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394화 (394/483)

394.

원정대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레오가 말했던 탐식왕 요르문간드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의 주변에 도착했다.

그에 따라 원정대도 부쩍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하자.”

아직 해가 지기까지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리시나스가 말했다.

요르문간드와 조우할지 모르는 위험지대를 밤이 되는 시간대에 무턱대고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정대는 야영지를 만들고 식사 준비를 했다.

‘분위기가 무겁네.’

로디아는 마법으로 모닥불을 피우며 주변을 살폈다.

곧 최강의 군단장이라고 평가받는 요르문간드와 전투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들로서는 긴장을 느끼는 게 당연했다.

‘이 시절에는 단 한 명의 군단장도 토벌된 적 없으니까.’

목숨을 걸고 요르문간드를 토벌하기 위해 원정을 나섰지만.

불안감에 떠는 건 당연했다.

모닥불을 피운 로디아는 한쪽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 레오에게 다가갔다.

“카일님.”

“왜.”

지도에서 시선도 떼지 않은 레오가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로디아가 말했다.

“이제 슬슬 요르문간드를 토벌하기 위한 작전을 원정대에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로디아의 말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작전 같은 건 없어.”

“네?”

“요르문간드는 작전 같은 게 통하지 않는 군단장이니까.”

지도에서 시선을 뗀 레오가 로디아를 바라보았다.

로디아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디 있긴. 여기 있지. 너도 탐식왕과 맞서 싸워 봐서 알 거 아니야.”

로디아는 탐식왕에 대해 떠올렸다.

압도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지닌 군단장.

개벽의 영웅의 수장인 로디아 조차도 전율을 느꼈다.

‘에레보스의 조각을 제외하면 가장 강대한 적이었어.’

말 그대로 최강의 마족이다.

“애석하게도 놈은 작전이나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놈이 아니야.”

레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분명 전생과 비교한다면 지금 원정대의 전력은 높아졌어. 그리고 그 당시에는 갑작스럽게 조우했던 요르문간드와 맞서 싸우느라 제대로 된 대비를 못 했던 것에 비해 지금은 확실히 놈을 토벌한 준비를 했지. 하지만.”

레오가 힘을 주어 말했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원정대가 전멸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어. 5000년 전의 승리도 정말 기적에 가까운 승리였으니까.”

요르문간드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완전한 성장을 이룬 시기.

지혜의 왕과 시작의 영웅이라 불리는 그 시기에 이르러서였다.

“그럼 도대체 요르문간드를 어떻게 쓰러트리신 거예요?”

“한계를 뛰어넘은 거지.”

레오가 피식 웃었다.

“내가 녀석의 이목을 끈 사이 리시나스가 녀석의 심장을 꿰뚫었어.”

“역시 리시나스님!”

손을 맞잡은 로디아가 눈을 반짝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야. 내가 녀석의 이목을 끄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공격을 하는 거지.”

“요르문간드가 순순히 카일님만을 노릴까요?”

“노리게 해야지. 녀석이 모든 군단장을 통틀어 압도적인 힘을 지닌 건 사실이야. 그런데도 놈이 타르타로스의 중추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가 뭔지 알아?”

“…… 글쎄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네요.”

“녀석이 멍청하기 때문이야.”

“네?”

일순간 로디아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아는 모든 군단장은 강대한 힘과 그에 못지않은 교활함을 갖춘 마족이었다.

그렇기에 군단장이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최강의 군단장이라는 탐식왕이 힘만 센 바보라니.

“그 녀석이 대가리를 굴리는 게 사령왕의 반만이라도 되었으면 세계는 진즉에 멸망했을 걸. 에레보스를 모욕하면 눈이 돌아가서 나만 노릴 거야.”

“좋아요. 카일님께서 요르문간드의 이목을 집중시켜서 틈을 만든다는 계획은 알겠어요. 하지만 지금 카일님의 힘으로 요르문간드의 집중 공세를 버텨내는 게 가능한가요?”

“가능해. 그걸 위해 알부스와 맹약을 맺은 거고.”

레오는 손등의 계약진을 보여주었다.

“녀석의 저돌성은 그 자체만으로 끔찍한 재앙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하지.”

레오가 붉은 눈을 번뜩였다.

“기회는 내가 만들겠어.”

가장 위험한 역할을 레오는 서슴없이 맡겠다고 선언했다.

