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15화 (315/483)

315

“루메리아 시티다!”

루메른과 루메리아 시티를 오가는 정기선.

선착장에 내린 일리아나가 해맑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 일리아나의 뒤를 이어 1학년 당시 5반이었던 학생들이 내렸다.

“오늘은 놀러 나온 거야. 그러니까 기숙사끼리 정탐 같은 건 절대 하면 안 된다?”

넬라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일리아나가 씩- 웃었다.

“당연한 걸 가지고 왜 그래!”

“그럼. 그럼.”

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제일 의심스러워, 네가.”

일리아나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칼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나저나 이번 학과 과제들. 너무 빡세지 않냐?”

테이드가 피폐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환학과의 2학년 담당 교수 유라는 소환학과 학생들에게 엄청난 난제를 냈다.

“환수술사의 경우에는 정령을 이용한 환수 강화고. 정령사의 경우에는 환수를 이용한 정령 강화였지?”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땠어? 소환학과 애들 방과 후 까지 남아서 고생하던데.”

“……어땠냐고?”

어제 일을 떠올린 테이드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

“기본적으로 소환술의 재능이 있으면 환수도 정령도 다 다룰 수 있어. 너희에게는 두 가지의 가능성이 잠재되었다는 뜻이야.”

유라는 제자들을 향해 생긋 웃었다.

“물론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면 가능성이 닫히지. 잠재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건 너희 십 대의 특권이기도 해.”

그렇게 말하면서 유라는 바람의 상급 정령을 손쉽게 소환했다.

최상급 환수를 여러 마리 다루는 유라가 바람의 정령을 손쉽게 소환하는 모습에 많은 소환학과 학생들에게도 놀라운 모습이었다.

1년 내내 소환술 강의를 가르치긴 했지만 정령술 분야에서는 정령술 전문 교수가 따로 있었다.

“유라 교수님, 정령술에도 그 정도로 조예가 깊으시면 정령술도 같이 가르치셔도 되지 않았나요?”

정령술 전공 학생이 충격 어린 목소리로 묻자 유라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는 얼굴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루메른에서 정령술 강의를 하려면 최소한 최상급 정령과는 계약을 맺어야 하거든?”

그 말에 새삼스럽게 소환학과 학생들은 루메른 교수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매일 기사학과의 아인 교수나 마법학과의 렌 교수와 유치한 기 싸움을 하다가 할린드에게 혼나는 것이 일상인 유라이지만, 그녀 역시 루메른의 졸업생.

그것도 학창 시절 학년 대표에 가까운 실력을 가졌던 최고 중의 최고였다.

환수와 정령의 계급은 소환사 재능의 척도다.

물론 높은 계급의 소환수를 부린다고 무조건 강한 소환사는 아니다.

루메른 2학년 중에도 몇몇은 상급 소환수를 다루는 학생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유라가 하급 환수만으로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만큼 소환수의 계급 이상으로 소환사의 역량도 중요했다.

이러한 소환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환수를 다루어 보는 경험이 필요했다.

유라는 학생들에게 그 점을 상기시켜 주고 싶었다.

“교수님. 저희는 교수님 같은 재능이 없나 봐요!”

“난 쓰레기야…… 쓰레기라고!”

“……틀렸어. 우린 아마 안 될 거야.”

하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 이외에 소환수를 다루는데 많은 학생이 벽을 느꼈다.

아무리 잠재 능력으로 정령과 환수.

평생을 하나의 소환수만 부려온 학생들에게 갑자기 다른 소환수를 사용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그중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이 바로 2학년 소환학과 이론 수업에서 언제나 탑을 놓치지 않던 엘리자였다.

특히나 엘리자의 충격이 컸던 이유는 경쟁자 워레든은 물론이고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소환학과 3등 쥬레든 역시 간단하게 환수와 정령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레오야 말할 것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레오는 환수와 정령 모두를 손쉽게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음음! 확실히 갑자기 정령술사에게 환수를, 환수술사에게 정령을 다루라는 건 어려운 과제긴 하지.”

태연하게 그런 과제를 냈던 유라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걱정마라! 너희를 위한 특훈이 있으니까!”

“어, 어떤 건가요!”

유라의 말에 불꽃 환수를 전문적으로 다루던 남학생, 제스터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별거 아니야. 제스터 학생. 앞으로.”

제스터는 큰 의심 없이 앞으로 나섰다.

