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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32화 (332/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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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가 끝난 다음 날.

시험이 끝났다고 해도 학과 일정은 루메른 학생들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학생들은 어김없이 빡빡한 학과 일정에 내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만큼은 어쩌지 못한 듯.

학생들은 후련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 한 학년 만 빼고.

“으어어어어.”

책상에 엎어진 일리아나가 입을 벌리고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일리아나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 학생이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빠, 엄마한테 들들 볶였어어어어억.”

“난 한 달 동안 용돈 끊기게 생겼어. 주말에 루메리아 시티에 나가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생겼다고……!”

“우리 학교 교수님들은 우리를 어떻게든 괴롭힐 생각밖에 없으신가 봐.”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멘토 시스템에 의해 1학기가 끝날 때까지는 자퇴 권고를 받을 일이 없어진 만큼 2학년들이 전체적으로 필기시험에 느슨해진 건 사실이었다.

물론 필기시험에 투자할 시간을 이용해 ‘실전 실력을 갈고닦았다는’을 했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긴 했지만.

부모님들께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에 불과했다.

특히나 마법 학과생들의 출혈이 심했다.

시험 점수에 민감한 건 부모님들의 특성인 만큼 대부분 학생들이 어제 파티를 즐기지 못하고 부모님들에게 시달렸지만.

대체로 학문적으로 우수한 모습을 보여왔던 마법학과 학생들의 부모님이 필기시험에 더욱 민감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곡소리를 내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칼이 쯧쯧- 혀를 찼다.

“그러니까 열심히 시험 공부를 했어야지.”

“으으-! 너도 필기시험 망쳤잖아!”

“푸하하하! 이 몸의 경우에는 애초에 부모님이 기대치가 밑바닥이라서!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신다고! 하하하하하!”

칼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뭔가 비참하네.”

물론 이러한 참사에도 자유로운 영혼도 있었다.

바로 학과 최고 우등생들이었다.

“클로에랑 아바드는 또 만점이지?”

“정말 부럽다.”

학우들의 부러움에 찬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

마도서에서 눈을 떼지 않던 클로에는 눈을 들고 고개를 갸웃거렸고 아바드는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때 강의실 안으로 레오가 들어왔다.

레오가 들어서자 모든 학생이 일순간 침묵했다.

학생들의 뇌리에는 아직까지 어제 보여주었던 충격적인 레오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레오는 평소처럼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는 클로에와 칼 곁으로 가 앉았다.

장내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 때.

첼시가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앗, 레오 오빠! 좋은 아침!”

첼시는 평소와 같은 활기찬 얼굴로 레오에게 인사했다.

“칼이랑 클로에도 잘 잤어?”

“시험이 끝나서 아주 꿀잠을 잤지.”

“잘 잤어. 넌?”

넉살스럽게 칼이 대답했고 뒤이어 대답한 클로에가 빙긋 웃었다.

그에 첼시가 빙그레 웃었다.

“나도 잘 잤어.”

어제 첼시는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

“레오 오빠, 나 어제 어땠어?”

“대단했어, 이제 어엿한 한 사람의 마법사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겠던데?”

레오의 말에 첼시가 배시시 웃었다.

“나중에 점심 때 봐!”

그리고 활기차게 인사하고 아바드에게 갔다.

첼시는 마법 수업만큼은 꼭 아바드와 함께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웃었다.

“평소처럼 기운이 넘쳐서 다행이네.”

“첼시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한 아이니까.”

“강한 건 알아. 아주 강하지. 징글맞을 정도로. 아마 꾹꾹 눌러도 바퀴벌레처럼 일어나는 근성…… 꾸엑!”

“날 바퀴벌레에 비유해?”

어느새 날아온 첼시가 칼의 옆구리에 드롭킥을 먹였다.

첼시의 등장으로 레오 때문에 굳었던 교실 분위기가 살짝 풀렸다.

다른 기숙사 학생들이 레오에게 다가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몇몇은 레오가 사용한 용언 마법에 대해 묻기도 했다.

그에 관해 레오는 자신의 고유 마법인 ‘바이블’ 의 효과라고 간략하게 대답해주었다.

