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31화 (33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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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학생?”

“그래, 정확하게는 단기 유학생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편하려나?”

교환 학생 이야기라면 1학년 때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세이룬의 헤르디움 선생 같은 경우에는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편지를 보내오곤 했다.

물론 최근 세이룬의 동향이 조금 이상해지면서 편지는 줄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세이룬과 전혀 관계가 없는 티나가 교환 학생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레오가 보아온 티나는 보통의 엘프와는 살짝 거리가 있는 엘프였다.

‘하긴, 그래서 교환 학생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엘프의 관점으로 봤을 때 티나는 괴짜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엘프였다.

그렇기에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엘프이기도 했다.

그건 짧은 시간 동안 티나의 수업을 보기만 해도 충분했다.

엘프들 사이에서는 자칫 이단이라 불려도 이상할 것 없는 수업을 서슴없이 진행했다.

그렇기에 티나의 교환 학생 권유는 더더욱 의아했다.

“저를 굳이 세이룬에 교환 학생으로 보내는 이유가 있나요? 세이룬에서 그다지 환영받지는 못할 것 같은데요.”

레오의 말에 티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세이룬은 물론이고 엘프 마법 학계에서는 널 그다지 고운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으니까.”

올해 렌이 발표한 ‘별의 마법 입문서’를 집필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바로 레오의 고유 마법 ‘바이블’ 이다.

거기에 더해 오랫동안 해석하지 못했던 ‘꽃을 피우는 마법’을 해석하거나 성운의 시조 루나의 세계에서 ‘폴리움’을 공략 보상으로 얻어 오는 등.

비록 세이룬과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엘프 종족의 숙원을 몇 번이나 이룬 것이 바로 레오였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세이룬 내에서는 레오가 세이룬의 위상에 도전한다고 판단하여 적대적인 감정을 지닌 이들도 많았다.

티나가 말했다.

“네가 세이룬의 교환 학생으로 가는 걸 바라는 이유는 단순히 세이룬에 가서 공부를 하라는 게 아니야. 솔직히 루메른이라면 모를까, 세이룬에서 네가 배울 건 없다고 생각돼.”

티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의미죠?”

“세이룬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운의 시조 루나님의 후계자를 탄생시키는 거야. 우리 선조님이 그랬던 것처럼.”

뚜벅- 뚜벅-

티나는 교수실 한쪽에 있는 이동식 칠판으로 걸어갔다.

천에 덮어진 칠판의 천을 치우자 그곳에는 복잡한 마법 술식이 생겨났다.

다름 아닌 꽃을 피우는 마법이었다.

“네가 해석한 이 술식은 아름다워.”

어딘지 모르게 몽롱하게 풀린 눈빛으로 꽃을 피우는 마법의 마법 술식을 바라보는 티나.

술식을 감상하던 티나가 말했다.

“엘프 마법 학계에는 머리가 굳은 머저리들이 많아.”

티나의 얼굴에 불쾌감이 떠올랐다.

“그렇기에 네가 해석한 이 마법을 부정하는 얼간이들이 있어.”

레오가 해석한 ‘꽃을 피우는 마법’ 의 마법 술식은 루나가 만든 별의 마법의 근간이다.

이 마법을 만들기 위해 별의 마법을 창조했기에 ‘꽃을 피우는 마법’에서 모든 별의 마법이 파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제가 봐도 어이가 없을 정도니까요.”

꽃을 피우는 마법의 마법 난이도는 별의 마법은 물론이고 모든 마법을 통틀어 가장 어렵다.

효과는 단순히 ‘꽃’을 피우는 데 그친다.

하지만 이 마법이 걸치고 있는 영역은 ‘신’ 의 영역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꽃을 피우는……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법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볼품없다고까지 할 수 있는 효과에 비해 마법을 구성하는 술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다.

효율을 중시하는 마법사의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낭비처럼 보일 정도로 비효율적인 마법인 것이다.

‘뭐, 그렇기에 가장 루나다운 마법이지만.’

마법이 존재한 이래 가장 천재적인 마법사.

하지만 그만큼 엉뚱하고 괴짜였던 마법사.

후대 사람의 입장에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존재였다.

“티나 교수님은 이 마법을 루나님이 만든 마법이라 확신하는 모양이군요.”

“그래. 이 정도로 완벽하게 해석 된 술식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고…… 난 이 마법을 보고 루나님이 더 좋아졌거든.”

티나가 빙긋 웃었다.

“뭐랄까, 낭만이 있잖아? 그리고 루나님이 꽃을 피우는 마법을 만들려고 했다는 건 루나님의 세계를 공략하면서 증명된 사실이고. 다른 해석 법이 존재한다고 바락바락 우겨봤자 루나님을 모욕하는 일밖에 안 되는데 머리 굳은 등신들은 끝까지 부정하고 있다니까?”

