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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20화 (320/483)

320

고오오오오오-!

회색의 마나를 내뿜는 레오를 보며 듀란이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셋이서…… 같이 덤비라고?’

듀란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우리가 자신과 같은 무대에 설 자격이 있는지를 증명해보라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 하나만은 확실했다.

‘나를…… 우리를 시험해보겠다는 거냐. 레오 플로브.’

입학할 때부터 듀란은 레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포함한 쟁쟁한 모든 이들을 제치고 학년 대표가 된 것이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이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아래였다고 생각했던 녀석이 따라잡아야 할 목표가 되는 건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미친 듯이 달려도 멀어져가는 레오의 등이 보였다.

손가락이 으스러져라. 팔이 빠져라.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그에 따라 놀라운 성장을 거두었지만 따라잡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기와 집념이 발휘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미친 듯이 레오 플로브를 따라잡기 위해 수련에 매달렸다.

파지지지직-!

듀란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황금색 전류가 흘렀다.

“워레든 타이든, 엘리자 헤르긴.”

듀란이 황금색 안광이 번뜩이는 눈으로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너희는 나서지 마라.”

그 말을 남기고 듀란이 레오 앞에 섰다.

파지지직-

심상치 않은 전류가 휘몰아쳤다.

우웅-!

레오의 검에 회색의 오러가 생겼다.

그 모습을 본 듀란이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오 플로브, 네놈이 가끔 제르딩거의 불꽃의 오러가 아닌 회색의 오러를 사용할 때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몇 번이고 회색의 오러를 사용할 때의 레오를 떠올렸다.

‘제르딩거의 불꽃이 공격력에 특화되어 있다면…… 놈의 회색 오러는 전체적으로 공격과 방어, 모두 우수한 밸런스 형이다.’

검술 역시 회색 오러를 사용할 때가 훨씬 안정적이다.

듀란은 알고 있다.

셋이서 함께 덤비라고 한 레오의 발언이 절대 허언이나 만용이 아니라는 것을.

그만큼 자신이 있기에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이 상황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놈의 눈빛이 언제나 거슬렸다, 레오 플로브.’

듀란의 눈에 황금색 스파크가 튀었다.

‘그 무엇도 안중에 없이 머나먼 곳을 바라보는 네놈의 눈빛이.’

듀란도 알고 있다.

듀란 뿐만 아니라 레오를 쫓는 모든 이가 알고 있다.

레오가 바라보는 곳은 머나먼 어딘가라는 것을.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머나먼 곳.

듀란은 어려서부터 실력으로 모든 것을 쟁취해 왔다.

모이라 왕국.

기사 왕국이라 불리는 일국의 왕자로서 부러울 것 없는 것처럼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왕세자의 자리를 얻기까지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왕국을 건국한 조부에 어울리는 명성을 쟁취했다.

셋째 왕자 신분으로 왕세자 자리를 손에 넣었지만, 더욱 막강한 실력을 키워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했다.

오직 강자만이 그럴 자격이 주어진다.

그렇기에 듀란은 레오를 인정했다.

강자로서 동기들이 안중에도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부아가 치미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레오는 처음으로 자신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들을 시험해보겠다고 한다.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네놈의 뜻에 따라주지는 않을 거다.’

지금 일 대 일로 붙어 처참하게 박살이 난다고 해도.

절대로 레오의 뜻대로 덤비진 않으리라 듀란은 다짐했다.

그런 듀란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파바바밧-!

순간 레오의 검에 일어난 회색의 전류를 본 듀란의 눈이 부릅떠졌다.

“네놈…….”

듀란의 얼굴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레오가 자세를 낮추었다.

파앗-!

엄청난 속도로 레오가 듀란을 향해 질주했다.

회색의 섬광과 함께 레오가 달려나간 길에 회색의 스파크가 수놓아졌다.

채앵-!

파바바바바바밧!

파지지직-!

황금색과 회색의 번개가 격돌하며 사방을 파괴했다.

레오의 마나 특성은 순수.

그것은 하나에 특화된 속성 없이 모든 속성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었다.

카가각! 카각!

교차한 검이 힘을 겨뤘다.

지이이익-! 움푹-!

듀란이 밀려나며 발바닥이 바닥에 파묻혔다.

가공할 만한 힘.

키와 몸집은 듀란이 더 컸다.

