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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428화 (428/483)

428.

“생각보다 넓네.”

“이곳이 레오님의 본가……!”

플로브 가문의 영지에 있는 저택 앞.

저택 정문을 보며 루니아가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에이란이 긴장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이란, 들어가자.”

“루니아양. 이걸로 부족하지 않을까요? 분명 레오님의 부모님도 계실 텐데. 선물이 부족하지는 않을까요?”

“너무 화려한 선물을 사가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 건 너잖아.”

“아아!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다니!”

과도한 긴장감에 의해 혼란 상태에 빠진 에이란이 자신을 자책했다.

“잠시만요! 다시 돌아가서 선물을…….”

“그러면 늦어.”

루니아가 에이란의 뒷덜미를 잡고 안으로 끌고 갔다.

“아앗, 루니아양! 잠시만요!”

“이익! 그만하고 얼른 와!”

철창문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는 에이란을 마구 잡아 당기며 루니아가 소리쳤다.

그렇게 두 엘프가 남의 집 앞에 있을 때였다.

“아무래도 수련회에 가는 게 두려운가 보군!”

뒤에서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들렸다.

루니아가 고개를 돌려 보니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하얀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는 수인, 아르가 콧김을 흥-! 하고 내뿜고 있었다.

그 옆에는 드리아나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왔냐?”

삐딱한 표정을 지은 루니아가 에이란의 목덜미를 놓지 않은채 한 손에 허리를 올리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특유의 사나운 몸짓을 본 드리아나가 말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루니아, 넌 아무리 봐도 깡패 같군.”

“응? 깡패 아니었어?!”

“지금 누구더러 깡패라는 거야! 이 변태 드워프랑 바보 고양이야!”

울컥한 루니아가 버럭 소리쳤다.

그런 루니아를 보며 에이란이 작게 중얼거렸다.

“가끔 보면 깡패 같기는 해요.”

“뭐?”

“히익?”

눈을 희번덕거리는 루니아를 보며 에이란이 더욱 강하게 저택 철창 정문을 껴안았다.

루니아는 그런 에이란을 때어나려고 했지만 애초에 기본 근력은 에이란이 훨씬 강했다.

“야! 고양이, 얘 좀 떼봐. 안 가겠다고 버티고 있어!”

“길을 막고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민폐잖아.”

“내 말이!”

아르는 루니아를 도와 에이란을 문에서 떼어내려 했다.

끼끼기긱!

아르가 가세하자 문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전과 다르게 에이란도 더욱 힘에 부치는 표정을 지었다.

“얘 왜 이렇게 끈질겨!”

오기가 발동한 아르가 이를 악물며 더욱 힘을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드리아나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너희 지금 뭐하냐?”

레오의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에이란이 손을 놓았다.

“꺄악?”

“우갸?!”

에이란을 잡아당기던 루니아와 아르가 그대로 힘을 이기지 못하고 처참하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된 두 사람과 달리 깔끔하게 선 에이란은 옷매무새를 정리하더니 레오 앞에 섰다.

“레오님! 방학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렇게 초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부족하지만 선물이에요!”

환하게 웃으며 선물을 건네는 에이란을 보며 레오가 빙긋 웃었다.

“고마워, 어머니가 좋아하겠다.”

그 말에 에이란이 볼을 붉히며 양빰을 감싼 후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꼬았다.

그런 에이란을 보며 아르와 루니아가 망설임 없이 덤벼들었다.

“왜, 왜 이러세요?”

“그걸 몰라서 물어?”

“너도 당해봐!”

눈을 치켜 뜨며 덤벼드는 두 사람을 피해 에이란이 울상을 지으며 도망쳤다.

그 모습을 보며 드리아나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쟤들이 종족의 미래라고 불린다니. 참으로 앞날이 걱정되는군.”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레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만 드리아나는 듣지 않았다.

***

“뭐? 교관으로 졸업한 선배님들이오신다고?!”

“그렇다니까? 어제 토루아 선배님께 직접 이야기를 들었어. 저녁쯤에는 사라지셨지만.”

저택에는 이미 많은 수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루메른뿐만이 아니었다.

세이룬과 아조니아, 데미안까지.

각 학교에서 이미 상위 성적의 학생들에게 초대장이 간 상태였다.

게다가 2학년뿐만 아니라 1학년들도 있었다.

“훗! 학교 대항전 같은 느낌인데?”

일리아나가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반짝였다.

그 중얼거림에 아조니아 서열 5위.

보르만이 팔짱을 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거 재미있겠군. 최고로 우수한 건 역시나 아조니아겠지만!”

그 외침에 아조니아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쯧쯧쯧.”

