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
세이룬의 1학년 하급반.
그들은 전원 망설임 없이 [별의 마법 입문학]을 배우는 것에 동의했다.
원래라면 학교에서 금서로 취급하고 퇴학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이 위험한 수업을 들으려 하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위험한 수단을 동원해서까지 실력을 키우고 싶어 할 만큼 성적 향상에 대한 하급반 학생들의 갈망은 절박했다.
레오 역시 전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별의 마법 입문학]을 배우겠다고 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기에 조금 놀랐다.
‘하긴. 세이룬이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위로 올라가기 위해 부정적인 방법을 썼으니.’
레오는 작년 이맘때 수학여행을 떠올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라우타 알그라.
작년 세이룬 2학년 상급 2반.
원래는 하급반 출신이었지만 급격하게 실력이 향상되어 상급반에 들어선 학생이었다.
그러나 실력 향상의 근원은 사령왕이 건넸던 마신기의 힘이었고 결국에는 루니아에 의해 토벌되었다.
영웅으로의 갈망이 삐뚤어진 욕망이 된 사건이다.
이후 세이룬에서는 내부적인 조사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자세한 내부 사정까지는 레오도 알 길 없다.
중요한 건 성적에 의한 욕심 때문에 학생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건 비단 세이룬만의 문제점이 아니다.
루메른이든 아조니아든 데미안이든.
어떤 영웅 사관 학교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헬 카이저는 그런 부분을 잘 파고드는 놈이니까.’
레오는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건재한 군단장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내부에서 썩게 만드는 걸 부채질 하는 건 사령왕의 주특기였다.
‘이번에 세이룬에 종족주의자들의 발언권이 커진 것도 놈의 수작일지 모르지.’
사령왕을 떠올리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쨌든 출발은 순조로워.’
로라는 레오가 건네준 [별의 마법 입문서]를 읽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 책은 세이룬에서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로라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 논문을 읽고 그 누구보다 기뻐할 사람이 루나였을 테니까.’
루나는 자신이 만들었던 별의 마법이 후대에 오래도록 전해지기를 원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내 마법이 계속해서 사람들이 배우고 익힌다는 건 곧 내가 계속해서 기억된다는 뜻이니까. 훗, 사람들이 이 루나님을 평생토록 칭송한다는 이야기지.’
굳이 시간을 들여 자신의 마법 술식을 사람들이 익힐 수 있도록 재해석하던 루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레오가 쓰게 웃었다.
‘그때는 단순히 자의식 강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세상을 구할 거라는 걸 조금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거군.’
루나는 자신이 후대에 남길 것들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잊히려야 잊힐 수 없는 진짜 대영웅이 되었지만.’
하지만 루나에게는 시간이 부족했고 많은 이들이 별의 마법을 익힐 수 있게 술식을 재해석을 하는 건 후대로 미루어졌다.
이후 2000년이 지나 그걸 세이룬이 해냈고 또다시 3000년의 세월이 지나 렌과 안나가 해낸 것이다.
‘렌 교수와 안나 부교수는 단순히 가능성을 추구해 만든 논문이지만.’
레오 입장에서는 친구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본 것이었다.
그리고 논문을 토대로 수업한 결과 하급반 학생들은 놀라워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던 학생들은 순식간에 논문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애초에 세이룬에 입학할 정도면 재능이 남다르다는 뜻이지.’
세이룬의 기준에서 어디까지나 별의 마법 성취가 낮을 뿐이지.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특히나 1학년들은 학기 초의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엘프 종족주의자 놈들은 별의 마법의 성취 유무를 재능의 영역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별의 마법은 재능의 영역이 아니야. 그냥 마력 성향에 맞고 안 맞고의 차이지.’
별의 마법을 지나치게 특별하게 여겼기에 한 착각이었다.
‘예상대로 수업 첫날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들은 있었어.’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앙르.
창술 역시 뛰어났으며 오러 스킬도 뛰어난 마법 기사 지망생.
거기에 더해 일반 마법의 실력 역시 뛰어났다.
