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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17화 (317/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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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마법 통신을 통해 후방 별동대의 소식을 들은 아바드가 안색을 굳혔다.

“레오가 거기에 나타났다고? 레오 말고 몇 명인데?”

-레오 혼자야! 에미오는 이미 당했어!

통신을 들은 아바드가 생각에 잠겼다.

‘다른 기숙사를 공격하기 위해 나선다던 타격조인 레오가 왜 거점 후방에 모습을 드러낸 거지?’

“칼 토마스의 정보가 잘못되었을 확률은?”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듀란의 물음에 아바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는 없어. 칼이 정보 수집하는 과정은 내가 지켜봤으니까. 정보는 확실했어.”

“우리 쪽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역으로 샜을 수도 있겠…….”

대답을 하던 듀란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번쩍-! 파지지지직!

듀란이 검을 뽑자 강렬한 황금색 섬광이 뿜어져나왔다.

콰가가가가가강!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검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색 스파크가 하늘을 수놓았다.

파바바바바바밧-!

그물처럼 촘촘하게 펼쳐진 번개의 오러가 날아드는 얼음송곳을 덮쳤다.

번개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열기에 얼음송곳이 증발했다.

그 모습을 본 노블의 남학생들이 감탄했다.

“역시 듀란이야.”

“완전히 광역 마법급의 위력이잖아?”

“꺄아아아아!”

“듀란 멋있어!”

번개의 오러를 휘감고 서 있는 듀란의 모습은 확실히 대단했다.

하지만 듀란의 움직임은 끝나지 않았다.

파지지직-!

황금색 전류가 듀란의 발에 휘감겼다.

오러 스텝을 이용한 듀란이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질주했다.

“마법사가 이렇게 전면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듀란이 검을 치켜들고 백금발의 소녀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클로에.”

번쩍-

듀란의 번개의 오러가 휘몰아쳤다.

클로에의 푸른색 눈이 듀란의 검의 궤적을 쫓았다.

쩌저저저정-!

일순간 얼음 장벽이 펼쳐졌다.

듀란의 눈이 꿈틀거렸다.

‘클로에가 이런 마법을 쓸 줄 알았나? 이만한 방어력을 지닌 마법을 쓴다면 낌새가 있기 마련인데?’

마력의 움직임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 마법학과 녀석들이 만든다던 사역마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키이잉-!

클로에의 마력이 요동쳤다.

“프로스트 노바.”

주문이 완성됨과 동시에 차가운 얼음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 바람에 듀란이 휩쓸리기 직전.

캬오오오오!

윈드 와이번이 듀란의 팔을 잡고 하늘로 상승했다.

듀란은 그 반동을 이용해 빠르게 윈드 와이번의 등 뒤에 탑승했다.

파지지지지직-!

듀란이 손을 들어 올렸다.

‘대검?’

듀란의 손에는 거대한 투 핸드 소드가 들려 있었다.

‘기사학과 애들이 보조 무기를 다룬다고 들었는데…… 듀란은 대검이구나.’

같은 검의 카테고리에 들어있다고 해도 롱소드와 투핸드 소드는 다루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투 핸드 소드의 특징은.’

클로에가 마력을 집중시켰다.

‘롱소드보다 월등한 파괴력.’

번쩍-! 파지지지지지직-!

듀란이 투 핸드 소드를 치켜들자 하늘에서 낙뢰가 검에 내리꽂혔다.

황금색 전류의 파도가 휘몰아쳤다.

그 모습을 본 클로에가 마력을 일으켰다.

우웅-!

허공에 복잡한 룬어가 수놓아졌다.

“얼음 세계.”

파지지직-!

쩌저저적!

클로에의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절대영도의 냉기가 듀란을 덮쳤다.

화악-!

듀란이 얼굴을 찡그리며 공격을 회수했다.

노블의 다른 학생들 역시 기겁하며 클로에의 마법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그와 함께 반격을 위해 마법학과 학생들이 마법을 외웠다.

하지만 그보다도 빨리 클로에는 빠르게 전장을 이탈했다.

“기습이 무섭긴 무섭군.”

아바드가 혀를 내둘렀다.

그런 아바드가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마법진이 펼쳐졌다.

“인스턴트 컨트렉트.”

마법 주문이 외워짐과 동시에 강력한 마력이 주변 일대에 터져 나갔다.

“무슨 마법이죠? 계약 마법 같은데요.”

“사역마 계약 마법.”

“사역마 계약 마법이요?”

“주변 일대의 동물들과 광역 사역마 계약을 맺는 마법이야.”

이번 마법학과 과제에서 발표 마법으로 만들어낸 마법이기도 했다.

렌이 지시한 마법 인조 공학을 이용한 사역마 제작.

아바드는 렌과 티나의 조언을 받아 사역마에게 기본적으로 부여하는 마법을 개조해서 그 효과를 일시적으로 주변 동물들에게 부여하는 마법을 과제로 준비했다.

