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의 소드 마스터-17화 (17/538)

17. 챕터4. 모집하다 (5)

무관들도 함께 구른다.

지들 딴에는 “엣헴. 나는 무과를 합격한 무관이라네.” 이러면서 거들먹거렸지만, 연오랑의 눈에 차겠는가. 시건방진 놈들.

친히 한칼에 한명씩 뚝배기를 깨주고 같이 굴렸다.

다만 오전에는 다른 걸 가르쳤다.

아직 조선에 전래되지 않은 최신무기.

“아아. 이것은 마상편곤이라고 한다.”

언젠가 꼭 해보고자 다짐했는데, 드디어 말해본다.

물론 무관들은 ‘그게 그렇게 자랑스럽게 말할 일이냐?’라고 바라봤다. 편곤의 효용성에 대해 의심을 품는 눈빛이다.

‘이 자식들이... 니들이 편곤 맛을 알아? 왜구 뚝배기 킬러 편곤을 아냐고.’

임진왜란 이후의 편곤의 활약상을 읊어주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경무장에 보병 위주인 왜구 상대로는 이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음...”

“도리깨처럼 생겼군요.”

“편곤이라...?”

무관들은 생전 처음 보는 무기를 만지작거리며, 이게 어떤 효용이 있을지 고민했다.

원래 역사를 보자.

편곤의 만들어진 역사는 정확하지 않지만, 조선에 전래된 건 임진왜란 이후라 전해진다. 그리고 그게 맞는 거 같다. 그가 이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편곤을 본적이 없으니까.

하여 열심히 만들었다. 보병용말고 기병용으로.

21세기에 복원했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그야말로 최고급 재료만 써서 만든 명품이다.

이 자식들은 지들이 차고 있는 환도보다, 이 편곤이 비싼 물건인 걸 알기나 할까?

“다들 격구랑 마상재는 할 줄 알지? 그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뚝배기 터트리는 데는 아주 제격인 무기지. 기창보다 나을 걸?”

마상격구는 서양식 폴로와 비슷한 운동.

고려 때는 아주 성행해서, 무관이 격구 못하면 바보취급 당할 정도였다. 이는 지금도 비슷하다.

애초에 격구는 말을 탄 상태로, 골프채 비슷한 걸로 공을 집어서 골대에 던져 넣는 운동 아닌가.

골프채를 창으로 바꾸면 그게 곧 기마전투다. 해서 무관들은 전투훈련 겸 격구를 자주했지.

하여 설명을 듣기 무섭게, 무관들은 편곤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을 잡았다.

오히려 격구채와 비슷해서 익히기도 쉽다.

기창은 찌르는 동작이 많지만, 편곤은 휘두르는 동작이 더 많으니까.

다만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이 자식들... 뭔 생각으로 특전대에 온 건지 모르겠다.

두 놈이나, 타고 다닐 말이 없는 게 아닌가. 자기는 기선군에 속해 있어서 말을 안 가져 왔단다.

“빌려주는 거다. 네 자식처럼 다뤄라. 다치면 넌 뒤지는 거다.”

“헤헤...”

협박을 하거나 말거나, 무관은 연오랑이 빌려준 말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거참. 저러는 거 보면, 또 무관은 무관이 맞는 거 같단 말이지. 좋은 말을 용케도 알아본다.

그도 그럴 것이 연오랑이 키운 말은 완벽한 전마다.

덩치는 21세기영화에서 흔히 보는 서러브레드보다 조금 작고, 제주 조랑말보다는 많이 컸다.

원래 역사에선 조선의 말이 작은 걸로 유명했다.

다만 그건 후대에 가서 그렇게 되는 거고, 지금은 동아시아 어딜 가든 다 거기서 거기다. 일본이랑 저 멀리 있는 동남아 쪽은 빼고.

이 시절에는 여진족과 교류가 꽤 있었고, 고려와 조선 건국초기에 요동과 초원에서 들어온 말의 직계후손이 남아 있으니까.

게다가 운석핵꿀밤 사건 이후. 여진과 조선의 관계가 상당히 긴밀해져서, 초원산 말이 꽤 들어오는 중이다.

원래 역사라면 명나라가 “야. 니들 왜 말을 그렇게 사냐? 너네 우리랑 전쟁하려고 그러지? 뒤진다?” 이러면서 수입을 막고.

“야. 니들 전쟁안할 거지? 혹시 모르니까 말은 다 조공으로 보내. 우리가 값은 잘 쳐준다.” 이러면서 있는 말도 뜯어갔다.

뭐. 조선도 바보는 아니라서, 여진에서 싼값에 말을 사서 명나라에 비싼 값에 팔아먹었지.

지금은? 명나라가 없으니까, 조선도 막나가는 거지.

