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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438화 (438/483)

438.

아르온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첼시를 보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대영웅님을 이렇게 직접 만날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으, 으응. 나, 나도 만나서 반가워.”

“헉?!”

“왜, 왜?”

숨을 들이켜고 입을 딱 벌리는 첼시를 보며 아르온이 당황했다.

“레오 오빠! 아르온님이 나보고 반갑다고 하셨어!”

양 볼을 감싸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첼시를 보며 아르온이 볼을 긁적였다.

“날 만난 게 그렇게 기뻐?”

“물론이죠! 이 세계를 구해주신 대영웅님이신걸요! 정말로 감사해요! 세계를 구해주셔서!”

티 없이 맑은 웃음에 아르온의 눈이 커졌다.

첼시는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르온을 보며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첼시를 보며 아르온이 미소 지었다.

“응.”

손을 뻗은 아르온이 첼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첼시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희미한 미소를 짓는 아르온을 올려다보던 첼시가 이내 배시시 미소 지었다.

“아르온님! 저도! 저도 쓰다듬어 주세요!”

“그래, 그래.”

아르가 머리를 불쑥 들이밀자 아르온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말했다.

“야, 첼시.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혹시라도 아칸 교관님이 아르온님이라는 사실은…….”

“나도 알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되는 것 정도는. 누굴 바보로 알아?”

첼시가 살짝 새침한 목소리로 코웃음을 쳤다.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그때 루니아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르온님께서는 대체 어떻게 현세에 모습을 드러내신 건가요?”

“히어로 레코드라는 물건을 통해서.”

“루나님과 세이룬님께서 현세에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말이지요?”

아르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드리아나가 팔짱을 꼈다.

“그렇다면 또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어째서 레오와 아르는 기억하시는데 저희들은 기억을 못 하시는 거죠?”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르온이 고개를 저었다.

고민하던 루니아가 검지를 치켜세우더니 말했다.

“레오와 아르만 기억하는 건 어쩌면 아르온님의 세계에 들어간 건 두 사람뿐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확실히 그럴듯한데?”

칼이 턱을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우리가 아르온님을 뵌 건 드웨노님의 세계에서였으니까. 루나님께서 세이룬에 모습을 드러내셨을 때는 분명 나를 기억하고 계셨어.”

세이룬에서 제르디악을 물리치던 루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루니아가 말했다.

그런 루니아를 보며 아르온이 감탄했다.

“너 똑똑하구나. 꼭 루나 같았어.”

“뭘요.”

“성격까지 꼭 닮은 것 같아!”

“그것참 영광이네요.”

아르온의 말에 루니아가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을 듣고 아르가 소리쳤다.

“아르온님! 속으시면 안 돼요!” 아르온님께서는 지금 속고 계신 거예요.”

“응? 뭐가?”

“이 간악한 귀쟁이는 지금 내숭을 떨고 있는 겁니다. 이 모습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팔짱을 낀 드리아나가 진지하게 말하자 아르가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아르온님! 자애로운 루나님과 이 포악한 엘프를 비교하는 건 루나님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들이!”

눈에 불똥이 튄 루니아가 양팔로 아르와 드리아나의 목을 졸랐다.

물론 육체적인 능력으로는 루니아를 뛰어넘는 두 사람이었기에 입을 멈추지 않았다.

“확실히 깡패가 따로 없…… 컥!”

킬킬거리며 놀리던 칼은 복부를 걷어차이고 무너졌다.

“확실히 루니아 양을 루나님과 비교하는 건 조금…….”

“에이란! 너까지!”

루니아의 눈이 점점 더 험악해질 때였다.

아르온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응. 그 모습을 보니까 확실해졌어. 성격까지 똑같아.”

“네?”

“엉?”

“그게 무슨?”

모두가 얼빠진 얼굴로 아르온을 바라보았다.

“너희가 알고 있는 루나는 어떤 사람이야?”

“그러니까 자애롭고 마음이 넓은…… 온화한 여신 같은 분이시죠?”

에이란이 충격받은 얼굴로 대답하자 아르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나는 자애롭지도 않고 딱히 마음이 넓지도 않은데. 그리고 온화? 여신?”

