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66화 (366/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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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쾌락의 나라라니?”

“엘레함이라는 나라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단어.”

쥬엔의 물음에 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말을 듣고 고민하던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카지노 때문에 그런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엘레함은 카지노가 유명하긴 하네요.”

남부 출신인 쥬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함은 도시마다 왕립 카지노가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카지노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그것뿐만은 아니야.”

칼이 팔짱을 꼈다.

“엘레함은 인간 국가 중 가장 빈민국임과 동시에 다른 나라에서는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합법적인 나라이기도 해.”

“그래서 그 불법적인 거랑 쾌락의 나라라 불리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첼시가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오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여전히 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명문가 아가씨들은 순진하다니까.”

칼의 말에 셀리아가 말했다.

“그 불법적인 일들이 뭔데?”

“말하기 살짝 민망한데.”

“그게 뭔지 설명을 해주고 그런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셀리아의 말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오가 말했다.

“불법적인 약물 판매나 남녀 간의 민망한 관계에 금전적인 거래가 오가는 행위 같은 걸 말하는 거겠지. 그런게 합법적이라면 대놓고 거리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기도 할 거고.”

“뭣?”

레오의 말에 일순간 당황하던 여학생들이 이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획 돌렸다.

민망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셀리아를 보며 칼이 말했다.

“셀리아 아가씨, 묻는 말에 제가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그 불법적이라는 건 말이죠. 다름 아닌…….”

“알겠으니까 시끄러워!”

퍽-!

“컥?!”

셀리아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수도로 칼의 울대를 쳐 버렸다.

목을 붙잡고 바닥을 뒹구는 칼을 보며 루크가 웃으며 쥬엔에게 말했다.

“칼 선배님은 엄청 재미있으시네요.”

“칼? 그게 누군데?”

쥬엔은 대놓고 자신의 멘토를 외면했다.

작은 소동이 일단락된 후 레오가 말했다.

“칼의 말대로 알레함에 그런 위험이 있다면 충분히 대비를 하고 가는 게 좋을 거야.”

레오의 말에 셀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험이라고 할 것까지 있을까? 질 나쁜 곳이라는 건 알겠지만 우리는 루메른의 학생인걸?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셀리아의 말에 학생들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해봐. 도박이 됐든 약이 됐든 뭐, 그렇고 저런 게 됐든.”

칼은 깍지를 낀 손을 뒤통수에 대며 레오의 말에 동의했다.

“전체적으로 사람 살기 팍팍한 동네인 건 사실이야. 셀리아, 네 말처럼 우리는 물론 루메른의 학생이고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할 수 없겠지만.”

칼이 미간을 좁혔다.

“세상에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특히 물불 안 가리는 놈들 말이야.”

칼의 말에 루크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셀리아와 첼시, 마르티나는 대륙 서부의 영토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로드렌 제국의 귀족이다.

특히나 그중에서도 권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영웅 명가, 제르딩거와 르왈린이 속해 있다.

클로에 역시 북부 마탑에 속한 가문이다.

물론 뮐러 가문 자체가 북부 마탑에서 큰 지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마탑에 소속된 가문이라는 것 자체가 좋은 가문이라는 걸 의미한다.

쥬엔은 남부 마탑주의 딸.

아이나는 무려 검성의 증손녀다.

베티 역시 좋은 유력 마법 가문 출신.

어려서부터 좋은 것만 보고 자라 온 만큼 세상의 어둠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칼의 말은 잃을 게 없는 사람은 무섭다는 뜻이야. 뭐, 말로 해서 이해하기는 힘들겠지.”

레오가 셀리아를 보며 빙긋 웃었다.

“이 기회에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할린드 교수님이 괜히 멘토랑 같이 보내는 게 아닐 테니까.”

“넌 그런 일들을 경험해본 것처럼 말하네.”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을 듣고 칼이 호오- 호오- 웃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클로에. 어떤 경험을 말하는 거야?”

“또 무슨 괴상한 소리를 하려고 그런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거야?”

클로에가 인상을 쓰며 칼을 노려보자 칼이 음흉하게 웃었다.

“아니. 혹시 레오가 한 경험이 여자 경험이라던가. 그런 걸 묻는 거 아니었냐? 레오의 인기라면 오밤중에 여학생이랑 밀회를 즐기는 것도…….”

