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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59화 (359/483)

359

이른 아침.

“후아아암.”

칼이 늘어지라 하품하며 기숙사 휴게실로 나갔다.

칼의 아침은 이르다.

부지런한 성격인 만큼 이른 새벽에 일어나 일과 준비를 한다.

물론 학교 공부나 마법 수련보다는 연금술을 통한 사업 아이템 구상이 대부분이지만 어쨌든 노블 기숙사에서 두 번째로 일찍 일어나는 학생이었다.

칼은 배를 벅벅 긁으며 기숙사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침부터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듀란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진짜 훈련 기계라니까.’

노블 기숙사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학생은 다름 아닌 듀란이었다.

듀란은 아침부터 체력 단련을 시작한다.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 성격.

그러한 집념 덕분에 노블 내에서도 아바드와 함께 최고의 우등생으로 꼽힌다.

물론 엘리자 역시 성적으로만 본다면 우등생이지만 수업 태도는 불성실한 편이기에 교수들에게 자주 눈총을 사곤 했다.

‘성적만 좋은 불량학생이지.’

끌끌- 혀를 차며 칼이 기숙사 입구에 있는 편지함으로 다가갔다.

매일 아침.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기숙사에는 루메른 학교 신문이 배달된다.

학교 일상에 관한 평범한 학교 신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개인 구독’ 을 하는 순간 신문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학교 내의 주요 정보는 물론이고 교내에 존재하는 식당 이벤트라던가 학교 일정 예측 분석까지.

심지어 구독 등급에 따라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상인 동아리도 괜찮긴 한데 신문부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

2학년 정보통으로 통하는 만큼 신문부에 들어가서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칼은 자신 이름이 적힌 두툼한 종이봉투를 들어 올렸다.

‘진짜 한 달에 대체 얼마씩 뜯기는 거야.’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신문을 펼쳤다.

그리고 신문에 대문짝만한 게 찍힌 헤드라인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시조의 재림에 이은 기적! 혜성의 마법사의 재림!]

“와? 이게 뭐야? 대박이잖아?”

보통 같았으면 이 느닷없는 신문을 쉽사리 믿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칼은 지난 겨울, 두 눈으로 직접 시작의 영웅과 성운의 시조가 현세에 모습을 드러낸 걸 목격했던 사람이다.

“대체 히어로 레코드에는 얼마나 더 많은 비밀과 힘이 숨어 있는 거야?”

대영웅에 이어 개벽의 영웅까지.

세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이 상황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레오 녀석은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난다니까.’

이번에도 교환 학생으로 세이룬에 간다고 했을 때 어떠한 사건에 휘말릴 것이라고 대부분의 학생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측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칼은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신문 1면을 읽어갔다.

그 역시 마법학과인 만큼 마법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세이룬이 현세에 등장했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배달 되는 우유를 ‘퐁-’ 하고 딴 후 2면을 읽던 칼이 ‘푸흡!’ 하고 우유를 내뿜었다.

“콜록! 콜록! 케헥!”

사례가 들려 미친 듯이 기침해대는 칼에게 마침 체력 단련을 끝낸 듀란이 다가왔다.

“또 뭘 가지고 호들갑이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듀란을 보며 칼이 신문을 보여주었다.

신문을 확인한 듀란의 얼굴에 보기 드물게 놀란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세이룬의 후계자, 레오 플로브.]

히어로 레코드의 기적을 통해 현세에 모습을 드러낸 혜성의 마법사에게 코메테스를 계승한 영웅 후보생이 탄생했다. 그건 바로 레오 플로브…….(중략)

기사를 읽어내려가던 듀란이 중얼거렸다.

“흥. 점점 더 쫓을만한 가치가 생기는 녀석이군.”

입꼬리를 말아 올린 듀란이 신문을 칼에게 툭 던지고 또다시 미친 듯이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저 정도면 집념이 아니라 거의 집착 아니야?’

듀란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칼이 신문을 바라보았다.

‘아주 사건에 휘말린 게 아니라 사건의 중심이구만.’

“얜 진짜 뭐 그런 건가? 마성의 존재.”

시도 때도 없이 화제의 중심에 서는 친구를 보며 칼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

웅성- 웅성-

루메른의 중심, 영웅의 탑 주변에는 루메른 교내에 입점한 레스토랑이 다수 모여 있는 식당가였다.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요리를 접할 수 있으며 심지어 다른 종족의 요리까지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외부 인사가 루메른을 방문할 때면 꼭 한 번씩 들리는 루메른의 명소이기도 했다.

