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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448화 (448/483)

448.

에레보스의 조각을 토벌하기 위해 모인 두 명의 대영웅과 한 명의 영웅.

그리고 여섯 명의 영웅 후보생이 에레보스를 향해 돌격했다.

가장 선두에 선 아르온이 하늘을 달렸다.

“엄청 빠르네.”

지팡이에 탄 토루아가 감탄했다.

그런 토루아의 앞에 탄 루니아가 말했다.

“아르온님이시니까요! 그런데 왜 전 토루아씨의 지팡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거죠?”

“어쩔 수 없잖니. 네 친구는 우리 학교 소환학과 후배랑 같이 움직이고 있고. 리에니아는 울타랑 같이 날아가고 있잖아.”

“그런 뜻이 아니라 저는 토루아씨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못 따라올걸? 넌 화력에 특화된 화력 바보잖아.”

“화력 바보요?! 전 다른 마법도 충분히 잘하거든요?”

“응. 하지만 나만큼은 아니잖아?”

“크윽?”

앞을 바라보며 주먹을 꾹 쥐며 분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루니아를 보며 빙긋 웃은 토루아가 그녀의 귓가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후우-!”

귀를 막은 루니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항의했다.

“무, 무슨 짓이에요?”

“긴장한 것 같아서.”

“안 했거든요!”

키득키득 웃은 토루아가 말했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 모양인데 넌 공격에만 집중하면 돼. 아르온님도 그걸 바라고 널 파티에 합류시킨 걸 테니까.”

“……네.”

대답하면서 파티에 선두에 있는 레오를 바라보며 살짝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곁에 설 수 없는 건가?’

루니아도 알고 있다.

에이란과 엘리자도 마찬가지지만.

‘레오를 제외하고 2학년인 우리는 아직 이 파티에 합류하기에는 부족해.’

토루아와 울타, 리에니아조차 아르온과 멜리나와 함께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졸업생인 세 사람은 최소한 아르온과 멜리나의 서포트는 할 수 있다.

서포트조차 하지 못하는 루니아와 에이란, 엘리자가 아르온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하나의 마법 때문이었다.

“네가 염제를 완성 시켰다고? 대단해! 이 사실을 알았다면 루나가 정말 기뻐했을 거야.”

수련회가 한참이던 날.

별의 마법 염제를 완성 시켰다는 루니아의 말을 듣고 아르온은 진심으로 감격했다.

그게 아르온이 감격까지 할 일인가 싶어 루니아는 당황했다.

“염제는 루나님이 에레보스의 불꽃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마법이 아닌가요?”

“맞아.”

루나가 남긴 미완성 마법 염제.

그 마법을 완성한 루니아였지만 사실 [염제] 라는 마법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았다.

그저 샨 제국에 보관되어 있는 루나의 마도서에 수록된 마법 술식을 레오가 자신에게 알려줬다는 것과 루나가 살아생전 완성하지 못한 마법이라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루나가 만들고자 했던 꺼지지 않는 하얀 불꽃이 무슨 의미인지는 루니아도 잘 안다.

“이 마법으로 에레보스를 쓰러트리고자 했던 거 아닌가요?”

그 뜻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루나는 이 마법을 완성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응. 하지만 다른 의미가 더 컸지.”

“어떤 건가요?”

“루나가 특별한 마음을 담아 만들고자 했던 마법이 다섯 가지 있어.”

아르온의 말에 루니아와 에이란이 귀를 쫑긋거렸다.

누가 뭐라 해도 루나는 엘프들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위대한 성운의 시조.

그런 루나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아르온의 입에서 루나의 이야기가 나오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는 꽃을 피우는 마법이야. 그건 루나의 모든 것이 담긴 마법이으로 루나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마법이지.”

“알아요.”

“별의 마법의 교과서죠.”

루니아도 에이란도 그 사실을 잘 안다.

“두 번째는 바로 스텔라 라디우스.”

“아…….”

“제르디악을 쓰러트렸던 마법.”

“그 마법은 루나 그 자체야. 별처럼 밝게 빛나는 자신을 떠올리며 만든 마법이거든.”

루나만의 고유 마법인 찬란한 별빛의 섬광.

레오의 바이블로도 담을 수 없는 루나의 상징 그 자체였다.

“세 번째가 종언.”

지금까지도 세계 최강의 마법으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마법이다.

“루나는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걸 철저하게 파괴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이 마법을 만들…….”

“아르온님. 뒷말은 안 하셔도 돼요.”

루니아가 다급히 말했다.

루니아는 더 이상 상상속의 루나가 망가지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달랐다.

“오오! 과연 이 성격 나쁜 귀쟁이랑 비슷한 성격이셨네!”

