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46화 (346/483)

346

시험 기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에 따라 세이룬 1학년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여기 내 자리인데?”

“빈자리였는데 여기가 왜 네 자리야?”

“잠시 어디 갔다 왔을 뿐이야. 책 올려 뒀었거든?”

“그런 거 없었는데?”

“뭐? 너 책 일부러 치웠지?”

1학년 도서관.

정숙해야 할 곳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오갔다.

“둘 다 시끄러워, 공부하고 있는 거 안 보이냐?”

그때 짜증 섞인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서로 날카롭게 반응하던 두 학생이 움찔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여학생이 코웃음을 쳤다.

“흥, 중급반 나부랭이들 아니랄까 봐 남들에게 민폐 끼치긴.”

“뭐? 지금 뭐라고 그랬냐?”

“너도 고작해야 상급 3반이잖아!”

“어머? 상급반과 중급반이 같니? 이 떨거지들아.”

“이게……!”

다시 언성이 높아졌다.

그 모습을 보며 공부를 하던 에클레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험 기간이 다가올수록 1학년들의 분위기는 점점 날이 서 갔다.

특히나 언제든지 상급반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중급 1반과 삐끗하면 중급반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급 3반 사이에서 신경질적인 다툼이 잦았다.

‘이건 아니야.’

에클레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급 1반.

그것도 학년 대표인 에클레르였지만 최근 학교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학교인 이상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학년 대표이니까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이가 많다는 것도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근 학교 분위기는 너무도 노골적이었다.

자신보다 성적이 높은 레아와 엘릭을 제외하고.

상급 1반 학생들은 에클레르를 견제하기 바빴다.

에클레르와 말도 섞으려 하지 않는 학생이 많았으며 말을 섞은 이들도 뒤로는 에클레르의 흉을 보았다.

그렇다고 반 분위기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학년 대표라 집중 견제를 받는 것일 뿐.

상급 1반 학생들도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새로 담임으로 오신 게라스 선생은 그러한 분위기를 부추기는 느낌이고…….’

그나마 레아는 달랐다.

압도적인 학년 수석인 데다가 팅겔 가문의 직계.

어떻게든 레아와 친해지려고 안달이었다.

그중에는 레아와 에클레르의 사이를 노골적으로 갈라놓으려는 이들도 있었다.

에클레르가 소속된 웰아룬 가문을 만만하게 여긴 명문가 자제들의 소행이었다.

물론 레아는 그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두 명뿐인 학교생활이라니…… 상상도 못 했어.’

귀를 축 늘어트리며 에클레르는 조용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어쨌든 1학년 3등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학년의 건물, 시작의 성의 외진 곳에 도착한 에클레르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낡은 교실동.

인적이 드물어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었다.

‘여기라면 조용히 공부할 수 있겠…….’

“아하하하하하!”

그때 멀리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에클레르의 귀가 쫑긋거렸다.

어딘지 모르게 엄청나게 즐거운 웃음소리였다.

교과서를 품에 꼭 안은 에클레르가 소리가 들린 곳으로 살금살금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낡은 복도를 본 에클레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급반?’

어느새 하급반 교실에 왔다는 걸 깨달은 에클레르가 눈을 깜빡일 때였다.

“정답! 에메트라 마력학 정리!”

“땡!”

“끄악!”

“이 바보야! 틀리면 어떻게! 벌칙이란 말이야!”

“벌칙이야! 벌칙!”

힐난 섞인 외침과 야유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마른침을 꼴깍 삼킨 에클레르가 조심스럽게 교실 뒷문을 열어 내부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하급반 학생들이 팀을 나누어 퀴즈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퀴즈 대결의 범위는 아무래도 이번 중간고사의 필기시험 범위인 듯했다.

벌칙 등으로는 엄청나게 시고 매운 과일들을 먹었다.

그 즐거워 보이는 광경을 에클레르가 멍하니 바라볼 때였다.

드륵-!

“어?!”

문이 갑자기 열렸다.

철푸덕-!

“켁?!”

문에 기댄 채 하급반이 노는 걸 바라보던 에클레르는 그대로 앞으로 엎어졌다.

일순간 백 명의 하급반 학생들의 시선이 에클레르에게 꽂혔다.

“에클레르 웰아룬?”

“학년 대표잖아?”

“학년 대표가 하급반에는 무슨 일이래?”

하급반 학생들이 에클레르를 보며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 미안, 난 그냥 공부할 장소를 찾다가 우연히 여기까지 왔어!”

에클레르가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뭐야? 혹시 우리 정탐하러 온 거 아니야?”

“맞아! 상급반 선생님들께 고자질하려고 왔을지도 몰라.”

상급반과 중급반 학생들이 선생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괜한 트집을 잡아 누명을 씌워 교칙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하급반을 곤란하게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거기에 더해 하급반 학생들은 들켜선 안 될 [별의 마법 입문서]를 공부하고 있기에 경계심이 더욱 강했다.

