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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481화 (481/483)

481.

“지금 하늘에서!”

수풀을 뚫고 릴이 다급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레오와 대치하고 있는 아트칸을 발견하고는 안색이 돌변했다.

“마족?”

화악-!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힌 릴이 어느새 손에 쥔 배틀 해머로 아트칸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쩌억-!

엄청난 소리와 함께 릴과 아트칸의 중심으로 풀과 나무가 반대 방향으로 누웠다.

‘꿈쩍도 안 해?’

엄청난 힘이 담긴 공격을 정면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트칸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딱히 방어 행동을 취하거나 방비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릴의 공격 자체에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아트칸의 시선이 릴에게로 향했다.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함부로 끼어들면 못 쓰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아트칸을 본 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텁-!

아트칸이 릴의 해머를 쥐자 검붉은 스파크가 튀었다.

파지지직-!

콱-!

그 순간 아트칸의 손목이 날아갔다.

솨아아아-!

모래로 변해 흩어지는 자신의 손을 본 아트칸이 레오를 바라보았다.

“건드리지 마라.”

레오의 목소리에는 깊은 살기가 묻어났다.

“가, 감사합니다, 스승님.”

아트칸과 거리를 벌려 안전거리를 확보한 릴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스승이라…….”

아트칸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후후! 후후훗! 과연. 그렇군요! 그 소녀는 그 두 사람과 같은 거군요.”

“그 두 사람?”

아트칸의 말에 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스승님, 저 마족과 아는 사이신가요?”

안면이 있는 듯한 말에 릴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후훗, 꽤 깊은 인연이 있죠. 어떤 의미에서는 당신과 나도 인연이 생긴 셈이려나요.”

“개소리하지 마라.”

레오의 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릴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런 레오를 보며 아트칸이 고개를 숙였다.

“당신의 귀를 더럽혔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이 이상 도발을 한다면 정말로 위험하겠어.’

5000년 전부터 사령왕의 심복으로 살아왔던 아트칸은 레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황천의 기사라는 가장 큰 위험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레오는 섣부르게 과거의 악연을 청산하기 위해 무턱대고 덤벼들 인물이 아니다.

‘이 이상은 도발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죽이려 들겠지.’

아트칸이 레오를 살아남는 영웅이라는 부르지 않은 이유 최대한 레오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였다.

‘반년 전, 샨에서 만났을 때와는 다르다.’

레오는 엄청난 속도로 전생의 힘을 되찾아갔다.

그리고 그 속도는 드웨노의 세계와 리시나스의 세계를 공략하면서 얻은 공략 보상 때문에 더욱 가속화된 상태였다.

‘아직 최전성기 힘에 못 미치지만…… 나를 소멸 시키기에는 충분한 힘이지.’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시작의 영웅 카일.

‘마족을 사냥하는데 이골이 난 자.’

마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영웅은 다름 아닌 카일이었다.

5000년 전.

모든 대영웅과 싸워 본 적이 있는 아트칸이지만 역시나 그 중에서도 가장 공포의 순간으로 각인 된 건 카일과의 싸움이었다.

올 클래스인 레오는 다양한 기술을 사용한다.

한 가지에만 특화된 다른 대영웅들을 상대로는 도주할 틈을 만들어 볼 수 있지만, 레오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 무대를 만들었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트칸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릴이 물었다.

“누구인가요?”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고위 마족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장송의 대공.”

“헙!”

꾸욱-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전생에 비하르를 고아병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아트칸이었다.

그리고 베르키아가 갓난아기였던 시절, 그녀를 고아로 만든 것 역시 아트칸이었다.

고위 네크로맨서는 자신이 죽인 자를 망자를 부린다.

후에 아트칸은 비하르의 동료를 망자로 만들어 비하르를 농락했다.

베르키아는 기억도 못 하는 그녀의 부모를 망자로 되살려 베르키아의 마음을 찢어 놓았다.

‘못난 스승을 둬서 미안하다.’

레오가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릴.”

“네.”

“녀석은 네가 쓰러트렸으면 좋겠네.”

느닷없는 말에 릴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트칸이 사라진 곳을 노려보고 있는 레오의 옆모습은 어딘지 화나 보였으며 한편으로는 슬퍼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릴이 다짐하듯 말했다.