일리아나는 그런 아조니아 학생들을 보며 혀를 차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미안하지만 너희는 절대 우리를 이길 수 없어! 왜냐!”

일리아나가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손으로 입을 가린후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에게는 레오 플로브가 있기 때문이야! 호호호! 너희 모두에게 패배의 쓴맛을 보여주겠어.”

“크윽?!”

보르만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일리아나를 보며 첼시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쟨 자기가 잘나서 이기는 것도 아닌데 왜 잘난 척이야?”

“창피하니까 누가 좀 말려봐.”

테이드가 얼굴을 감싸 쥐며 말했다.

한 쪽에 앉아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있던 듀란이 말했다.

“첸 시아, 끌어내라.”

“내가요?”

“내가 끌어낼까?”

파지지직-!

듀란의 몸에 작은 스파크가 튀었다.

그 모습을 보며 곤란하다는 미소를 지은 첸 시아가 일리아나에게 다가갔다.

“일리아나 양, 그만하고 오세요.”

“왜? 미리 좀 더 다른 학교 녀석들 기를 죽여 놔야…… 읍? 읍?”

첸 시아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또다시 다른 학교 학생들을 도발하려는 일리아나의 코와 입을 하얀 천으로 막아 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버둥거리던 일리아나가 이내 눈을 까뒤집고 축 늘어졌다.

“우리 학교 학생이 실례를 했네요.”

환하게 웃는 첸 시아를 보며 순간 다른 학교 학생들이 모두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죽은 거 아니지?”

“미동도 안 하는데.”

“루메른의 고학년들은 무섭다.”

다른 학교 1학년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셀리아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북적북적하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셀리아를 보며 첼시가 인사했다.

“어서와, 셀리아.”

첼시의 말에 셀리아가 순간 멈칫하더니 인상을 썼다.

“뭐야? 기분 나쁘게.”

첼시답지 않게 한없이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셀리아로서는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셀리아의 말에도 첼시는 친절한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있잖아, 내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거든?”

첼시가 주섬주섬 품에서 사진을 꺼냈다.

“짠!”

의심스럽다는 듯 첼시를 바라보던 셀리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너너너너너너! 그 사진 어디서 났어!”

“글쎄? 어디서 났을까나?”

“악!”

붉어진 얼굴로 첼시에게 달려든 셀리아가 사진을 북북 찢은 후 불꽃의 오러로 불태워 버렸다.

그러고는 레오에게 달려갔다.

“야! 레오! 너 이러는 게 어디있어!”

클로에와 아바드와 이야기를 나누던 레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클로에는 곤란하든 미소를 지었고 아바드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꽤 어울리던데?”

“좋은 말 할 때 머릿속에서 지워! 버터!”

아바드의 말에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셀리아가 레오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었다.

“비밀로 해주기로 했잖아! 비밀로!”

“내가 보여준 거 아니야. 어머니가 보여준 거야.”

“고모님이?”

셀리아가 울상을 지었다.

레이나가 보여준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

“모시는 도련님의 멱살을 붙잡다니. 예의가 없는 하녀로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셀리아 양. 과격한 행동은 하녀로서 마음가짐이 아니에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리자가 노골적인 비웃음을 날렸고 일리아나를 제압한 첸 시아도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울컥한 셀리아가 둘에게 달려들어 목을 졸랐다.

“이거 놔요, 셀리아 제르딩거!”

“화내지마요, 셀리아 양.”

엘리자가 버둥거렸고 첸 시아는 덤덤히 말했다.

한바탕 소란이 일 때였다.

“다들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군요.”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의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모두의 시선이 저택의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면사포를 쓰고 있는 작은 소녀를 발견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드래곤 로드.”

지난 정상 회의 당시 봤던 드래곤 로드가 서 있었다.

이미 모두가 한 번씩 본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사이.

멜리나가 2층 난간에 현수막을 걸었다.

펄럭-!

“여기 계신 모든 분, 수련회 입소를 진심으로 환영해요.”

환하게 웃으며 짝짝- 작은 손으로 손뼉을 치는 멜리나.

하지만 현수막을 본 학생들은 굳어 있을 뿐이었다.

“지옥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첼시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걸 본 칼이 세상 다 산 얼굴로 중얼거렸다.

“역시.”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칼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마른침을 꿀꺽 삼킬 때였다.

그리고…….

끼이이이익-! 쿵-!

열려 있던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자, 여러분 그러면.”

“야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이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학생들이 웅성거릴 때였다.

“수련회를, 시작합니다.”

그와 함께 풍경이 바뀌었다.