투덜거리던 티나가 말했다.

“이런 마법을 해석한 너잖아? 이미 별의 마법은 마스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세이룬에서 배울 게 있을까?”

“요행이죠.”

“마법에 요행이란 없어. 하물며 이런 고난도 마법이라면 더더욱.”

티나가 빙긋 웃었다.

“선조님, 세이룬 팅겔 조차 해내지 못한 위업을 네가 이룬 셈이지.”

티나는 교수실 한쪽으로 가 진하게 내린 커피를 머그잔에 따른 후 홀짝였다.

커피 맛을 음미한 티나가 말했다.

“이번에 세이룬에서 ‘마법 학회’ 가 열려. 렌 교수님의 부교수 안나 양이 렌 교수님의 ‘별의 마법 입문’을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하지.”

티나의 말에 레오는 안나에 대해 떠올렸다.

최근 들어 부쩍 피폐해진 모습으로 학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엘프 마법의 최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세이룬에서 열리는 마법 학회에서 수많은 엘프 마법사들이 ‘이단’ 이라고 입을 모아 외치는 ‘별의 마법 입문’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안나를 도와주기 위해 그녀의 교수실에 자주 드나들었던 클로에나 첼시의 증언에 의하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렌 교수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다고 했다.

“공동 저자인 너도 그 논문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지? 안나 부교수를 도와 학회에 나가줬으면 해.”

“나가서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긴 머리 굳은 바보들 머리통을 다 깨부숴 달라는 거지.”

티나의 말에 이야기를 듣던 키르안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두꺼운 마도서로 다 내려찍으면 되는 거야?

“굉장히 끌리는데 그러면 큰일 나서 안 돼.”

티나는 몹시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레오 학생은 별의 마법을 깊게 이해하고 있을 거야. 아마 나보다 더 깊게.”

티나가 레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난 엘프 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세계는 변혁을 맞이하고 있어. 레오 학생은 싫든 좋든 그 중심에 있는 상태고.”

티나가 한숨을 쉬었다.

“아마 이대로 있다가는 세이룬은…… 아니 엘프 종족은 도태될지도 몰라. 엘프들이 도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강한 충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제가 교환 학생으로 갈 수 있다고 갈 수 있는 건가요?”

의아한 얼굴로 묻는 레오를 보며 티나가 빙긋 웃었다.

“그 부분은 걱정 마. 내가 해결할 테니까.”

“한 번 고민해보겠습니다.”

“그래. 아, 그리고 만약에 세이룬에 가게 되면 한 가지 더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이건 딱히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아.”

“뭐죠?”

“올해 입학한 내 조카에게 마법을 좀 가르쳐주지 않을래?”

“정해지면 고려해보겠습니다.”

“고마워.”

***

티나와의 이야기를 끝낸 레오는 파티장으로 향했다.

-레오, 갈 거지? 응? 갈 거지? 가야 해.

키르안이 옆에서 매달리듯 칭얼거렸다.

“갈 테니까 그만 좀 찡찡거려.”

-야호!

키르안이 만세를 외치며 이리저리 미친 듯이 날아다녔다.

‘나방 같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은 레오는 키르안을 돌려보내고 기숙사 파티장으로 들어섰다.

“엇? 레오다.”

누군가 레오를 발견하고 중얼거리자 파티장에 일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그런 가운데 레오는 파티장에서 레이나를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오가 걸음을 옮기자 파티장에 정적이 풀렸다.

하지만 힐끗- 힐끗- 레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감출 수 없었다.

특히나 학부모들이 레오를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어머니, 연락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내가 못 올 곳을 온 것도 아니잖니?”

레이나가 빙긋 웃었다.

“네 활약상은 잘 지켜봤어.”

“어떠셨어요?”

“내 아들이지만 무시무시하던데.”

고개를 설레설레 젖는 레이나를 보며 레오가 웃음을 터트릴 때였다.

“레오! 레오 어머님.”

칼이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칼, 거기 계신 분은 누구야?”

“여기는 우리 누나 키리아 토마스. 모이라 왕국에서 연금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칼이랑 닮은 여성은 레오를 바라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칼, 너 진짜 레오 플로브랑 친한 사이였구나? 난 네가 허언증에 걸린 줄 알았어.”

“이 아줌마가 사람을 뭘로 보고…….”

“아줌마? 아줌마?! 이게 진짜!”

“으갸갸갸각!”

눈을 치켜뜬 키리아는 칼의 볼을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그 후 레오에게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칼의 누나 키리아 토마스라고 해요. 한심한 동생이랑 친구를 해줘서 고마워요.”

“레오 플로브라고 합니다. 칼에게는 언제나 도움받고 있습니다.”

