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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477화 (477/483)

477.

영령술사.

영령을 소환하여 살아생전 그들의 힘을 다루는 자를 의미했다.

사람들은 간혹  영령을 ‘영혼’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령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영혼이 아니었다.

‘영령은 마나 속에 깃든 기억과도 같지.’

살아 있는 자는 누구나 마나를 품고 있다.

그 마나를 단련하고 마나를 품고 있는 그릇의 성향에 따라 오러와 마력, 영력으로 나뉘게 된다.

생명이 죽으면 마나는 자연에 환원된다.

그리고 그 마나는 다시 다른 생명에 깃든다.

하지만 살아생전 강대한 힘을 지녔던 이가 품었던 마나는 그 사람의 잔향이 남는다.

‘그리고 그 잔향의 기억을 읽고 영력으로 구현시키는 것이 바로 영령.’

사령술의 기본 골자 역시 이것과 같다.

시체의 사념을 이용해 망자로 부활시킨다.

시체를 이용하는 건 살아생전의 육체였던 만큼 더욱 강력한 사념이 담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령왕은 시체가 사라졌다고 해도 시체가 묻혔던 땅의 흙만을 이용해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이 가능했다.

철혈의 마법사 티아르 역시 그렇게 되살아난 것이다.

레오는 티아르를 바라보았다.

리시나스의 영력이 보여준 오래전의 기억과 아까 들었던 리시나스의 목소리까지.

‘영령술의 각성.’

영웅의 세계 공략으로 얻은 리시나스의 힘의 영향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힘은 지금 눈앞의 엘프를 구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여튼. 옛날이나 지금이나.”

레오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티아르에게 다가갔다.

눈앞의 엘프는 저스티스 길드의 영웅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강자다.

게다가 세계 자체를 증오하는 망자가 되었다.

‘육체를 부수고 원래 있을 곳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레오가 검을 뽑았다.

‘제압하고 혼을 구원해달라니.’

영령술사는 언데드에 깃든 사령을 영령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

‘정말이지 어려운 것만 시킨다니까. 그 망할 도마뱀은.’

푸념을 내뱉으면서도 레오는 웃음을 터트렸다.

“자, 그럼.”

터벅- 터벅-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렇게 원한으로 가득 찼는지 조금 들어볼까?”

콰가가가가가각-!

레오가 다가서자 티아르 주변의 땅이 순식간에 쇠로 변했다.

레오가 검에 힘을 주었다.

스각-!

자신을 덮치는 거대한 칼날을 양단했다.

하지만 티아르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웅-!

허공에서 무수히 많은 붉은색 마법진이 수놓았다.

그와 함께 붉은색 액체가 쏟아졌다.

레오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피 냄새.’

티아르가 만든 마법은 마치 피의 비와도 같았다.

이것이 그녀에게 철혈의 마법사라는 이명이 붙은 이유였다.

피와 철을 촉매로 사용하는 마법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마법사였다.

굳이 촉매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전장에는 언제나 그녀의 촉매가 되어줄 소재가 넘쳐흘렀다.

적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를 이용해 적을 터트리고 적들의 병장기에 포함된 쇠를 사용해 적을 찢어발긴다.

말 그대로 전장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대량 학살 마법이었다.

화르르륵-

레오의 검에서 오러의 불꽃이 일렁였다.

“피오라.”

콰아아아아아-!

피오라의 화염이 오러의 불꽃과 융합하며 더욱 강렬한 화염을 내뿜었다.

콰가가가가가강-!

불꽃의 검격이 허공을 수놓는다.

퍼버버버버버버벙-!

그물망처럼 날아든 검격은 피의 비를 모조리 분쇄했다.

그와 함께 하늘을 찢어발길 것만 같은 거대한 폭발이 지축을 울렸다.

레오의 기준에서는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이 마법은 별의 마법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어.’

별의 마법은 루나가 꽃을 피우는 마법을 만들기 위해 만든 마법.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루나가 만든 꽃을 피우는 마법은 ‘생명의 창조’ 영역이다.

신의 영역에 들어선 마법인 셈이다.

