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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레든이다!”
“워레든이 우리를 구하러 왔어!”
하모니 기숙사 측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레오와 대치하고 있던 넬라는 그런 기숙사 학생들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워레든이 딱히 우리를 구해주러 온 것 같지는 않은데…….”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워레든이 손을 들어 올렸다.
화르르륵-!
워레든의 손 위로 거대한 화염의 구체가 생성되었다.
워레든의 주특기.
마법 술식을 이용한 정령술이었다.
“오오오!”
“워레든! 워레든!”
하모니 학생들이 워레든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쳤다.
고오오오오오오!
“워레든! 워레든…… 워레…….”
하지만 이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외침은 잦아들었다.
“…….”
“…….”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침묵하며 워레든을 바라보았다.
그런 가운데 하모니의 기사학과 학생 한 명이 말했다.
“야.”
“……왜.”
“……저거 아무리 봐도 너무 커지는 것 같지 않냐?”
“네 생각도 그래? 내 생각도 그런데…….”
끝없이 화력을 더해가는 워레든의 불꽃의 구체를 바라보며 레오를 제외한 모든 학생이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에이. 아닐 거야.”
“맞아. 아무리 그래도 아군이 이렇게 많은데 대규모 광역 공격을 하려고. 하하하하.”
기사학과와 마법학과 학생들이 어색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소환학과 학생들은 망설임 없이 달려나갔다.
“뭣들 해! 튀어!”
“저놈은 우리 신경 안 쓰고 광역 공격을 하고도 남을 놈이라고!”
1년 동안 함께 공부한 소환학과 학생들은 워레든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기사학과와 마법학과 학생들도 기겁하며 도망쳤다.
넬라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레오를 바라보며 멈칫했다.
“안 피해?”
그 물음에 레오가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피할까?”
그곳에는 하모니 학생들이 대피하고 있었다.
그에 기겁한 하모니 학생들이 소리쳤다.
“야! 오지마! 이쪽으로 오지마!”
“저리로 가! 저리!”
“야! 너희 살자고 우리 쪽으로 가라고 하냐!”
하모니 학생들이 노블을 가리키며 소리치자 이번에는 노블 학생들이 아우성쳤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워레든을 바라보았다.
“난 신경 쓰지 마.”
레오의 말에 넬라가 하모니 학생들이 있는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와 함께 워레든의 거대한 불꽃이 레오를 덮쳤다.
거대한 크기의 맹렬한 화염을 보며 레오가 검을 고쳐 쥐었다.
우웅-!
회색의 오러가 휘몰아쳤다.
검에 오러를 응축시킨 레오가 안광을 번뜩이며 검을 휘둘렀다.
스악-!
공기를 가르는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후왁-!
그와 함께 워레든의 화염이 반으로 갈라졌다.
콰가가가가가가강-!
거대한 폭발과 함께 마치 폭포의 물이 쏟아지듯 화염의 파도가 쏟아졌다.
넘실거리는 화염의 파도가 이내 바닥에 쏟아졌다.
일순간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불의 정령과 땅의 정령의 융화?’
예상과는 달리 폭발 마법 술식을 정령을 이용해 구현한 정령술이 아니었다.
워레든은 착실하게 화염 속성이 주특기인 레오에게 추가 타를 입힐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꿀렁-! 푸화하학-!
땅으로 스며든 화염이 이내 분수처럼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주변 일대는 순식간에 용암의 바다가 되었다.
워레든이 손짓하자 불의 정령과 땅의 정령이 움직인다.
콰가가가각-!
마치 해일이라도 일어난 듯한 높이의 용암에 대피하던 주변 학생들이 경악성을 내질렀다.
“으아아악! 휩쓸린다!”
“달려! 달려!”
마치 재해와도 같았다.
워레든은 자신 주변의 자연을 말 그대로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레오는 자신을 덮치는 용암의 파도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괴물이군.”
철퍽-!
그 말과 동시에 레오가 용암에 휩쓸렸다.
