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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51화 (35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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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학회.

전 세계 최고의 마법사들이 참석하여 마법을 논하는.

말 그대로 마법계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학회였다.

기본적으로 각 지방의 마탑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의 마법 길드, 영웅 사관 학교까지 다양한 집단이 참석한다.

그런 다양한 집단들이 모이는 마법 학회에서 발언권이 가장 강한 곳이 바로 마탑들이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것은 영웅 사관 학교나 왕국 길드 소속의 마법사들이다.

그들은 전투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며 실력을 입증하며 명성을 쌓아 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마법사가 곧 최고의 마법사인 것은 아니다.

그들은 기존에 있던 것들을 가장 잘 사용하는 자들일 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변화를 추구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자들은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법의 본질이기도 했다.

그 마법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추구하는 것이 바로 마탑의 마법사들이었다.

올해의 마법 학회는 드물게도 세이룬에서 개최되었다. 루메른, 아조니아, 데미안 등 다른 영웅 사관 학교는 각 종족을 대표하는 교육 기관 답게 마법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았기에 자주 학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이룬이 추구하는 마도의 길은 일반적인 마도의 길과는 다르다.

별의 마법.

이 땅에 마법이 존재하고 가장 위대한 마법사라고 평가받는 성운의 시조 루나가 남긴 마법 체계.

세이룬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 별의 마법이기 때문이었다.

엘프만의 고유 마법.

일반적으로 학회에서 발표되는 새로운 마법 이론이나 해석은 대부분 별의 마법과 호환이 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거기에 더해 세이룬 특유의 폐쇄성까지.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네 영웅 사관 학교 중 가장 마법을 중요시하는 곳이 세이룬임에도 마법 학회가 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런 세이룬에서 마법 학회가 열린 만큼 마법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었다.

***

중간고사가 끝나고 이틀 뒤.

점심시간.

하급반 학생들이 우르르-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섰다.

시험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하급반 학생들이었지만 아직 시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여전히 반의 등급별로 이루어지는 차별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겉으로 보이는 차별에 더 이상 주눅 드는 학생들은 없었다.

이미 실력은 시험으로 증명했다.

더 이상 하급반을 무시하는 중급반이나 상급반 학생들은 없었다.

오히려 하급반 학생들이 지나갈 때면 눈치를 볼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도 하급반 학생들은 여전히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지 않았다.

하급반 학생들은 늘 그렇듯 하급반 학생들의 아지트인 휴게실에서 점심 식사 준비를 했다.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을 때 에클레르가 밝게 웃으며 찾아왔다.

“얘들아, 안녕!”

하급반 학생들과 친해진 이후 에클레르는 계속해서 하급반 학생들과 어울렸다.

시험이 끝난 이후에는 레아도 함께 점심을 먹었다.

물론 레아의 목적은 레오를 만나는 것이었다.

“오늘은 우리 말고 다른 애들도 같이 왔는데 괜찮을까?”

“응, 상관없어.”

앙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들어 와도 된대!”

에클레르가 문 뒤로 손짓하자 유명한 학생들이 들어왔다.

다름 아닌 현재 1학년 2등 엘릭과 4등 요이니아였다.

의외의 학생의 등장에 하급반 학생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우리랑 같이 점심 먹고 싶데.”

에클레르가 방긋 웃으며 말하자 요이니아가 뚱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을 뿐이야.”

팔짱을 낀 채 코웃음을 친 요이니아가 앙르에게 다가갔다.

“네가 앙르지? 하급반 반장.”

“응.”

“묻고 싶은 게 있어. 어떻게 그렇게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거야?”

앙르가 볼을 긁적였다.

학교에서 지정한 금서를 읽었습니다,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로라 선생님이랑 레오 선배님이 잘 지도해주신 덕분에.”

앙르의 말에 요이니아가 힐끗-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앞에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레오 플로브. 텔라 가문의 요이니아라고 해요, 루메른 학생회장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명문가의 여식처럼 우아하게 인사한 요이니아가 진지하게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여기 있는 학생들이 어떻게 단기간 내에 빨리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거죠?”