노골적인 불신과 적대감을 드러내는 하급반 학생들을 보며 잔뜩 당황한 에클레르가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야! 난 정말로 시험 공부를 하려고 온 것뿐이야! 진짜야!”

에클레르가 울상을 지으며 말할 때였다.

“얘들아, 그만해. 공부하러 왔다잖아.”

앙르가 같은 반 학생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리고 에클레르 웰아룬은 다른 상급반 애들이랑은 달라. 착한 애야.”

“앙르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런데 학년 대표 정도 되면 도서관 제일 좋은 자리에서 공부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러게, 왜 하급반 구역까지 왔지?”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급반은 상급반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

에클레르는 레오의 말에 귀를 축 늘어트렸다.

그런 에클레르를 보며 볼을 긁적인 앙르가 말했다.

“자습 시간에 혹시 공부할 곳이 필요하면 우리랑 같이할래?

“저, 정말? 그래도 돼?”

밝게 웃는 에클레르를 보며 앙르가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이지, 다들 괜찮지?”

“응. 우린 상관없어.”

반의 리더인 앙르의 말을 전체적으로 따르는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분위기 좋네.’

다음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에클레르는 어디론가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상급반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들었어? 에클레르, 어제 하급반 애들이랑 어울렸다던데?”

“상급반의 수치네.”

여기저기서 비웃음이 쏟아졌다.

책을 정리하던 레아가 그들을 노려보고는 에클레르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부럽다! 에클레르!’

하급반에는 레아가 존경해마지않는 레오가 있다.

에클레르는 그런 레오와 공부를 하러 간 것이다.

‘지금쯤 하급반 애들은 플로브 선배님의 지도를 받고 있겠지? 나도 가서 같이 공부하고 싶다.’

하지만 레아는 그럴 수 없었다.

레오가 2학년의 두 선배.

루니아와 에이란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급반의 힘만으로 성적을 올려야 가치가 있다고 하셨었지.’

레아가 가서 함께 공부하면 분명 뒷말이 나올 게 분명했다.

‘물론 에클레르도 학년 대표라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레아는 차마 에클레르를 막을 수 없었다.

가장 절친한 친구인 에클레르가 힘겹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에클레르는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어 하니까.’

지금 상급반이나 중급반은 도저히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레아가 작게 한숨을 쉴 때였다.

“레아.”

“응, 엘릭.”

“에클레르…… 말려야 하지 않을까?”

엘릭은 친구가 걱정되는지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 엘릭을 보며 레아가 책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오히려 널 걱정해야 할걸?”

“뭐?”

“에클레르에게 2등 자리를 빼앗길지도 몰라.”

빙긋 웃은 레아가 반을 나섰다.

‘우리 학교는 바뀌어야 해.’

다른 학생들의 경외 어린 시선을 받으며 레아가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평범하게 생각해왔던 광경들이 레오의 이야기를 들은 뒤 다르게 보였다.

하급반 학생들이 명백하게 차별받는 걸 알았다.

‘만약에 바뀌지 않는다면 아버지가 반대하든 말든 루메른으로 전학 갈 거야.’

레아가 양손을 맞잡으며 망상에 빠졌다.

‘그러면 플로브 선배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겠지?!’

레아가 반을 떠나고.

교실에 남아 있던 게라스 선생이 눈을 가늘게 떴다.

‘에클레르 웰아룬…… 하급반과 어울리다니 역시 변변찮은 가문 녀석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의 손에는 이번 실기 시험 조 편성 명단이 쥐여 있었다.

상급 1반 담임의 권력은 막강하다.

당장에 1학년 전체의 실기 시험 조 편성이 그의 권한이었다.

‘흥, 하급반 녀석들과 같은 조가 된다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후회하겠지.’

***

방과 후.

하급반 학생들이 반에서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자습을 하고 있을 때.

로라가 레오를 따로 불렀다.

“레오 학생, 실기 시험 명단이 왔는데요.”

로라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오 학생은 일단 없습니다.”

“당연히 없겠죠.”

레오는 일단 세이룬의 학생이 아니다.

시험 명단에 있으면 큰일이다.

있다고 해도 레오가 있는 것만으로도 벨런스 붕괴였다.

이제 신입생 티도 벗지 못한 세이룬의 1학년들이 레오와 경쟁이 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상한 점이요?”

“네. 학년 대표인 에클레르 학생이…… 우리 반 학생들과 같은 조에 편성되었는데요?”

레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쟤가 하급반 애들이랑 같은 조라고요?”

“예. 아무래도 우리 반 학생들이랑 어울리는 바람에 게라스 선생의 눈 밖에 난 것 같아요.”

로라가 한숨을 쉬었다.

레오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상급반 담당 선생은 하급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거 아니었나요?”

“……그렇죠.”

“그런데 저 애를 하급반 애들에게 붙여준다고요?”

“네.”