고작 꽃 좀 보고 싶다는 하찮은 이유로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인 친구를 떠올리며 레오가 자세를 낮추었다.

이질적인 마법 탓에 엘프 사회에서 배척받긴 했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는 은인으로 칭송받는 영웅이기도 했다.

타르타로스로부터 많은 인간들을 구했기 때문이다.

엘프들이 더욱 철혈의 마법사를 배척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당시는 인간과 엘프 간에 종족 전쟁이 있던 시절이라고 했지.’

인간들에게 칭송받는 영웅이지만 인간들의 마법 학회에서도 철혈의 마법은 기피되었다.

이 마법을 마족이 아닌 사람에게 사용하면 처벌받는다.

너무 잔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혈의 마법은 오직 마족에게만 사용이 허가되었다.

‘확실히 엘프들 사이에서는 이단이라 불려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이야.’

레오 입장에서는 루나의 뜻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마법처럼 느껴졌다.

어찌 되었든 별의 마법은 꽃을 사랑했던 루나의 따뜻한 마음이 깃든 마법이니까.

고오오오오- 촤르르르륵-!

티아르가 일으킨 마법이 거대한 쇠사슬을 만들어냈다.

쇠사슬에 붉은 마력이 깃든다.

콰아아아아아-!

붉은 마력이 회전하며 쇠사슬에 닿는 모든 것 찢어발기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상대를 고통스럽게 죽일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런 마법은 만들 수 없지.’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흑마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살의와 잔인함이 느껴진다.

화악-!

오러 스텝을 밟은 레오가 티아르에게 다가섰다.

콰가가각-!

주변 일대가 파괴되었다.

레오는 뱀처럼 자신을 휘감으려는 쇠사슬 다발을 피해냈다.

‘쇠사슬을 만들어 물리력을 행사하는 마법이 아니야. 저주 비슷한 것까지 덧씌워져 있어.’

마법을 분석하며 레오가 티아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티아르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럴 리 없어! 그분들이 나처럼 추악할 리 없다고!”

괴로움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사죄드립니다, 위대한 성운의 시조시여.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목소리를 쥐어 짜내며 루나에게 사죄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서할 수 없었어요, 놈들을 증오해요!”

머리를 감싸 쥐고 악의를 드러내는 티아르를 보며 레오는 생각했다.

‘루나였다면 이 마법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아마 기겁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마법이 존재할 수 있냐며 경악했겠지.’

타악-

레오가 티아르와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그러자 철혈의 마법이 레오를 완전히 휘감았다.

우웅-!

순간 레오의 몸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레오는 마법 술식을 순식간에 해석했다.

챙그랑-!

철혈의 마법사가 전개한 술식이 파괴되며 마법이 해제되었다.

하지만 언데드인 철혈의 마법사는 당황하지 않고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그 전에 레오가 철혈의 마법사의 목을 틀어쥐었다.

덥석-!

레오가 별의 마력을 일으켜 철혈의 마법사의 마력을 억눌렀다.

쿠가가가가강-!

거대한 마력과 마력의 충돌에 의해 주변의 지축이 흔들렸다.

마력 충돌로 인해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다.

그러나 레오는 개의치 않고 레오가 영력을 일으켰다.

아무리 강력한 영령술사라 해도 언데드와 함부로 접촉하는 건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언데드가 가진 사념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는 영웅.

그만한 존재가 내뿜는 사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정신이 파괴될 수도 있다.

“아아아아아!”

티아르가 머리를 감싸 쥐고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티아르를 보며 레오가 웃었다.

“네가 겪은 괴로움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타인의 괴로움에 휘둘리기에는 내가 좀 많이 힘들었거든.”

퍽-!

레오는 강제로 티아르를 잡아당겨 이마를 부딪쳤다.

“미안하지만 네 기억을 좀 보자.”

화악-!

닿은 이마 사이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티아르의 기억이 전해졌다.

그녀의 증오심의 원천이었다.

세이룬의 교복을 입은 소녀 시절의 티아르.

그녀는 가족과 소중한 사람, 친우들을 모두 타르타로스에게 잃었다.

복수심에 불타 철혈의 마법을 만들고 엘프 사회에서 추방당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대륙을 떠돌며 타르타로스를 사냥했다.