갑자기 산골짜기 한가운데로 내동댕이쳐진 학생들은 멍하니 멜리나를 올려다보았다.

멜리나는 절벽 위에서 학생들을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녀오세요.”

끼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중력의 법칙에 의해 학생들이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

휘오오오오!

끝없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아르는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당황할 거 없어. 오러를 이용해서.’

오러를 일으키려던 아르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몸속의 오러가 평소와 다르게 아주 미약하게 반응했다.

평소의 힘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

아르는 재빠르게 오러를 이용해 손을 강화 시켰다.

그리고 손톱을 세워 절벽을 긁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강-!

아르가 마찰력을 이용해 강제로 추락 속도를 늦추었다.

그에 아르가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였다.

우웅-!

“어?”

몸이 엄청나게 무거워졌다.

탓-!

손의 힘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미끌어졌다.

콰가가강-! 쿵! 우직끈! 쾅!

바닥에 추락한 아르가 비명을 내지르며 끙끙 거렸다.

심하게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엄청나게 아팠다.

주변에 떨어진 건 아르 뿐만이 아니었다.

에이란과 셀리아, 듀란이 함께 떨어졌다.

“아, 아파요.”

에이란이 울상을 지으며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셀리아도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듀란은 덤덤하게 몸을 일으켰지만 고통 때문에 움직임이 둔했다.

아르도 몸을 일으켰다.

각 학교별로 2학년은 열 다섯 명씩 초대받았다.

그 중 아르는 이 세 명과 함게 떨어졌다.

“아무래도 뿔뿔이 흩어진 모양이야.”

셀리아의 중얼거림에 아르가 말했다.

“랜덤으로 여기로 떨어진 걸까? 아니면 사전에 이렇게 한 조로 정해진 걸까?”

“흥. 한 조로 정해졌을 확률이 높겠지.”

듀란이 코웃음을 쳤다.

“여기 있는 넷은 모두 전위 아닌가?”

“맞아요. 최전방에서 적들을 막아내는 게 우리 역할이에요.”

에이란도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조금은 달라.”

위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네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뛰어난 동체 시력을 가진 두 사람은 절벽 위에 걸터 앉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레오를 발견했다.

“전투에서 너희 역할은 적을 막아내는 게 아닌 적을 섬멸하는 역할이잖아?”

뛰어난 신체 능력과 체력을 가졌음에도 압도적인 화력을 지니고 있다.

“용자 아르온처럼 말이야.”

“레오님!”

“뭐야, 검은 토끼! 왜 너만 편하게 절벽 위에 있는 거야! 얼른 내려 와!”

“넌 수련회 참가를 안 하는 거야?”

에이란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아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셀리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을 때 듀란이 팔짱을 꼈다.

“아니, 놈은 벌써 절벽 위로 올라 간 것뿐이다.”

“맞아, 듀란.”

레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시작하자마자 이 과제를 클리어했거든.”

“그래서, 우리를 기다려주겠다, 이건가?”

듀란의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난 계속 너희를 기다리고 있어.”

“뭐라고?”

느닷없는 말에 듀란은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레오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레오를 보며 아르가 코웃음을 쳤다.

“곧 갈 거야. 기다려.”

“그래?”

레오가 웃으며 일어났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그 말을 남긴 레오는 미련 없이 절벽을 떠났다.

그런 레오에게 멜리나가 물었다.

“기다려지시나 봐요, 저 아이들이 따라올 날이.”

“기다려지지.”

레오는 피식 웃었다.

“저 아이들이 대영웅님들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녀석들을 대신할 순 없어. 너도 마찬가지고 개벽의 영웅들도 마찬가지지.”

“……어쩔 수 없죠. 저희는 감히 대영웅님들께 비할바가 안 되죠. 결코 그분들을 대신할 순 없겠죠.”

멜리나가 송구하다는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런 멜리나를 향해 레오가 손을 뻗었다.

“그런 뜻이 아니야.”

“네?”

“너흰 너희야.”

멜리나의 머리를 흐트러트리며 레오가 말했다.

“너희가 녀석들을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녀석들도 너희를 대신할 수 없어.”

레오가 피식 웃었다.

“우리라고 우리 힘만으로 세계를 구한 줄 알아? 그저 남들보다 우연히 더 강한 힘이 있었을 뿐이야. 그러니까 세계를 구하려고 목숨을 걸 의지가 있는 자라면 누구나 든든하고 소중한 동료야.”

멜리나의 머리에서 손을 뗀 레오가 터덜터덜 걸어갔다.

“얼른 무대 위로 올라와.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까.”

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멜리나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여러분, 많이 힘내야겠는걸요? 시작의 영웅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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