“네! 꼭 놈을 쓰러트리겠습니다.”

힘찬 그 대답에 레오는 살짝 웃어 주었다.

그때였다.

고오오오오-!

하늘에서 심상치 않은 오러가 느껴졌다.

칠흑의 오러가 한곳으로 뭉치고 있었다.

‘수도에 검격을 날릴 생각인가?’

레오가 자세를 낮췄다.

저만한 위력의 공격이 수도에 날아든다면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게 분명했다.

고오오오-!

레오의 몸에 회색의 오러가 맺히는 순간.

번쩍! 쿠과과과과!

순백의 기둥이 하늘에서 내리꽂혔다.

황천의 기사가 신경질적으로 대검을 휘둘러 순백의 기둥을 떨쳐냈다.

콰가가강!

칠흑의 오러와 순백의 기둥이 뒤섞이며 날아가 수도의 성벽을 때렸다.

콰가가가가가-!

수도의 성벽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게 보였다.

“빛의 정령?”

그걸 보고 릴이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눈을 가늘게 뜬 레오가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순백의 로브를 입은 남자를 필두로 일곱 명의 이들이 있었다.

펄럭이는 로브에 수놓아진 문양을 본 레오가 중얼거렸다.

“저스티스 길드네.”

***

“호오?”

타무스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들을 보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지금 시대의 영웅 중에서도 쓸만한 놈들이 있었군.”

“만나서 영광입니다, 황천의 기사 선배님이 이십니까?”

“넌 뭐지?”

“저는 라이트 씨커, 제롬이라 합니다. 부족하지만 저스티스 길드의 수장을 맡고 있죠.”

“길드라. 지금 시대의 영웅 집단을 말하는 건가?”

“잘 알고 있군요.”

제롬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어제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다른 선배님들과 다르게 선배님께서는 굉장히 멀쩡한 모습을 하고 계시군요?”

제롬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타무스를 바라보았다.

“죽은 영웅들이 갑자기 언데드가 되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생각을 했지?”

“사령왕은 갑자기 강대한 힘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영웅을 언데드로 소환했다. 아마 영웅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자들이 언데드로 타락했겠죠. 또한.”

“또한?”

“당신처럼 멀쩡한 정신을 가진 언데드도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를 배신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롬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실제로 당신은 세계의 위협을 외면한 적이 있는 비겁자가 아닙니까?”

콰가가가가가강-!

칠흑의 오러가 제롬을 덮쳤다.

하지만 그런 칠흑의 오러는 푸른색 오러에 의해 막혔다.

바스타드 소드와 방패를 든 기사가 제롬의 앞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다.

“제법이군.”

타무스의 입꼬리가 뒤틀렸다.

“제롬이라고 했나? 말을 삼가라. 이 몸은 사령왕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용?”

“그래. 놈은 자신의 힘으로 이 몸을 얼마든지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타무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고오오오오오오-!

그의 손에 강력한 죽음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그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롬의 시선이 성벽 바깥으로 향했다.

무수히 많은 언데드들이 땅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사령술?”

“아니, 영령술이다.”

타무스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들은 오래전, 이 몸과 함께 대륙을 호령했던 강병들이다. 저들을 되살린 건 사령왕의 힘이지만 여전히 이 몸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다. 놈은 내게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오히려 내 정신이 놈의 힘을 지배하고 있지.”

탁-

타무스가 대검을 고쳐 쥐었다.

“기억해둬라, 제롬.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렸다고 다 같은 영웅이 아니다.”

뒤집어쓴 후드 속에서 타무스의 눈이 번뜩였다.

“히어로 레코드의 힘을 이용해 선대 영웅들의 힘을 계승하여 손쉽게 영웅의 자리에 오른 네놈들은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없지. 그저 양산된 가짜 영웅에 불과해.”

타무스가 비웃음을 날렸다.

“나약한 정신머리를 가진 영웅들이나 너희 같은 가짜 영웅들은 사령왕의 노예로 전락할 지 몰라도. 나는 격이 다르다.”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렸다고 다 같은 영웅이 아니라는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제롬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뒤에 말은 근거도 없는 헛소리군요. 그래서, 되살아난 당신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우선 영령의 군단을 만들어 타르타로스를 토벌한다. 그리고 대륙을 통일한 후 불멸의 영웅으로서 이 세계를 다스릴 것이다. 하찮은 노예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은 위대한 영웅이 할 일이지. 그렇게 된다면 내가 아닌 황혼의 기사를 선택한 어리석은 개벽의 용이 틀렸다는 것도 증명될 터.”

