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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16화 (316/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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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이 다가옴에 따라 학생들은 분주해져 갔다.

첸 시아는 눈앞에 보이는 글로리 기숙사의 거점을 보며 중얼거렸다.

“……뭔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한데 우리 거점에 부족한 게 뭘까요.”

첸 시아의 중얼거림에 팔짱을 낀 클로에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클로에뿐만 아니다.

거점에 방어 타워를 건설하던 마법학과 학생들 역시 깊게 고민했다.

이윽고 마법학과 학생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화력?”

“여기서 화력을 더 올리면 어쩌자는 건가요. 거점의 목적은 방어잖아요. 방어력에 더 신경 써야죠.”

첸 시아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레오를 보았다.

“레오 도령이 보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을까요?”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레오의 말에 첸 시아가 글로리 거점을 보았다.

“저라면 충분히 잠입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우리 학년 중에는 너만큼의 잠입 능력을 가진 학생은 없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해.”

“그것도 그렇겠네요.”

첸 시아가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화를 들으며 클로에가 글로리 학생들을 모았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어.”

클로에가 레오를 보며 말했다.

“레오, 넌 시작하자마자 애들이랑 노블의 거점을 공격 해 줘. 난 첸 시아와 함께 하모니의 거점을 공격할게.”

클로에가 일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일리아나, 넌 애들이랑 거점을 방어해 줘.”

그 말에 일리아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나도 반장이랑 공격을 가고 싶은데.”

일리아나의 볼멘 목소리에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일리아나 양은 무모하게 공격할 게 분명하잖아요. 거점을 지키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윽.”

할 말이 없는 듯 일리아나가 신음성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보며 글로리 학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쨌든 3일 뒤가 결전의 날이야. 그때까지 푹 쉬어둬. 컨디션 조절 잘하고.”

클로에가 웃으며 말하자 여기저기서 원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필기시험이 있는데 어떻게 푹 쉬냐?”

“맞아! 컨디션 조절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같은 기숙사생들의 원성에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필기시험 준비야 평소에 공부한 거랑 실기 시험을 준비하면서 틈틈이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그런 건 클로에 양이니까 가능한 거예요. 보통 사람은 그렇게 못 해요.”

“……그걸 넌 해냈잖아. 첸 시아.”

일리아나가 질렸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 일리아나를 보며 첸 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전 하루에 30분 정도만 잤으니까요. 그럴 수 있도록 훈련받았거든요.”

“……클로에가 어이가 없다면 넌 그냥 무섭다.”

일리아나가 고개를 저었다.

“공부라면 충분히 도와줄게.”

“오오!”

“클로에님!”

“얼음 여신님! 얼음 여왕님! 얼음 마녀님!”

“방금 마녀라고 한 녀석 누구야!”

클로에가 붉어진 얼굴로 꽥 소리쳤다.

***

루메른에 인파로 가득했다.

루메른의 교장, 리이나는 관객들이 가득 들어찬 관중석을 보며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눌렸다.

“이사회 것들은 왜 나한테 얼굴마담 같은 걸 시키는 거야? 어차피 난 그림자 출신이라서 권력자들이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짜증 섞인 리이나의 투덜거림에 리이나를 보좌하던 유라가 동의했다.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왜 나한테 이런 걸 시키냐고요!”

평소에는 활동하기 편한 육감적인 옷차림의 유라였지만 오늘만큼은 굉장히 단정한 숙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유라를 보며 렌이 말했다.

“유라 선배는 입만 다물고 있으면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거기에 입만 다물고 있다는 말이 왜 붙는 걸까나?”

“정말 모르십니까? 그러면 제가 유라 선배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 드리겠습…….”

이마에 힘줄이 솟은 유라가 렌의 멱살을 쥐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인사하기 위해 다가오던 외부 인사들이 두려움에 찬 눈으로 도망쳤다.

리이나는 깔깔 웃으며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구경했다.

그에 아인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교장 선생님, 저 녀석들의 추태를 말리셔야지 구경하고 있으시면 어쩌십니까?”

“쟤들 덕분에 귀찮은 것들이 안 오는 데 좋잖아?”

아인은 미간을 꾹 눌렸다.

‘이럴 때면 돌아가신 칼리안님이 그립군.’

은근히 촐랑거리는 데다가 글핏하면 업무를 교수들에게 떠넘기는 칼리안 교장이지만 대외 행사일 때만큼은 확실하게 무게감을 잡아 줬다.

리이나는 칼리안보다 더 성실한 교장이긴 했지만, 대외 행사는 질색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아인을 보며 리이나가 턱을 괴고 웃었다.

“너무 그렇게 골치 아파하지 마, 아인 교수.”

리이나가 이죽거렸다.

