트리는 일종의 봉인구였다.
거기에는 육체적인 건 물론이고 마나 능력까지 포함이다.
끝없이 한계를 마주하게 하여 착용자의 그릇을 키우는 효과가 있었다.
‘루나나 아르온은 제자들 그릇을 키우는 데는 영 잼병이었으니까.’
타고 나기를 강대한 마력과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타고난 루나와 아르온이었다.
그렇기에 마법과 무술을 가르치는 데는 뛰어났지만, 제자들의 그릇을 키우는 데는 서툴렀다.
“봉인구를 해제한 적은 없어?”
“예. 레오 선배님이 말씀하셨잖아요. 해제하는 건 상관없지만 한 번이라도 해제하는 순간 효과가 줄 거라고요.”
루나의 봉인구를 하게 착용하면 마치 깊은 심해에 빠진 것처럼 몸이 무거워지고 마나의 움직임은 둔화된다.
항상 한계에 몰린 상태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릇을 완성시키기에는 최고의 수련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루크이기에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기도 했다.
루크는 모든 것을 스스로 익혔다.
그렇기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다른 입학생들이 루메른에서 이미 채워진 그릇 있는 것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루크는 루메른에서 텅텅 빈 그릇을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 무지하지.’
텅텅 빈 그릇.
자신의 그릇에 무엇이 얼마만큼 채워졌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채워지기 전에 능력을 봉인했기에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현재 자신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 없다.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루크 본인은 그 사실을 체감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봉인구를 해제한다면?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게 되며 자연스럽게 한계 역시 알게 된다.
그 이후 다시 봉인하면 이미 자신의 한계를 자각한 육체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봉인이라는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인지하게 되는 순간 봉인구의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다.
‘봉인을 제약이라고 느끼게 될 테니까.’
“힘들진 않아?”
“이미 각오했던 일인걸요.”
“너만 제자리걸음 하는 기분일 텐데?”
입학 초기는 신입생들이 가장 강해지는 시기다.
이때 많은 성적이 뒤바뀌기도 한다.
낙제생이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가 하면 최상위권 학생이 추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루크는 그와 관계없이 꼴찌였다.
남들의 눈에는 조금의 발전도 없게 비춰질 게 분명했다.
게다가 루크는 레오의 멘티이기도 했다.
루메른 역사상 전대미문의 학생, 레오 플로브.
그런 레오의 멘티라는 점은 많은 이들이 루크를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루크 역시 전대미문의 학생이라고 평가받고 있었다.
물론 이건 조롱이었다.
조금도 성장하지 못하는 루메른 학생.
운이 좋아 자퇴를 면하고 있는 루메른 역사상 최고의 둔재.
동급생들이 루크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루크 입장에서는 몹시 괴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레오의 말에 루크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심호흡하며 말했다.
“괴로워요.”
루크의 눈이 가라앉았다.
“남들은 앞서가는데 저 혼자 제자리 걸음이니까요.”
안 그래도 뒤쳐 진 낙제생은 조금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조금 있으면 중간고사.
더더욱 벌어진 차이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물론 봉인을 풀면 이야기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레오 선배님이 말씀해주셨잖아요.”
루크가 의지가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목표는 학년 대표라고.”
까마득하게 우러러보아야 하는 학년 탑들.
불가능처럼 여겨지지는 목표.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레오 선배님이 할 수 있다고 해주셨어요. 그러니 하겠습니다.”
다름 아닌 레오 플로브의 보증이다.
루크는 그 말에 절대적인 믿음을 보였다.
그런 루크를 보며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내일 수업 끝나고 2학년 교실로 와.”
“네?”
“데미안에 다녀오면 마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했잖아.”
루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너한테 마법을 가르쳐줄 사람을 알고 있거든.”
“저, 정말요?”
“그래. 대신.”
레오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마법을 익힌다는 건 비밀로 해둬.”
“네? 왜, 왜요?”
“비장의 카드만큼 상대의 뒤통수를 치기 좋은 건 없거든.”
***
다음날.
1학년 수업기 끝난 루크는 허둥지둥 책가방을 챙겼다.
“저거 또 혼자 수련 가려나 보네.”
“와, 어떻게 저런 애가 학생회장님의 멘티가 될 수 있었지? 아니! 어떻게 루메른에 입학한 거야?”
“레오 선배님 어쩌냐. 같이 자퇴 당하는 거 아니야?”
같은 반 동급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루크가 한숨을 쉬었다.
저런 소리는 지난 2주 동안 질릴만큼 들었다.
하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어쩌면 반년 동안 들을지도 모르는데.’
루크가 어깨를 축 늘어트릴 때였다.
“그거 아세요?”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을 뒤에서 흉보는 것 만큼 저열한 짓은 없다는 걸? 게다가 지금 레오 선배님을 비웃은 건가요?
“윽? 샤샤?”
“아니, 그, 그러니까 우리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
루크가 속한 1반의 반장.
샤샤가 싸늘한 눈으로 루크를 비웃던 동급생들을 노려보았다.
1학년 최고 우등생이자 무려 배경 조차 로드렌 제국의 황녀인 샤샤의 살벌한 기세에 동급생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흥.”
코웃음을 친 샤샤가 루크에게 다가갔다.
“루크. 어딜 그리 급히 가나요?”
“레오 선배님을 만나러 가요.”
“레오 선배님?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
샤샤가 우아하게 섭선을 펼치며 물었다.
샤샤는 기본적으로 반 학생 모두에게 친절한 반장이다.
아직 어리지만 차기 황제인 만큼 카리스마도 있다고 루크는 생각했다.
매사에 도움을 받는 루크였기에 순간 같이 가자고 하고 싶었다.
“마법을 익힌다는 건 비밀로 해둬.”
