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챕터20. 부서지다 (8)
“성주님!”
“...!”
내성의 3층 전각에서 잠에서 깬 중년인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어 잡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병력을 파병한 후로 보권성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당연히 이걸 책임져야할 성주는 오늘 밤도 연신 붓을 놀려야 했지.
잠이 부족해 비몽사몽해서, 지금 벌어지는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온 사방에서 굉음과 고함소리,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음...”
“장군! 적습입니다! 적이...!”
성주 보좌를 맡은 청년은 예의도 잊고, 성주를 거침없이 잡아끌었고.
몸을 일으킨 성주는 달빛이 어스름하게 파고드는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살폈다.
“헙!”
더 설명할 것도 없이 기겁해서, 자기도 모르게 몸이 흔들렸다.
순식간에 잠이 확 깨고, 발끝부터 소름이 치솟아 멍한 정신을 일깨웠다.
말 위에 올라탄 수백의 맹수떼가 횃불을 앞세워, 전각을 포위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 앞에선 피 묻은 백호가, 중년인의 눈에 익숙한 이들을 무릎 꿇리고 있었다.
“지휘사 천우영! 항복해라! 부하들은 모두 잡혔다! 설마 다 죽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지?”
“...”
천우영이라 불린 중년인은 자기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당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망했다는 생각이 밀려왔으니까.
그렇게 밤이 지나기 전에, 보권성은 조선군 손에 떨어졌다.
머릿수가 몇 배나 차이 나는데, 이제 막 자다가 깬 수비병들이 무슨 수로 버틸까.
다만 성주나 고위무관은 물론이고, 병사들까지도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조선군이 대체 여길 어떻게, 왜 왔단 말인가?
모두는 꽁꽁 묶인 채 곰곰이 머리를 굴렸고, 이내 끔찍한 결론에 도달했다.
거용관이 공격당했으면 자신들이 모를 리가 없으니, 조선군은 거용관 몰래 장성을 넘었고... 이곳을 공격했다는 건, 이제 거용관도 공격당하고 있다는 뜻.
북쪽의 관문이 무너지면, 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거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이들의 항전의지 또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미 사로잡혔는데 여기서 반항하고 뻐긴다고 한들 달라질 것도 없고.
“사상자는?”
“아군은 무無. 적병은 백일곱. 포로는 천삼백입니다.”
“음.”
제대로 된 싸움도 없이 대다수가 숙소에서 자다가 붙잡혔는데, 사상자가 많이 발생할 리가 있나.
대승도 이런 대승이 없으니, 연대장들 모두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느긋하게 웃고 좋아할 시간이 없다.
“지금쯤이면 거용관을 공격하기 시작했을 거다. 정호.”
“예.”
“특전대원을 협곡에 풀어 거용관에서 오는 전령을 찾아라. 지금 바로 움직이도록. 남구에서 북평으로 통하는 관도 또한 막고.”
“알겠습니다.”
이미 계획된 작전이니, 특전대장 이정호는 재깍 읍을 하고선 밖으로 향했다.
거용관에서 오는 소식을 막더라도, 남구에서 퍼지는 소문은 막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남구를 그냥 내버려두면 거용관이 무너지지 않는다.
조선군 입장에선 이래나 저래나 남구를 공략할 수밖에 없었지.
최선의 선택은 최대한 빠르게 남구의 마을을 휩쓸어서, 북평의 지원군이 오기 전에 무인지대로 만들어버리는 것.
“취조는 끝냈나?”
“예. 헌데, 꽤 재밌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
이순몽은 연오랑을 보며 ‘이걸 계산했습니까?’라고 묻듯, 살짝 감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까닭인 즉. 남구의 인구구성은 꽤 재밌었다.
이곳엔 강남출신, 북평에서 쫓겨난 이들, 명나라 시절 전국에서 강제 이주당한 이들, 북평부가 생기면서 타 지역에서 포로로 잡힌 이들이 모두 뒤섞여 있었다.
문제라면 남구 전체가 군수공장과 비슷한 곳이었고, 북평부는 없는 자원을 뽑아내며 군비를 확장하다보니...
여기저기에서 끌려온 남구 백성들은 천민취급을 받으면서, 고된 노역에 시달릴 수밖에 없던 거지.
