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의 소드 마스터-149화 (149/538)

149. 챕터24. 쉬어가다 (9)

12사 중앙군은 지금껏 착호군에 파견 나가서 알음알음 개인무장을 교체해 왔고, 북진토군이 만들어지면서 대대적으로 교체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아직도 반수가 넘는 이가 예전과 다르지 않으니, 이들부터 먼저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나아가 조선의 머리맡에 수만명의 외국인 포로들이 웅크리고 있는데, 아무리 조건이 좋다고 한들... 칼의 위협이 없으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지.

“북진토군의 토관은 제자리로 돌아갈 거고, 갑사는 다시 중앙으로 불러 모아 재배치를 하게 될 테고, 도성에서 숙위 중인 갑사를 북변으로 올려 훈련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지 않은 인력과 군비가 소모될 겁니다. 원정이 끝난 이상, 이젠 산동과 요동의 지원도 없으니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끄응...”

전부 맞는 말 인터라, 떼를 쓸 수는 없어서 태종은 살짝 앓는 소리만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수군을 개혁하는 건 육군을 개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우니까.

지금 조선의 군사제도는 세병제世兵制와 유사한 봉족제를 취하고 있지 않나. 군호로 지정된 집안을, 다른 집안이 비용을 대어 도와주는 형태였다.

이건 원래 군역을 치르는 이들이, 일년에 2,3개월씩 꾸준히 훈련을 받으면서 전투력을 보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물론 연오랑이 보기엔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 시대엔 다 이러니까 뭐... 조선만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

문제는 뱃일이 보통 고된 일이 아니지 않나.

나아가 훈련만 하는 게 아니라, 조운선을 운용하는 일, 기타 배와 관련된 온갖 잡일을 다 하는 터라... 군역을 기피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수군호를 거의 세습화시키듯 운영했고, 결국에는 수군이 천인 취급을 받는 신량역천인이 되어버린 거지.

지금역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마찬가지였으나, 기업이 설립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조선,수산기업은 당연히 뱃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이들은 본래 해안가에 살던 백성들뿐만 아니라, 지방 관아에 속해 뱃일을 하던 관노들까지도 빨아들였다.

조정에선 노비를 양민으로 만드는 일을 권장하고 있지 않나.

먹고 살 기반이 확실하고, 사노비로 전락할 정황이 없으면 보통 속량시켜주고 있었다.

이로 인해 관노들뿐만 아니라, 수군호에 속한 백성들도 동요가 발생했다.

자신들은 신량역천인 비스무리한 취급을 받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노였던 이들이 이젠 양민을 넘어서 나름 장인 취급을 받으며 떵떵거리며 살게 됐으니까.

당연히 수군호에 속한 백성들도 하나둘씩 수산,조선기업에 의탁하기 시작했으니, 조정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고심을 거듭했지.

헌데 이게 또 동전의 양면인데... 원래 수군호에 속한 이들은, 따지고 보면 군역기간에만 배를 타는 농부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일년 내내 배만 타고 있으니, 나름의 전문화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

“의도하진 않았지만 지방에서 올라오는 장계를 보면, 기존의 기선군 출신들이 기업에 의탁한 후로 배에 더 능숙해졌다는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허나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의 착호군이나 갑사처럼 상시전력으로 만드는 건 힘들지 않겠습니까?”

“만약 기선군을 개편하면 영진군도 함께 개편해야 문제가 없을 텐데... 지금의 재정으론 절대 불가합니다.”

결론은 지금 당장 뭔가를 하고 싶으면, 착호군처럼 재정이 덜 드는 방법을 택해서 수군을 조련하는 방법 밖에 없다.

“...”

“...?”

‘왜 날 봐?’

모두의 시선은 “혹시?”하는 심정을 품고 연오랑을 바라봤지만... 사실 그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착호군처럼 배를 타면서 뭔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는 이상, 양반사대부와 지방호족을 끌어오긴 힘드니... 강제하는 수밖에.

“수산, 조선, 염전, 무역등. 바다를 이용하는 기업집안의 자제를 모집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오지 않는 이들은 기업 허가를 취소해 버리지요.”

“...!”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문이 막혔다.

하여간 미친놈이라는 소문답게 해결책도 우악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일반 병졸로 취급하면 말이 나올 테니, 착호군의 방식을 준용해서 임시 지휘관으로 삼아 훈련시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허허...”

“지휘관급은 그리 해결하면 될 테고... 기존 기선군을 상시 운용되는 상비군과 비슷하게 꾸리기 위해선 녹봉을 줘야 하는데... 쉽지 않겠지요?”

징병제에서 곧장 모병제를 말하고 있으니, 다시금 기겁해서 손을 내저었다.

지금껏 돈이 없어서, 그게 힘들다고 입이 아프도록 말하지 않았나.