클로에 역시 그에 관해 흥미가 있는 듯 용언 마법에 관한 토론에 참여했다.

그렇게 마법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울 때였다.

짝짝짝짝!

“멋지다! 제군들! 마법에 관한 그 열정! 올바른 모습이야! 아주 올바른 모습이야!”

강의실 문이 열리며 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열렬하게 박수를 치며 감격한 표정을 짓는 렌이 강의실 단상 위로 올라갔다.

“모름지기 마법사란! 마법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토론을 나눌 때 가장 아름다운 법! 자! 그런 의미에서 보라! 세이룬에서 열릴 마법 학회를 준비하는 안나 부교수의 아름다운 저 모습을!”

렌이 안나를 가리켰다.

안나는 피폐해진 눈으로 슥- 렌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맺혀 있는 건 명백한 살기였다.

“자! 곧 세이룬의 마법 학회에 참석해 우리 루메른의 명성을 드높일 안나 부교수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

렌이 박수를 치자 학생들이 마지못해 박수를 쳤다.

그럴수록 안나의 눈에 맺힌 살기는 더욱 진해져 갔다.

“가서 말려야 할 것 같은데?”

레오가 턱을 괴며 중얼거리자 클로에와 첼시가 몇몇 여학생을 이끌고 안나 주변으로 갔다.

마법에 관한 렌의 발작이야 이미 2학년들에게 익숙해졌다.

1학년 초창기에야 당황했지만 그걸 1년 정도 수없이 겪으면 모두 대응 방법을 숙지하기 마련이다.

렌이 발작할 때 담당은 레오와 아바드를 필두로 한 남학생들이었다.

하지만 2학년에 들어서면서 렌 때문에 안나가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 후로는 여학생들도 안나를 진정시키는 일을 맡게 되었다.

다행히도 안나의 발작은 전조 증상이 있기에 막는 게 가능했다.

안나를 진정시킨 클로에가 손을 들었다.

“그래, 클로에 학생.”

“렌 교수님. 마법 학회 발표에 학생들도 보조로 따라갈 수 있나요?”

클로에의 질문에 렌이 빙긋 웃었다.

“물론 가능하다. 가능하다만.”

“이번 학회 발표에는 학생들을 데려갈 예정이 없습니다.”

렌의 애매한 말에 안나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에 클로에를 포함한 여러 학생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안나가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학회였다면 여러분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이번 학회에 여러분을 데려가고 싶지가 않아요. 학생 여러분이 경험하기에는 좋지 않은 학회가 될 확률이 높아서요.”

안나의 말에 학생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제군들! 이번 학회는 경험이 풍부한 안나 부교수에게 맡겨두도록 하고! 지금부터 수업을 시작하지!”

렌의 말에 학생들이 허둥지둥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렌이 말했다.

“우선, 마법학과 실기 시험의 최우수 학생부터 선정하겠네.”

렌의 말에 학생들의 시선이 레오에게 쏠렸다.

보나 마나 마왕님이라 불리며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준 레오가 마법 학과 실기 시험에서 최우수점을 받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렌의 입에서 나온 학생은 레오가 아니었다.

“사역마 부분에서 1등을 차지한 건 다름 아닌 첼시 르왈린 학생이다.”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첼시를 바라보았다.

첼시 역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레오는 예상한 듯 턱을 괴었다.

“교수님! 어째서 레오가 아니라 첼시가 최우수인지 궁금해요!”

일리아나가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그 부분은 렌 교수님을 대신해 내가 설명할게.”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며 눈가에 다크서클이 가득한 티나가 들어왔다.

단상 위로 올라온 티나가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 마법학과 실기 시험의 과제는 얼마나 훌륭한 사역마 마법을 만들었냐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첼시 르왈린은 만점을 받아도 손색이 없는 사역마 마법을 완성 시켰지.”

자신에게 맞는 속성의 사역마를 부렸으며 사역마를 이용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그러면서 위력까지 출중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역시나 자신의 고유 마법을 통해 마법 자체를 강화시킬 수 있는 술식을 짰다는 거지. 훌륭해. 내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멋진 사역마를 만들었어.”