“보권성의 병사들도 마찬가지더군요. 거용관의 병사들이야 나름 북평 출신이 많지만, 보권성 병사들 대다수는 이곳 남구에 속해 있던 보조군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거용관과 같은 주요관문을 지키는 병력은 북직례 전역에서 징집한 1선 부대이고, 보권성에 주둔하는 병력은 남구 출신의 2선 부대였던 것.
“한마디로 다들 한 가족이라는 말이군? 그것도 북평부에 적게나마 불만이 있고?”
“예. 더불어 실력 있는 장인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군수품은 달리 말하면 온갖 가내수공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11개의 마을에는 가죽장인, 대장장이, 제단기술자 등이 잔뜩 포진되어 있었지.
“그리고 특이하게도 장성을 보수하던 이들도 있더군요. 벽돌을 굽는 마을도 있는 모양입니다.”
“음...”
원래 역사에서도 명은 장성을 보수하면서 전국에서 인력을 대거 끌어 모았고, 그들은 노역을 하면서 그대로 마을을 일궈 눌러 앉는 곳이 적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
허나 북평부의 힘만으로 장성을 보수해야하니, 그 진행과정이 형편없이 늦어지고 부실했던 거고.
“포로로 잡은 병사들을 앞세워 마을을 접수한다. 전부 이주시킬 준비를 하고, 가장 가까운 샛길을 이용하도록.”
“예.”
칼간 상인이 구축한 밀수로는 한둘이 아니었고, 조선군은 들키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밀수로를 타고 이동했다.
하지만 이제 보권성을 점령했고 거용관에선 공성이 벌어지고 있으니, 걸리든 말든 상관없잖아?
이젠 시간 싸움이니, 최대한 빨리 장성 밖으로 옮기는 게 더 중요했다.
“다음.”
“보급품 현황입니다.”
기사대장 한선후는 산더미처럼 쌓인 종이뭉치를 내밀었고,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보권성은 계속해서 행정 처리를 해왔고, 한선후는 그 자료를 그대로 긁어 와서 조사시간을 단축시켰다.
엄청난 양의 보급품은 곧 전리품이니, 조선군은 보권성의 물건만 다 털어가도 수지타산을 맞출 정도였다.
이러니 웃음이 멈출 리가 있나.
하나하나 읊어 내려갈수록, 다들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화약과 화약장은 찾았나?”
“예. 대우를 달리하니 바로 튀어나오더군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연오랑도 북평부의 화약, 화포제조기술이 중국 제일인 건 알고 있었다.
당연히 우대해서 뽑아먹어야지.
포로의 신분에서 벗어나 큼지막한 상을 내걸기 무섭게, 화약과 화포를 다루는 포로들은 앞 다투어 손을 들었다.
타지가 고향인 일반 병사들은, 딱히 북평부에 애착이나 충성심이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가족까지 우대해 준다고 하니 금상첨화고.
“보관 중이던 화포는 88문이고, 망가진 화포가 33문입니다.”
‘88문이라. 적지 않네.’
성벽 위에서 떨어뜨려서 금이 간 화포 말고도, 보권성에서 수리하려고 보관 중이던 화포도 여럿 있던 모양이다.
“좋아. 전부 싹 긁어서 가져간다.”
“옙!”
“포로로 잡힌 병사들이 있으니 어렵지 않게 마을을 접수할 수 있겠지만, 만약 거칠게 반항하는 이들이 있다면 일벌백계를 보여 사정을 봐주지 말도록. 뒤처리에 지체할 시간이 없다. 북평의 지원군은 반드시 온다!”
“알겠습니다!”
“옙!”
연대장들은 하나같이 목청을 높였고, 연대 기병은 포로들을 앞세워 여명을 뚫고 남구의 11개 마을로 퍼져나갔다.
*****
검은 머리 짐승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도 있고, 반대로 하루아침에 득도해 사람이 바뀐다는 말도 있다.
천만다행일지, 아니면 이 또한 운명일지 모르나 이징석은 후자에 속했다.
요동에서의 생활. 광활한 몽골초원과 몽골부락의 생활. 끝으론 살면서 밟아볼 거라곤 생각도 못한 북직례까지.
