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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소드 마스터-157화 (157/538)

157. 챕터25. 개발하다 (8)

원래 역사에서, 고려 때에 염전은 귀족의 손아귀에 있었고, 고려후기에 왕권을 강화하며 전매제를 실시했다.

이로서 각 군현에는 소금 생산을 신역으로 하는 염호를 정했고, 조선은 이걸 그대로 이어와 공염간貢鹽干으로 삼았다.

이들은 사재감에 소속되어 다른 세금이 면제되는 대신 소금을 바쳤고, 남는 소금은 자유롭게 팔 수 있었지.

다른 하나론 사염간私鹽干이 있었는데, 이들은 사염세만 부담하면 그만이었다.

다만 고려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권세가나 양반사대부 등이 염전을 소유하는 걸 금지했으니, 사실상 사염간은 영세 소금업자와 크게 다를 게 없었지.

허나 이 시대의 소금은 바닷물을 끓어서 만드는 자염인데, 만드는 작업이 보통 힘든 게 아니잖나.

땔감을 구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고, 소금의 운반 및 망실분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해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전략물자이자 생필품인 소금을 무작정 민간에 맡길 수 없으니, 염호를 세습시켜 통제했고 결국 공염간은 신량역천인으로 전락하고 말았지.

허나 천일염전의 등장은, 이 모든 체제를 뒤집어버렸다.

천일염전은 유지비용이 적게 들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바닷가에 둑을 세우고, 바닥에 까는 판석을 구하고, 소금창고 및 온갖 부수기구는 물론이고, 염전에서 일할 인부도 한두명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해서 필연적으로 기업이 설립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껏 권세가에게 염전을 허락하지 않았던 방침과 부딪치는 상황이 펼쳐진 것.

태종과 세종은 “이걸 어떻게 해야,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졌고, 연오랑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들의 마음에 쏙 드는 해답을 제시했다.

바로 왕실과 왕족, 공신집안, 소외됐던 해안가 양반, 호족집안에게만 염전기업을 허가한 거지.

그것도 그냥 해줄 리가 있나.

원래 역사보다 적긴 하지만, 지금 역사에서도 궁방전과 공신전이 꽤나 뿌려진 상태잖아? 이걸 조정에 헌납하는 경우에만 허가했다.

과전도 해체되고 있는 마당에, 세금도 제대로 안 내는 땅을 남겨 둬봐야 앞으로 애물단지가 될 게 뻔하지 않나.

연오랑이나 세종, 태종 모두 그 꼴을 두고 볼 생각이 없었으니까.

조정이 이런 제안을 내놓자, 대지주나 마찬가지인 각 집안에선 고민에 빠졌다.

소금은 분명 떼돈을 벌수 있는 물건인데... 과연 땅을 버리고, 사노비를 속량시켜야 할 만큼 매력적일까? 염전기업을 일구면 사염세는 물론이고 국방세도 내야할 텐데, 면세지 해택을 받는 것보다 수익이 많을까?

허나... 태종이 외척과 공신을 썰어버린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무턱대고 반대할 수 없는 노릇.

또한 조정은 꾸준히 양반사대부, 지방호족들을 트집 잡아 때려잡고 사노비와 땅을 회수해대고 있는데, 공신집안만 비켜나가 있으니 조정신료들 사이에서도 슬슬 말이 나오는 상황.

지금 기회를 놓치면, 태종과 세종의 성향상... 어떻게든 꼬투리 잡아서 적몰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지.

결국 다들 고향땅을 떠나 해안지방으로 이주해서, 염전기업을 일궈냈다.

더불어 신량역천인인 염간도 죄다 신분이 상승해, 곧장 염전기업으로 취업하는 특혜를 얻었다.

하지만 특혜 받는 염전기업이라고 해서, 기업내규를 벗어날 수 없는 법.

이들은 공신 자제임에도 불구하고, 염간들과 함께 직접 바닷물을 헤집으며 소금을 생산하는 방법을 익혀야 했지.

연오랑 앞에 선 이들이 바로, 각 집안에서 차출된 당사자들이었다.

“잘 배우고 있냐?”

“물론입니다.”

“옙!”

이들은 “무슨 그런 서운한 말을 하냐!”라는 듯, 목청을 높였다.

‘하긴 제대로 안 배우면 손해 보는 건, 자기들이잖아?’

염전기업 만들려고 가산을 다 쏟아 부었을 텐데, 여기 와서 “공신자제인 내가 이런 천한 일을 해야 돼?”라며 빈둥거렸다가는... 진짜로 집안을 말아먹고 말 테니까.

연오랑은 히죽 미소를 짓고선, 이들과 함께 염전을 향해 느긋하게 나아갔다.

“저기 보시죠. 저 수차를 이용해서 바닷물을 퍼 올리는 건데...”

“저 옆에 보이는 곳은 소금을 첫 번째로 말리는 창고입니다.”

이들은 연오랑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을 속셈인지,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이어갔다.

굼벵이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아니고... 이들은 연오랑이 이걸 만든 장본인인 걸 모르는 모양이다.

그래도 꼬리를 흔드는 데 마다할 필요 있나. 대충 흘러들으면서 염전을 살펴봤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데... 얼마 안 나오겠네?”

“예. 아무래도 여름에 비하면 2,3배는 더 오래 걸리는 편이지만, 그래도 규모가 커서 꽤 나오는 편입니다.”

“더욱이 여름에 비가 자주 오는 걸 생각하면, 겨울에도 염전을 유지할 만합니다.”

“그렇겠네.”

‘하긴... 그냥 놀리는 것보단, 느긋하게 일하더라도 굴리는 게 낫겠지.’