쩌저저정!

“도서관에서 마법 사용은 금지라고!”

클로에를 놀리던 칼이 당장에라도 자신을 얼려 버릴 듯한 클로에의 마력에 기겁하며 소리쳤다.

“이상한 소리 좀 작작 해. 레오 오빠는 그런 스캔들에 휘둘린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루메른은 연애가 자유로운 만큼 연애를 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다만 선을 넘지 말라고 교칙으로 정해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밤중에 이성의 기숙사 방에 들어가는 걸 금지하는 교칙이다.

1학년 때도 마찬가지고 지금은 남녀 공용 기숙사를 사용하는 2학년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혈기왕성한 십대인 만큼 1학년 때도 그렇고 2학년 때도 그렇고 그 교칙을 과감하게 어기려는 용자들이 있기 있다.

물론 어김없이 기숙사 사감 교수들에게 걸렸고 된통 박살이 났다.

기숙사 사감들이 무단 침입 교칙만큼은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기에 성공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첼시의 말에 칼이 검지를 세우며 까딱까딱- 흔들었다.

“후후훗- 뭘 모르시는군.”

우쭐한 칼이 씩- 웃었다.

“당연히 우리 학교 학생이랑은 스캔들이 없지! 하지만 지난 스미스 전속 계약 때 레오는 밤마다 세이룬 여학생을 만나러 나갔다 새벽에 들어왔단 말씀!”

“뭐?!”

첼시가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클로에 역시 입을 뻐끔거렸다.

당황하는 두 친구를 보며 칼이 음흉하게 웃었다.

“그때 레오가 다 말해줬다고. 여학생들이랑 뭘 했는지.”

칼의 은근한 목소리에 클로에와 첼시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뭘 했는지 가르쳐 줄까?”

“돼, 됐거든? 그런 거 안 궁금…….”

“레오가 걔들이랑 뭘 했냐면.”

칼이 목소리를 낮추자 발끈하던 첼시가 입을 다물었다.

클로에도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흔들리는 눈으로 칼의 입을 주목했다.

방 안에 정적이 찾아오자 칼이 속삭이듯 말했다.

“열심히 마법 공부했데.”

“……그게 끝이야?”

“끝이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말에 집중하던 클로에와 첼시를 본 칼이 폭소를 터트렸다.

“너희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푸하하하하하! 컥!”

첼시가 드롭킥을 칼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처참하게 바닥을 뒹굴던 칼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다 클로에에게 보디 블로를 맞고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때린 데 또 때리는 게 어딨…… 잠깐! 그, 그만! 나 뼈 맞았어! 뼈 맞았다고!”

칼이 비명을 내질렀지만 짓궂게 자신을 놀린 것에 대해 앙심을 품은 첼시와 클로에는 칼을 짓밟는 것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팔짱을 낀 셀리아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쟨 왜 저렇게 유치한지 모르겠네.”

선배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1학년들은 생각했다.

‘2학년이라고 우리랑 다를 게 없네.’

***

임무 실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멘토와 멘티끼리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이동했다.

첼시의 경우에는 멘티를 두지 않았기에 레오를 따라갔다.

2학년 기사학과 연병장 한 곳에 도착한 세 사람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 보니 너 마법은 어떻게 됐어?”

첼시가 의아한 듯 물었다.

일전에 레오를 통해 루크 역시 마법에 입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렌이 개인적으로 루크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것은 2학년 마법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첼시 역시 질문하러 갔다가 렌에게 몇 번이고 마법의 기초에 대해 수업을 받고있는 루크를 본 적이 있었다.

첼시의 물음에 루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간단한 마법 정도는 쓸 수 있게 됐어요.”

“어디 한 번 써봐.”

첼시가 재미있다는 듯 묻자 루크는 간단한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 보였다.

그걸 본 첼시가 말했다.

“너 마법사로서 재능은 없구나?”

“하하하.”

루크가 어색하게 웃었다.

단순히 루크의 마력이 부족해서 이런 평을 내린 게 아니다.

레오의 마법에 의해 루크의 힘이 반강제적으로 금제된 상태라는 건 첼시도 알고 있다.