평생 동안 구축해 왔던 자신만의 세상이 산산조각 나며,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보다 집안,배경,실력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는 이들이 자신과 다른 행보를 보이자, 쥐구멍에 숨고 싶었지.
자괴감에 시달려 삐뚤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에겐 굳건한 동생 이징옥이 있었고, 나아가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진 않았다.
그리하여 지금.
그는 훌륭한 특전대원이 되었고, 연오랑의 명령서를 품고 칼간 상인과 함께 빠르게 밀수로를 타고 산맥을 넘어갔다.
거용관의 능선성벽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운 밀수로를 이용해 넘어간다.
쾅쾅쾅! 메아리가 되어 산맥을 울리는 굉음을 말발굽에 섞으며, 이윽고 거용관을 지나쳐 연합군 진지에 도착하자.
“오...!”
자기도 모르게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고개를 돌려 조금 먼 곳을 바라보자, 산 사면을 아예 깎아버린 것 마냥 숙영지가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물고기마냥 인마의 호수를 떠도는 병사들 또한 한가득.
저쪽에는 그간 보지 못했던 생경한 형태의 막사와 깃발 그리고 몽골기병 수천이 웅크리고 있었다.
공성이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날 리가 없잖아?
작은 도시가 만들어진 것 마냥, 숙영진지 사이에는 온갖 것을 만들어내는 각종 작업장이 가득했다.
흙을 파서 대충 만든 토굴에선 숯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었고, 저쪽 한편에는 피냄새와 가죽냄새가 진동했다.
가죽장인들은 파림좌기에서 가져온 가죽을 이곳에서도 무두질하면서, 병사들의 갑옷을 수리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선 흰연기와 열기가 사방으로 뿜어 나왔다.
토굴을 개조해서 만든 임시대장간은 임시라는 말이 붙은 게 서운할 정도로 거대했고, 파림좌기와 칼간에서 압수한 온갖 날붙이들을 녹여 철환, 공성병기, 삽과 곡괭이 등을 만들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선 톱밥먼지가 사방으로 날리고 있었는데, 이곳의 병사들은 자신이 병사인지 목수인지 모를 정도로 몸에 나뭇조각을 잔뜩 묻히고 있었다.
이들은 나무화살인 철령전을 만들면서, 여기에서도 수레와 마차를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이 물건들은 중국인 포로들이 사용하게 될 거다.
대장간 진영 반대편에선, 흰 연기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
조선군을 먹여 살릴 치중대가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어 배급하고 있던 것.
군대에서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 당연히 몽골군과 요동군도 이곳에 관심을 가졌고, 그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가져와 조선군과 물물교환을 했다.
심지어 술까지 만들었는데, 조선의 청주나 소주 말고도 요동과 몽골식 술등을 닥치는 대로 만들어 둘에게 팔아먹고 있었지.
그 뿐일까. 조선군, 몽골군은 정찰을 핑계 삼아, 산맥으로 파고 들어가 거용관 인근을 마구 들쑤셨다.
거용관 정찰병 사냥과 함께 짐승 사냥을 진행한 것.
그간 누구도 건들지 않은 야생의 산에는 산짐승이 넘쳐났고, 사냥감들은 일용한 양식과 함께 좋은 피혁 재료가 됐다.
굳이 지휘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조선군, 요동군, 몽골군은 서로 손발을 흔들어대며 몸짓으로 소통하며 하나로 섞이고 있었지.
만약 여기에 매음굴까지 있었다면, 저 먼 유럽 용병단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보였을 거다.
산 중턱에 잠시 멈춰 서서 기다리고 있자, 이징석을 발견한 조선군 기병이 검은 깃발을 휘날리며 황급히 달려왔다.
“군수사령관님의 명을 받고 왔네!”
“오!”
조선군 기병은 이징석의 신난 목소리에 덩달아 감탄을 내질렀다.
그가 산을 타넘어 왔다는 건, 결국 별동대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뜻이니까.
기병을 따라 이징석은 의기양양하게 말을 몰아갔고, 가까이 와서 살펴보니 더욱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인근의 산은 경사가 심했기에, 일직선으로 봉우리까지 오르는 산길을 만들 수가 없다.
해서 거용관을 양 옆에서 마주보는 봉우리를 향해, 갈지자 형태로 꾸불꾸불 산을 깎아 길을 만든 게 눈에 들어왔다.