게다가 연오랑은 이미 어릴 적부터 전마를 작정하고 키웠다. 대완마라고 하지? 21세기로 치면 투르크메니스탄,키르키스탄,다게스탄,우즈베키스탄. 이쪽 근방에서 나는 명마. 옛날에는 한혈마라고 부르기도 했고.

이 품종을 들여오기 위해서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거다. 그야말로 천금을 들여 몽골과 요동을 거쳐 명마를 사들였다. 애초에 중국이 개판이 아니면 구하지도 못했을 거다.

이유? 원대한 10년 대계도 있지만... 흐흐. 키야! 그냥 칼잡이도 아니고 뭐? 말을 탄 칼잡이!?

강.철.기.사鋼鐵騎士!?

남자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강철기사 아닌가.

하여 당연히 조선의 아이언나이트 소드마스터가 되기 위해서, 덩치 크고 힘 좋은 전마도 열심히 키웠단 말씀.

그런 명마를 빌려주고 있으니, 무관이 싱글벙글 할 수밖에.

“왜? 부럽냐?”

“...”

자기 말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

그들은 침묵으로 답하면서, 반대로 머리는 끄덕인다. 지들이 보기에도 연오랑의 말이 더 좋아 보이나 보다.

“좋아. 인심 쓴다. 대신 조금이라도 다치면 니들 다 뒤지는 거다. 아니지. 니들 뒤지고 나서, 니들 집안에 돈 받으러 갈 거다. 농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입가에 미소 만발이다.

“옙!”

“흐흐.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특전대장님.”

그렇게 무관들은 오전에는 편곤 다루는 훈련을 했고, 이후에는 특전대원들과 같이 개처럼 구르고 다녔다.

오히려 이들은 더 힘들었다.

생전처음 보는 명령과 구호, 신호체계, 전술 등을 연오랑에게 쥐어터지면서 배웠어야 했으니까.

무관은 당연히 중간간부 아닌가.

축약한 완수신호를 반드시 숙지해야했고, 그걸 밑에 있는 특전대원에게 알려줘야 했다.

만약 연오랑이 아무나 집어서 물어봤는데 모른다? 그럼 무관은 그날 뒤지는 거다.

이제 마지막. 연오랑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연전위.

녀석은 그보다 조금 못하지만, 무려 전설장수다.

기본 스텟. 즉. 현실로 치면 몸 자체의 능력이 일반인을 뛰어 넘는다. ‘이게 같은 인간인가?’ 싶을 정도다.

그러니 시루 속 콩나물이 자라듯, 조금만 알려줘도 미친 듯이 실력이 상승했다. 윤현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당황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말이다.

21세기 그가 게임 속 “연전위캐릭터”에게 붙여준 고유특성은 세 가지다.

강인한 활력. 굳건한 신념. 근접전투전문가.

강인한 활력은 무한한 활력의 하위호환. 굳건한 신념은 동일.

근접전투전문가의 효과는 양손공격가능. 공격력, 방어력, 공격속도 100%증가, 적공격 회피확률 50%증가.

이게 현실로 바뀌자. 녀석은 큼지막한 덩치에서 뿜어 나오는 신력을 통해서, 남보다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거기에 미약한 육감을 가지고 있어서 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쌍도끼를 들고 있는 이유는 양손공격가능이라는 옵션 때문에, 녀석을 양손잡이로 설정해 놨기 때문.

다만 현실에선 칼 쓰는 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서,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칼 대신 쌍도끼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제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나.

연오랑은 미리 준비해온 칼 두 자루를 건넸다.

지금껏 조선에서 없던 생소한 모양의 칼.

시퍼런 예기가 흐르는 것이, 빗방울마저 갈라버릴 거 같다.

“헙!”

너무 좋은 칼이라서 연전위는 이걸 진짜로 받아도 될지 고민했다. 대장장이 출신인 만큼, 눈앞의 칼이 명품인 걸 바로 알아차렸다.

손잡이는 짧지만 부드럽게 안쪽으로 말려있었고, 길이는 칼리에 쓰는 스틱보다 길게 만들었다.

원래는 이렇게 하면 안 되지만 녀석은 전설장수다.

똑같은 체구의 일반인보다 힘과 유연성이 뛰어나다. 그런 녀석이 일반인보다 머리 하나 더 크네? 근육과 힘줄이 충분히 버티고도 남는다.

역시 인생은 스펙 빨인가 보다.

연오랑은 연전위의 몸을 여기저기 만지며, 녀석의 상태를 점검했다.

주위로 돌격대원과 무관이 조용히 다가왔다. 이번엔 또 뭔 이상한 짓을 하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근육양은 충분하다. 오히려 쓸데없이 군살이 너무 붙었다.”