“너희는 빈틈 투성이인 녀석의 심장을 꿰뚫으면 돼.”

그렇게 말하는 순간.

쿠구구구구구구-!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지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뭔가 온다!”

원정대가 당황하는 순간.

콰가가가가가가가강-!

야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치솟았다.

거대한 뱀.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마치 하늘을 꿰뚫을 듯 높이 치솟은 뱀의 입에서 소름 끼치는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르문간드!”

***

“뭐야?”

“정말로 나타났잖아!”

“모두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요르문간드의 등장에 원정대는 패닉에 빠졌다.

다급하게 진형을 짜고 전투를 준비했다.

기사와 전사들은 병장기를 움켜쥐었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영창했고 소환사들은 각자의 소환수를 소환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원정대의 대부분은 요르문간드와 맞서 싸우게 될 거라는 레오의 말에 긴가민가했었다.

그렇기에 요르문간드가 등장하자 모두가 공포에 질렸다.

하지만 공포에 질렸을지언정 주눅 들지만은 않았다.

이들 모두가 재앙의 시대를 헤쳐 왔고 오랜 시간 가드스론 지켜온 역전의 용사들.

비록 역사에는 그 이름을 남기지 못했지만 영웅의 시대를 여는 초석을 다진 영웅들이다.

공포에 질렸다고 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등한시 하지는 않았다.

그런 가운데 가장 놀란 것은 요르문간드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던 레오와 로디아였다.

“원래 전투가 일어났던 곳과는 한참 벗어난 곳이잖아요!”

로디아가 다급하게 말하자 레오가 혀를 찼다.

“실제 역사가 그렇다고 히어로 레코드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라는 법이 없다는 건 너도 알잖아! 돌발 상황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

“하지만…… 이건 너무 오차가 커요!”

“달라 질 건 없어. 너도 전투 준비를 해!”

레오의 말에 로디아도 원정대와 함께 진형을 짰다.

그러는 사이 리시나스가 달려왔다.

“카일! 네 말 대로야!”

“그래.”

레오가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그러는 사이 진영을 짠 원정대가 알록스가 말했다.

“전위인 나와 카일! 그리고 알레네가 전방으로 나서겠다!”

“아니.”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녀석은 나 혼자 막아내겠어. 알록스, 알레네. 너희는 놈의 빈틈을 노려.”

“뭐라고?”

알록스의 안색이 돌변했다.

“카일! 아무리 자네라도 너무 무모한 작전이네! 혼자서 놈을 막아내겠다니!”

“알록스의 말이 맞아! 카일!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리시나스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레오의 옷자락을 잡았다.

“이 원정대에서 내 기동력을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난 페가수스의 왕과 계약 했으니까.”

레오는 요르문간드를 바라보았다.

“저 괴물은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숨통을 끊을 수 없어. 나를 제외한 너희가 전력을 다해야 치명타를 입힐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혼자서 요르문간드를 막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애석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그런 일들이야.”

“뭐?”

레오가 원정대를 바라보았다.

“세계를 구하려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야 해.”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저 망할 뱀을 여기서 토벌하는 일이야말로 세계를 구할 한 걸음의 시작이지.”

레오가 진지하게 말했다.

“난 걱정하지 마. 나는 살아 남는 영웅이야. 여기 있는 모두가 죽어도 난 최후까지 살아남을 테니까.”

“재수 없는 소리를하는군.”

페리크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막아낼 수 있나?”

“그래.”

“그럼 전방을 부탁하지.”

“조금이라도 비실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도와 줄 테니까.”

“부탁해요, 카일.”

알록스와 알레네가 레오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들 각자 자리를 잡아요.”

로디아가 진영을 짰다.

영웅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가운데 레오가 아직도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리시나스에게 말했다.

“너무 걱정 하지 마.”

레오는 부드럽게 옷자락을 잡은 리시나스의 손을 떼어냈다.

“이 싸움은 위대한 여정의 시작일 테니까.”

레오의 말에 리시나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쿠구구구구궁-!

-가드스론에서 기어 나온 버러지들인가!

땅을 기어가며 요르문간드는 멀리서 느껴지는 기척에 비웃음을 날렸다.

-드래곤의 냄새가 나는군. 놈들의 고기는 별미지!

킁킁-

불길한 냄새를 좇아 여기까지 온 요르문간드는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탐식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게걸스러운 식욕이 치솟아 오른다.