“불꽃 속성의 소환사에게 있어 특훈은 말이야.”

유라가 불꽃 환수를 소환했다.

화륵.

“어?”

“불타면 되는 거야.”

화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악?!”

“불타! 잿더미가 되는 거야! 잿더미가 되어서 불의 정령을 느껴보렴! 아하하하하하하!”

불타는 학생을 보며 미친 듯이 채찍을 휘두르며 광기에 찬 웃음을 터트리는 유라의 모습은 마녀 그 자체였다.

그걸 보고 기겁한 소환학과 학생들이 도망치려고 했다.

철썩-!

그런 소환학과 학생들 앞에 매서운 채찍이 날아들었다.

팍-!

채찍을 팽팽하게 쥔 유라가 윗입술을 혀로 날름거렸다.

“어딜 가려고?”

“교, 교수님. 수업시간이 거의 끝나가는데요.”

“응, 나도 알아. 오늘은 보충 수업이야.”

노을이 지는 태양을 등지고 고혹적으로 눈웃음치는 유라.

평소라면 남학생들이 헤벌쭉할 미소였지만 지금 만큼은 공포 그 자체였다.

“자, 다들 전문적으로 다루는 소환수의 속성별로 줄 서.”

***

“……그래서 어떻게 됐냐?”

칼의 물음에 테이드가 양팔을 잡고 떨었다.

“빛 속성을 다루는 애들은 눈이 멀도록 빛을 두 눈 뜨고 바라본 탓에 보충 수업 내내 울었고 어둠 속성을 다루는 애들은 어둠의 미로에서 넘어지고 구르고 머리 박으면서 헤매야 했어. 물 속성 다루는 애들은 물에 빠졌고 바람 속성 다루는 애들은 광풍 부는 곳에 던져져서 날아다녔어.”

“넌 땅 속성이잖아. 땅 속성은 어땠는데?”

일리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테이드가 머리를 붙잡았다.

그런 테이드를 보며 상황을 지켜봤던 레오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땅 속성 애들은 땅속에 생매장당했어.”

“와…….”

“시, 심하다.”

“그래서 소환학과 애들 몰골이 만신창이였구나.”

첼시가 혀를 내둘렀고 일리아나가 식은땀을 흘렸으며 넬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엘리자가 어제 넋이 나가서 돌아온 이유가 그거였군.”

“맞아. 엘리자는 모든 속성의 환수를 다루잖아. 걘 풀 코스였어.”

테이드가 안 됐다는 듯 혀를 찼다.

언제나 기고만장한 엘리자는 어제 머리와 옷차림이 산발이 된 채 휘청거리며 돌아와 씻지도 않고 그대로 방에 들어가 잤다고 했다.

“기사학과는 중간고사 과제가 뭐야?”

“보조 무기를 익히래. 그걸 가지고 대련 시험을 본데.”

“보조 무기?”

“응.”

넬라가 빙긋 웃었다.

“넬라 언니는 어떤 무기야?”

첼시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에 넬라가 어색하게 웃을 때였다.

“모닝스타.”

일리아나가 키득키득 웃으며 넬라 대신 대답해줬다.

넬라가 그런 일리아나를 흘겨보았다.

“모닝스타?”

“모닝스타라면 둔기 아니야? 끝에 무거운 추가 달려 있고 추에 가시가 붙은?”

첼시와 테이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일리아나가 말했다.

“넬라는 검 보다 훨씬 근접 공격에 최적화되어 있는 무기를 찾았어. 다루는 것도 검이랑 비슷하고 용도는 완전히 다르면서 검과 다른 파괴력도 있는 무구. 그래서 반장의 추천으로 모닝스타를 고르게 됐어. 참고로 난 우아한 창이지.”

일리아나가 가슴을 펴며 훗- 웃었다.

“응. 안 궁금해.”

“맞아.”

“반자앙! 애들이 나한테만 차가워!”

일리아나가 울상을 지으며 레오에게 하소연했다.

“근데 뭔가 이미지랑 안 맞는데.”

칼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하자 일리아나가 킥킥 웃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처음 다뤄보는데 있잖…… 억!”

넬라가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으로 일리아나의 옆구리를 쳤다.

일리아나가 옆구리를 잡고 바닥에 쓰러지자 다른 세 사람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닝스타로 훈련용 골렘의 머리를 박살 냈거든. 그때 너무 상쾌하게 웃더라고. 잘 어울렸어.”