티나는 빙긋 웃으며 첼시를 바라보았다.

“레오 학생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시험 과제인 사역마 부분은 보여주지 못했지.”

‘뭐, 사실 필요가 없는 게 맞는 소리겠지만.’

티나가 힐끗 레오를 바라보았다.

이미 3대 환수를 부리는 레오에게 사역마는 무의미한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레오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마법학과 실기 시험에 소홀했던것이다.

물론 굳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 가뜩이나 기죽어 있는 다른 학생들의 기를 죽이지는 않았다.

“첼시 학생 다음으로 훌륭한 사역마를 만든 건 클로에 학생이려나?”

클로에가 만든 건 마법 인조 공학을 이용한 아이스 슬라임이었다.

방어에 특화된 슬라임으로 압도적인 방어력을 자랑했다.

강력한 마법을 쏴 날리는 동안 클로에의 빈틈을 메워줄 사역마였다.

“아바드 학생은 근소한 차이로 3등이야. 이유는 알겠어?”

“전 사역마를 만든 게 아니라 계약 마법을 만든 거니까요.”

“응. 정말 대단한 마법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번 시험 취지에서는 살짝 벗어나서 점수가 깎였어.”

“감안 하고 만들어서 괜찮습니다.”

아바드가 매력적인 미소를 짓자 몇몇 여학생이 얼굴을 붉혔다.

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으로 마법 학과 실기 시험에서 1, 2, 3등을 차지한 건 이 학생들이야.”

티나의 말이 끝나자 렌이 팔짱을 꼈다.

“그리고 전투에서 크게 활약한 학생도 뽑았지.”

“크! 이건 역시나 레오겠지?”

칼이 깍지를 낀 손을 뒤통수에 대며 말했다.

“공동 수상이다. 레오 학생과 칼 학생이다.”

“네? 제가요?”

칼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학생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바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긋 미소 지었다.

“작전을 짜는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렌이 칼을 향해 씩 웃어주었다.

“우와! 나 최우수점 처음 받아봐.”

칼이 들뜬 표정을 지었다.

“자! 중간고사의 결산도 끝났으니 이제 즐거운 강의 시간이다!”

렌이 양팔을 활짝 펼쳤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별의 마법에 대해 공부해 보겠다!”

***

수업이 끝나고 렌은 티나와 함께 자신의 교수실에 왔다.

“오늘도 훌륭한 강의였어요, 렌 교수님.”

“아닙니다. 이 모든 게 티나 교수님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렌이 빙긋 웃었다.

어디까지나 초빙교수였지만 티나의 마법에 관한 열정만큼은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렌의 수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으며 렌 역시 티나가 초빙교수로 온 이후 학생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티나님을 초빙한 건 역시 틀린 판단이 아니었어.’

렌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지난날의 자신을 칭찬하고 있을 때였다.

“렌 교수님, 상의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떤 겁니까? 제가 가능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렌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레오 학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음? 레오 학생이요?”

렌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티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레오 학생을 세이룬에 교환 학생으로 보내고 싶은데요.”

순간 렌은 속으로 생각했다.

‘너무 열정적으로 강의했나? 헛소리가 들리는군.’

툭-!

그때 뒤에서 피폐해진 얼굴로 자료를 정리하던 안나가 논문 더미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안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안나 부교수. 자네가 논문을 떨어트리다니. 많이 피곤한 모양이군. 조금만 더 힘내주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부교수를 격려한 렌이 다시 물었다.

“티나 교수님. 제가 피곤해서 조금 전 말을 못 들었는데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레오 학생을 세이룬에 교환 학생으로 보내고 싶은데요.”

조금 전과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말을 한 티나를 보며 렌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잘못들은 게 아니다.

“잘못 들었습니다만?”

“레오 학생을 세이룬에 교환 학생으로 보내고 싶은데요.”

역시나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똑같은 말을 세 번째로 반복하는 티나를 보며 렌이 생각했다.

‘대체 어떤 멍청한 놈이 이 망할 귀쟁이를 학교로 끌어들인 거야?’

이성이 마비된 렌은 과거의 자신에게 온갖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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