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07화 (307/483)

307

렌 호르스.

그는 루메른 학생 시절부터 유명한 마법의 천재였다.

영웅 던전 공략 및 대외 활동이 부족하여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릴 위업은 이루지 않았기에 대중적으로는 크게 유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법 학계에서는 그 명성과 영향력이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마법사 영웅들보다 막강했다.

수많은 획기적인 마법 이론을 만들고 그에 따른 논문 발표.

그 천재성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영웅 사관 학교 루메른에서 교수직을 역임했으며 몇 년 되지 않아 가장 뛰어난 마법학과 교수로 평가받았다.

그런 렌은 황금세대라 불리는 2학년들이 자신의 최고의 제자가 될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법학과생인 클로에와 아바드.

이 두 사람은 렌이 보아온 그 누구보다도 유망한 마법사였다.

첼시 역시 렌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한 재기발랄한 소녀였다.

거기에 더해 레오.

레오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수준이 아니다.

마치 진화하듯.

모든 것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렌은 레오가 성운의 시조 루나 이후 가장 위대한 마법사가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2학년에서 가장 중요한! 스미스 전속 계약 기간에 내가 가지 못하다니!’

렌으로서는 충격이었다.

그 누구보다 2학년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자신이!

조언을 아끼지 않아서 학생들과도 친밀했다고 자부했던 자신이!

올해 취임한 신입 교사에게 밀려 버린 것이다!

그날 이후 렌은 1학년들에게 자습을 시키며 2주 동안 2학년들을 애타게 기다렸다.

자신의 귀여운 제자들이 자신에게 마법 지팡이 제작과 관련되어 조언을 얻기를 바랐다.

역시 렌 교수님이 있어야 한다고! 그런 이야기를 듣기를 바랐건만!

“멜 교수님이 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조언해주셨다니까.”

“우리 담당도 아니신데 우리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시고 알맞은 조언을 해주셨어.”

“맞아, 맞아. 게다가 쿠키도 주시잖아. 1학년 마법학과 애들은 좋겠다. 매 수업마다 그런 맛있는 쿠키를 먹을 수 있잖아.”

클로에, 첼시, 일리아나.

이 세 사람이 걸어가며 한 이야기는 렌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2학년 학생들은 내가 없어도 되는 거였어! 하하하하! 결국 멜 교수가 나보다 더 뛰어난 교수야! 그러니까 우리 학생들이 1학년들을 부러워하지! 아하하하하! 으허허허허허헝!”

고개를 젖히고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던 렌 교수가 엎드려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안나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렌 교수님.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어요? 여학생들은 멜 교수의 쿠키가 맛있어서 1학년들을 부러워한 것뿐이에요. 2학년들에게는 교수님이 필요해요.”

“난 쿠키만도 못한 교수인가!”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을 해야 알아듣겠어요!”

“크흑흑흑! 안나 부교수! 자네도 결국 날 버리고 멜 교수에게 갈 것 아닌가?”

“제가 왜 렌 교수님을 버려요. 전 렌 교수님을 존경하는걸요.”

안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렌을 달랬다.

“전 언제까지나 렌 교수님의 밑에서 일하고 싶어요.”

“안나 부교수…….”

렌이 고개를 들고 안나를 바라보았다.

“평생 노처녀로 살겠다는 건가? 하긴, 자네 성격을 생각한다면…….”

안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술병을 거꾸로 쥐었다.

그 모습에 기겁한 루크가 안나에게 매달렸다.

“지, 진정하세요!”

“놔, 죽여 버릴 거야.”

얼음장처럼 차가운 안나를 루크가 가까스로 말렸다.

“보다시피 이런 상태예요.”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은 안나가 술병을 놓은 후 머리를 붙잡았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렌 교수님.”

“레오 학생……?”

렌 교수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

“렌 교수님께 상담 드리고 싶은 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내게 상담하고 싶은 것?”

렌 교수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나보다 멜 교수에게 상담하는 게 좋지 않겠나? 멜 교수가 나보다 뛰어날 텐데.”

“그럴지도 모르죠.”

안나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레오를 바라보았다.

가뜩이나 의기소침한 렌 교수에게 레오의 말은 충격으로 다가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멜 교수는 친화력이 좋죠. 마법 이론도 잘 가르치고.”