“죽을래! 바보 고양이!”

그렇게 소란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아르온이 즐겁게 웃었다.

“즐거워 보이시네요.”

드리아나의 물음에 아르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이 우리를 봤으면 이랬을까 싶어서.”

그 대답에 레오를 제외한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영웅님들도 서로 매일 이랬을까?”

“에이, 설마.”

“뭔가 아닌 것 같은데.”

루니아와 아르, 드리아나가 소곤거렸다.

“재미있었을 것 같네요.”

칼이 깍지 낀 손을 등에 대며 말하자 아르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었지.”

아련한 미소를 짓는 아르온을 보며 에이란이 물었다.

“네 번째 특별한 마음이 담긴 마법은 뭔가요?”

“이노센트라는 마법이야.”

“이노센트?”

“그건 카일님께서 사용했던 마법 아닌가요?”

아르온의 말에 모두가 일전에 드웨노의 세계에서 잠깐 만난 카일을 떠올렸다.

“응. 루나가 카일을 위해 만든 마법이지.”

“확실히 아름다운 마법이었어요.”

루니아가 환하게 웃었다.

아르온의 얘기를 듣고 레오는 그때 일을 떠올렸다.

‘에헴! 카일.’

‘뭔데?’

‘이리 와서 앉아 봐. 네가 너를 위해 마법을 하나 만들어 왔어.’

‘또 별 쓸모도 없는 마법이겠지. 필요 없어.’

‘꽃을 피우는 마법이 뭐가 어때서!’

눈을 부릅뜨며 으르렁거리는 루나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쉰 카일이 루나 앞에 앉았다.

‘무슨 마법인데.’

‘네 마나 속성을 살려 만든 마법이야. 마법의 이름은 이노센트.’

‘언제는 순수랑 내가 더럽게 안 어울린다면서.’

‘응. 안 어울려. 그런데 드웨노가 어떤 면에서 넌 너무 순수해서 등신 같다고 하더라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지.’

‘순수한 등신한테 험한 꼴 당해볼래? 이 망할 귀쟁이.’

“으거 머서지시야!”

손으로 자신의 볼을 꼬집어 좌우로 잡아당기는 카일을 보며 루나가 버둥거렸다.

울컥해서 반격하려 했지만 카일의 팔이 훨씬 긴 탓에 계속해 희롱당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일을 떠올리며 레오가 쓴 미소를 지었고 아르온도 그때 일이 생각났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에이란이 굉장히 설렌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요. 루나님께서 특별한 마음을 담아 카일님께 마법을 전해준 거라면…… 혹시 루나님께서 카일님께 마음이 있었다던가…… 그런 거 아니에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양 볼을 손으로 감싸며 귀를 쫑긋거리는 에이란은 어쩔 줄 몰라 했다.

“확실히 에이란은 상상력이 풍부하네.”

“그러게.”

루니아와 아르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반응에 드리아나가 말했다.

“자네들 같이 성격 괴팍한 것보다는 에이란이 지극히 소녀다운 면이 있는 것 같다만?”

드리아나의 말에 루니아와 아르가 눈을 치켜떴고 칼은 혀를 차며 말했다.

“너도 저 또래 소녀거든? 변태인 네가 제일 비정상이야.”

티격태격하는 네 사람을 보며 아르온이 고개를 저었다.

“루나는 카일에게 그런 마음이 없었을걸? 둘이 툭 하면 싸웠거든.”

“그렇군요.”

“정말 우리 같네.”

다른 이들이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을 지었고 에이란은 실망하고 귀를 축 늘어트렸다.

“다섯 번째 마법이 염제라는 거군요.”

“응.”

루니아의 물음에 아르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염제는 루나가 검은 불꽃을 막아내기 위해 개발한 마법이거든.”

“막아내기 위해?”

“응. 나와 드웨노가 최전방에 서서 싸우니까. 우리를 지키기 위해 만든 마법이야.”

아르온이 쓰게 웃었다.

“누구 하나 죽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며 만들었던 마법이지.”

그리고 끝내 미완성으로 남았다.

‘확실히 염제가 완성되었다면 운명이 바뀌었을지도 모르지.’

레오는 속으로 쓰게 숨을 내뱉었다.

아르온과 드웨노의 죽음 앞에 오열하며 자신을 탓하던 루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르온에게 있어서는 다행일 것이다.

‘루나의 절규에 아르온은 무너졌을 테니까.’

아르온의 말을 듣고 루니아는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5000년의 세월이 지나 자신에게 전해진 마법이 그런 마음을 담고 만들어진 마법이란 걸 상상도 못 했다.

***

‘루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려야 해.’

이제는 루니아도 안다.