다만 첼시가 재능이 없다고 평가를 내린 건 루크가 짠 마법 술식 덕분이었다.

‘평범하네.’

책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따라 했을 뿐.

루크의 개성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마법이 워낙 진보한 시대였기에 매직 미사일 같은 하위 마법은 마력만 쓸 수 있는 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다.

“뭔가 네 특색을 드러내는 마법은 없니?”

첼시의 물음에 루크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그게, 고유 마법을 한번 만들어 봤는데요.”

“고유 마법? 네가?”

레오가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어디 한번 보여줘.”

“아직은 잘 못 쓰긴 하는데요.”

“상관없으니까 한 번 써봐.”

레오의 말에 루크가 마법을 사용했다.

그걸 본 첼시가 감탄사를 터트렸고 레오는 턱을 쓰다듬었다.

“이건 쓸 만하겠는데?”

“나도 레오 오빠 말에 동의해.”

***

“뭘 그렇게 봐. 아이나?”

아이나와 연습대련을 하던 마르티나가 움직임을 멈춘 아이나를 보며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제르딩거 가문의 수련생에서 레오의 선택을 받아 루메른의 학생이 된 마르티나는 검에 대한 재능이 출중한 소녀였다.

하지만 눈앞의 아이나와 비교한다면 보름달 앞에 반딧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검성의 손녀.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재능을 가진 소녀였다.

마치 검에게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실력으로만 본다면 기사학과 차석인 하비든 역시 대단하지만.

내로라하는 기사들을 어려서부터 만나온 마르티나가 봤을 때 순수한 검술 기교로만 본다면 아이나는 이미 1학년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마르티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었다.

“루크가 신경 쓰여?”

마르티나의 물음에 아이나가 마르티나를 힐끗 보았다.

아이나가 같은 학과의 낙제생인 루크를 신경 쓴다는 건 아마 마르티나밖에 모를 것이다.

같이 셀리아의 멘티인 만큼 사적인 일로 만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나가 가끔 루크를 바라본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마르티나.”

“응.”

“나와 루크의 실력을 비교한다면 어때?”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

기사학과를 떠나 학년 대표인 아이나와 학년 꼴찌 루크.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마르티나의 말에 아이나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레오 선배는 왜 날 멘티로 삼지 않고 루크를 멘티로 삼은 걸까?”

“그건 셀리아 아가씨께 조금 실례되는 질문 같은데.”

마르티나가 곤란하다는 듯 볼을 긁적이며 말하자 아이나가 대답했다.

“셀리아 선배님의 지도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야. 아니, 오히려 내게 큰 도움이 돼. 늘 셀리아 선배님께 감사하고 있어.”

셀리아 역시 검의 천재로 불렸던 소녀다.

천재는 천재를 이해하는 법.

셀리아는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아이나에게 전했고 아이나는 그 경험으로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궁금한 건 왜 레오 선배님이 루크는 인정했는데 나는 인정하지 않았냐는 거야.”

검성은 자신이 아끼던 증손녀에게 자신의 유산을 남겼다.

단, 유산을 오롯이 이어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레오 플로브’ 의 인정을 받는다는 조건을 걸었다.

아이나의 말에 마르티나는 팔짱을 꼈다.

“음, 딱히 도련님께서 루크를 인정한 것 같지는 않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르티나가 말했다.

“루크의 가능성을 본 게 아니실까?”

“가능성?”

“응, 우리를 도련님의 기사단으로 받으실 때도 그랬거든. 자신의 기준에 가능성 있다고 판단된 수련생을 받으셨어.”

“……난 가능성이 없다는 건가?”

아이나의 눈이 가라앉자 마르티나가 손사래 쳤다.

“아니, 그것보다는. 넌 이미 도련님의 가르침 없이도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르티나가 빙긋 웃었다.

“레오 선배님이 이끌어주지 않아도 잘 나아갈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

“…….”

“대련을 끝내자. 이러고 잡담하고 있는 걸 셀리아 아가씨게 들키면 혼날 거야.”

마르티나의 말에 아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검을 꼭 쥐었다.

‘이번 임무 실습에서…… 어떻게든 레오 선배님의 인정을 받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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