하지만 순수한 완력에서 2학년 중 가장 강한 건 다름 아닌 레오였다.

얼굴을 굳힌 듀란이 검에 힘을 주어 레오를 떨쳐냈다.

파지지직-!

그와 동시에 검을 쥐지 않은 다른 손에 대검을 소환했다.

후아아아앙-! 파지직-!

번개의 오러를 품은 대검이 살벌한 기세를 내뿜으며 휘둘러졌다.

화악-!

번개 같은 속도로 휘둘러진 검이 허공을 갈랐다.

듀란의 눈이 대검 위에 착지한 레오로 향했다.

‘예상했다!’

레오의 움직임을 예상한 듀란이 다른 손에 쥐고 있던 롱소드의 오러를 주입하려 할 때였다.

파바바바밧!

“끄윽?!”

레오의 손에서 뻗어 나온 회색의 오러가 일순간 듀란의 몸을 마비시켰다.

“크합!”

듀란이 기합성을 내지르며 자신의 몸을 감싼 레오의 회색의 오러를 떨쳐냈다.

번쩍! 콰가가가각-!

일순간 듀란 주변 일대에 번개가 휘몰아쳤다.

팍-!

하지만 레오는 엄청난 속도로 듀란의 오러 범위에서 벗어났다.

“레오…… 플로브!”

듀란이 레오의 뒤를 쫓으려 했다.

하지만 번개의 위력은 듀란이 위라도 속도에서는 레오가 위였다.

어렵지 않게 듀란을 제친 레오가 워레든과 엘리자에게 돌격했다.

“셋이서 안 덤비겠다면 강제로라도 셋이 덤비게 해주지.”

그 모습을 보며 워레든이 정령을 소환했다.

스피릿 아머드.

정령으로 몸을 무장시키는 최상위 정령술.

그걸 본 레오가 손을 뻗었다.

소환된 물의 하급 정령이 레오의 손에 맺혔다.

같은 스피릿 아머드.

하지만 워레든은 당황하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레오가 못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레든이 장전하듯 주먹을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파지지직-!

물에 의해 위력이 강화된 레오의 회색의 번개가 더욱 미친 듯이 날뛰었다.

워레든이 주먹을 휘두르자 레오 역시 주먹을 내질렀다.

쩌엉-! 콰가가각-!

주먹과 주먹이 마주치며 주변 일대가 초토화되었다.

땅의 정령으로 무장한 워레든의 몸이 굳건하게 레오의 공격을 버텨냈다.

레오는 그런 워레든을 보며 검을 들어 올렸다.

“……!”

워레든이 얼굴을 굳히며 물러서려는 것보다 검이 빨랐다.

부왁-!

레오의 검이 워레든의 몸에 긴 검상을 남겼다.

하지만 사망 판정을 받지는 않았다.

스피릿 아머드의 강력한 방어력이 워레든을 지켜준 것이다.

하지만 워레든을 물러서게 하는데 충분했다.

“레오 플로브!”

어느새 듀란이 레오의 등 뒤까지 추격해 와 있었다.

그런 듀란을 보며 레오가 땅을 박찼다.

파지지직-!

레오가 최종적으로 향한 곳은 엘리자였다.

엘리자가 얼굴을 굳히고 영력을 일으켰다.

화악-!

일순간 소환된 윈드 와이번이 엘리자를 태우고 순식간에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흠.”

레오는 가볍게 숨을 내뱉고 등 뒤를 노리는 듀란에게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워레든 역시 같이 레오의 등 뒤를 노리고 있었다.

번쩍-! 콰가가가각-

레오의 검이 회색의 섬광을 내뿜었다.

채재재쟁-!

듀란이 빠르게 검을 방어했다.

파바바밧-!

하지만 공격을 모두 방어해내지 못하고 검상을 허용했다.

듀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검술이……!’

평소의 레오의 검술과는 달랐다.

검에 살기가 맺혀 있었고 훨씬 더 날카로웠다.

듀란이 거리를 벌렸다.

품에 강제로 파고든 워레든이 육중한 몸을 이용해 레오를 들이박았다.

콰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레오가 튕겨 나갔다.

마치 거대한 포탄이 들이박는 듯한 충격.

콰앙-! 푸화하학-!

날아간 레오가 그대로 물가에 처박혔다.