“내가 그림자라는 건 이미 모든 사람이 알아. 그래서 외부 초청객들도 나랑 그다지 인사하고 싶지는 않을 걸? 권력자들 중에 뒤 구리지 않은 놈은 드무니까.”

그림자는 대대로 배신자의 처단뿐만 아니라 세계에 암적인 존재 역시 도려내는 임무를 맡아 왔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암살을 천직으로 삼는 그림자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만큼 권력자들은 그림자를 본능적으로 꺼리는 경향이 강했다.

“그나저나 1학년들의 시험 결과는 이변이 없다고 해야 할까?”

전투학 실기시험을 끝내고 관중들의 환성을 받고 있는 1학년들을 보며 리이나가 턱을 괴었다.

올해 1학년 중간고사의 전투학 실기시험은 미궁 던전 공략이었다.

영웅 던전이 아닌 교수들이 임의로 만들어 둔 미궁 던전 공략.

가장 빠른시간 내에 미궁을 돌파하는 팀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이나 베이드나. 역시 칼리안님의 증손녀답다고 해야 하나?”

리이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연병장에 서 있는 아이나를 바라보았다.

“쟤 기사학 시험에서도 1등이지?”

“그렇다고 하더군요.”

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소한 차이로 하비든을 앞섰습니다.”

“호오. 다른 학과는?”

리이나의 물음에 아인이 보고를 했다.

“이변은 없었습니다. 소환학과야 환수 레이스에서는 샤샤가 우승했습니다. 소환학과 종합 1등입니다. 마법학과에서는 마법 전투에서 쥬엔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흐응.”

리이나가 턱을 쓰다듬었다.

“레오 플로브의 멘티는?”

“루크 엘다의 경우에는 필기 시험은 중상위권이지만 실기 시험에서는 모두 최하위입니다.”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다만…….”

“다만?”

“학기 초와 비교해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한다고는 들었는데?”

“누구보다 열심히죠.”

리이나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학생회장이 무언가를 했나 보네. 기말고사를 기대해봐도 되는 걸까?”

고개를 끄덕이던 리이나가 슬쩍-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너희도 슬슬 준비하러 가봐.”

“예, 알겠습니다.”

아인이 고개를 숙이고 아직도 싸우고 있는 후배 교수들을 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

“가자, 바보들아.”

“지금 누구더러 바보라는 거예요!”

“아인 선배님. 선배님에게 바보가 무엇인지 제가 알기 쉽도록 설명해 드…….”

“닥쳐라.”

후배 교수들의 뒷덜미를 잡고 끌고 가는 아인을 보며 리이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인은 빨리 늙겠네.’

***

노블의 거점에서 아바드가 기숙사 학생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칼의 정보에 의하면 글로리는 클로에와 첸 시아가 하모니의 거점을 공격하고 레오는 우리 거점을 공격한다고 했어. 그리고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정보를 셀리아에게 공유했어.”

“그럴 필요가 있어?”

테이드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아바드가 말했다.

“어차피 우리와 하모니는 불가침조약을 맺었어. 어차피 글로리의 거점을 무너트리기 전까지 서로 공격은 불가능해. 그렇게 된 이상 최대한 핵심 전력을 모두 모아 글로리의 거점을 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엘리자가 손톱 정리를 했다.

“어차피 기숙사 인원이 나뉜 이상 거점을 무너트리는 건 힘들겠죠.”

“맞아. 클로에는 빠르게 핵심 전력을 출격시켜 킬 포인트를 확보하려는 작전을 짰을 거야.”

“……그 말은 글로리는 기숙사장 중에 킹을 뽑지 않았다는 말인가?”

듀란의 말에 아바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기숙사장 중에 킹을 뽑았을 거야.”

“그러면 너무 리스크가 큰 작전 아닌가?”

“강한 사람은 그만큼 잘 죽지 않아. 킹을 강한 사람으로 뽑아 상대의 의표를 찌르겠다는 생각을 했겠지. 문제는 셋 중 누가 킹이냐는 건데…….”

아바드가 턱을 쓰다듬었다.

“칼, 네가 보기에는 어때?”

아바드의 물음에 칼이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 내가 클로에라면 레오를 킹으로 뽑지 않았을까?”

“왜?”

“가장 믿음직스럽잖아.”

“……확실히 레오 플로브라면 기동성도 좋으니 전장에서 빠르게 이탈할 수 있겠네요.”

엘리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오 플로브를 노릴까요?”

“아니. 레오는 기동성이 좋아. 물론 공중에서는 나. 지상에서는 듀란, 수중에서는 엘리자가 레오의 기동성을 따라 잡을 수 있겠지만.”