‘뭐, 주력이 창술인 만큼 오러 스킬 보다는 못 하지만.’
어쨌든 앙르는 하루 만에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성취에 놀란 듯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하급반 애들이 중간고사에서 실력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하급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겠지.’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금서로 지정했던 [별의 마법 입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다.
‘세이룬 정체에 파장이 일겠지. 뭐, 종족주의자 놈들의 발언권이 세서 전부 퇴학 처리 당할 수도 있겠지만.’
레오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되면 멜에게 시켜 루메른으로 편입을 시키면 되는 거고.’
원래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레오라면 가능했다.
‘내가 하라는데 멜이 불만을 가질 리는 없지.’
아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편입시킬 것이다.
멜은 데미안에서 드웨노의 보물고 자체를 뜯어낸 전적도 있었다.
‘걔도 은근히 양아치란 말이지?’
레오가 피식 웃을 때였다.
탁! 탁! 탁!
창문에서 무언가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의 커튼을 열었다.
그리고 창문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세 소녀를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야! 문 열어! 추워 죽겠단 말이야!”
팔짱을 낀 루니아가 오들오들 떨며 말했다.
“레오님, 문 열어주세요. 너무 추워요.”
에이란은 애처롭게 말했고 레아는 레오의 옷차림을 보더니 ‘잠옷 차림!’ 이라며 좋아했다.
레오가 문을 열어주자 세 소녀가 우르르-! 레오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우! 추워!”
루니아는 온몸에 쌓인 눈을 털어냈다.
에이란은 오들오들 떨었다.
레아는 손을 번쩍 들고 또박또박 말했다.
“플로브 선배님! 선배님께서 내준 숙제를 완료했습니다!”
“그래? 그래서 내린 결론은?”
“세이룬은 망한 똥통 학교입니다! 루메른으로의 전학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레오가 루니아와 에이란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너희 애한테 뭘 가르친 거야? 너흰 애교심이란 것도 없어?”
“우린 지금 세이룬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거든? 쟤가 멋대로 해석해서 저렇게 결론지은 거야! 야! 그리고 넌 팅겔 가문의 직계잖아! 세이룬님이 세운 학교를 그런 식으로 평가하면 어떻게 해!”
“후욱?!”
루니아가 눈을 치켜뜨며 레아의 목에 해드락을 걸었다.
레아가 다급히 자기 목을 감은 루니아의 팔을 치며 소리쳤다.
“하, 항복. 항복!”
1학년 수석과 2학년 수석의 정다운 몸의 대화를 지켜보던 레오가 턱짓했다.
“일단 몸이라도 녹여.”
침대를 가리키는 레오를 보며 루니아가 에이란이 당황했다.
“네? 레, 레오님의 침대에서요?”
“그래. 추운 거 아니야?”
“플로브 선배님의 침대!”
레아가 망설임 없이 레오의 침대로 파고들었다.
에이란은 쭈뼛쭈뼛하더니 이내 얼굴을 붉히며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 가 ‘레오님의 향기’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난 됐어.”
“왜?”
“아버님이 함부로 외간 남자 침대에 눕는 거 아니라고 했어.”
“셋 중에 제일 거침 없을 것 같은 애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뭐라고?”
“그리고 우리 작년 이맘때쯤에 같은 침대에 껴안고 누워 있었…….”
“이게 죽을라고! 불가항력이었잖아! 내가 그 이야기 다른 사람 앞에서 하면 죽인다고 했지!”
루니아가 붉어진 얼굴로 레오의 멱살을 붙잡고 고함을 질렀다.
물론 레오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에이란 선배님.”
“네, 레아 양.”
“루니아 선배님은 원래 저렇게 폭력적이신가요?”
“네.”
“이것들이 진짜!”
꽈아아악-!
“하, 항복! 항복!”
“루니아 양, 답답해요.”
침대 위로 달려들어 레아와 에이란의 목에 팔을 두르고 졸랐다.
레아는 고통스러운 듯 버둥거렸지만 루니아보다 물리적인 힘이 압도적으로 강한 에이란은 덤덤할 뿐이었다.