“...”

“오른손으로 망치질을 많이 했군? 균형이 안 맞는다.”

양손잡이지만 오른손이 발달돼서 균형이 안 맞고 있다.

하긴 코어운동이 뭔지도 모르고 힘만 써서 휘둘러댔으니, 몸 상태가 이러는 게 당연.

지적질에 발끈할 법도 하지만 연전위는 일체의 군말도 없었다.

이미 연오랑이 수많은 특전대원과 무관을 두들겨 패는 걸 봤다.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 죄다 한칼이다. 만약 실전이었다면? 한방당 한명씩.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저세상으로 떠났다. 그런 무시무시한 인물이 교습해주는데 어떤 반문이 필요할까.

“사람 몸에 일촌寸깊이의 상처가 나나, 이촌 깊이의 상처가 나나. 뭔 차이가 있겠냐?”

“...”

뭔 차이가 있겠는가. 둘 다 뒤지는 건 마찬가지다.

“힘을 빼란 말씀이시군요.”

“오냐. 무작정 힘만 쓰는 것보다 오히려 날렵하게 치는 게 강한 법이지.”

대체 언제 뽑아든 걸까? 연오랑은 자신의 장도를 뽑아서 예시를 보여줬다.

쉭! 한껏 힘을 주고 휘두를 때와, 쉐엑! 재빠르게 휘두를 때의 차이를 보여준다.

파공음부터 다르다.

“물론 강한 힘으로 치면 더 큰 파괴력이 나오지. 하지만 너는 돌을 깨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사람을 상대하고 있잖냐? 상대가 얌전히 맞아주겠냐? 게다가 네가 쓸건 칼이다. 칼을 도끼처럼 휘두르면 안 되지.”

“예. 어르신.”

“칼 줘봐.”

제대로 보여주려는 듯, 쌍검을 집어 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쉑쉑. 뱀 혓바닥 소리마냥 날카로운 소음이 연오랑 주위를 감싸고, 동시에 은빛 섬광이 주위를 마구 맴돌았다.

“요는 흐름과 박자다.”

쉭쉭. 부드럽게 움직이는 어깨와 손목. 하지만 타원을 그리는 궤적의 마지막 끝은 매섭게 허공을 가로질렀다.

힘을 주는 것 같지도 않은데, 칼끝은 순식간에 정면을 향해있다.

쉑쉑. 박자를 맞춰가며 정면을 향해 베기와 찌르기를 연거푸 날리고, 스탭을 밟아 방향을 바꿔 오른쪽을 보며 다시금 허공에 칼질.

“하나.둘.셋.넷. 자세 옮기고. 하나.둘.셋.넷.”

그가 일부러 박자를 맞춰가며 천천히 휘두르자, 모두가 궤적을 눈으로 따라가면서 함께 박자를 맞췄다.

하지만 이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박자가 빨라지기 시작.

“하나둘셋넷.하나둘셋넷.”

휙휙휙. 그저 보이는 건 햇살에 반짝이는 칼날의 궤적과,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앞좌우뒤로 요란하게 새겨지는 연오랑의 발자국뿐.

마치 은빛구슬이 그를 감싸는 것처럼 보였다.

“오...”

“와...”

살면서 이런 광경을 언제 봤을까. 모두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감탄을 내뱉었다.

“검술과 검무의 차이는 힘과 상대유무가 아니란 말이지. 차이점은 겉멋이야. 겉멋.”

연오랑은 똑같은 자세를 계속 반복하면서 말을 이었다.

말이야 똑같지, 박자가 달라지니 전혀 다른 칼질로 보인다.

느렸다가 빨라졌다를 반복하니, 칼의 궤적과 속도를 예측할 수가 없다.

몸동작은 전혀 화려하지 않고 간결하지만, 칼이 그리는 궤적과 방향은 변화무쌍하고 어지러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는데도,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약장수 짱깨새끼들도 아니고. 겉멋에 취해서 붕붕 날아다니면서, 동작을 크게 하는 건 병신 짓이라 이거지. 칼질 모르는 무지렁이이야 겁먹고 위축되겠지. 그런데 진짜 고수는? 하도 빈틈이 많아서 어딜 공격해야할지 고민할걸?”

“음...”

“흐음...”

모두는 짱깨새끼가 뭔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충 눈칫밥으로 알아먹었다.

“알겠냐? 군용무술이 추구해야하는 건 오로지 하나. 간단명료한 일격필살이다. 화려하고, 멋있고, 거창한 거? 다 필요 없어. 일격필살一擊必殺이 안되면 일격필상一擊必傷을 노리는 거다.”

간단명료하게 군용검술의 이치를 설명하니, 모두가 감명 받아 연오랑의 말을 되새기며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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