***
[아! 놀랍습니다! 하모니 기숙사의 워레든 타이든! 이게 정녕 2학년 수준의 정령술이란 말입니까!]
대외적인 행사가 있을 때면 언제나 해설을 맡는, 소환학과의 4학년.
룬바 테스가 흥분된 어조로 침을 튀겨가며 소리쳤다.
[2학년 총괄 담당 교수이신 세드젠 교수님! 워레든 학생의 정령술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엘레강스하군!]
[오오! 루메른에서 가장 유능한 교수중 한분인 세드젠 교수님의 보기 드문 극찬입니다!]
“……쟨 엘레강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저놈은 뭐라는 거야?”
턱을 괸 리이나가 중얼거림에 그녀 옆에 있던 아름다운 여학생이 머리카락을 살살 꼬며 대답했다.
“룬바는 원래 포장을 잘하니까요.”
엘레나는 이사장 대리 자격으로 현재 교장인 리이나를 보좌하고 있었다.
루메리아 시티 시장 대리이자 부학생회장 신분인 하비든은 리이나 옆에 앉아 안대를 끼고 고개를 젖힌 채 자고 있었다.
VIP 귀빈 신분으로 같은 자리에 앉은 왕족들은 그 모습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워레든 학생의 우수함에 대해 관객분들께 소개를 해주시죠!]
[관객 여러분! 워레든 학생은 이! 제가! 세드젠이! 최선을 다해 키운 자랑스러운 제자 중 한 사람입니다!]
[…… 저…… 워레든 학생은 1학년 때 세드젠 교수님의 담당 학생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지금은 내 지도를 받고 있으니 내가 키운 제자이지 않은가! 자! 워레든 학생! 어서 그 얄미운 레오 플로브를 당장 응징…… 읍! 읍!]
[세, 세드젠 교수님! 해설로서 중립을 지키셔야…….]
[할린드의 앞잡이 레오 플로브를 어서 쓰러려어-! 뚝-]
일순간 방송이 끊겼다.
관중들은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방송사고 있었던 점 사과드립니다.]
싸늘한 할린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느새 세드젠 교수는 다른 교수들에게 끌려나가고 있었다.
현재 관중석에는 각 국가의 유력 귀족들을 포함한 왕족들 역시 내빈으로 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대형 사고가 터졌다.
다른 곳이었다면 난리가 났을 일이었으며 실제로 1학년들은 경악하며 무슨 일이 생길까 조마조마 한 눈으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3, 4, 5학년들은 태연했다.
“우리 아들은 교수님들께 미움받고 있나 봐?”
“에이! 미움받다뇨! 전 얼마나 예뻐하는데요.”
유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레이나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레이나 선배님. 제가 마법으로 재배한 최고급 홍차입니다.”
렌은 우아한 손짓으로 레이나의 찻잔에 홍차를 따라주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뼉을 치자 안나가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제가 직접 구운 쿠키입니다.”
“어머나, 고마워라.”
“……렌 교수님.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요.”
“안나 부교수. 기억해두게. 접대도 마법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평소에 귀빈이 오면 접대는 고사하고 거들떠지도 않으면서.’
안나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카를로! 왜 이제 와!”
“……10분 만에 환수의 섬을 어떻게 다녀옵니까.”
유라의 부교수 카를로가 울상을 지으며 환수의 섬에서 공수해 온 과일들을 가져왔다.
“레이나 선배, 그딴 쿠키 같은 거 먹지 말고 이 과일들을 드셔보세요. 환수의 섬 과일들은 루메른의 특산품인 거 아시잖아요??”
“어머나. 고마워라.”
오호호호호호- 입을 가리며 웃던 레이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뭐야?”
“귀여운 후배가 오랜만에 만나는 존경하는 선배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거죠.”
“귀엽……?”
유라가 아양을 떨며 말하자 부교수 카를로가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살벌한 유라의 눈빛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저는 레이나 선배님이 졸업하신 이후 레이나 선배님을 잊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렌 교수님. 그건 조금 위험한 발언 같은데요.”
