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26화 (326/483)

326

표정이 사라진 레오를 보며 칼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레오.’

칼에게 있어 레오는 루메른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다.

‘너를 만난 건 나한테 엄청난 행운이었어.’

간신히 턱걸이로 루메른에 입학한 칼.

하지만 오랜 시간 루메른에서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칼의 학교생활은 언제나 한계의 연속이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능글맞게 행동했지만.

언제나 다른 학생들과 자신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가운데 레오는 항상 옆에 있었다.

학년 대표이자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

거기에 루메른 역사상 최연소 학생회장까지.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레오를 항상 옆에서 지켜봐 온 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이 본다면 한계 따위는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레오가 얼마나 자신을 한계 이상으로 몰아붙이는지를.

끝없이 노력하고 달려가는 레오의 모습은 칼에게 큰 영향을 줬다.

그렇게 레오를 지켜봐 왔기에 칼은 알고 있다.

‘너희들이 레오를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하지 않아.’

후방에 자리 잡은 칼이 심호흡하고 레오를 바라보았다.

드웨노의 세계에서 시작의 영웅, 카일의 모습을 재현했던 에레보스 파편과 맞서 싸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차이를 체감할 각오?”

아바드가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레오,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그 차이…… 이미 뼈저리게 느꼈어.”

쿠구구구구구궁-!

아바드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주변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땅속에 있던 바위들이 떠올랐다.

염동 마법이 아니었다.

바람을 컨트롤 해 돌들을 띄운 것이었다.

위잉-!

허공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아바드의 고유 마법, 템페스트가 발동되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바위가 한데 뭉쳐 거대한 기둥이 생성되었다.

광풍을 동반한 바위기둥이 레오를 덮쳤다.

콰앙-!

바위에 직격당한 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충격파가 주변을 덮쳤다.

쿠구구구구! 화악-!

레오를 직격했던 바위기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콰득! 휘오오오오-!

주먹 크기만 한 돌멩이로 조각난 바위들이 레오의 주변을 맴돌았다.

레오는 아바드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필요 없으니까 돌려줄게.”

화르륵- 콰가가가각-!

불까지 붙은 돌멩이의 세례가 아바드를 덮쳤다.

후웅-!

그때 윈드 와이번을 소환한 엘리자가 빠르게 아바드를 데리고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그걸 본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과연, 후방 딜러로서 공격에만 신경 쓰겠다는 건가.’

만능형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포지션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

첼시처럼 최전방에서 배틀 메이지처럼 활약이 가능하고 클로에처럼 최후방에서 강력한 마법을 난사하는 포대로서의 활약도 가능하다.

혹은 양쪽을 오가며 필요한 포지션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능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해도 치우친 성향은 있다.

‘아바드는 클로에와 같은 전통형에 가깝지.’

전통형의 장점은 압도적인 마법의 위력이다.

하지만 단점은 기동성.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엘리자가 아바드를 보조하는 것이다.

‘뭐, 엘리자가 보조하는 건 아바드뿐만이 아니지만.’

레오가 자신의 앞에 선 첼시와 워레든을 바라보았다.

그 주변에는 환수의 가호를 받은 두 사람이 있었다.

아까 전.

급조한 팀으로 레오와 맞섰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확실하게 레오를 힘을 합쳐 쓰러트려야 할 적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그에 맞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준비가 된 것과 되지 않은 것의 차이는 다르다.

영력이 레오의 팔을 휘감았다.

“뭘 하는 거야?”

칼이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워레든이 대답했다.

“정령술이군.”

“모두 조심해! 저만한 영력의 정령술이라면 엄청난 게 올 게 분명해!”

칼의 외침에 모든 이들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푸른빛을 띠기 시작한 영력을 손끝에 모은 레오가 바닥을 내리쳤다.

화악-!

땅으로 스며든 영력이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

“…….”

잔뜩 긴장된 표정을 짓던 첼시가 이내 김샌다는 얼굴로 칼을 바라보았다.

“아무 일 안 일어나는데?”

“……무언가를 불렀군.”

워레든이 눈을 가늘게 떴다.

“뭘 불렀는데?”

“그거야 모르지. 하지만 빨리 레오 플로브를 쓰러트리는 게 좋겠군.”

워레든이 스피릿 아머로 무장했다.

화르륵-

불꽃의 정령이 갑옷처럼 워레든의 몸에 깃들었다.

그걸 본 첼시도 지팡이를 고쳐 쥐고 자세를 낮추며 준비하던 마법을 해방시켰다.

“열풍.”

휘오오오오오오-!