저곳에서 베어낸 나무들이, 죄다 자재가 되어 쌓인 모양이다.
“음...”
‘저쪽은 뭔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이징석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고, 순찰기병은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저쪽은 요동군이 깎은 산길이고, 반대편은 몽골군이 깎았네. 하는 일도 없이 밥만 축내고 있으니까 뭐라도 시킨 건데... 자기들끼리 경쟁이 붙어서 열심히 하더군.”
“아...”
어쩐지 저쪽에 몽골기병이 많다 했더니, 그런 까닭이 있었나 보다.
이윽고 후방의 진지에서 벗어나, 드디어 공성이 펼쳐지고 있는 전방에 이르자.
쾅쾅쾅! 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굉음이 귀를 때렸다.
어찌나 소리가 큰지, 타고 있던 말이 놀라서 거칠게 투레질을 할 정도다.
고개를 슬쩍 돌려서 바라보니, 저쪽 봉우리 양측면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굉음이 터지는 게 아닌가.
눈을 가늘게 하고 살펴봐도, 화포의 포탄이 날아간 건지 안 날아간 건지... 솔직히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쾅쾅쾅! 귀를 때리는 폭음에, 화포를 연신 쏴대는 것만 알아차렸을 따름이다.
“내려서 가지.”
“...”
이징석은 정찰기병을 따라 열심히 발을 놀렸고, 동시에 눈도 사정없이 빙빙 돌아갔다.
거용관을 마주한 전방은 더욱 특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대로를 중앙에 놓고, 양 옆으론 움푹 파인 참호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었다.
그 참호의 앞에는 무덤마냥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흙무더기가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고, 흙더미 뒤엔 단단히 다져진 땅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곳이 한곳이 아니고, 이 괴상한 흙더미는 전방의 후미에서부터 거용관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고,
참호를 따라 흙무더기를 짊어진 병사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사령관님.”
“왔나!”
미리 보고가 들어간 탓에, 김을화를 비롯한 연대장들이 이징석을 반갑게 맞이했다.
특히나 8연대장 김종서는 기특하다는 눈길을 숨기지 못했다.
이징석은 김종서가 추천해서 데려왔고, 호주에서 잠깐의 실랑이가 있었지 않나.
망나니 같던 녀석이 이제 철이 든 것처럼 보였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여기...”
그는 재깍 경례를 하고선 둘둘 말린 서류뭉치를 내밀었고, 김을화는 빼곡하게 적힌 보고서를 빠르게 읽어나갔다.
“오!”
보권성을 털었으니, 이들이 알지 못했던 거용관의 사정도 전부 적혀 있지 않나.
김을화는 감탄을 숨기지 못하고 연신 탄성을 내질렀고, 다 읽기 무섭게 다른 연대장에게 돌려 모두가 읽게 시켰다.
이 엄청난 성과에 다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고, 이징석은 그가 아는 사실을 빠르게 풀어놨다.
“사령관님께서는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공성을 한 달 안으로 끝마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하긴.”
“그건 그렇지.”
다른 연대장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작전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남구의 보급품과 이제 막 수확한 겨울밀 덕에 군량 문제는 해소됐지만, 여기에서 계속 붙잡혀 있으면 수렁에 빠지는 꼴.
북평부는 절대 거용관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 원정군은 끝도 없이 밀려드는 북평군과 피 말리는 소모전을 감행해야 할 거다.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 짓고, 설령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더 깊이 빠지기 전에 미련 없이 떠나는 게 최선.
그 한계점이 딱 한 달이다.
“또한 최대한 시간을 끌어봐야 보름이라 하셨습니다.”
“그렇겠지. 거용관과 북평은 코앞이니까.”
이징석이 말을 덧붙이자, 다시금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고했네. 돌아갈 때까지 편히 쉬게.”
“예. 충성!”
이징석은 재깍 경례를 했고, 김종서를 보며 슬쩍 눈인사를 건네고 막사를 빠져나왔다.
“이제부턴 밤낮으로 공성을 하도록 하지. 보권성에 비축해둔 화약이 가장 먼저 도착할 테니, 비축량을 걱정하지 말고 포격을 하도록.”
“알겠습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