루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에 아르온의 얼굴이 기이하게 변해졌고 막판에 이르러서는 살짝 찡그려졌다.

“마,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어!”

충격적인 현실에 루니아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현실을 부정했다.

“야, 레오. 넌 영웅의 세계에서 루니아랑 같이 루나님을 뵌 적 있잖아? 어땠어?”

칼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레오가 대답했다.

“철없는 왈가닥?”

“너! 루나님을 모독하지 마!”

“너도 봤잖아?”

“그건 루나님이 천진난만하셨을 어렸을 적이잖아! 루나님이 나랑 비슷한 성격일 리 없잖아! 나 같은 성격일 리 없어!”

악을 쓰며 현실을 부정하는 루니아를 레오가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자기 성격 나쁜 건 잘 알고 있군!”

“응. 과연 세이룬의 대표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 같아.”

칼의 감탄에 첼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이것들이!”

눈에서 불똥이 튄 루니아가 달려들자 첼시는 재빨리 칼을 방패로 삼았다.

“야! 너 뭐해! 첼시!”

“프랜드 쉴드.”

“야! 야? 끄아아악?!”

칼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영웅의 입에서 나온 공신력 있는 증언에 레오는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나의 본성이 까발려지는 일도 멀지 않았군.’

***

“후아! 내가 용자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니!”

첼시는 아직 가슴이 떨리는 듯 들뜬 표정을 지었다.

“훗-! 아르온님의 가르침을 받는 걸 진심으로 기뻐하다니. 마법사이지만 말이 통하는군, 첼시. 네가 제일 좋아하는 대영웅은 누구지?”

아르가 우쭐한 표정을 짓자 첼시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시작의 영웅 카일님. 다음에 아르온님께 카일님에 대해 물어봐야지!”

첼시의 대답에 아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루나님이 그런 성격이셨다니 충격적이네.”

“그러게, 대영웅 본인 입에서 나온 말이니만큼…… 루니아 만큼 성격이 괴팍하다는 뜻이잖아?”

첼시의 말에 칼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루니아가 덤벼드는 걸 경계했는데 루니아는 아직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일전에 드웨노의 세계에서는 공략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염려해 대영웅에 관해 자세히 묻지 못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환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오늘 깨졌으니.’

레오가 혀를 차는 사이.

드리아나가 에이란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에이란, 자네는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은 모양이군.”

“네? 뭐가요?”

“루나님의 성격이 루니아와 닮았나는 것에.”

“분명 루니아 양은 과격한 면모가 있지만 그래도 굉장히 정의로운 엘프인걸요?”

에이란이 환하게 웃었다.

“게다가 아르온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루나님은 호기심이 정말로 왕성했었고 마법에 늘 진심이셨다고. 어떤 분일지 상상이 가서요. 분명 매사에 자신감 넘치고 늘 당당하신…… 멋진 분이었을 거예요.”

에이란의 말에 루니아의 귀가 움찔했다.

“그래, 최소한 나 같은 성격이셨으니 나쁜 녀석들은 다 두들겨 패셨을 거야. 응.”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며 기분을 풀기 시작하는 루니아.

그 모습을 보며 레오는 칭찬해주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해졌다가도 뭐가 좀 안 되면 끝없이 땅을 파고 들어가던 루나를 떠올렸다.

옛날 일을 떠올리며 레오가 말했다.

“먼저 가 있어. 금방 따라갈게.”

수풀로 들어가는 레오를 보며 에이란이 다가왔다.

“저도 같이 가드릴까요?”

“따라오면 내가 조금 곤란한걸?”

“네? 그게 무슨…… 핫! 죄, 죄송해요!”

의아한 표정을 짓던 에이란이 새빨개져서 허둥지둥 물러섰다.

미묘한 대답에 혼자서 고민한 에이란은 하우!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얼굴을 가렸다.

레오가 들어가자 나무 위에서 레오와 똑같은 모습을 한 드래곤 엔이 고개를 숙였다.

“어서오세요, 레오님.”

“부탁해.”

“알겠습니다.”

레오의 대역을 맡은 엔이 수풀을 빠져나갔다.