“후후, 그런 이유로 세계의 위기를 방치했던 겁니까? 참으로 치졸하군요.”

제롬이 비웃음을 날렸다.

타무스가 검을 휘둘렀다.

콰가가가가가가-!

거대한 칠흑의 참격이 제롬을 양단할 듯 날아들었다.

번쩍-! 콰가가가강-!

그러자 거대한 순백의 결계가 참격을 빨아 들었다.

제롬의 곁에서 마법을 전개한 저스티스의 부길드마스터, 체인이 사용한 마법이었다.

결계에 빨려 들어갔던 타무스의 참격이 되돌아갔다.

“흥, 세이룬의 마법, 카운트 쉴드인가?”

마법을 본 타무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검을 내뻗었다.

칠흑의 검격이 타무스의 검으로 빨려들었다.

그걸 본 체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마스터, 저 검은…….”

“그래…… 드웨노님이 만든 신검, 녹스로군.”

녹스.

재앙의 시대 당시, 드웨노가 아름다웠던 밤하늘을 떠올리며 만든 전설의 대검이었다.

“히어로 웨폰인가?”

저스티스 길드의 간부 중 기사인 영웅의 눈에 탐욕이 어렸다.

“네놈들은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얻은 가짜를 쓰겠지, 그러나 이 몸의 보물 중에 가짜 따윈 없다.”

타무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 검은 신의 대장장이가 남긴 진품이다.”

“과연,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사람답게 무수히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군요.”

제롬이 턱을 쓰다듬었다.

“쓰러트릴 보람이 있겠습니다.”

“네놈들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파티는 영웅의 세계에서 군단장조차 토벌했던 파티입니다. 우리를 이기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제롬이 영력을 일으켰다.

허공에 무수히 많은 빛의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롬의 안색이 돌변했다.

“세계의 배신자 타무스. 이 시대를 사는 영웅으로서 정의에 이름 아래 네놈을 배제하게 시키겠다.”

“세계를 이끄는 건 진짜 영웅의 몫. 히어로 레코드의 힘으로 영웅에 오른 가짜 영웅 따윈 세상에 필요 없다.”

타무스의 몸에서 거대한 오러가 꿈틀거릴 때였다.

우웅-!

칠흑 같은 어둠을 내뿜던 녹스가 반응을 보였다.

“음?”

타무스의 눈이 꿈틀거렸다.

화르륵-!

그 순간 황금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큭?!”

손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에 타무스가 자신도 모르게 녹스를 놓쳤다.

휘오오오-!

탁-!

바닥으로 추락을 하던 녹스가 누군가의 손에 잡혔다.

그 순간, 칠흑의 검신에 별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밤하늘의 모습으로 변한 녹스를 어깨에 걸치며 레오가 혀를 찼다.

“똑같은 것들이 개소리들을 하는군.”

“레오 플로브.”

제롬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에게는 아직 이 무대는 이를 텐데?”

제롬의 말에도 불구하고 레오는 비슷한 높이로 날아올랐다.

“내 말이 말 같지 않나?”

제롬의 말을 레오는 무시했다.

그런 레오를 보며 제롬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선배를 대하는 태도가 무례하기 짝이 없군.”

“너 같은 선배 둔 적 없는데?”

레오는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타무스를 바라보았다.

“네가 황천의 기사냐?”

“…….”

레오의 물음에 타무스는 레오를 빤히 주시했다.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그 눈, 그 말투. 과연…… 놈의 말이 사실이었군. 영웅의 세계에서 본 것과 똑같아.”

타무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만나고 싶었소, 시작의 영웅이여. 내 이름은 타무스라 하오.”

지금까지 오만한 태도를 보이던 타무스가 예의를 표했다.

“당신의 진정한 후계자요.”

느닷없는 타무스의 말에 저스티스 길드의 사람들이 눈을 부릅떴다.

그들로서는 지금 저 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한 번 후빈 레오가 물었다.

“뭐라고? 다시 말해 볼래?”

“내가 바로 당신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했소.”

그 말에 레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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