아바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오는 공중, 지상, 수중. 가리지 않고 모두 기동성이 높아. 섣부르게 잡으려고 했다가는 우리 쪽 피해만 커질 수 있어.”

아바드가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거점을 확실하게 무너트리자.”

아바드가 지도를 펼쳤다.

“아마 셀리아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우리는 핵심 전력으로 글로리 거점의 전방을 공격하는 거야. 그리고 에미오. 넌 애들을 데리고 최대한 은밀하게 글로리 거점의 후방으로 가.”

***

셀리아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아마 글로리 거점의 뒤로 가면 노블 애들의 별동대와 만날 거야. 그쪽 애들이 약속을 지킨다면 싸우지 마. 같이 공격해. 물론 한 번에 무너트리기는 힘들 거야. 그래도 거점에 큰 타격을 준다면 글로리 애들은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을 거야.”

“불가침이지만…… 본의 아니게 연합이 되었네.”

넬라의 중얼거림에 셀리아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글로리를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순간 우리랑 노블도 곧바로 전투에 들어갈 거야. 그러니 연합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돼.”

그렇게 작전 회의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피이이이이잉-! 퍼엉-!

신호탄이 루메리아 호수 전역에 피어올랐다.

그걸 본 셀리아가 말했다.

“자, 움직이자!”

그 말에 2학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에미오는 노블 학생들을 이끌고 글로리의 거점이 있는 섬의 후방으로 이동했다.

“좋은 날씨군.”

에미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호수 전역에는 물안개가 껴 있었다.

은밀하게 움직이기 딱 좋은 환경.

그때 저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노블 학생들이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모니인가?”

“응, 맞아. 에미오.”

“넬라로군.”

에미오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바드는 너희 쪽 지휘관을 믿고 이 작전을 짜던데. 셀리아 제르딩거도 아바드와 으르렁거리면서 마음이 통하나 보군.”

“걔들이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까.”

넬라는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글로리를 무너트릴 때까지 잘 부탁하지. 선두는 우리가 갈 테니 뒤를 따르도록.”

에미오가 앞으로 나아갔다.

“왜 자기가 선두를 가겠다는 거야? 지가 대장인 줄 아나.”

하모니 학생 한 명이 투덜거리자 넬라가 빙긋 웃었다.

“군인은 원래 누가 처음 점령하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잖아.”

어깨를 으쓱한 넬라는 하모니 학생들을 이끌고 노블의 뒤를 따랐다.

선두에서 나아가던 에미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기분 나쁘군. 아바드 녀석의 작전대로 되는 것 같잖아.’

이번에는 전략 요소가 많은 시험이다.

그런 만큼 군인 집안의 후계자인 자신이 활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만장일치로 아바드를 지휘관으로 뽑았다.

거기까지는 상관없다.

문제는…….

‘왜 칼, 그 자식을 참모로 삼은 거지.’

게다가 칼은 상대의 공격 루트를 완벽하게 알아 왔다.

그 사실이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완벽하게 그 평민 자식이 활약하게 되었잖아?’

차라리 칼의 정보가 틀렸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 같을 때였다.

솨아아아아-!

전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에 멈칫한 에미오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무래도 칼 녀석이 틀린 모양이군.”

“뭐?”

“글로리 놈들이다.”

에미오의 말에 노블 학생들이 다급히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그에 따라 하모니 학생들도 전투를 준비했다.

“재미있게 됐군. 어디 어떤 녀석들이 왔나 한 번 볼까?”

에미오가 마력을 전개할 때였다.

“쓸어 버려주마.”

에미오가 빠르게 주문을 영창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상대의 영창이 끝나는 것이 빨랐다.

화르르륵-!

게다가 위력 역시 에미오가 준비하던 마법만큼 강력했다.

예상치 못한 강력한 위력의 마법에 방심하고 있던 에미오가 눈을 부릅떴다.

콰가가가가강-!

“뭣?!”

물안개를 순식간에 증발시키며 화염 계열 마법이 에미오를 덮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기습에 에미오가 다급히 방어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불꽃이 빨랐다.

화악-!

불꽃에 당한 에미오가 순식간에 죽음 판정을 받고 귀환했다.

“방심하면 안 되지.”

물안개가 걷힌 틈을 타고 나타난 모습을 본 넬라가 신음성을 내뱉었다.

“레오?”

“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정보가 잘못된 거야?”

노블을 공격할 거라던 레오가 후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안개가 다시 레오의 모습을 감추었다.

“기척을 읽어!”

“요격하러 온 글로리 애들이 몇 명이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설마…….”

하모니와 노블 학생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혼자?”

“정답.”

우우우웅! 화르르르륵-!

치솟은 화염을 본 학생들의 얼굴이 굳었다.

콰가가가가가강-!

거대한 화염 기동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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