“응? 금방 왔네?”

“잠깐 뭘 잘 못 봤어.”

칼이 의아한 얼굴로 묻자 레오의 모습을 한 엔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엔에게 대역을 맡긴 레오는 곧바로 아르온에게 돌아갔다.

아르온은 이미 노을이 지고 별빛이 가득 찬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밤하늘을 참 좋아하네.

모습을 드러낸 키르안이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그러게요. 질리지 않나 봐요.”

인간의 모습이 된 피오라도 신기하다는 듯 와그작- 사탕을 씹었다.

-너 그러다가 또 돼지 된다?

키르안이 놀렸지만 피오라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여러분은 이해 못 할 거예요.

그때 엘시가 말했다.

-재앙의 시대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이 밤하늘의 아름다움은…… 상상 이상이랍니다.

빙그레 웃는 엘시.

레오는 아르온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악몽이라도 꾼 거야? 조금 전 왜 갑자기 수화한 거야.”

“나도 모르겠어. 이상한 냄새가 났었던 것 같아. 내가 자는 동안 무슨 일 있었어?”

“지진이 나기는 했지.”

“그것 때문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아르온이 말했다.

“그 첼시라는 애. 고아원의 동생들을 닮았더라.”

“첼시가 아직 순진한 구석이 있지.”

비록 한 살 차이지만 다른 학생들에 비해 천진난만했다.

그러면서도 똑 부러지는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새삼 세상을 잘 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응. 내 소망이 이루어졌다는 걸 실감했어.”

아르온이 환하게 웃었다.

첼시는 본인은 몰랐지만, 그녀가 전해준 인사는 아르온을 구원했다.

“그러니 이제 찾고 싶어.”

미래에 와서 자신이 원하는 걸 본 아르온은 또 다른 목표를 찾았다.

“카일, 네가 말해준 나를 위해 하고 싶은 것.”

“그래.”

“내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

아르온의 대답에 레오는 침묵했다.

‘루나가 영웅의 세계에서 현세로 나왔을 때는 오래 있지 못했지.’

그런 루나와 다르게 아르온은 오랫동안 지금 시대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루나는 제르디악과 실라투나를 쓰러트리기 위해 막대한 마력을 사용했었어.’

그랬기에 루나의 육체를 구성하던 신력의 소모 역시 엄청났다.

그런 루나와 달리 아르온은 오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신력의 소모가 더딘 것이다.

‘한 번이라도 전투에 참전한다면…… 아르온 역시 사라지겠지.’

“누릴 수 있을 만큼 누려, 이 평화를.”

“응.”

아르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나 하고 싶은 게 있어.”

아르온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환하게 웃었다.

“실로드는 지금까지 살아 있다고 했었지? 나 실로드를 만나고 싶어!”

“좋은 생각이네. 실로드도 분명 기뻐할 거야.”

***

멜리나를 통해 페어리 랜드로 향하는 워프를 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서오세요, 레오 플로브님. 왕께서 레오 플로브님의 방문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외부인은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는 요정의 나라였지만 레오와 아르온은 큰 환대를 받았다.

요정의 안내에 따라 레오는 요정왕의 거처로 향했다.

-키르안이 못 와서 안 됐네요. 고향인데.

레오의 어깨에 올라탄 엘시가 중얼거렸다.

“어쩌겠어. 추방자 신분인데.”

키르안은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음에 우울해했다.

“인과응보예요.”

-와! 피오라 양! 이제 어려운 말도 잘하네요!

“에헴!”

레오 옆에 붙어 있던 피오라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턱을 치켜 올렸다.

이윽고 요정왕의 거처 안에는 실로드밖에 없었다.

-정말…… 당신이군요, 아르온.

“잘 지냈어? 넌 여전히 울보네.”

-그러는 아르온은 여전히 겁쟁이잖아요.

아르온 앞에 날아온 실로드가 눈물을 훔쳤다.

그런 실로드를 보며 빙그레 웃던 아르온이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아르온이 말했다.

“아니, 실로드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인상을 살짝 찡그리는 아르온을 보며 실로드가 말했다.

-아아.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

“그것?”

-네.

실로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레보스의 조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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