하지만 레오의 말을 떠올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해요. 저 혼자 가야 할 것 같아요.”
“아쉽네요. 레오 선배님께 이번 영웅의 세계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섭선을 살랑살랑 흔들며 입맛을 다신 샤샤가 책가방을 챙겼다.
반을 나선 루크가 다급히 2학년 교실동으로 향했다.
2학년 교실동 앞에선 루크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수업이 끝난 2학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밥먹자! 밥!”
“이번에 영웅의 탑 레스토랑에 신메뉴가 나왔다던데!”
“애들 몰리기 전에 빨리 가자!”
2학년 여학생 무리가 우르르 나갔다.
그러다가 루크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1학년이 여긴 웬일이래?”
“용감하네. 근데 좀 귀엽게 생겼다.”
“쟤 레오 멘티 아니야?”
2학년들이 주목하자 루크가 더더욱 목을 움츠릴 때였다.
“네가 루크 엘다인가?”
“네, 넵? 네!”
싸늘한 목소리에 루크가 바짝 긴장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듀, 듀란 선배님!’
특유의 거만한 표정을 지은 듀란이 싸늘한 눈으로 루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더욱 겁에 질린 표정이 된 루크를 보며 듀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훗, 하비든이 더 뛰어나군.”
어딘지 모르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듀란을 보며 루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그야. 하비든은 1학년 기사학과 최고 중 한 사람인걸요?”
“너도 인정하나? 보는 눈이 있군.”
루크의 말에 듀란이 더욱 만족한 반응을 보였다.
그때였다.
“웃기고 있네요. 레오 플로브의 세컨드 취급으로 하비든에게 선택받은 주제에 뭘 그리 자랑스럽게 여기시죠?”
뾰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 엘리자 선배님!’
1학년들 사이에서는 제일 무섭기로 유명한 듀란과 엘리자.
그 두명의 조합에 루크가 더욱 겁에 질렸다.
“1학년들에게 선택조차 받지 못한 주제에 말이 많군.”
듀란이 비웃음을 날리며 엘리자를 조롱했다.
“흥. 멘티 따위. 있어봤자 귀찮을 뿐이죠. 그 누구다 됐더라도 받아 줄 생각 없었어요.”
엘리자가 코웃음을 쳤다.
그런 엘리자 옆에서 칼이 지나가듯 말했다.
“샤샤에게 버림 받은 날에 패악질을 버린 사람은 어디 사는 누구…… 크억?”
“그 이야기를 왜 지금 하는 거죠?”
엘리자가 채찍으로 칼의 목을 마구 졸랐다.
그 살벌한 모습에 루크가 더욱 겁에 질릴 때였다.
“거기서 뭘 하고 있어. 이리 와.”
레오가 루크를 불렀다.
“넵! 선배님들! 전 가보겠습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한 루크가 레오를 따라갔다.
그 모습을 보며 듀란이 말했다.
“나도 오늘은 하비든에게 멘토로서 이야기를 해줘야겠군.”
“나도 쥬엔이 이야기 좀 해달라고 난리던데.”
가까스로 풀려난 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다른 2학년들 역시 다들 자신의 멘티들을 보러갈 분위기였다.
혼자 덩그러니 남은 엘리자가 코웃음을 치며 혼자 기숙사 방향으로 갔다.
그런 엘리자를 보며 칼이 말했다.
“엘리자, 같이 갈래?”
“내가 소환학과도 아니고 마법학과인 당신이랑 당신 멘티가 이야기하는데 왜 가야 하죠?”
뾰족하게 대답하는 엘리자를 보며 칼이 빙긋 웃었다.
“쥬엔이 피닉스 왕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그걸 할까 하거든.”
“흥, 들을 가치가 있겠네요.”
엘리자가 팔짱을 끼며 칼에게 다가갔다.
***
“레오 선배님이 제게 마법을 가르쳐주시나요?”
“난 마법의 기본이 지나치게 구식이라서 말이야. 최신 마법 트렌드에 익숙한 분께 부탁하려고. 네게 흥미도 가질 거야.”
눈을 빛내는 루크의 질문에 레오가 덤덤히 대답했다.
그리고 향한 곳은 바로 2학년 마법학과 건물이었다.
건물에 들어선 레오는 렌의 교수실로 향했다.
똑똑-
“렌 교수님. 레오 플로브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평소 같았으면 두팔 벌리고 나왔을 렌은 조용했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레오가 다시 한번 노크를 하려 할 때였다.
“레오 학생 왔군요.”
어딘지 모르게 퀭한 목소리로 안나가 다가왔다.
“안나 부교수님. 렌 교수님은 부재중이신가요?”
레오의 물음에 안나가 천장을 바라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한숨도 못 잔 듯 그녀의 눈에는 다크서클이 늘어져 있었고 얼굴은 피로로 찌들어있었다.
“직접 보세요.”
안나가 문을 열었다.
안에 보인 광경에 레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마법 이론으로 가득하던 책상 위에는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렌이 엎드려져 있었다.
언제나 말끔하던 그는 거의 폐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또 왜 저러십니까?”
“……술주정을 들어보세요.”
팔짱을 낀 안나가 당장에라도 렌의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다는 얼굴로 싸늘하게 대답해 주었다.
레오는 렌에게 다가갔다.
“난 끝났어…… 1학년 신입 교수에게 제자들을 빼앗기고 말 거야…… 으흑흑흑.”
“…….”
“멜 교수님이 데미안에 2학년들을 인솔 한 날부터 계속 저러고 있데요.”
안나의 말에 레오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렌 교수님은 가끔 어떨 때 보면 정신력이 괴랄할 정도로 강한데 어떨 때 보면 유리 같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