“허억! 허억!”
“헥- 헥-”
또다시 한바탕 소란이 있고 난 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 뻗은 루니아와 레아.
그리고 얌전히 이불을 둘둘 말고 있는 에이란을 보며 레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보고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겠군.’
“레아.”
“네, 플로브 선배님.”
“넌 딱히 이 학교에 애정이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
레오의 물음에 레아가 빙긋 웃었다.
“애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전 선조님을 진심으로 존경하니까요. 다만 작년부터 루메른에 입학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루메른에 입학하고 싶다니. 상당히 특이하네.”
“그러게요.”
루니아와 에이란도 세이룬을 똥통에 망한 학교라고 레아에게 말하긴 했지만, 세이룬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다.
“세이룬에 있든 루메른에 있든 저는 저인걸요? 어디서든 최고가 될 자신이 있어요.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의 후배가 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자신을 믿어라. 선조님의 말씀처럼 제가 가는 길을 믿으면 되는 거죠.”
빙긋 웃으며 레아는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그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 밤에 몰래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레오가 루니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세이룬에서 꿍꿍이가 있지?”
루니아가 팔짱을 끼며 묻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뭘 할 계획이야?”
“중간고사에서 하급반 아이들의 성적을 크게 끌어올릴 생각이야.”
“뭐?”
“그래서 지금 세이룬의 방식이 틀렸다는 걸 알릴 생각이야.”
레오의 말에 루니아가 고민했다.
귀를 몇 번 쫑긋- 쫑긋- 거리며 생각하던 루니아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하급반 후배들의 성적이 대폭 향상되면 순혈회 녀석들의 발언권이 줄긴 할 거야. 그런데 방법은 있어?”
“별의 마법 입문학.”
“아.”
루니아가 탄성을 내질렀다.
에이란도 손뼉을 쳤다.
“루메른 교수님이 쓰신 별의 입문학이 있었군요!”
루니아와 에이란도 지난번 전속 스미스 계약에서 레오에게 마법을 배울 때 본 적 있는 논문이었다.
이미 압도적인 별의 마법 실력을 갖춘 루니아와 에이란 같은 학생들에게는 실력 향상의 효과가 없겠지만 하급반 학생들에게는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게 분명했다.
“좋아, 우리도 도와줄게. 하급반 애들을 가르쳐주면 되는 거지?”
루니아가 팔짱을 끼고 빙긋 웃었다.
후배들을 위해 도와주겠다는 걸 세이룬에서도 막을 명분은 없을 것이다.
“아니, 너희가 도우면 효과가 반감될 거야.”
“뭐?”
“하급반의 성적 향상은 오로지 하급반 아이들의 힘만으로 이루어야 가치가 있어.”
레오가 루니아를 보며 빙긋 웃었다.
“불량학생이라고 해도 넌 성적으로는 세이룬 최우수 학생이잖아?”
“그야 그렇지만…… 불량 학생이라고 하니까 은근히 기분 나쁘다? 난 다른 학교였으면 우등생이거든?”
루니아가 눈을 게슴츠레 뜨자 레오가 딱 잘라 말했다.
“다른 학교라도 공부 잘하는 깡패였겠지.”
울컥한 루니아가 레오에게 주먹을 날렸지만 맞을 리 만무했다.
얄밉게 주먹을 피한 레오가 말했다.
“마음은 고맙지만 지금만큼은 후배들이 힘을 내는 걸 지켜봐 줘.”
“어쩔 수 없네.”
루니아가 작게 한숨을 쉬며 빙긋 웃었다.
에이란도 양손을 꼭 쥐고 레오를 응원했다.
“이제 그만 가 봐야겠네.”
루니아는 시계를 확인하고 창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에이란과 레아는 좀 더 있고 싶은 듯 루니아를 외면했다.
루니아는 그런 친구와 후배의 뒷덜미를 잡고 방을 나서려 할 때였다.
“레아. 넌 잠깐 남아.”
“네!”
“얘하고 뭘 하게?”
