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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48화 (348/483)

348

“아 크 레이!”

무수한 빛의 구슬이 허공을 수놓았다.

키기기기깅-!

베루스의 마법이 순식간에 밀려오는 오크 무리를 쓸어 버렸다.

그걸 본 베루스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정도 위력이라고?’

베루스의 집안은 대대로 소환술사 가문이었다.

그 덕분에 소환술에서는 확실한 두각을 드러냈지만, 마법에서는 부족한 면모를 보였다.

별의 마법 입문서를 통해 몇 주간 자신이 달라졌다고 느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놀란 표정을 짓는 건 베루스 뿐만이 아니었다.

몬스터들을 토벌해 가는 속도는 상급반을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앙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정말 이기겠는데?”

놀라는 앙르를 보며 곁에 있던 에클레르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쉽지는 않을 거야. 요이니아가 있으니까.”

같은 상급반으로서 에클레르는 요이니아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마력량으로 본다면 에클레르는 물론이고 1학년 차석인 엘릭보다도 많은 게 요이니아다.

에클레르의 말에 앙르를 포함한 하급반 전원이 목을 움츠렸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이길 거야.”

레오는 하급반 학생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세이룬에 들어와서 계속해서 밑바닥 취급을 당해왔다.

세이룬에 들어 온 이후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은 절망감으로.

그렇기에 하급반 학생들은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하고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었다.

하급반 학생들이 레오를 바라보았다.

“저 요이니아라는 애가 대단한 실력자인 건 맞지만 저런 반푼이 마법사인 이상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바, 반푼이?”

상급 1반의 상위 성적자를 반푼이 취급하는 레오를 보며 에클레르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요이니아의 강점은 강력한 마력이니까 선생님들은 다른 상급반 학생들이 쉽사리 사용하지 못하는 고위 마법 위주로 가르쳐주셨어. 상급 1반 중에서도 레아와 함께 진도가 빠른 학생이야. 2학년 선배님들이 1학년 2학기 때 배울 마법을 벌써 익히고 있는데…… 반푼이라는 거야?”

“선택과 집중, 좋지. 그런데 너희 선배 중에 고위 마법만 잘 쓰고 하위 마법은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

“너희가 가려는 길이 별의 마법사라면야…… 뭐, 그런 교육 방식이 옳겠지. 그런데 특출난 애들을 데려다가 집중적으로 키우는 건 세이룬이 아니라도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이야.”

레오는 상급 1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성운의 시조와 혜성의 마법사를 향한 동경과 존경…… 분명 성장을 하는데 가장 좋은 요소지.”

하급반 학생들은 레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야. 너희가 되려는 건 영웅이지 제2의 성운의 시조나 혜성의 마법사가 되려는 게 아니잖아?”

레오는 하급반 학생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자신을 믿어라.”

레오는 손가락으로 연병장 한 곳에 자리 잡은 동상을 가리켰다.

세이룬의 곳곳에 있는 혜성의 마법사의 동상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이 학교의 설립자가 한 말이잖아?”

하급반 학생들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동안 열심히 했어!”

“다들 힘내자!”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앙르가 다가와 쓰게 웃었다.

“아무래도 반장은 네가 하는 게 맞겠다, 레일.”

“너도 반장에 어울리니까 네가 계속해. 난 이미 해봤거든.”

“뭐?”

당황하는 앙르를 보며 레오가 빙긋 웃었다.

“자, 잠깐! 몬스터들이 치고 들어오잖아! 방어해! 방어!”

그때 당황 섞인 외침이 울려 퍼졌다.

소환진에서 모습을 드러낸 트롤들이 각 진영을 향해 미친 듯이 돌격했다.

공격에 정신 팔려 있던 상급반 학생들이 일순간 몬스터들의 접근을 허용했다.

일순간 상급반 학생들 사이에서 부상자가 생겨났으며 공격 라인이 흐트러졌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트롤의 등장인 만큼 접근을 허용한 건 하급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급반 학생 중 전위를 맡은 기사 클래스 학생들이 앞으로 나섰다.

후방에 있던 마법사 학생들이 강화 마법을 걸었다.