레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하급반 학생들 사이에서 밝게 웃고 있는 에클레르를 바라보았다.

‘쟤가 포함된 조는 최소한 5등 안에는 무조건 들 텐데? 그 상급반 담당 교수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

세이룬 1학년 중간고사 실기 시험 당일.

세이룬의 모든 학생이 1학년 건물 시작의 성으로 모여들었다.

시험이 치러지는 건 1학년 시작의 성 외곽지역에 있는 연병장.

시험 과제가 몬스터 토벌인 만큼 1학년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중 몇몇은 선배들 앞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감이 넘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 중간고사는 입학 이후 공식적으로 1학년이 선배들 앞에서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1학년들로서는 명성 높은 선배들과 안면을 트고 싶었다.

“헉! 저분들 혹시 2학년의 트이나 선배님들 아니야?”

“맞아!”

“말이라도 걸어볼까?”

1학년들은 2학년 4, 5등을 차지하고 있는 트이나 남매를 바라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급반 학생들도 트이나 남매를 발견하고는 놀랐다.

“헉! 트이나 선배님들!”

“나 저분들 좋아해.”

트이나 남매는 입학 당시만 해도 하급반이었다.

하지만 1학기 동안 피나는 노력 끝에 상급 1반으로 치고 올라갔다.

2학년 차석인 에이란도 중급반에서 시작해 눈 깜짝할 사이에 차석을 차지한 대단한 인재였지만 하급반 학생들에게는 역시 하급반에서 시작한 트이나 남매들이 더더욱 존경스러웠다.

레오는 힐끗- 하급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막상 시험 당일이 되자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하급반 학생들을 바라보던 레오가 트이나 남매에게 다가갔다.

“어디 보자, 어디 눈에 뜨이는 후배들이 있나?”

동생인 아리스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후배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 아리스의 말에 가린이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후배들의 존경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군.”

“그거 오빠 보는 거 아니야, 나 보는 거야.”

아리스가 빙긋 웃으며 묻자 가린이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거든? 날 보는 거거든?”

“날 바라본다는 이유가 세 가지 있어. 가르쳐 줄까?”

“뭔데?”

“첫 번째. 내가 오빠보다 공부를 잘하니까. 두 번째 난 학년 대표를 해봤으니까. 세 번째 ‘넌’ 학년 대표를 못 해봤으니까. 이유가 설명이 돼?”

“니가 나보다 공부를 잘하면 얼마나 잘 한다고! 그리고 학년 대표 자리 일주일도 유지 못 했으면서! 그리고 너! 지금 오빠한테 너라고 했냐?”

“억울하면 나보다 학년 석차 높던가! 그리고 30초 먼저 태어났다고 유세냐? 원래 공부 잘하는 게 누나거든? 그런 의미에서 내가 누나야!”

“이게 어디서 억지야?”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하는 쌍둥이 남매를 보며 1학년들이 당황할 때였다.

누군가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하늘 같은 선배들의 싸움에 끼지 못하고 눈치를 보던 학생들이 킥킥-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하급반 아니야?”

“하급반이 상급반 선배님께 말을 건다고?”

“분수를 모르네.”

그런 비웃음을 뒤로하고 두 남매에게 다가간 레오가 말했다.

“선배님들, 우리 반 애들이 선배님들을 많이 존경한다고 하는데 힘내라고 한마디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누군가 말을 걸자 서로의 멱살까지 잡으려던 트이나 남매가 멈칫했다.

그리고 어흠흠! 헛기침을 하며 말을 건 이를 바라보았다.

“그래, 몇반…… 커헉?!”

“오빠, 왜 그…… 엑?”

뒤늦게 선배의 위엄을 보이려던 가린과 아리스는 레오의 얼굴을 확인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너! 너너너! 네가 여기에는 왜?”

“아니, 왜 우리 학교 교복을…….”

“쉿-”

레오가 검지를 세워 입술에 대며 빙긋 웃었다.

그에 가린과 아리스가 입을 다물었다.

“우리반 애들 좀 응원해줄래요? 하급반인데.”

레오가 입을 뻐끔거리는 하급반 학생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가린과 아리스가 하급반으로 향했다.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뜰 때 하급반 학생들에게 가린이 말했다.

“하급반이라고 기죽지 말고!”

“맞아! 열심히 하면 너희도 할 수 있어! 이 바보도 상급반에 올라갔잖아?”

“바보? 너 지금 오빠한테 바보라고 한 거야?”

“억울하면 나보다 공부 잘하던가!”

“엄마한테 이른다!”

“악! 넌 내 머리카락 잡아 뜯었다고 아빠한테 이를 거야!”

응원하던 두 남매는 또다시 서로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하급반 학생들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에 피식 웃은 레오가 말했다.

“다들 긴장 풀고 연습한 대로만 해. 내가 장담할게.”

레오가 중급반과 상급반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시험이 끝날 때쯤에는 위치가 바뀌어 있을 거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