루니아가 살짝 당황한 얼굴로 묻자 레오가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잠깐 할 일이 있어서.”
“알았어.”
루니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함께 나온 에이란이 빨개진 얼굴로 양 볼을 감쌌다.
“느, 늦은 밤…… 좁은 기숙사 방에서 선배와 후배가 단 둘이…… 하우……!”
“에이란, 너 그 정도면 중증이야. 레오는 은근히 아저씨 같은 녀석이라서 애들한테는 관심 없어.”
“아저씨면 어른이라는 소리니까 더 위험한 거 아닐까요?”
“…….”
묘하게 맞는 말을 하는 에이란을 보며 루니아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레오의 방문을 잠시 바라보더니 말했다.
“정정할게. 은근히 할아버지 같은 녀석이야.”
*
레아는 묘하게 긴장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야심한 밤, 기숙사 방. 서로 있어서는 안 될 남녀.’
딱히 무슨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긴장하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기는 했다.
그러는 사이 레오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넌 왜 카일을 좋아하는 거야?”
가벼운 투로 묻는 레오를 보며 레아가 말했다.
“팅겔 가문에는 세이룬님의 수기가 하나 전해지거든요.”
“세이룬의 수기?”
“네. 오직 팅겔의 직계만이 볼 수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공개되는 것이 금지된 세이룬님의 수기에요. 세이룬님께서 공개하지 말라는 말씀을 남기셨죠.”
“그런 걸 내게 말해줘도 되나?”
“플로브 선배님이라면 어디에 이야기하시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수기 내용도 아마 사람들이 못 믿을 거예요.”
레아가 웃었다.
‘……에레보스와 관련된 이야기인가?’
레오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개벽의 영웅들의 마지막 행보가 어떤지 잘 아는 레오는 에레보스와 관련된 내용이 궁금해졌다.
“어떤 내용이지?”
“사랑 이야기요.”
“…….”
순간 레오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사랑?”
“네.”
레아가 눈을 반짝거리며 신나게 말했다.
“시작의 영웅님과 성운의 시조님의 처절하고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 세이룬님이 직접 영웅의 세계를 공략한 토대로 쓴 기록이니까 확실해요.”
“루나가 카일을 좋아하기라도 한 거야?”
“아니요! 카일님이 루나님을 열렬하게 사랑했데요!”
레오는 정신이 대략 아득해지는 게 느꼈다.
그리고 머릿속을 스치고 무언가 지나가갔다.
루메른 동급생 여학생 중에도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학생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상상으로 지어내는 일종의 소설.
설마하니 개벽의 영웅이나 되는 자가 그런 걸 썼겠냐고 보통 사람은 감히 상상이나 하겠지만.
레오 입장에서는 대영웅들의 온갖 추태와 볼꼴 못 볼 꼴을 눈앞에서 봤던 사람이다.
세이룬이 혼자서 좋아하며 그런 글을 썼을 것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었다.
‘이 망할 엘프가 뭐가 어쩌고 어째? 내가 루나를 좋아했다고? 루나가 날 좋아한 거거든?’
유언비어를 후손에게 남긴 세이룬에게 레오가 이를 갈 때였다.
“수기를 다 완성하시지는 못하신 것 같지만…… 마지막 페이지에 카일님은 사랑에 서툰 등신이라고 쓰셨어요. 수기에 있는 유일한 과격한 표현인데 세이룬님께서는 카일님이 갑갑했나 봐요.”
“…….”
얼굴도 본 적 없는 까마득한 후배의 신랄한 평가에 레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무도 안 믿을 만하죠?”
해맑게 웃는 레아를 보며 떨떠름한 미소를 지은 레오가 일어났다.
“그나저나 전 왜 남으라고 하신 건가요?”
살짝 긴장된 얼굴로 묻는 레아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요정왕 실로드의 목소리만 듣고 소환해 실패했었다고 했지?”
“네.”
레아의 대답에 레오가 씩- 웃었다.
“소환, 다시 한번 시도해보지 않을래?”
레오가 바닥에 그린 건 다름 아닌 소환 의식에 필요한 소환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