사역마를 제작한 건 아니지만 임의로 수백의 사역마를 거느리는 마법.

만능형인 아바드는 클로에같이 후방에서 강력한 화력 지원도 가능하며 첼시처럼 전방에서 전투도 가능하다.

언뜻 보기에는 만능 같지만 사실 만능형 마법사들 대부분이 어중간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바드는 압도적인 재능으로 말 그대로 결점이 없는 이상적인 만능형 마법사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필요한 건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사전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인위적으로 주변에 대규모 사역마를 만들 수 있는 ‘인스턴트 컨트렉트’ 마법이었다.

‘탐나는 마법이군요.’

엘리자가 눈을 빛냈다.

소환학과 생인 엘리자의 머릿속에 이 마법을 소환학에 활용할 만한 방법이 여러 가지 떠올랐다.

그렇게 엘리자가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글로리 애들은 모두 거점에 있어.”

아바드의 말에 노블 학생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칼의 정보가 틀린 거야?”

“아니. 정보는 맞을 거야. 다만 글로리는 정보가 새어 나갈 걸 예상하고 작전을 짰겠지.”

“그렇다면 레오 플로브는 뭐죠? 거점 방어를 하지 않는 건가요?”

엘리자가 고운 미간을 찡그렸다.

그 반응에 아바드가 말했다.

“지금 글로리 학생 중 바깥에서 다른 기숙사 학생들과 싸우고 있는 건 레오 혼자뿐이야.”

그 말에 노블 학생들 전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레오는 단신으로 다른 학생들을 사냥하는 임무를 맡은 거야. 완전히 당했어.”

“아, 아무리 레오라도 혼자서 다른 수십 명의 학생들을 일반적으로 사냥하는 게 말이 돼?”

노블 학생 한 명이 당황한 목소리로 묻자 복귀한 듀란이 말했다.

“……기숙사장이나 상위 성적자를 제외하고 누가 레오 플로브를 막을 수 있다는 거지?”

노블 학생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너희들은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참에 알아둬라.”

듀란의 몸에 스파크가 튀었다.

“놈은 단순히 모든 클래스의 능력을 가진 놈이 아니다.”

엘리자는 코웃음을 치며 환수를 소환해 그 위에 탔다.

“모든 클래스의 능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무결점의 괴물이다. 숫자를 믿고 놈에게 덤벼봤자 제물밖에 되지 않는다. 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

파지지지직! 화악!

“압도적인 강함이다!”

듀란이 튀어 나갔고 그와 동시에 엘리자의 윈드 와이번도 질주했다.

***

“아마 칼은 우리 작전을 다 꿰뚫어 봤을 거야.”

시험이 시작 기 전.

클로에는 글로리 학생들을 모두 모아 놓고 말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거점을 방어할 거야.”

클로에는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레오, 네가 다른 기숙사 애들을 상대로 킬 포인트를 얻어 줘.”

클로에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마 너 혼자 날뛸수록 다른 기숙사 애들은 네가 킹이 아니라고 생각할 거야. 물론 워레든이나 듀란, 엘리자가 널 노리겠지만”

클로에의 작전은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작전이었다.

“넌 그 애들에게 당하지 않을 거야.”

자신들이 가진 최강의 카드에 대한 신뢰.

***

채앵-! 화르르륵-!

넬라가 레오의 검을 막아냈다.

다른 학생들은 레오를 막아설 엄두도 내지 못했다.

별동대로 뽑힌 이들은 기동력이 좋고 은밀하게 행동할 수 있는 중위권 학생들 위주로 뽑혔다.

상위 성적자들은 거의 대부분 기숙사장들과 함께 정면을 공격하기 위해 글로리 기숙사 정면으로 간 상황.

레오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자 중 한 사람인 에미오는 방심하다가 이미 죽음 판정을 받고 귀환했다.

즉, 이곳에서 레오를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는 실력자는 넬라 뿐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은 모두 경악을 하고 있었다.

“빈틈이 없어!”

“아무리 그래도 같은 2학년인데……!”

2학년 중 레오가 2학년 최강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학생은 없었다.

하지만 레오와 일반 학생들 간의 격차가 이 정도까지 될 것이라고 생각한 학생은 많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그렇다고 빈틈을 노릴 틈도 없었다.

압도적 강함.

마치 4, 5학년들과 마주한 것만 같은 느낌에 2학년들은 몸서리쳤다.

“이게…… 최연소 학생회장.”

한 학생이 레오의 불꽃에 휩쓸리며 중얼거렸다.

채앵-!

넬라는 레오의 불꽃에 휩쓸리며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싸우는 건 처음인가.”

“그러게…… 1학년 때는 반장과 부반장 사이였으니까. 싸워봤자 가벼운 대련이 전부였었네.”

힘겹게 대답한 넬라가 오러를 일으켰다.