그런 그녀를 받아 준 건 인간들이었다.

인간의 영역에서 타르타로스와 끝없이 싸웠다.

하지만 계속된 전투는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다.

말년에는 이 북동부에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 머물렀다.

작은 마을에서 은거에 들어간 철혈의 마법사는 그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하루아침 만에 그녀가 자리 잡은 마을이 멸망했다.

범인은 마물 여왕의 군단.

하지만 대륙 북동부는 마물 여왕의 군단의 활동 영역이 아니었다.

마족을 끌어들인 건 다름 아닌 당시 인간들과 적대 관계에 있던 엘프.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또 골칫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마물 여왕의 군단을 북동부로 유인한 것이다.

그녀는 타르타로스에 모든 걸 잃고 동족들에게 배척받으면서까지 복수에 미쳐 살았다.

최후에는 그저 편하게 안식에 들기를 원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녀를 비극으로 놓아 넣은 건 동족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닿은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었다.

티아르의 증오가 향한 곳은 최후에는 엘프였다.

‘하지만 차마 동족에게 복수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군.’

그렇게 티아르는 증오심을 품고 죽었다.

그리고 1000년 후, 사령왕의 손에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는 망자로 되살아났다.

티아르의 마음은 외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엘프들을 모두 죽이라고.

‘그런데도 이 녀석은 망설이고 있어.’

스스로 의지로 증오심을 억누르고 있다.

복수심으로 되살아난 자신의 본능에 저항하고 있었다.

그게 가능한 건 복수를 위해 영웅의 자리에 오른 자신을 부정하기 때문이었다.

복수심에 의해 루나가 물려준 마법을 이렇게 만든 걸 평생 후회했다.

분명 철혈의 마법은 루나의 뜻을 부정하고 모독하는 마법이다.

만약 루나가 이 마법을 보게 된다면 절대 좋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마법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감정 표현과도 같아.’

루나의 지론이었다.

아마 루나가 티아르를 보았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힘들었겠구나. 그러니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

진심으로 티아르를 위로해 줬을 것이다.

마법사로서 자신의 마법이 부정당하고 모독당했다고 해도.

그건 그만큼 상대가 괴로웠다는 증거니까.

오히려 상대를 보듬어주었을 것이다.

‘그런 녀석이니까.’

불행한 삶을 살았던 이 엘프를 진심으로 안타깝게 여겼을 것이다.

“아! 아! 아! 아!”

“괴로웠겠네.”

영력이 깃든 레오의 말에 티아르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그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끝없는 고통을 겪은 자만이 해줄 수 있는 이해였다.

“자책하지 마. 루나는 분명 너를 탓하지 않았을 거다.”

티아르의 몸이 떨렸다.

“괴로워하지 마, 그러기에는 너는 충분히 괴로워했어.”

화악-!

리시나스의 영력이 레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더해 간다.

부정한 사령왕의 흑마력을 밀어냈다.

그 순간.

화르르르륵-!

티아르의 육체에서 검은 불꽃이 거세게 타올랐다.

마치 티아르가 구원받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구원받은 영혼을 불태워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듯 거세게 타올랐다.

‘역시 사령왕 녀석은 에레보스의 조각의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거야.’

레오가 싸늘하게 웃었다.

‘그런데 어쩌지?’

화악-!

레오의 손에서 회색의 영력이 터져 나왔다.

다름 아닌 레오의 영력이었다.

재앙의 불꽃의 유일한 천적.

순수의 마나.

화악-!

검은 불꽃이 레오의 힘에 의해 사라졌다.

솨아아아-

망자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흘러내렸다.

마치 껍질이 벗겨지듯.

망자가 사라진 그 자리에는 어느새 넋을 놓은 영령 한 사람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는 손을 털며 혀를 찼다.

“사령왕, 그 개자식은 여전히 하는 짓이 추잡하군.”

[당신은…… 누구인가요?]

티아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영웅의 영령으로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눈앞의 존재가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는 높은 격을 가진 영웅이라는 것을.

“나?”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티아르에게 레오가 덤덤히 대답했다.

“시작의 영웅 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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