첼시 주변에 강렬한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걸 본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첼시의 고유 마법.’

클로에의 고유 마법인 얼음 세계와 같은 필드 마법.

다른 점이 있다면 클로에의 고유 마법은 주변 일대를 모조리 얼려 버리는 광역 마법이다.

강력한 냉기로 적을 공격함은 물론 적의 움직임을 둔화시켜 아군에게 유리한 전장을 만들어 상대를 압박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첼시의 열풍은 다르다.

그 자체만으로는 공격력이 크게 없다.

다만 골치 아픈 건.

화악-!

첼시가 빠르게 레오를 향해 돌격했다.

레오는 란체아를 소환해 휘둘렀다.

창의 긴 리치를 이용해 첼시를 견제하려는 목적이었다.

휘익-!

그 순간.

첼시의 몸이 변칙적으로 움직였다.

마치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으로 레오의 공격을 피했다.

“윈드 소드.”

첼시의 지팡이 끝에 바람의 칼날이 맺혔다.

채앵-!

바람의 검과 불꽃을 두른 창이 교차했다.

레오가 첼시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후웅-!

하지만 역시나 첼시는 놀라운 움직임으로 피했다.

후앙-!

레오가 첼시를 쫓으려 하자 바람이 불어와 방해했다.

열풍은 근접 전투에서 첼시의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마법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변 일대의 바람의 통제권을 가진 건.

레오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엘리자가 윈드 와이번과 정령술을 이용해 바람을 통제하고 있다.

완벽하게 자신들이 유리한 전장.

“레오 오빠라도 이 연계를 이기는 건 쉽지 않을걸!”

첼시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화르륵-!

레오의 코앞까지 다가온 워레든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레오가 손으로 워레든의 주먹을 막았다.

콱-!

레오의 발이 움푹 바닥을 파고들었다.

레오가 워레든의 복부를 걷어차 반격했다.

휘오오오! 콰앙-!

날아간 워레든이 바닥에 처박혔다.

쿠구구구-

워레든이 흙먼지를 털고 일어나더니 목을 몇 번 꺾었다.

뚜두둑- 뚜둑-

가벼운 뼈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냐?”

칼이 질렸다는 얼굴로 묻자 워레든이 힐끗 칼을 보았다.

“신경 쓰지 말고 지휘에나 신경 써라. 너의 예측은 확실하게 들어맞고 있으니까.”

“알았어.”

칼이 레오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전방이 가장 큰 불안 요소야.’

첼시는 압도적인 전방 전투 능력을 갖춘 배틀 메이지.

워레든 역시 스피릿 아머를 이용한 근접 공격은 전율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문적으로 전방을 책임져줄 수 있는 셀리아나 듀란에 비하면 확실히 불리하다.

지금도 가까스로 레오를 붙잡아 두고 있을 뿐.

조금이라도 실수해서 둘 중 하나라도 쓰러진다면 전방은 전멸.

그리고 엘리자와 아바드는 곧바로 레오의 타겟이 된다.

‘아니면 내가 타겟이 되거나. 아니, 애초에 첼시만 하더라도 레오에게 당하면 끝이야.’

하모니의 킹, 첼시.

그런 첼시가 전방에서 레오를 상대한다는 건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었다.

칼이 다급히 귀에 손을 댔다.

우웅-! 통신 마법이 일었다.

“첼시! 워레든! 레오가 마법을 사용할 거야! 거리를 벌려!”

콰가강-!

그 말과 함께 레오 주변에 폭발이 일어났다.

“아바드! 지금이야!”

윈드 와이번에 타고 있던 아바드가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휘오오오오-!

“커터 스톰.”

마법을 해방하자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레오에게 날아갔다.

키아아아아앙-!

바람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람의 층층마다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회전하는.

말 그대로 존재 자체가 거대한 칼날이나 마찬가지인 바람이었다.

화악!

아바드의 커터 스톰이 레오를 집어삼켰다.

“굉장하네요.”

“바람이 우리 편인 이상. 나와 첼시는 더 강해질 수 있거든.”

아바드가 빙긋 웃으며 엘리자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엘리자가 코웃음을 칠 때였다.

퍼어엉-!

“……!”

거대한 파공음과 함께 커터 스톰이 사라졌다.

“……상처 하나 없는 건 충격인데.”

아바드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잘하고 있어! 레오의 약점은 어쩔 수 없는 마나 용량이야! 버티면 이길 수 있어!”

통신 마법을 통해 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 칼. 당신은 그게 문제에요.”

엘리자가 코웃음을 쳤다.