“우후후후! 그래! 교육자로서 그녀는 나보다 한 수 위야! 후후후후훗!”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렌이 천재 마법사라고 해도 상대는 무려 드래곤 로드.

살아온 세월이 다르다.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는 렌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하지만 렌 교수님이 연구자로서 닦아오신 경험이 2학년에게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교수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뿐만이 아니잖아요? 학생들이 나아갈 길을 만드는 것 역시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능력은 렌 보다 뛰어난 멜이지만, 새로운 마법 이론을 만드는 분야에서는 렌은 천재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남자였다.

레오의 바이블을 이용하여 만든 ‘별의 마법 입문서’ 만 보더라도 렌의 천재성을 알 수 있었다.

‘루나가 봤다면 엄청 좋아했을지도 모르지.’

레오가 속으로 중얼거리는 사이.

렌의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떨었다.

화악! 와장창! 챙그랑!

그리고 책상 위에 있는 술병을 그대로 손으로 쓸어버렸다.

술병이 바닥에 떨어지며 파편이 여기저기 튀었다.

“그래! 내가 어리석었어!”

흥분한 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2주간 시간을 낭비하다니! 나도 아직 멀었군! 멀었어! 우후후후후! 우하하하하하하하! 그래도 레오 학생! 자네 덕분에 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거야! 후하하하하하하하!”

얼굴을 붙잡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 렌을 보며 루크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괘, 괜찮으신 거죠?”

“……안 괜찮아 보이지만 일단 술 먹고 폐인처럼 지내는 것보다는 좋겠죠.”

싸늘하게 말한 안나가 레오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레오 학생. 그래도 레오 학생 덕분에 렌 교수님이 기운을 차렸네요.”

“마법에 관해서는 렌 교수님과 비슷한 성향의 친구 한 명을 알고 있어서요.”

“우리 학교에 그런 미친…… 아니, 제정신 아닌 학생이 있나요?”

“우리 학교 학생은 아니에요.”

“만나보고 싶지 않네요.”

안나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레오가 말한 친구는 다름 아닌 루나였다.

그런 가운데 렌이 소리 높여 물었다.

“그래! 레오 학생! 나에게 상담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렌의 물음에 레오는 루크를 자신의 앞으로 데려왔다.

“흠? 1학년? 게다가 기사학과로군.”

렌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이 학생이 왜?”

“마법사로서 재능도 있어요.”

“흠?”

렌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는 사이 안나는 마법을 이용해 렌이 엉망으로 만든 교수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술병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내용물 역시 깔끔하게 병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루크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법은 굉장하네요.”

“호오, 기사학과치고는 아주 기특한 소리를 하는군.”

렌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름이 어떻게 되지?”

“루크 엘다라고 합니다.”

“루크 학생. 자네는 기사학과 학생치고는 머리가 깨어 있는 듯하니 마법에 대한 강의를 해주지.”

크흠- 헛기침을 한. 렌이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마법이란 이 우주의 만물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 법칙에 개입하는 행위를 의미하지! 우리 마법사들은 세상의 법칙을 탐구하는 위대한 탐구자들이야. 밤하늘의 별이 왜 빛나는지 아니?”

“어음…… 빛나니까요?”

“빛나니까 빛난다라. 철학적인 대답이군! 좋아! 자네의 성향에 대해서 알겠…….”

“네. 네. 거기까지 하세요. 교수님의 마법 입문 연설을 들으면 오늘 안에 안 끝날 거예요.”

안나가 마법 빗자루를 쥐고 렌을 쿡쿡 찌르며 말렸다.

안나의 손을 떠난 빗자루가 청소를 시작했다.

고개를 끄덕인 렌이 팔짱을 꼈다.

“그래, 루크 학생에게 마법적 소양이 있는 건 알겠다. 그래서?”

“마법을 가르칠까 하는데요.”

“레오 학생. 멘티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교수에게 개인 과외도 아닌 멘티 과외를 부탁하는 건 조금…….”

안나가 난색 어린 표정을 지었다.

렌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 학생을 아끼는 건 맞지만 난 마법 이론 연구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말이야.”

그런 렌을 보며 레오가 루크의 머리에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

“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녀석의 마나 특성에 맞춘 마법 입문에 관해 상담하고 싶습니다.”