“와, 정말 어른스럽네요. 얘, 칼. 네 친구 반이라도 좀 따라해봐라.”

“우리 애는 애늙은이 같아서 난 레오가 칼을 좀 닮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이야기를 듣던 레이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였다.

“레오, 칼.”

이번에는 넬라가 다가왔다.

그녀의 곁에는 미중년이 서 있었다.

“아버지, 소개할게요. 여기 이 친구들이 레오 플로브와 칼 토마스. 1학년 때부터 저와 절친했던 같은 반 친구들이에요.”

“레오 플로브라고 합니다.”

“칼 토마스입니다.”

“네르온 카븐이라고 한다. 딸이 언제나 신세 지고 있군. 만나서 반갑다.”

정중한 인사를 한 네르온의 시선이 레이나에게 향했다.

“오랜만이구나, 레이나.”

“오랜만이에요. 네르온 선배.”

넬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버지, 레오의 어머니와 아는 사이세요?”

“후배였다.”

“아…….”

넬라가 탄성을 내질렀다.

“딸이 네르온 선배를 닮아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학창시절 어떠셨나요? 도통 학창 시절 얘기를 안 해주시는데.”

“솔직하게 말해요?”

“크흠!”

레이나가 장난스럽게 묻자 네르온이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레이나에게 말했다.

“레이나, 조금 할 말이 있는데 따로 이야기를 조금 나눌까?”

“네, 레오. 엄마는 조금 선배님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올게.”

레이나가 네르온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떴다.

“얘들아!”

“거기 다 있었어?”

그리고 일리아나와 테이드도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아빠, 레오 플로브, 칼 토마스, 넬라 카븐. 1학년 때부터 제일 친했던 친구예요! 얘들아 이쪽은 우리 아버지 이레이븐 라덴이야.”

“안녕하세요.”

“딸이 항상 신세를 지고 있구나.”

“얘들아, 이분은 우리 아버지 테담 마르코아셔. 아버지 제 친구들이에요.”

“만나서 반갑다.”

이미 일리아나의 아버지와 테이드의 아버지는 인사가 끝난 이후였다.

1학년 당시 가장 친했던 이들이 모였다.

“첼시는?”

“첼시는 로드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바빠.”

넬라가 빙긋 웃었다.

어느새 부모님들은 부모님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테이드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일리아나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어른들은 어른들의 대화를 나누고 있겠지. 아참! 그나저나 반장. 너 지금 다른 기숙사 애들한테 마왕으로 불리고 있는 거 알아?”

“그건 또 무슨 별명인데?”

“시험에서 보여준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그렇게 불리고 있어.”

“솔직히 나도 무서웠어.”

“적당히 했어야지, 적당히.”

테이드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넬라가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칼을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마왕 레오. 뭔가 어감이 착 감기는데?”

일리아나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노닥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키리아가 동생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와. 제르딩거에 카븐에 라덴, 마르코아 가문까지…… 너 진짜 출세했구나?”

“헹! 이제 이 동생님이 위대해 보이셔?”

“아니, 넌 볼품 없는데 네 인맥이 위대해 보여.”

“우이씨!”

누나의 반응에 칼이 발끈할 때였다.

레오 주변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들었다.

“레오 학생. 이번 시험에서의 멋진 활약 잘 봤네. 나는 데론드 왕국의…….”

“아들이 평소 같은 기숙사에서 신세를 지고 있네. 언제 한 번 서부 마탑을 찾아주지 않겠나?”

“나는…….”

주변에 모여든 인파를 보며 칼이 혀를 내둘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인가?”

“새삼 반장이 거물이 되었다는 게 느껴지네.”

칼과 일리아나가 감탄사를 내뱉을 때였다.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파티장의 단상에 오른 세드젠 교수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모든 이들이 세드젠을 주목했다.

-자리를 빛내주신 귀빈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려 이 자리는 어려운 시험을 끝낸 2학년들을 축하해주는 자리임을 알려드립니다.

세드젠의 말을 들은 칼이 중얼거렸다.

“이거 웬지 기분이 싸하지 않냐?”

“응?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일리아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아울러, 학부모님들께 중간고사 성적표를 나누어 드릴 예정이오니. 학부모님 여러분께서는 기숙사별로 단상 앞으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대다수 학생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신설된 멘토 시스템에 따라 2학년 1학기까지는 자퇴 권고가 없다는 점을 노려 얼마나 공부에 소홀했는지를 알려드리기 위해 1학년 때 성적표와 함께 배부해드림을 알려드립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이놈의 학교는 진짜!”

일리아나가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고 테이드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레오 주변에 있던 학부모들은 눈을 번뜩이며 단상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중얼거렸다.

“우리 학교는 날이 가면 갈수록 악랄해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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