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60화 (360/483)

360

“레오다!”

“오오!”

“레오가 돌아왔다아아!”

기숙사에 들어서자 글로리 학생들이 레오를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리 파티하자! 파티! 반장 환영 파티!”

화려한 걸 좋아하는 일리아나가 잔뜩 들뜬 얼굴로 소리쳤다.

일리아나의 외침에 기숙사 학생들의 시선이 첸 시아와 클로에에게 향했다.

레오와 같은 기숙사장인 두 사람은 글로리의 결정권자이기도 했다.

원래 글로리에서 발언권이 가장 강한 건 레오였다.

그러나 레오는 같은 기숙사 학생들이 무언가를 결정할 의견을 내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칙칙한 아저씨가 재미없는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는 파릇파릇한 애들이 결정하는 게 훨씬 재미있지.]

키르안이 키득거리며 중얼거렸다.

레오가 나중에 어떻게 키르안을 응징할지 고민할 때였다.

“오늘만큼은 같은 기숙사끼리 즐기는 것도 좋겠네요.”

“역시 큰 언니!”

“첸 시아! 첸 시아!”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첸 시아의 이름을 연호했다.

“모처럼이니까.”

클로에도 웃으면서 동의하자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역시 글로리의 어머니!”

“엄마 최고!”

“내가 왜 엄마야!”

클로에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에 장난기가 발동한 학생들이 진한 웃음을 지었다.

“잔소리 많은 게 딱 엄마지.”

“맞아.”

“너희…… 그거 풋풋한 십대에게 엄청나게 실례인 거 알아? 그리고 시아도 있잖아! 시아는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첸 시아는 큰 언니지.”

“맞아. 맞아.”

왁왁! 웃으며 즐겁게 떠드는 모습을 보며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어휴, 정말.”

자신을 놀리는 학생들을 응징하고 돌아온 클로에가 못 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환영 파티 준비를 위해 글로리 학생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음식과 음료를 준비하러 가는 학생.

휴게소 테이블을 모으는 학생.

아직 기숙사에 돌아오지 않은 학생들을 부르러 가는 학생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숙사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시끌벅적한 걸 보니 루메른에 돌아왔다는 게 체감이 되는군.”

“세이룬은 어땠어요?”

첸 시아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나쁘지 않았어.”

레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클로에! 첸 시아! 다른 기숙사 애들도 초대해도 될까?”

“레오 환영회니까.”

“좋았어! 첼시랑 칼, 넬라, 테이드도 초대해야지!”

“셀리아도 초대해줘.”

“그냥 반장이랑 친한 애들 다 부를게.”

붙임성 좋은 일리아나는 2학년 전체와 두루두루 친했다.

그렇게 환영 파티 준비가 끝나고 떠들썩한 분위기로 파티가 시작되었다.

“뭐? 그럼 1학년들이랑 수업을 한 거야?”

“대박.”

“아니! 우리 학교 학생회장을 그렇게 취급해도 되는 거야?”

레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학생이 분통을 터트렸다.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세이룬 1학년들 수준도 알 수 있었고.”

레오의 말에 셀리아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레아 팅겔은 아이나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였어?”

셀리아는 아이나의 멘토인 만큼 아이나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레아 팅겔의 실력에 대해 궁금증을 느꼈다.

루메른의 학생이기에 루세전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글쎄, 기사와 마법사인 만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힘들지만 순수하게 수준을 놓고 본다면 비등해.”

“역시 만만치 않네.”

셀리아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레오 오빠는 용케 세이룬 1학년들에게 별의 마법 입문서를 가르칠 생각을 했네.”

첼시가 쿠키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마법학과 학생들은 별의 마법 입문서가 엘프들에게 이단으로 취급되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세이룬 한복판에서 가르칠 생각을 하다니.

“역시 레오 오빠야.”

첼시가 눈을 빛냈다.

“그만큼 그 애들은 절박했으니까.”

레오가 세이룬에 있었던 일로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루메른은 어땠어?”

레오의 물음에 칼이 말했다.

“네가 없는 동안 2학년들은 영웅의 세계를 공략했어.”

“호오?”

레오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루메른은 1학년은 영웅 후보생으로 기초를 다지는 시기다.

그리고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영웅 이 되기 위한 과정을 밟는다.

그것이 바로 히어로 레코드를 통한 영웅의 세계 공략이다.

이미 2학년 학기 초부터 영웅학 수업에서 루메른에서 학생들이 공략할 수 있는 히어로 레코드를 안내했다.

그리고 레오가 세이룬에 가 있는 한 달 동안, 다른 학생들은 영웅의 세계를 공략한 모양이었다.

“참고로 난 엄청난 공략 보상을 얻었어!”

일리아나가 레오 앞에 불쑥 튀어나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반장도 긴장해야 할걸?”

“괜히 욕심부리다가 공략도 못 할뻔한 주제에 자랑은.”

“하루 전날까지 하얗게 질려서 울고 불었으면서.”

“아슬아슬하게 공략해서 거의 낙제점이잖아?”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평소라면 레오에게 하소연했을 일리아나였지만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점수는 낮지! 하지만 그만한 보람이 있었다는 건 너희 모두 잘 알 텐데?!”

콧대가 높아진 일리아나가 오호호호호-!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이번 과제는 히어로 레코드의 공략 난이도와 관계없이 빠르게 공략할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 과제였던 모양이다.

공략 난이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공략이 늦어진다.

당장에 좋은 성적을 받을 것이냐.

아니면 앞으로의 학과 생활을 위해 미래에 투자할 것이냐.

‘우리 학교도 보고 있으면 참 가혹하다니까.’

학생의 선택에 책임을 지게 만든다.