안나가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지만 렌은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마법의 발전과 레오 학생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레이나 선배. 레오는 소환학과를 선택해야 해요. 물론 레이나 선배는 기사학과셨지만, 그런 것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레오를 보세요! 제르딩거의 피가 흐르는데 피닉스의 맹약자잖아요!”
“음. 두 사람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네.”
레이나가 빙긋 웃었다.
“그나저나 나 갑자기 루메리아 시티에서 팔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레이나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유라와 렌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인이 중얼거렸다.
“루메른 교수의 수치들.”
안나와 카를로는 차마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을 잔뜩 부려 먹던 레이나는 눈을 빛내며 마법 영상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저 워레든이라는 아이, 대단하네.”
“레오가 없었다면 2학년 최강이었을 학생이니까. 괜히 괴물이라 불리며 명성이 높았던 게 아니다.”
“음, 일선에서 물러난 나도 들어봤을 정도니까.”
용암이 넘실거리는 파도 한가운데 서 있는 워레든을 보며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인은 영상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 아들은 더 괴물이지만.”
그 말이 끝나고 관중석 전체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용암의 바다 한가운데.
레오가 서 있었다.
그런 레오의 팔등 위에는 아름다운 불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
부글- 부글-
용암이 끓었다.
그 가운데 레오가 태연하게 서 있었다.
‘통하지 않는군.’
워레든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오는 한점의 그을음도 없이 용암 한가운데 태연하게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워레든이 훗- 하고 웃었다.
‘레오 플로브.’
워레든이 커다란 손을 쥐락펴락했다.
워레든 타이든.
그가 태어난 나라는 대륙 남부에 자리 잡은 사막의 나라였다.
정령사들의 나라로 불리며 정령사들의 힘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나라, 돌리안.
그 돌리안의 하층 계급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정령사의 재능이 있는 자는 우대받았던 돌리안에서 워레든은 빠르게 상위 계급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그를 견제하기 위해 그를 죽이려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14살이 되어 상급 정령을 소환했을 무렵.
돌리안의 권력층은 더 이상 워레든을 단순히 자신들의 위치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기지 못했다.
최강의 정령사이자 돌리안의 미래에 꼭 필요한 인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워레든은 더욱 강함을 갈망해 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강하기만 하다면 경계의 대상이다.
하지만 최강은 경외의 대상이다.
어려서부터 혼자 힘으로 돌리안의 최상위 계급으로 올라간 워레든에게 있어 강함은 자부심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생존에 필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루메른에 처음 입학했을 때만 해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무리에서 최고가 될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레오 플로브가 나타났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을 아득히 추월해갔던 남자.
자신의 강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 워레든이 처음으로 마주한 벽.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앞의 괴물이 자신보다 위라는 걸.
하지만 그런데도 워레든은 최강이라는 갈망을 멈추지 않았다.
화르륵-!
레오의 영력에 피오라가 더욱 강렬한 불꽃을 내뱉었다.
워레든은 레오가 자신의 불꽃의 통제권을 빼앗아 가는 걸 느꼈다.
‘내가 아닌 다른 자가 최강이라면.’
화르륵-
거대한 불꽃의 구체가 워레든을 노렸다.
‘내 모든 걸 걸고 그 최강에 도전할 뿐.’
고오오오오-!
워레든의 몸에서 영력이 휘몰아쳤다.
그 모습을 본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쿠구구구구궁-!
대지가 흔들렸다.
콰가가가강-!
마치 대지가 분노한 듯 땅거죽이 뒤집혔다.
그오오오오오오오!
대지가 포효를 내질렀다.
거대한 대지의 거인이 팔을 휘둘렀다.
거인이 피오라의 불꽃을 틀어쥐었다.
콰가가가가가강-!
지축이 흔들리며 피오라의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치 자연재해가 펼쳐지는 듯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워레든이 서 있던 대지가 일어섰다.
거대한 대지의 거인이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그 모습을 본 레오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다.
“대정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