“허면 해결책은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기선군을 기업 사원처럼 부리는 수밖에요. 이렇게 되면 반은 어부고, 반은 군병인 셈인가?”

연오랑은 “그게 뭐 별거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을 했고, 다들 목이 타서 술잔을 들이켰다.

말이야 쉽다. 기업이 절인생선을 팔아서 돈을 벌 듯, 수군의 재정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겠다는 건데... 그 판로는 어떻게 만들 것이며, 어선과 전선을 어떻게 또 마련할 것인가.

“당장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일단은 제가 원산으로 가게 되니, 3기 착호군은 기선군도 모아보는 게 어떻습니까? 함길도의 기선군을 모아서, 원산과 강릉에서만 일단 실시해서 지켜보지요. 정... 안 된다 싶으면 착호군으로 전환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흐음...”

“수산물의 판로는 동북면 일대의 여진부락을 이용하면 괜찮을 겁니다. 의주, 호주와 겹치지 않는 시장이니, 손을 보고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모두가 확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자, 언제나 그랬듯 연오랑은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했다.

“언제가 됐든... 결국 부딪쳐야 할 일 아니었습니까?”

“...” “...”

그는 태종을 은근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고, 태종과 세종은 숨겨진 행간을 읽어 냈다.

‘부딪쳐야 할 문제라... 맞는 말이지.’

‘결국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지금은 이 수가 최선이다.’

말없이 교차하는 눈빛을 통해 속마음을 교환하며, 태종과 세종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고 지금은 그저 준비를 해놓는 게 최선이겠지요. 최소한 착호군의 훈련대, 특전대와 같은 교관진과 지휘관을 먼저 만들어 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보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연오랑의 마무리 대답에, 다들 침묵에 잠기며 머리만 요란하게 돌렸다.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군제개편은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태종과 세종은 궁극적으로 일년내내 훈련하는 상비군을 꿈꾸지 않나.

지금의 이 요란스럽고 복잡한 상황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간과정이라고 봐야할 거다.

“기선군이 그러할지니, 영진군을 개편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겠구나.”

“예. 뭐... 그래도 갑사들이 있으니 영진군은 그나마 쉽지 않겠습니까. 한 번에 다 바꿀 수는 없으니 차근차근 바꿔야 할 테고, 첫 시작은 함길도에서부터 해보겠습니다.”

“좋다. 어찌 생각하느냐?”

태종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세종을 바라봤고.

“어차피 여진인을 위무해야할 상황에 처하지 않았습니까. 저도 좋습니다. 함길도 토관과 영진군의 군제개편은 그들에게 관직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니 효과가 있을 겁니다.”

세종은 은근히 떠보는 태종의 물음에, 냉큼 긍정적인 답변을 덧붙였다.

착호군 때문에 기존의 무관과 정병들의 처지가 묘해졌으니, 이젠 군제개편을 시작한다고 해서 불만을 품는 무관은 없지 않을까?

오히려 착호군에 맞춰 처지가 더 나아지는 거니, 만약 싫어한다면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자들일 거다.

“그건 그렇게 하면 되고... 종두의 접종은 어떻게 됐나?”

“강화도와 인근 도서지역에서 접종을 끝마쳤고,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오...! 좋구나!”

“참으로 경사로다!”

다들 함박웃음을 숨기지 않고 맹사성을 치하했다.

그러면서도 태종은 물끄러미 연오랑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헛된 소리를 내뱉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무려 마마 아닌가. 그걸 진짜로 퇴치하게 생겼으니 놀라고 감격스러울 수밖에.

연오랑은 따가운 시선을 머쓱한 표정으로 받아넘기며, 조용히 되물었다.

“새로 들여온 소들은 어떻습니까? 우두에 차이점이 있습니까?”

“글쎄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나아가 이젠 교접을 통해 품종개량이 일어난 터라, 서로 엇비슷해져서 말입니다.”

“음... 다행이라면 다행이군요. 문제는 없단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대감. 어찌 보면 더 잘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역소의 덩치가 조금은 더 컸으니까요.”

“그렇군요.”

연오랑의 환한 대답을 끝으로, 다들 잠시 침묵에 잠겼다.

‘천만다행이네. 그간 개고생을 한 보람이 있어.’

그는 지난 십여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주워 삼켰다.

종두법이 탄생한 영국소와 조선소의 우두바이러스가 다를지도 모르는 일. 영국소는 유럽에서 건너왔고, 유럽소는 중앙아시아에서 건너왔지 않나.

해서 한혈마를 구해올 시절에, 혹시 몰라서 중앙아시아산 우두에 걸린 소도 함께 구했었다.

물론 몽골상인은 미친놈 보듯 바라보며, “우두 걸린 소를 가져오라고? 대체 왜?”라고 생각했지만... 돈 앞에는 장사 없지.