그런 가운데 탐식왕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이를 발견했다.

-흥, 날벌레가 겁도 없이 혼자서 오는…….

감히 자신을 향해 단신으로 날아오는 인간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날리던 요르문간드의 몸이 일순간 굳었다.

바람을 타고 전해져 온다.

불길한 피 냄새가.

실제로 풍기는 냄새가 아니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저 인간의 영혼에 강하게 베인 냄새.

‘뭐냐…… 이 악취는.’

너무도 다가서기 싫은 냄새였다.

하지만 그 이전에…….

쿠구구구구궁-!

지축이 흔들린다.

정확하게는 요르문간드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최강이라 불리는 군단장.

‘대체 뭐냐…… 이 공포는.’

본능이 이야기하고 있다.

저 한낱 인간에게 요르문간드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에레보스의 냄새에 가려진 또 다른 냄새.

‘내 피 냄새?’

눈앞의 인간과 맞서기 싫다는 원초적인 공포는 최강의 군단장인 그를 너무도 초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 모든 걸 압도하는 증오를 느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혼의 향기조차 맡은 요르문간드의 후각이 말하고 있었다.

저 인간은 자신을 죽이고 자신이 경배해 마지않는 위대한 신조차도 죽인.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모독하는 존재라는 것을.

발작을 일으키듯 요르문간드가 날뛰기 시작했다.

원초적인 공포와 증오는 이성을 상실시켰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요르문간드가 눈을 까뒤집고 하늘을 향해 절규 섞인 포효를 내질렀다.

“오랜만이군. 요르문간드.”

그런 요르문간드의 앞에 도달한 레오가 말했다.

-신살자! 나는 네놈 같은 불결하기 짝이 없는 존재를 모른다!

“그렇겠지. 하지만 난 널 알고 있어.”

레오의 몸에서 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나저나 신살자라고? 난 신을 죽인 적이 없는데?”

-닥쳐라! 네놈은 신에게 닿을 수 없다! 오늘 여기서! 너라는 존재는 지워 질 테니까!

이성이 마비된 요르문간드는 두서없이 증오에 찬 저주를 내뱉었다.

그런 요르문간드를 보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자식, 뭐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미래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나 보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어.’

지금 여기서 요르문간드를 쓰러트려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우웅-!

레오가 영력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순백의 뇌전이 휘몰아쳤다.

파지지지지직! 번쩍-!

알부스를 소환한 레오가 그 위에 타며 말했다.

“알부스, 날아올라.”

그렇게 말하며 레오가 영력으로 만들어진 고삐를 잡아당겼다.

콰가가가가강-!

그 순간 요르문간드의 파괴의 브레스가 레오를 덮쳤다.

하지만 레오는 그곳에 없었다.

요르문간드의 여섯 개의 눈동자가 까마득히 높은 상공을 직시했다.

-……. 드디어 시작이군요.

알부스가 요르문간드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저 지렁이를 끝장내야지.”

레오는 알부스의 갈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첫 전투에서 조금 거칠게 다루더라도 이해해줘, 아가씨.”

-카일, 당신이야 말로 제 힘에 휘둘리지 마세요.

알부스의 말에 레오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혼자서 저 증오스러운 존재를 막아서는 게 목표라고 하셨죠? 가능하겠어요?

“가능은 하지만……. 저 녀석이 눈이 돌아간 걸 보면 비장의 카드를 좀 더 빨리 꺼내야할 것 같아.”

-비장의 카드? 나 말고 다른 비장의 카드가 존재했나요?

조금 새침한 목소리로 말하는 알부스를 보며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괜한 의심을 살 것 같아서 나중에 소환하려고 했지.”

-의심?

알부스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

레오가 양팔을 좌우로 펼쳤다.

우웅-!

그 순간 레오의 양손등에 영력이 휘몰아쳤다.

황금색과 검은색의 계약진이 떠올랐다.

순간 그 힘을 깨달은 알부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 힘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알부스가 물었다.

-카일,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뭐죠? 대체 어떻게……!

“내 정체라…….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긴 하더라고.”

레오가 웃음을 터트리며 ‘맺지 않은 맹약’을 강제로 이행시켰다.

“시작의 영웅이라고.”

소환진이 떠올랐다.

레오가 맹약자의 이름을 불렀다.

“엘시, 실로드.”

그 부름에 맹약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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