가장 먼저 아르온이 쓰러지고 그다음 드웨노가 쓰러졌다.

세 번째로 루나가 친구들의 뒤를 따랐다.

그때의 루나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루니아로서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비록 부족하지만…… 루나님의 마법으로 모두를 지켜야 해.’

루니아가 전의를 다졌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에레보스의 지척에 다다랐다.

화르르륵-!

에레보스의 몸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그 순간.

번쩍-!

아르온이 발을 강하게 내디뎠다.

그 순간 온몸에 황금색 오러를 두른 아르온이 수화했다.

“크오오오오오오오!”

아르온의 포효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강력한 하울링이 파티원의 가슴에 용기를 불어넣었다.

아르온이 검을 뽑자 황금의 오러가 검 끝에 집중됐다.

그와 함께 황금의 섬광이 되어 아르온이 에레보스를 향해 질주했다.

부와아아아악-!

“쿠오오오오오!”

용자의 검이 에레보스의 가슴을 갈랐다.

바닥에 착지한 아르온이 눈을 번뜩였다.

“멜리나!”

아르온의 외침에 멜리나가 레오의 손을 붙잡고 하늘 높이 빠르게 날아올랐다.

하늘 높이 다다른 순간.

멜리나가 양손을 모았다.

우웅-!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에 주변의 대기가 일렁였다.

“엄청난 마력인데…… 대체 무슨 마법이죠?”

공격 준비를 하며 루니아가 묻자 주문을 외우던 토루아가 힐끗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디재스터, 개벽의 용. 로디아의 고유 마법이야.”

주변 자연을 지배하는 대마법.

휘오오오오오오오오!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태풍이 에레보스를 휘감았다.

그걸 본 엘리자가 중얼거렸다.

“아바드의 탬패스트의 완벽한 상위호환이군요.”

“그럴 수밖에요. 아바드씨의 탬패스트는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마법이라면 저 마법은 자연재해를 지배하는 마법이니까요.”

말 그대로 자연계 최강의 마법에 속하는 대마법이다.

콰아아아아-!

구오오오오오!

거대한 태풍에 쓸려나가지 않으려 에레보스가 몸부림쳤다.

하지만 디재스터는 에레보스의 움직임은 막아도 커다란 피해는 주지 못했다.

멜리나는 그 모습을 보며 빙긋 웃었다.

‘괜찮아. 이거면 충분해.’

멜리나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에레보스를 저 자리에 묶어 두는 것.

“레오님.”

멜리나가 레오를 불렀다.

“리시나스님의 마법을.”

그 말에 레오가 손을 들어 올렸다.

“라르엘.”

번쩍-!

레오의 손에 빛의 대정령, 라르엘이 소환되었다.

레오가 영력을 일으키자 오래 전, 광휘의 정령이 그랬던 것처럼.

광채의 정령은 빛의 활로 변했다.

레오는 빛의 활을 붙잡고 시위를 잡아당겼다.

우웅-!

그 시위 끝에 화살이 하나 걸렸다.

그 모습을 보며 멜리나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오래전, 지혜의 왕이 부정하고 사악한 것들을 몰아내고 쏘아 올린 빛.’

레오는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징벌.”

번쩍-!

콰가가가가가가강-!

빛의 화살이 에레보스에게 꽂히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가가가가-!

에레보스를 붙잡고 있던 태풍이 자취를 감추었다.

거대한 구덩이가 생긴 와중에 검은 마그마가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그걸 본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전율스러운 위력.

하지만 레오와 아르온은 물론이고 멜리나 조차도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나치게…… 약한 것 같은데요?”

멜리나의 중얼거림에 레오가 혀를 찼다.

“그렇군.”

“네?”

“놈의 봉인이 풀린 건 맞지만 아직 놈의 의식까지 깨어난 건 아니야. 놈은 그저 본능대로 힘을 휘두를 뿐이야.”

“그렇다는 건…….”

레오의 말에 멜리나가 안색을 굳혔다.

“그래.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마그마가 꾸물거리더니 에레보스의 얼굴 형상으로 변했다.

아르온이 그걸 보고 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번쩍-!

순간 에레보스의 눈이 뜨였다.

눈이 마주친 아르온의 얼굴이 굳었다.

-흐흐흐흐흐.

에레보스의 입에서 비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증스러운 신들의 얄팍한 기적인가.

쿠오오오오오-!

주변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화르르륵-!

에레보스의 몸이 다시 불타올랐다.

쿠구구궁-!

좀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압감을 내뿜으며 에레보스는 아르온을 비웃었다.

-다시 한번 세상이 불타는 모습을 볼 각오는 되었나? 과거의 망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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