“호오. 레오 학생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특이한 마나 특성을 가지고 있나보군. 뭐지?”

“선천적 마나 증폭자입니다.”

“뭐라고?”

렌의 안색이 돌변했다.

안나 역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녀석은 감정에 따라 마나를 증폭시킬 수 있어요.”

“보여 줄 수 있나?”

렌의 물음에 루크는 우물쭈물하더니 오러를 일으켰다.

잠시 후 루크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우웅-!

증폭되는 오러를 본 렌이 감탄했다.

일순간 루크의 오러가 거대해진 것이 보였다.

“감정이 격해지면 더더욱 강해지는 건가?”

“네.”

“놀랍군! 놀라워! 마력에도 적용이 되나?”

“아직 마력은 각성하지 않아서 확인은 안 해봤지만. 마력 역시 똑같을 거예요.”

“훌륭해!”

렌의 눈이 반짝였다.

이건 연구 가치가 있다.

자유자재로 마나를 증폭시키는 것이야말로 모든 마법사가 염원하는 능력 중 하나였다.

“그런데 마법사의 적성이 있다고 해도 마력을 각성시키는 건 쉽지 않을 텐데 걱정이네요. 특히나 이미 오러를 단련한 상황이라면.”

안나가 아쉽다는 듯 말하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거예요. 얜 제대로 된 오러 심법도 없이 독학으로 오러를 각성시켰으니까요. 마나 감응력은 충분할 거예요.”

“……독학으로 루메른에 입학했다고?”

“운이 좋았어요.”

루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흠. 그래. 알겠군.”

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 학생. 오늘부터 자네는 기사학과를 떼려치우게.”

“네?”

“마법학과로 오게.”

“그, 그게 무슨…….”

“그런 엄청난 재능을 기사 나부랭이가 되어 썩힐 생각인가?!”

“히이이익?”

눈을 부릅뜬 렌을 보며 루크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자네의 능력은 마법사들이 염원하는 능력이야! 그걸 땀내에 쩔은 기사학과에서 썩힐 수 없어! 당장 기사학과를 때려치우고 마법학과로 과를 바꿔! 그리고 나와 너의 마나 특성에 대해 연구를 하는 거야!”

“그, 그런…….”

“우후후후! 보람차구만! 새로운 연구 대상이 생기다니! 후하하핫!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야! 당장 마법에 입문할 수 있도록 마력부터 각성시켜볼까?”

폭주하기 시작한 렌을 보며 안나가 말했다.

“레오 학생의 뜻은 알겠어요. 렌 교수님도 루크 학생의 마나 특성에 대해 꽂힌 듯하니 루크 학생이 어떻게 마법을 익혀야 그 특성을 최대로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하실 거예요.”

안나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영악하네요, 레오 학생.”

“전 마법사로서 렌 교수님의 열정을 믿은 것뿐이에요.”

“네. 그렇겠죠. 다만.”

안나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계속 있다가는 렌 교수님이 루크 학생을 해부해볼지도 모르니 일단 오늘은 돌아가는 게 좋겠네요.”

그 말에 루크가 해맑게 웃었다.

“에이, 농담도 심하시네요.”

하지만 안나는 웃지 않았다.

“저 작자라면 그러고도 남아요.”

루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다음 날.

전투학 합동 수업.

2학년 학생들이 기숙사별로 연무장에 나왔다.

오늘 수업을 담당하게 된 건 다름 아닌 할린드였다.

할린드는 특유의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은 세드젠이 바쁜 관계로 대타로 내가 왔다. 그리고 오늘, 중간고사 전투학 시험방식을 발표하겠다.”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번 중간고사 전투학 실기 시험은 실기시험의 총합 시험이기도 하다.”

즉, 실기시험은 전투학 하나뿐이란 소리였다.

“혹시 1학년 때처럼 영웅의 세계 공략인가요?”

일리아나가 손을 들고 물었다.

2학년 역시 1학기 중간고사 때 영웅의 세계 공략을 많이 했다.

“아니. 이번 시험은 모의전투다.”

“모의전투?”

“그래.”

할린드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2학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숙사 대항전 형식의 대규모 모의전투다.”

2학년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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