화르르륵-

레오의 불꽃이 그런 넬라를 덮쳤다.

하지만 넬라는 일부러 레오의 불꽃에 뛰어들었다.

치유 속성의 오러가 레오의 공격에 의해 입은 타격을 회복시켰다.

그걸 본 레오가 말했다.

“좋은 선택은 아니네.”

“뭐?”

레오는 기습적으로 자폭을 시도하는 넬라의 공격에 빠르게 대응했다.

레오는 자폭을 시도하는 적을 수도 없이 상대해봤다.

특히나 회복력이 뛰어난 적일수록 이런 특성이 두드러졌다.

이를 악문 넬라를 레오가 마무리하려 할 때였다.

쿠구구구구궁-!

대지가 흔들렸다.

레오는 넬라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네가 제일 먼저 왔군.”

레오는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상대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탁-

바닥에 착지한 그가 입을 열었다.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레오 플로브.”

워레든의 눈이 번뜩였다.

***

시험 일정을 끝마친 1학년들이 빠르게 1학년 배정 관중석으로 향했다.

반별로 자리를 잡은 1학년들은 하나같이 속이 후련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루메른에서 맞는 첫 시험인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리고 결과에 상관없이 일단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시험장이 빠르게 정리되고 관중석에서 보이도록 마법 화면이 떠올랐다.

외빈의 관중석에서 그걸 보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우리 아이가 활약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겠군.”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겠지!”

2학년 학부모들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인파를 뚫고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한 여성이 맨 앞 좌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 여성을 보며 몇몇 사람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머, 수행원도 없이 혼자 오다니.”

“별 볼 일 없는 가문의 사람이군.”

“여긴 자리도 없는데 늦게 왔으면 뒤에 앉지. 왜 온 거야.”

수군거리는 와중에 여성의 옆을 지나던 귀족 가문의 안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부채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맨 앞 좌석은 함부로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에요. 루메른의 졸업생만 앉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 말에 검은 머리카락의 여성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알고 있답니다.”

“뭐라고요?”

중년 여성이 눈을 꿈틀거릴 때였다.

“……레이나 선배님?”

뒤에서 조심스럽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린 레이나는 수십 년 만에 보는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렌! 정말 오랜만이네!”

“역시 레이나 선배님이셨군요!”

렌이 환하게 웃으며 레이나에게 다가갔다.

그 반응에 주변에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미리 오셔서 레오 학생을 응원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알잖아. 걔 귀염성 없는 거. 내가 응원한다고 해도 딱히 힘을 내거나 하는 애가 아니야.”

레이나는 빙긋 웃었다.

그런 레이나를 보며 렌이 빙긋 웃으며 에스코트했다.

“자, 가시죠. 레오 학생의 장래를 위해 어머님 되시는 레이나 선배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주변 학부모들이 경악하더니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이자 최연소 루메른의 학생회장의 어머니 되는 사람을 보고 함부로 수군거렸으니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레이나는 그들의 반응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저기, 렌. 관중석은 저쪽인데.”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레이나 선배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너 지금 유부녀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겠다는 거야?”

“그만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레이나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이게 어디서 개수작이야.”

뒤에서 나타난 유라가 팔로 렌의 목을 졸랐다.

“어머, 유라도 오랜만이네.”

“오랜만이에요. 레이나 선배.”

렌은 유라의 팔을 떨쳐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말했다.

“이 고릴라 같은 팔을 놓으십시오! 교수로서 학부모님인 레이나 선배와 아주 중요한 면담을 해야 된단 말입니다!”

“……어디 고릴라 같은 팔에 목 졸려 죽어봐라!”

“너희는 여전하구나.”

레이나는 두 후배의 살벌한 다툼이 익숙한 듯 까르르 웃으며 손뼉을 쳤다.

싸움이 날까 봐 노심초사하는 주변 학부모들과 정반대되는.

루메른의 졸업생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여유로움이었다.

그때.

“……레이나 제르딩거?”

“어머. 아인?”

레이나가 동기인 아인을 발견하고는 눈을 빛냈다.

“정말 오랜만이다!”

“……급한 볼일이 생각났군.”

아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에이! 오랜만에 만난 동기를 무시하고 가기야?”

“놔라.”

레이나에게 뒷덜미를 잡힌 아인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런 아인을 보며 눈을 게슴츠레 뜬 레이나가 말했다.

“너 계속 차갑게 굴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있었던 일을 얘들한테 말한다?”

아인은 눈을 부릅뜨고 레이나를 바라보았고 서로 싸우느라 정신없던 유라와 렌의 움직임은 딱 멈추었다.

“……넌 화염의 마녀라는 별명이 정말 어울리는 여자다, 레이나 제르딩거.”

“오랜만에 듣는 별명이네.”

깊은 한숨을 내쉬는 아인을 보며 레이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였다.

때 마침 전광판에 레오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런 레오의 맞은편에 선 워레든을 본 아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빅매치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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