“난 계기를 만들어 줬을 뿐이야. 실력을 키운 건 각자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야.”

“그럼 그 계기에 대해서 가르쳐주세요.”

“너한테는 딱히 말해주고 싶지 않은데.”

요이니아의 눈이 꿈틀거렸다.

“제가 상급반이라서 그런 건가요?”

“딱히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그 말에 요이니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에 너희가 팀워크를 제대로만 발휘했어도 베루스 조가 그렇게 압도적인 승리를 쟁취할 수는 없었을 거야. 아쉬운 점을 굳이 꼽으라면 지나치게 고위 마법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랄까?”

“2학년 선배님들과 비슷한 말을 하는군요.”

요이니아가 생각에 잠겼다.

패배한 이후 현실을 부정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접시 위에 샌드위치를 받아 온 레아가 레오에게 전해주며 말했다.

“시험이 끝난 이후 상급반에서는 기존의 수업 방식에 의문을 가진 학생들이 제법 많아요. 요이니아도 그런 학생 중 한 명이에요.”

하루아침 만에 하급반 학생들에게 실력으로 추월당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즐기는 와중에 에클레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뭔데.”

“루메른의 1학년은 우리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그 말에 점심을 먹던 세이룬 1학년들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루메른과 세이룬.

루세전을 치르는 라이벌 관계였고 지금의 루메른 1학년들은 앞으로 세이룬 학생들과 경쟁을 하게 될 라이벌이었다.

에클레르의 물음에 모두가 긴장된 표정을 짓는 와중에 레오가 말했다.

“비교를 하고 말게 뭐가 있어? 너희나 우리 학교 애들이나 이제 막 중간고사 시험을 친 병아리들인데.”

그 말에 엘릭이 안경을 고쳐 썼다.

“궁금하기는 합니다. 전에 언뜻 듣기로는 루메른은 지금 ‘멘토’ 시스템이 있다죠? 당신에게도 멘티가 있죠?”

그 말에 샌드위치를 오물거리던 레아가 귀를 쫑긋 세웠다.

무섭게 고개를 돌린 레아가 눈을 부릅뜨고 레오를 보았다.

“있지.”

“당신의 멘토라면 유명하겠죠? 기사학과의 아이나 베이드나? 하비든 비르센? 아니면 소환학과의 샤샤 시에느 로드렌? 그것도 아니라면 마법학과의 쥬엔 토르비나 입니까?”

“엘릭…… 너는 루메른 1학년 학생들의 이름을 잘도 알고 있구나.”

에클레르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엘릭이 대답했다.

“우리와 경쟁하게 될 라이벌들이다. 강한 상대를 체크해두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거지.”

엘릭의 말을 들으며 레아의 눈이 이글이글 불탔다.

‘누구야! 플로브 선배님에게 직접 지도 받다니! 그런 부러운 녀석이!’

앙르가 마치 고기를 뜯듯 거칠게 샌드위치를 깨물었다.

“루크라는 녀석이야.”

“루크? 엘릭, 아는 거 있어?”

“……처음 듣는 이름인데.”

엘릭이 머리를 긁적였다.

‘루크! 넌 오늘부터 내 적이다!’

레아가 속으로 전의를 불태웠다.

졸지에 세이룬 1학년 수석을 적으로 돌린 루크였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학회인데 어떤 마법 이론들이 발표 될까?”

“개인적으로 [별의 마법 입문서]라는 게 궁금해. 세이룬에서는 불경한 마도서라고 하지만 누구나 별의 마법을 쓸 수 있게 재해석된 술식이라니. 마법사로도 궁금할 수밖에 없지.”

요이니아의 말에 하급반 전체가 속으로 움찔했다.

[별의 마법 입문서].

다름 아닌 이번에 대반전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학회라. 나도 저녁에 안나 부교수 마중을 나가야겠네.’

***

그날 저녁.

세이룬은 외부 인사를 마중 준비로 한참이었다.