트롤의 대규모 공습을 방어해내는 하급반 전위 라인을 보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

“잠깐, 강화 마법은 보통 고위 가문들의 비전 마법이잖아?”

“하급반 녀석들이 왜 저런 걸 쓰는 거야?”

1학년들이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고학년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다듬었다.

“재미있네. 쟤들이 새로운 별의 마법을 개량한 건가?”

“하급반이라고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오히려 쟤들이 상급반 같은데?”

“마법사로서 개개인의 기량은 확실히 상급반 학생들이 뛰어난 것 같지만…… 저런 걸 영웅 후보생이라고 할 수 있어?”

“이 시험에서 오러나 소환술을 쓸 수 있다면…… 과연 저 상급반 애들이 하급반을 이길 수 있을까?”

고학년들이 차가운 시선을 상급반에게 보냈다.

그 모습을 순혈회 선생들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현재 세이룬을 포함한 엘프 사회에는 순혈회를 지지하는 자들이 많다.

성운의 시조 루나가 다시 강림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이룬은 일종의 성지가 되었다.

엘프의 자긍심이자 세상을 구한 대영웅.

엘프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성운의 시조 루나를 존경하고 동경해 왔다.

그런 루나가 다시 기적처럼 모습을 드러냈으니 엘프의 자긍심을 부르짖던 순혈회의 입김이 커진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순혈회가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오래전부터 순혈회 자체에 의구심을 가진 자들도 많았다.

아무리 보수적인 엘프 사회라도 극단적인 성향은 언제나 반대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세이룬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학년 중에는 순혈회 자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자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이번 1학년 중간 고사는 순혈회의 방식을 고학년들에게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하급반 나부랭이들에게 밀리는 추태를 보이다니!’

르하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놈이! 저놈이 무슨 술수를 쓴 게 분명해!’

충혈된 르하겐의 시선이 세이룬의 교복을 입고 있는 레오에게로 향했다.

순간 레오와 르하겐이 시선을 마주쳤다.

레오는 르하겐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되지 마라, 레오 플로브!’

르하겐이 뿌득- 이를 갈았다.

삐이이이-!

그사이 시험의 끝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겼다!”

“만세!”

하급반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승리를 차지한 베루스의 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 정말 잘했어요! 훌륭해요!”

로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제자들 한 명, 한 명을 안아주었다.

담임으로서 로라는 잘 안다.

자신의 담당 학생들이 별의 마법의 성취가 부족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얼마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는지.

아이들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그렇기에 하급반이 상급 1반을 꺾는 모습을 보며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로 이겼잖아! 레일! 다 네 덕분이야!”

베루스 조가 우르르 레오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너희가 잘한 걸 나한테 떠넘기지 마.”

“그래도…….”

“애초에 너희는 재능이 없는 게 아니었어.”

“뭐?”

“재능이 없으면 세이룬에도 입학하지 못했겠지.”

레오가 베루스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그저 별의 마법과 조금 안 맞았을 뿐이야. 내가 한 거라고는 계기를 만들어 줬을 뿐이야. 고마워할 거라면 너희를 가르쳐 준 로라 선생님과 며칠 뒤에 올 루메른의 마법학과 안나 부교수에게 고맙다고 해.”

레오가 눈을 크게 뜨는 하급반을 보며 말했다.

“오늘 너희가 이긴 건 이때까지 너희들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야.”

하급반 전체가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레일.”

“왜.”

“형님으로 모셔도 될까?”

“난 오라버니로 모시고 싶어.”

“형님!”

“오라버니!”

하급반 학생들이 레오를 찬양했다.

“헛소리들 하지 말고 남은 시험이나 잘 봐.”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증명해야지. 너희를 외면한 세이룬이 틀렸다는 걸 말이야.”

***

이후 진행된 시험은 충격적인 결과의 연속이었다.

상급반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하급반 조와 붙게 만든 게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왔다.

하급반의 반란.

하급반이 상급반을 상대로 모조리 승리를 차지하는 걸 보며 상급반 담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반대로 상급반과 같은 교육을 받아 온 중급반은 단 한 명도 상급반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것이 뜻하는 건 단 하나.