다른 기사학과 학생들은 그 모습을 보며 질겁했다.

“그만 놀려.”

넬라가 뚱한 얼굴로 레오의 어깨를 때렸다.

그 모습을 보며 칼과 테이드가 중얼거렸다.

“무섭다.”

“그러게.”

“원래 조용한 사람의 마음속에 엄청난 파괴 본능이 도사리고 있는 법…… 억!”

칼과 테이드의 말에 일리아나가 웃으면서 말하다가 다시 옆구리를 맞고 쓰러졌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있고 난 뒤에야 일행은 루메리아 시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요정은 어떻게 됐어?”

“몰라, 그날 이후 자취를 감췄다던데?”

“당연히 헛소문이겠지. 요정이 루메른에 있는 게 말이 되냐? 그것도 환수의 섬이 아니라 교정에 있는 게. 소환학과 애들도 그 소문을 믿냐?”

“그런데 그거 들었어? 누가 식품 창고에 침입했다는 거.”

“어떤 간 큰 놈이 그런 짓을 했데?”

“마법학과 수업 자료도 엉망이 되었다던데. 안나 부교수님이 범인을 찾으면 가만 안 둔다고 고함치시는 소리 들었어.”

“기사학과에서는 교보재에 낙서가 되어 있었데. 클라리아 부교수님은 범인을 찾아서 산채로 찢어 죽일 거라고 말씀하시던데.”

학교에서 도는 흉흉한 소문.

그 소문을 들으며 일리아나가 손뼉을 쳤다.

“그거 알고 보면 요정의 장난 같은 거 아니야?”

“요정이 애냐? 그런 한심한 장난이나 하게?”

“너 삼대 환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당장 소환학과에 사과해!”

소환학과 애들이 일리아나에게 소리쳤다.

그 대화를 들으며 레오가 생각했다.

‘요정이 한 거 맞는데.’

레오의 삼대 환수는 비만이 된 전적이 있는 피닉스에 철없는 요정에 변태 페가수스였다.

레오는 삼대 환수에 로망을 지닌 소환학과 애들을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평화로운 주말을 한껏 즐길 때였다.

점심을 먹기 위해 루메리아 시티 유명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였다.

“응? 자네들이 단체로 웬일인가?”

“별일이군. 다 같이 모여서 놀러 나오다니.”

레스토랑에는 세드젠과 할린드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1학년 시절 라이벌 반으로 생각하던 5반 학생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본 세드젠이 할린드를 향해 발끈했다.

“우리 1반도! 이렇게 자주 모인다!”

“……내 알 바는 아니지.”

“우리 1반도 단결력이 좋다고오오오오오! 루메리아 시티에 놀러 나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1학년 시절 발작이 도진 세드젠이 경쟁심을 불태우며 울부짖었다.

그런 세드젠을 보며 할린드가 싸늘하게 말했다.

“너희 학년 담당 교수가 추태를 부리는데 뭣들 하고 있는 거냐?”

“저…… 그 어떻게 해야…….”

“끌어내.”

싸늘한 할린드의 말에 남학생들이 허둥지둥 세드젠을 한쪽으로 데려갔다.

“세드젠 교수님. 고정하세요.”

“1반 애들 단결력 좋은 거야 잘 알죠.”

“놔라! 날 조롱하는 것이냐! 이 할린드의 개들아! 너희 담당 교수는 할린드가 아니라 나란 말이다!”

“예.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할린드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5반 출신 남학생들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세드젠이 진정한 이후에는 식사를 하는 두 교수에게 다가와 몇몇 학생들이 귀엽게 말했다.

“교수님.”

“저희 점심 사주세요! 네?”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귀엽게 눈을 깜빡이는 일리아나를 보며 세드젠이 이죽거렸다.

“사랑스러운 제자들이 아닌가? 자네가 한턱내면 되겠군.”

그 말에 할린드가 덤덤히 말했다.

“나는 내 제자들을 너에게 맡겼다. 세드젠. 너를 믿기 때문이지. 내가 돌봐줄 필요가 있는지는 몰랐군.”

“웃기지 마! 내가 사줄 거니까!”

할린드의 간단한 도발에 넘어간 세드젠이 발끈했다.

‘……세드젠 교수님은 은근히 할린드 교수님에게 당한다니까. 우리야 뭐, 누가 사주든 상관없으니까.’