무려 한혈마 값을 준다고 하니 어떻게든 구해서 가져다줬다. 일 년에 한두마리씩 들여온 그 녀석들이 하동의 목장에서 조선소와 함께 살면서, 새끼도 여럿 낳아서 자연스럽게 품종교합이 일어났다.

그걸 그대로 사복시로 넘겼는데, 사복시에서도 나름 잘 키워서 또 다시 새끼를 낳아 수를 늘린 게 분명.

천운이 따르는지, 결국 종두법은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것 같았다.

“의과를 실시한 후에 의원들은 따로 교육을 해야 하니, 내년이 되어야 전국적으로 접종이 가능하겠군.”

“예. 해서 소들을 먼저 이동시키고, 각 지역의 토종소에 우두를 전염시켜 놔야 할 듯합니다. 시간을 맞추려면 지금부터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은 말이다.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복귀하는 착호군이 부지기수이니, 그 편에 껴서 보내는 게 좋겠다.”

“예.”

맹사성은 앞으로 펼쳐질 지옥 같은 일거리를 떠올리면서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왕실의 비방으로 소문이 날 텐데...”

태종의 우려 섞인 중얼거림을 듣기 무섭게, 냉큼 연오랑이 선수를 쳤다.

“정선공주와 미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더불어 공녕군, 의평군 일가 또한 접종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저야 뭐... 예전에 맞았습니다.”

전설장수인 연오랑이 종두법 접종이 왜 필요하겠냐만, 그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음...”

“정선이?”

세종과 태종은 살짝 머뭇거리면서도, 단호한 연오랑의 표정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왕실 비방이니, 왕실에서도 누군가는 접종해야 앞뒤가 맞을 것 아닌가. 허나 아무리 효과가 증명이 되었다 한들, 그래도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한 일.

이 생경한 비술을 누가 먼저 받을까 나름 고민됐는데, 천만다행으로 지원자가 먼저 나왔다.

“정말 문제는 없는 것이겠지?”

“예.”

혹시나 하는 세종의 물음에, 맹사성은 다시금 고개를 조아리며 답을 했다.

“그럼 그리 하도록 하자. 혼례가 끝나고 용연현으로 떠나기 전에 맞으면 될 듯하구나.”

“예.”

“저는 괜찮습니다.”

한동안 격리를 해야 하니 새신랑이 될 연오랑이 걱정됐지만... 어째 표정으로 보아 정말 천하태평이 따로 없다.

‘정말로 확신이 있는 모양이군.’

세종은 절로 이 생각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달리 논의 할 게 있나?”

“산동의 사정에 살짝 변화가 있을 듯합니다.”

허조의 보고에 모두의 눈이 집중됐고,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북직례가 약화되면서 군권을 가진 공청일파의 힘이 줄어들고, 무역을 쥐고 있는 장민일파의 힘이 커질 모양입니다. 저희에겐 나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좋군.”

“나쁘지 않다.”

산동과의 무역이 활성화되는 건 언제나 환영 아니냐.

더불어 군권을 계속 키워서,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공청일파의 기세가 꺾인 것도 좋다.

“그리고... 강남상인을 통해 알아봤는데, 저희의 차와 도자기가 일본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흠...”

“아... 그렇게 되는 군.”

다들 예전에 수상스러운 정황을 보고받은 터라, 허조가 무얼 말하는지 재깍 알아들었다.

“일본이라...”

태종과 세종은 술잔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마도를 정벌한 후. 지금까지 일본과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했다.

조선은 “대마도를 주면 교역한다니까? 언제 결정할래?”라고 압박을 가했고, 일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속 머뭇거렸지.

강남상인은 이 틈을 이용해서, 조선의 자기와 차를 구해서 중국이 아닌 일본에 팔아넘기고 있었던 것.

“허면 중국 내부에서 자기, 차 시장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지 않은 건가?”

“정확한 소식은 알 수 없으나, 크게 싸우진 않더라도 충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일본에 조선물품을 수출하는 상인이 늘어나면서 강남의 자기, 차시장이 부수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음. 대마도라...”

“여전한가?”

“예.”

태종의 물음에서 행간을 읽어낸 맹사성. 그는 자신 있게 답을 하며, 묘한 표정으로 연오랑을 바라봤다. 이게 다 연오랑 때문에 발생한 일이니까.

“여전히 대마도는 무인지대이나, 남해안의 수산기업이 대마도에서 조업을 하면서 이따금씩 머무는 듯 보입니다. 더불어 일본 어부들이 가끔 오가긴 했으나 문제를 일으키진 못했습니다.”

“하긴... 신형어선이 도입됐으니, 저들 입장에선 군선인지 어선인지 구별하기 어렵겠지.”

“예.”

근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대마도는 여전히 폐허나 마찬가지였고, 아직도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해서 대마도는 사실상 조선땅이나 마찬가지였고, 수산기업의 어부들이 이따금씩 잠을 지세는 곳으로만 사용하고 있었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