매일 점심이면 식당가에는 많은 학생이 북적거렸다.

그리고 많은 학생이 모이는 만큼 거리에는 매번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오간다.

학업 관련 된 이야기나 최근 세계적인 이슈 등.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하나의 주제뿐이었다.

“레오 오빠는 진짜 어딜 가나 화제의 중심이네.”

오전 마법학과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끼리 식당가를 찾아 자리를 잡은 첼시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에 피자를 한입 덥석 물고 우물거리던 일리아나가 말했다.

“반장에게는 한계란 게 없는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일리아나를 보며 첼시가 마지막 남은 피자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겁지겁 피자를 입에 우겨 넣은 일리아나가 냉큼 피자를 가져갔다.

“야! 일리아나 너!”

“흥이다!”

“10살짜리 남자애들도 아니고 피자 한 조각 가지고 유치하게 왜 그래?”

칼이 한숨을 쉬었다.

“오오,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들이 아닌가!”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손에 신문을 든 렌이 인자한 표정으로 첼시와 칼, 일리아나를 보고 있었다.

세 사람이 자리에 일어나 인사했다.

“렌 교수님, 안녕하세요. 점심 식사를 하러 오셨군요?”

“그래. 오늘 아인 선배와 유라 선배에게 점심을 사기로 해서 마침 이곳에 왔지.”

렌이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인과 유라가 자리에 앉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즐겁게 하고 있었지? 설마!”

렌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루메른 마법학과의 자랑! 레오 학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나!?”

마치 들으라는 듯 소리치는 렌을 보며 칼과 첼시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일리아나는 목을 움츠리고 아인의 눈치를 살폈다.

마검사인 일리아나는 기사학과와 마법학과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양쪽 모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이제 슬슬 주력 학과를 선택해야 할 때.

어떻게든 눈치를 살살 보며 이득인 쪽을 택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학과 담당 교수인 렌에게도 잘 보여야 하고 아인에게도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다.

“일리아나 학생! 자네도 이제 슬슬 학과를 선택해야 하지 않나! 전에 진로를 두고 나한테 상담을 한 거면 역시나 기사학과보다는 역시나 마법학과를 선택할 생각인가 보군?!”

‘끼아아아아아아악!’

일리아나가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눈치를 보며 아인을 보니 특유의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호오?’ 하고 감탄사를 내지르고 있었다.

그 순간 첼시와 칼이 시선을 교환했다.

“맞아요, 렌 교수님. 일리아나는 학과 선택 문제로 우리에게도 상담했었어요. 그치? 칼.”

“그럼, 그럼. 우리랑 같이 쭉 마법학과였으면 좋겠다고 했었지.”

“후후훗! 역시 일리아나 학생은 마법사의 길을 생각하고 있었군! 좋아! 아주 좋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렌이 돌아갔다.

“내 학교생활 꼬이면 다 너희 때문이야.”

“그러길래 누가 양다리 걸치래?”

“그럼. 그럼. 그러면 안 되지.”

영혼까지 빠져나갈 듯한 표정을 짓는 일리아나를 보며 첼시와 칼이 키득거렸다.

한편, 유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쟨 진짜 레오가 마법학과인 것처럼 구네요.”

“즐기게 냅둬.”

아인의 말에 유라가 훗- 하고 웃었다.

“아인 선배는 그렇게 여유를 부릴 입장이 아니잖아요? 레오는 3대 환수의 맹약자! 그런 레오가 기사학과를 선택할까요?”

“후후. 쓸데없는 희망을 품고 있군요, 유라 선배.”

두 사람 앞에 앉은 렌이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세이룬님의 후계자가 된 레오 학생이 소환학과? 이런, 이런. 그렇게 아둔할 수가.”

“야…… 걔 3대 환수의 맹약자거든? 소환학 역사에서 전대미문이라고! 전대미문!”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전대미문! 마법사임에도 3대 환수와 계약한 전대미문의 마법사!”

“대화가 안 통하네.”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한 상식인과 감정에 치우친 비상식인이 대화가 될 리 만무하죠.”

“그러니까 죽고 싶다는 말이지?”

유라가 멱살을 잡자 렌이 고개를 저었다.

“말로 안 되니까 폭력을 행사하다니, 야만적이군요.”

“죽어!”

“교, 교수님들! 가게에서 폭력은 안 됩니다!”