멘토 시스템으로 숨통이 트인듯했지만 쉴 틈 없이 생존의 갈림길에 몰아넣는 건 여전하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최고 득점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칼이라고 했다.

“난 공략 난이도 최하급을 선택했거든.”

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녀석들한테는 공략 보상이 변변찮을 수도 있지만 나한테 딱인 공략 보상이 있었지.”

“뭐였는데?”

레오가 흥미롭다는 듯 묻자 칼이 씩- 웃었다.

“연금서.”

드웨노의 세계에서 칼은 공략 보상으로 드웨노의 연금서를 얻었다.

하지만 지금의 칼의 실력으로는 드웨노의 연금서를 완전히 이해하고 활용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칼은 드웨노의 연금서를 이해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걸 선택했다.

레오는 빙긋 웃음을 지었다.

“덕분에!”

칼이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곧 엄청난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잘만하면 떼부자가 될 수 있어!”

“또 이상한 약을 만들면 학생회가 널 가만두지 않을걸?”

“걱정마시라! 완성되면 확실하게 학생회에 검수받을 테니까!”

***

“레오 선배 이야기로 정신이 없네.”

쥬엔은 레오에 대한 이야기로 정신없는 동급생들을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이슈이기는 해.’

뼛속부터 마법사인 쥬엔이기에 세이룬의 인정을 받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고작 1학년 차이인데…….’

쥬엔이 혀를 내둘렀다.

쥬엔은 현재 1학년에서 손에 꼽히는 우등생.

그렇다 보니 학년 대표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차기 학생회장 자리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학년 위이자 학생회장인 레오가 엄청난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괜히 주눅 드네.’

일전에 몇 번이고 싸운 적 있던 레오를 떠올리며 쥬엔이 부르르 몸을 떨 때였다.

뚜벅- 뚜벅-

쥬엔의 옆으로 누군가 지나갔다.

현재 1학년 학년 대표, 아이나였다.

그런 아이나의 뒤로 그녀의 추종자들이 우르르 따랐다.

그걸 보고 쥬엔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법학과와 기사학과.

대대로 치열한 라이벌 관계의 학과이다.

그리고 쥬엔은 1학년 마법학과 탑이고 아이나는 1학년 기사학과 탑이었다.

하지만 그걸 떠나 쥬엔은 아이나 자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항상 남들은 관심 없다는 듯한 태도.’

학과는 다르지만, 실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학과 수업 외에도 모든 면에서 우등생.

솔직히 말하면 한 시대를 책임졌던 세기의 영웅이라 평가받는 검성의 후계자라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건 사실이다.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타인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태도는 쥬엔을 발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가만 보면 레오 선배에게 이상할 정도로 집착한단 말이야?’

툴툴거리던 쥬엔이 한 소년을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소년, 루크에게 다가갔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나온 거야?”

“네.”

“너도 참 성실하다.”

쥬엔이 감탄했다.

1학년들 사이에서 루크는 이미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중간고사 시험 결과는 처참했으며 도저히 발전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루크를 더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건 그의 멘토가 다름 아닌 레오 플로브라는 점이었다.

‘이상하단 말이야.’

쥬엔은 항상 루크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쥬엔은 루크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렌 교수님께 마법 과외까지 듣는단 말이지.’

그 점이 이상했다.

‘뭐, 다른 녀석들이야 레오 선배 빽으로 렌 교수님께 과외받는다고 떠들지만. 그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소리지.’

남부 마탑주의 딸인 만큼 쥬엔은 렌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다.

마법 연구 분야의 천재.

오로지 마법 이외에는 조금도 관심 없는 남자.

그런 렌 교수가 단순히 애제자인 레오의 부탁으로 무가치한 일을 할 성격이 절대 아니다.

‘뭔가 있다는 건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물론 모든 걸 떠나서 쥬엔은 루크가 마음에 들었다.

입학시험 때도 그렇고 멘토 선별 때도 그렇고.

루크는 항상 한계를 넘어왔다.

쥬엔이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정적으로.’

어느새 걸음을 멈춘 아이나가 빤히 루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쟤가 질투하는 것도 재미있고.’

쥬엔이 키득거렸다.

아이나는 루크를 의식하고 있다.

그건 루크가 레오의 멘티이기 때문이다.

학년 대표가 낙제생을 질투하는 묘한 상황.

꼬인 구석이 있는 쥬엔으로서는 그 모습이 통쾌했다.

“나 지금 칼 선배를 만나러 2학년 기숙사로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네! 저도 레오 선배님이 부르셔서 가야 해요!”

“잘됐네! 노블 기숙사에 들른 다음 레오 선배님께 가자!”

쥬엔이 루크의 등을 떠밀며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과 루크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나를 향해 혓바닥을 쏙 내밀었다.

아이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걸음을 옮겼다.

***

노블 기숙사 지하.

마법학과 학생들의 개인 공방이 있는 곳.

그곳에서 칼이 시약병을 들고 신중하게 포션을 제조하고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드웨노의 연금서를 탐독하며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퐁-!

작은 연기가 시약병에서 퍼져 나왔다.

시약병 속의 내용물이 황금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대박. 실화냐?”

칼의 목소리가 떨렸다.

“와? 이게 진짜 된다고?”

사실 레오에게 호언장담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이런 엄청난 물건을 정말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칼이 떨리는 손으로 포션병에 시약을 담았다.

지금부터 학생회에 출두해야 한다.

‘근데 만들긴 했는데 어차피 학생회에서 절대 판매 허락 안 하겠지.’

칼이 에효! 하고 한숨을 쉬었다.

‘사랑의 묘약 같은 걸 팔게 해줄 리 만무하잖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