중급반과 상급반의 교육 방침이 잘못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어! 저 낙오자놈들이 어떻게 상급반을 이기냐고!’

상급 1반의 담임인 게라스가 하얗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곁눈질로 계속해서 교장 대행 르하겐의 눈치를 살폈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르하겐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킨 게라스가 레아 앞에 섰다.

“레아 학생! 상급 1반의 명예는 레아 학생에게 달렸어!”

자신의 어깨를 잡으며 다급히 소리치는 게라스를 보며 레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좀 놔주실래요?”

그 말에 게라스가 움찔 몸을 떨고 물러났다.

“시험인 이상 최선을 다하겠지만 딱히 상급 1반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레아가 싱긋 웃었다.

“전 선생님의 교육 방침도 썩 마음에 들지 않고요.”

“레, 레아 학생…….”

레아는 연병장으로 향했다.

엘릭은 중급반 학생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활약상을 보였다.

그 특출난 마법 실력으로 선배들로부터 역시 학년 대표는 다르구나, 라는 평가받고 있었다.

모두가 하급반의 반란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모든 세이룬 학생의 이목이 집중된 건…… 다름 아닌 레아였다.

또각- 또각-

연병장에 선 레아는 멀리 보이는 하급반 조, 앙르 조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앙르 조에 소속된 에클레르가 그런 레아를 보며 밝게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심호흡한 에클레르가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레아는 우리랑은 격이 틀려. 그러니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조 원 한 명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에클레르가 쓴웃음을 지었다.

“시험이 시작 되면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걸?”

삐이이-!

시험 시작과 동시에 소환진이 발동되며 고블린이 쏟아져 나왔다.

그와 함께 거대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번쩍! 콰가가가가가각-!

빛의 검이 하늘에서 쏟아 내렸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마법.

고블린들이 일순간 빛의 검에 쓸려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모두가 감탄했다.

“흐응.”

턱을 괸 루니아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연 팅겔은 다르네.”

루니아의 말대로였다.

다른 1학년들과 격이 다르다.

“아아, 이래서 천재는 싫다니까. 저런 걸 곧장 1학년 때 해 버리다니.”

5학년 수석, 마르벤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마르벤의 시선은 루니아와 에버툰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쪽도 작전을 잘 짜왔네. 어차피 안 될 걸 아니까 초반에 마력 소모량을 아끼겠다라.”

마르벤이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빛냈다.

그때 에클레르의 주변에 수십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다중 영창? 대단한데?”

마르벤이 휘파람을 불었다.

“학년 대표다.”

에버툰이 팔짱을 꼈다.

“마력량이 마법사의 실력을 판별하는 척도는 아니지. 지금의 1학년 중 마법 실력으로만 본다면 저 에클레르라는 애는 학년 대표로서 자질이 충분하다.”

에버툰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저런 애가 왜 하급반이랑 같은 조인지 모르겠군. 하급반이 하급반 답지 않아서 그런가?”

에버툰의 말에 르하겐의 손에 힘줄이 솟아났다.

‘저놈이……!’

“에버툰 선배님은 자기 눈에 안 차는 건 다 하찮게 보이나 봐요.”

“저게 쟤 매력이야. 한결같은 싸가지.”

에버툰의 살벌한 시선이 루니아와 마르벤에게 향했다.

루니아가 딴청을 부리며 마르벤이 킬킬 웃을 때였다.

하지만 스코어는 압도적으로 레아 조가 앞서나갔다.

그걸 보고 모두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콱-!

쓰러졌던 고블린의 시체가 몸을 일으켰다.

기기긱- 키기기긱-

기묘한 소리를 내며 움찔움찔- 몸을 떨던 고블린의 목이 뚜두둑- 돌아갔다.

시험장 내부에서 몬스터들은 외부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환영 마법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고블린의 얼굴은 정확하게 시험장 바깥에 있는 레오에게로 향했다.

번뜩-

일순간 검붉은색 안광이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검붉은색 연기가 고블린의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언데드?’

“키케케케켁!”

고블린의 외침과 동시에 쓰러져 있던 시체들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거대한 흑마력이 휘몰아쳤다.

레오의 얼굴이 굳었다.

알고 있는 흑마력이다.

‘헬 카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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