물이 하늘로 치솟듯 튀었다.

보글보글보글-

물에 빠진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오의 눈에 돌고래가 눈에 들어왔다.

델피누스.

물의 최상위 환수로 알려진 엘리자의 환수였다.

델피누스가 레오의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물회오리가 생성되었다.

콰아아아아아아-!

용오름이 생성되었다.

“그렇게 우리 셋을 동시에 상대하고 싶다면 각오하세요! 레오 플로브!”

엘리자가 사나운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파지지지지직-!

듀란이 대검을 치켜들었다.

번쩍! 콰과과과광!

낙뢰가 듀란의 검으로 떨어졌다.

용오름 크기의 거대한 황금색 검이 생성되었다.

푸화하하학-!

워레든이 물의 정령을 소환해 거대한 크기의 창을 생성시켰다.

엘리자가 탄 윈드 와이번이 입을 쩍 벌렸다.

강력한 바람의 브레스가 입에서 생성되었다.

번쩍-!

푸확-!

화악-!

세 사람의 공격이 용오름에 갇힌 레오에게 쏟아졌다.

그걸 본 레오가 마력을 일으켰다.

번쩍-!

퍼엉-! 후드드드득-!

일순간 부풀어 오른 용오름이 폭발하듯 사라졌다.

마치 비라도 내리는 것처럼 주변 일대에 호수의 물이 떨어졌다.

레오를 베려던 번개의 오러도.

레오를 꿰뚫으려던 물의 창도.

레오를 날려 버리려던 바람의 숨결도.

마치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사라졌다.

레오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고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세 사람은 온몸에 전율이 이는 걸 느꼈다.

일순간 레오의 눈동자가 검은색으로 빛났다 붉은색으로 돌아왔다.

***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공격을 어떻게 없앤 거야?”

관중석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1학년들 역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마, 마법은 분명한데.”

쥬엔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당황할 때였다.

“용언 마법이네요.”

멜이 빙긋 웃으며 1학년 마법학과생들에게 설명해줬다.

그에 모든 학생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용언 마법이요?”

“용언 마법은 용언을 이해해야 사용이 가능한 마법이잖아요!”

드래곤들 특유의 마법인 용언 마법이라는 말에 학생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용언만 이해하면 쓸 수 있는 마법이란 건 여러분도 잘 아시죠?”

문제는 용언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별의 마법’ 만큼 까다로운 마법.

1학년들이 경악한 표정을 짓는 사이 멜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리시나스님의 고유 마법 니힐.’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방어 마법이다.

‘정말로 2학년들을 상대로 진지하게 싸우고 계시는구나.’

***

‘당분간 마법은 사용하기 힘들겠군.’

방금 전 니힐을 사용한 것으로 마력 회로에 과부하가 걸렸다.

‘듀란과 워레든은 상대할 수 있어. 하지만…….’

레오의 시선이 엘리자에게 향했다.

현재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는 엘리자다.

아니, 일대 다수의 싸움에서 엘리자같이 뛰어난 환수술사는 가장 난감한 적이었다.

강력한 소환수 덕에 화력은 마법사에 버금간다.

거기에 더해 전방에서 싸우는 전위들을 지원까지 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환수 소환사다.

그렇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큰 위협은 다름 아닌 엘리자였다.

화르륵-!

레오가 피오라를 불렀다.

피오라가 우아하게 레오의 팔등 위에 앉았다.

“피오라, 엘리자를 견제해.”

“삐약.”

화악-!

우아하게 날갯짓을 하던 피오라가 맹렬하게 엘리자를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엘리자가 채찍을 팍-! 잡았다.

‘피닉스 없이 워레든과 듀란을 상대하는 건 아무리 당신이라도 힘든 일일 텐데요?’

눈을 가늘게 뜨며 레오를 바라보던 엘리자의 눈이 일순간 흔들렸다.

우웅-!

레오의 손바닥 위에 소환진이 생성되는 게 보였다.

그리고 소환진의 문양을 확인한 순간.

엘리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환수 소환사로서 그 문양을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저 문양을 상징하는 소환수는 바로.

‘요정……?!’

일순간, 고고한 은빛이 레오의 손바닥 위에서 퍼져 나갔다.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고귀한 자태를 내뿜는 존재.

요정, 키르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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