종업원들이 튀어나와 다급히 두 사람을 만류했다.

“점심값 내기하자. 난 유라 교수님이 이긴다에 한 표.”

“난 렌 교수님.”

“나도 유라 교수님.”

식당에 있던 1학년들은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학교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고학년들은 태연한 얼굴로 내기를 했다.

물론 승부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티격태격하던 렌과 유라는 아인에 의해 제압당한 것이다.

그렇게 조용해진 식사 시간 도중 렌에게로 식당 안으로 새 형태의 환수가 한 마리가 날아들더니 렌 앞으로 날아왔다.

“그건 뭐야?”

“안나 부교수가 학회 발표 내용을 급보로 전달 해줬습니다.”

렌이 자랑스럽게 웃으며 편지 봉투를 열었다.

편지에는 [별의 마법 입문서] 에 대한 발표 내용에 대해 쓰여 있었다.

“호오, 엘프들이 제 논문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군요. 후후. 그래 머리란 게 있으면 감히 내가 쓴 논물을 폄하할 순 없겠지.”

우쭐한 표정을 짓는 렌이 편지를 찬찬히 읽어 나가며 다음장을 보려 할 때였다.

팔락~

편지 봉투에 끼여 있던 사진 한 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의아한 얼굴로 사진을 든 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렌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왜 그러지?”

“지금 당장…… 세이룬으로 가야겠습니다! 지금 당장!”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렌이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야! 계산은 하고 가!”

유라가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아인은 미간을 좁히며 렌이 보던 사진으로 손을 뻗었다.

“아인 교수님, 유라 교수님. 무슨 일 있나요? 렌 교수님이 다급히 달려 나가던데요?”

식사를 끝내고 가려던 첼시와 칼, 일리아나가 의아한 얼굴로 다가왔다.

첼시의 물음에 아인이 혀를 차며 세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세이룬 학생들의 단체 사진이 있었다.

사진 속에는 레오도 있었다.

세이룬 교복을 입은 채로 자연스럽게 세이룬 학생들과 어울리는 레오의 사진.

“세이룬 교복 좀 입었다고 레오가 학교를 옮기겠어? 우리 학교 학생회장인데? 렌 녀석은 저쯤 되면 병이야, 병.”

유라가 혀를 찼다.

그에 첼시가 중얼거렸다.

“오후에 제대로 마법 수업 듣기 글렀네.”

“만세!”

“자습이다!”

칼과 일리아나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

그날 방과 후.

루메른은 새로운 이슈로 시끄러웠다.

“생각해보면 세이룬의 후계자로 선택받았잖아? 세이룬에서 놔주려고 할까?”

“에이, 세이룬이 어떤 곳인데. 인간인 레오를 학생으로 받겠어?”

“모르지, 레오는 별의 마법도 대단한 수준이니까.”

수업이 끝나고 교정을 걷는 와중에도 레오의 이야기는 쉴틈 없이 들렸다.

마법학과 건물을 빠져나온 칼은 힐끗 터덜터덜 교수실로 돌아가는 렌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딘지 넋이 나간 표정의 렌을 보며 클로에가 한숨을 쉬었다.

“빨리 레오가 와야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텐데.”

“왜? 난 오늘 오후 수업 엄청 좋았는데.”

“……자습이 좋아?”

“좋지!”

클로에가 눈을 흘겼고 칼이 킬킬 거릴 때였다.

마침 듀란과 엘리자가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흥. 레오 플로브가 세이룬으로 전학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그러네요. 세이룬이 학생이 된다면 완전히 쓰러트려야 하는 상대가 되는 거니까요. 같은 학교라는 미지근한 관계보다는 확실히 경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클로에와 칼이 동시에 렌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렌은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든 채 둘을 겨누고 있었다.

“렌 교수님!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클로에는 다급히 렌에게 달려갔다.

“너흰 하필 왜 마법학과 건물 앞을 지나가는 거야!”

칼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렌의 시야에서 두 사람을 치우기 위해 둘의 등을 떠밀었다.

“감히 누굴 떠미는 거냐? 후환이 두렵지 않은가 보군.”

“겁대가리를 상실했군요, 칼 토마스!”

“겁대가리를 상실한건 너희야! 너희!”

칼이 다급히 외칠 때였다.

“사이가 좋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여행 가방을 든 레오와 안나가 있었다.

“레오, 언제 왔어?”

칼이 놀라서 묻자 레오가 빙긋 웃었다.

“지금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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