일리아나가 속으로 음흉하게 웃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두 교수와 합석하게 된 학생들이 식사를 했다.

세드젠은 원래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교수였고 할린드 역시 이런 자리에서는 격식을 차리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넘어갔다.

세드젠은 학생들에게 중간고사를 대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할린드 역시 학생들의 상담을 받아주며 점심을 먹었다.

식사가 끝난 이후.

“세드젠 교수님! 감사히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었어요!”

“세드젠 교수님! 멋있어요!”

계산을 하는 세드젠을 보며 5반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훗, 좀 더 환호해 보거라.”

자아 도취한 세드젠이 양팔을 벌리며 환성을 유도했다.

그에 학생들이 더욱 환성을 내지를 때였다.

“첼시 르왈린.”

“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젓던 첼시는 할린드의 부름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할린드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요, 할린드 교수님.”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첼시를 내려다보며 할린드가 말했다.

“요즘은 학교생활이 어떻지?”

“저야 1학년 때처럼 훌륭한 우등생이죠!”

첼시가 가슴을 쫙 펼쳤다.

“제가 1학년 때 할린드 교수님을 실망시킨 적 있었나요?”

“많았다만?”

“그건 할린드 교수님의 기준이 높으신 거잖아요.”

첼시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런 첼시를 보며 할린드가 피식 웃었다.

“그래, 너야 훌륭한 우등생이었지.”

“그것 보세요.”

우쭐한 표정을 짓는 첼시를 보며 할린드가 말했다.

“하지만 오늘 세드젠이 너에 관해 상담을 해오더군.”

“네?”

느닷없는 말에 첼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널 조금 걱정하는 것 같았다.”

“세드젠 교수님이 왜…….”

2학년 총괄 담당 교수가 자신을 걱정한다는 말에 첼시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세드젠의 걱정은 녀석의 노파심에 불과하지. 내가 보기에는 지금의 너도 아무 문제가 없다.”

“지금의 저요?”

첼시가 눈을 깜빡였다.

그런 첼시를 보며 할린드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목표가 없더라도 상관없어. 그걸 찾는 시간이 학창 시절이니까.”

할린드의 말에 첼시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얼마 전 친구들에게서 나왔던 목표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할린드의 입에서 언급되자 첼시는 조금 당황했다.

“넌 우수한 학생이다. 아마 학교를 졸업하고 전투 마법사로서 큰 명성을 얻을 거다.”

할린드가 덤덤히 말했다.

“원래부터 그릇이 큰 학생은 자연스럽게 그 그릇에 맞는 역량을 갖추지.”

할린드가 세드젠을 바라보았다.

“나는 학생들에게 분수에 맞게 행동하라고 요구했다. 분수에 맞지 않는 꿈을 꾸는 학생 중 오래 가지 못 가는 녀석들을 많이 봤거든. 개죽음을 당하느니 자퇴시킨다. 그게 내 교육 방침이다.”

루메른 통곡의 벽.

고학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교수.

할린드의 교육 방침의 골자는 학생들의 꿈보다 목숨을 선택한 결과였다.

“하지만 세드젠은 언제나 학생들이 큰 꿈을 꾸기를 바라지.”

세드젠은 학생들의 가능성이 만개하기를 바랐다.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랐다.

등을 떠밀어주고 목표를 이룬 학생들과 함께 웃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고학년들에게는 할린드만큼.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할린드보다 더 혹독한 교수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야 하니까.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니까.

“영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놈이 더 좋은 교수겠지.”

세드젠에서 시선을 뗀 할린드가 첼시를 바라보았다.

“그런 녀석의 눈에 네가 걱정스럽게 보이는 건 이상할 게 없어.”

“왜죠?”

“넌 레오 플로브와 아바드 르왈린의 뒤만 좇으니까.”

할린드의 말에 첼시가 당황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나도 너에게 말하고 싶었다, 첼시 르왈린.”

할린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두 사람의 등 뒤를 쫓을 거냐? 아니면 너만의 길을 갈 거냐?”

첼시는 주먹을 꾹 쥐었다.

“십 대의 특권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네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넌 싫든 좋든 동경하는 사람들의 뒤를 쫓는 것에 만족하게 될 거다.”

꿈을 좇는 다른 이의 뒤를 쫓을 것이냐.

아니면 자신의 꿈을 찾을 것인가.

“이제 슬슬 선택할 시간이다, 첼시 르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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