루세전이 아닌 때에 종족을 불문하고 이렇게 많은 외부인이 세이룬을 찾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아무리 순혈회의 영향력이 짙게 드리운 세이룬이라도 세계 굴지의 마법사들.

그중에는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려 영웅의 자리에까지 오른 마법사도 다수 있는 만큼 학회 참석자들을 푸대접할 수는 없었다.

전교생이 교정 앞에 모여 학회 참석 마법사들을 마중 나왔다.

“후으! 춥다! 추워!”

이른 저녁.

찬 바람을 맞으며 몸을 떨던 루니아가 옆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너 그러고 있으니까 엄청 눈에 띄는 거 알아?”

루니아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늘 보던 복장이잖아?”

레오는 다름 아닌 루메른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레오 역시 이번에 안나 부교수를 도와 마법 학회에 참석했다.

그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루메른을 대표하는 입장이 되었고 당연히 루메른의 교복을 입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이때.

전교생이 모인 가운데 당당하게 루메른의 교복을 입은 레오는 아무래도 너무 튀었다.

세이룬 전교생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은 레오를 보며 루니아가 혀를 내둘렀다.

‘얜 가끔 보면 얼굴에 철판을 깐 것 같단 말이야.’

“세이룬 교복도 잘 어울리는데.”

살짝 툴툴거릴 때였다.

그때.

교정으로 마법사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세이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학생들이 입을 모아 환영 인사를 했다.

그런 가운데 도착하는 마법사들을 바라보던 레오는 안나 부교수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나 부교수님.”

“아! 레오 학생!”

안나 부교수는 레오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세이룬 생활은 할 만한가요?”

“예. 재미있었어요.”

“……고생했을 게 눈에 훤히 보이네요.”

안나 부교수는 담당 학생을 씁쓸하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어쨌든 이번 학회는 나에게 맡겨요.”

안나 부교수가 결렬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 학생까지 마음고생 시킬 수 없으니 말이에요.”

“아, 그거 말인데요.”

레오가 웃었다.

“제가 세이룬에서 일을 좀 벌였거든요.”

“…….”

미소 짓는 레오를 보며 안나 부교수는 불길함을 느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정확한 건 숙소에 가서 이야기해드릴게요.”

***

“오랜만이군, 헤르디움 선생.”

“오랜만입니다.”

헤르디움은 자신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엘프 마법사와 살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다름 아닌 북부 마탑 마탑주.

알그렌 베그스였다.

엘프 임에도 북부 마탑의 마탑주 자리를 꿰찰 정도로 대단한 마법사였다.

그만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이룬 졸업생 출신이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별의 마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몇 세이룬 선생들이 그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순혈회 출신들이었다.

하지만 북부 마탑주씩이나 되는 마법사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이번 학회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하지만 이번 학회는 나보다.”

알그렌이 빙긋 웃으며 옆에 있던 소녀의 어깨를 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들였다.

“내 딸의 활약을 더 기대해줬으면 하는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이 헤르디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프 엘프.

몇몇 순혈회 선생들의 얼굴이 노골적으로 일그러졌지만 헤르디움은 개의치 않았다.

“아쉽습니다. 아냐스 양이 세이룬에 입학했다면 분명 활약상이 대단했을 텐데 말이죠.”

헤르디움이 아쉽다는 얼굴로 말하자 알그렌이 빙긋 웃었다.

“내 딸이 영웅에 큰 관심이 없어서 말일세.”

“네? 영웅이 될만한 재목이지 않습니까?”

“아뇨, 전 영웅이 되지 못할 거예요.”

아냐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아냐스를 보며 헤르디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인사를 끝내고 두 모녀가 걸음을 옮길 때였다.

“아버지. 저쪽을 보세요.”

알그렌은 딸이 가리킨 곳을 보았다.

“호오.”

그리고 세이룬 학생들 사이에서 확연하게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있는 레오를 발견하고는 눈을 빛냈다.

“저게 그 레오 플로브인가.”

알그렌의 눈이 반짝였다.

‘그림자의 대영웅과 같은 올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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