“우리는 굴욕을 감수하면서까지 힘을 합쳤어요.”

엘리자가 윈드 와이번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시간을 끌어서 이긴다고요? 그런 찝찝한 승리 따위는 필요 없어요. 진다고 해도 레오 플로브의 힘을 정면에서 받아치지 않는 이상…… 직성이 안 풀려요.”

으르렁거리는 엘리자의 말에 칼이 말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쿠구구구구궁-!

레오의 몸에서 불꽃의 기둥이 치솟았다.

화르륵-!

칼이 식은땀을 흘렸다.

“온다.”

화악-!

화염의 오러가 휘몰아쳤다.

첼시는 기겁하며 물러섰고 워레든은 그런 첼시의 방패막이 되어 주었다.

그와 함께.

“-!”

거대한 포효 소리가 레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큭?”

“히익?”

레오의 목소리를 들은 워레든이 흠칫하며 물러섰고 첼시는 일순간 몸을 떨었다.

“하울링?”

아바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 인간은 대체 못 하는 게 뭐예요!”

“생각보다 많아.”

“……!”

엘리자의 외침에 위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화륵-

“나도 뭐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하울링으로 인해 몸이 경직된 일순간.

엄청난 속도로 접근한 레오가 발차기를 날렸다.

레오의 발에서 아른거리는 화염의 오러가 아바드와 엘리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쾅-!

그 순간 빠르게 날아온 워레든이 팔로 레오의 발차기를 막아냈다.

휘오오오오오! 쾅-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워레든이 바닥으로 추락해 처박혔다.

화르륵-

레오가 란체아를 고쳐 쥐었다.

“그러고 보니 너희 둘 다 란체아에 당해 사망 판정받았지?”

“그래요, 그 창…… 꼴 보기 싫네요!”

끼아아아악!

윈드 와이번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입을 쩍 벌렸다.

윈드 브레스가 레오를 덮쳤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거리를 벌린 순간.

푸드드드득-!

날갯짓하는 소리와 함꼐 수십마리의 작은 새들이 레오를 덮쳤다.

콰가가각-!

송곳처럼 날카로운 부리가 마치 레오를 꿰뚫을 것만 같았다.

“리플렉션.”

레오가 쉴드 마법을 전개했다.

퍼버버버버버벅-!

일순간 날아온 새들의 부리가 레오의 마법에 꽂혔다.

“……바람 새?”

참새를 마법을 이용해 만든 사역마.

하지만 바람 새는 공격력이 거의 없다.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첼시가 서 있었다.

“내 사역마들이야.”

첼시가 씩- 웃었다.

“열풍 마법이 그 아이들에게 힘을 줘.”

바람 새들이 첼시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안심해라, 레오 플로브. 시간을 끄는 전투 따위는 하지 않을 테니까.”

워레든이 영력을 일으켰다.

“우리의 전력을 이용해 널 쓰러트릴 거야.”

아바드가 수많은 마법을 영창 하며 말했다.

‘훌륭해.’

벽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부딪혀 온다.

차이를 알고 있음에도 확실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는 걸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걸 쥐어 짜내며 칼끝을 들이민다.

“시간을 끌어도 딱히 상관없어.”

레오가 빙긋 웃으며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그 전에, 내가 이길 테니까.”

위에서 아래로 레오의 손이 휘둘러졌다.

***

‘……아무리 레오라도 피닉스와 요정의 힘을 동시에 다루는 건 힘들어. 순간적으로 압도적인 전투는 가능해도 길지는 않아. 요정의 존재를 아는 이상 우리 측에도 대응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칼이 생각에 잠겼다.

레오의 공격 패턴을 예측하고 지휘를 내렸다.

네 사람이 호흡을 완벽하게 맞출 수 있는 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레오의 움직임을 보고 지휘를 내리는 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덕에 레오를 상대로 동등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소환술을 사용하지 않는 거지?’

레오에게는 피닉스와 요정이라는 강력한 환수가 있다.

아마 레오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카드들일 것이다.

그런데 전투에 돌입한 이후 레오는 단 한 번도 소환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한번 썼었어.’

찰나의 순간.

정령술을 한 번 사용했다.

‘그건 대체…….’

쿠구구구구구구궁-!

칼이 당혹감을 느낀 순간.

지축이 흔들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그와 함께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파도 소리?’

소리의 정체를 깨달은 칼이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입을 쩍 벌렸다.

“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탄식하듯 내뱉은 칼이 절규를 내뱉었다.

“이건 너무 심하잖아아아아!”

콰아아아!

거대한 해일이 전장을 덮쳤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