이 정도 규모라면, 계절에 상관없이 유지하는 게 이득일 거다.

“게다가 이곳은 생각보다 비가 안 오더군요. 비가 안 오는 황무지가 이점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맞습니다. 이곳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의 해안가의 염전기업은 생산량이 엄청나다고 하더군요.”

“으음.”

연오랑은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농사를 중시하는 이 시대엔 비가 잘 안 오는 지역은 쓸모없는 땅인데, 그게 오히려 이점이 될 줄이야.

하루아침사이에 벼락부자가 된 집안이 은근히 생겨났을 거다.

염전을 모두 살펴본 후. 고개를 조아리며 마중 나온 이들을 뒤로하고 다시 용연포구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곳은 21세기의 그가 작정하고 만든 초거대항구 아니냐.

반원형으로 땅을 움푹 파고 든 만은, 끝에서 끝의 거리가 10키로미터에 가까울 정도 엄청났다.

‘내가 만들었어도 정말 말이 안 되는군.’

연오랑은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커도 너무 커서, 끝에서 끝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니까.

이 정도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한반도에서 제일 큰 항구가 맞을 거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수평선을 가로 막는 회색빛 장벽이 선명해졌다.

“와...”

“멋지죠? 처음에 봤을 때는 저게 뭔가 싶었는데, 계속 보다보니 꽤 멋지더라고요. 특히나 돌산 위로 일몰이 질 때는 장관입니다.”

바닷속에서 솟아오른 바위산은, 만의 입구를 감싸듯 병풍처럼 늘어져 있었는데... 이건 천연 방파제나 다름없었다. 포구 안쪽은 설령 태풍이 몰아쳐도, 요람처럼 아늑하지 않을까?

“올라가 봤어?”

“예. 워낙 험해서 오르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뭍에서 이어지는 길이 있어서 꼭대기까지 갈 수 있더라고요.”

“음...”

‘그건 다행이네.’

나중에 이곳이 진짜 항구 역할을 하게 될 때가 되면, 저 바위산 꼭대기에도 등대를 세워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야 필요가 없지만 앞으로 조선 제일의 항구가 될 곳이니, 등대는 꼭 필요할 거다.

바위산을 뒤로하고 완전히 만 안쪽으로 들어서자, 황토빛 먼지가 바닷바람에 쓸려왔다.

“황량하네?”

“워낙 크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도 강과 이어진 중심부는 이제 그럴싸한 마을이 만들어졌습니다. 저기 보이시죠?”

윤현은 저쪽 한편에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뭔가를 가리켰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이쑤시개마냥 뭔가가 불쑥불쑥 솟아 있는 걸로 보아, 아마 돛대가 아닐까 싶다.

“흐음.”

‘그래도 고작 2년 만에, 마을을 만든 게 어디냐.’

연오랑은 언젠가 이곳을 가득 채울 범선과 건물을 상상하며, 아쉬움을 밀어냈다.

먼지바람을 뚫고 해안을 따라 계속 나아갔다.

이곳은 게임 속 지형이 현실이 된 곳인 만큼, 해안은 절벽이 바다에 닿아 있는 것 마냥 매끈했다.

솟아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풍화작용도 일어나지 않아서, 뻘은커녕 경사진 지형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

“부두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수심이 많이 깊어?”

“예. 조금만 나가도 바닥이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부두를 아무리 길게 만들어도 20장丈을 넘기 힘들더라고요.”

“그 정도면 뭐...”

지금은 이게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먼 훗날에는 수천톤급의 배가 들어올 수 있는 장점이 될 거다.

계속 나아가자 이따금씩 박아 넣은 표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잘 만들었네?”

“헤헤. 어르신이 말씀하신대로 측량한 후에, 딱딱 구역을 구분해 놨죠.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말이 나오긴 했는데, 어르신이 시켰다고 하니까 다들 입을 다물던데요?”

윤현은 피식 웃으며, 그의 이름을 팔아먹었다고 자랑했다.

연오랑은 이곳을 철저한 계획도시로 만들 생각이었고, 주거지구, 상업지구, 공업지구등을 미리부터 구별 지으려고 했다.

지금은 귀찮을지 모르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면 첫 삽을 잘 떠야 되지 않겠냐.

그래서일지 몰라도 표지석을 지나쳐 얼마 지나지 않아, 중심부의 주거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세워진 수십채의 가옥이 가까워졌다.

“저기가 선소 구역이지?”

“예. 가보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저걸 확인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빼놓고 갈 수야 있나.

연오랑은 대꾸하기 무섭게 곧장 고삐를 잡아챘다.

가까이 다가가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시대엔 땅 위에서 배를 만든 후에 레일 비슷한 걸 만들어서 물에 띠우는 거나, 물이 얕게 들어올 수 있는 도크에서 배를 만드는 방식을 취했다.

다만 이곳에선 원시적인 형태의 드라이 도크를 만들기가 어렵다보니, 그냥 땅 위에서 배를 만들고 있었지.

연오랑의 눈에 들어온 게 바로, 신형 선박을 만들고 있는 연구소였다.

제대로 된 담벼락도 없이, 그저 덩그러니 선소건물들만 세워져 있던 탓일까?

아무런 제지도 없이 성큼 선소 안으로 들어가자,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던 선소인부들이 윤현을 알아보곤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자, 소식을 들었는지 관복을 입은 이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윤현과 함께 온 인물이 눈에 뜨게 덩치가 크고, 괴상하게 생긴 호피장옷을 입고 있다고? 당연히 연오랑 아니겠나.

“...!?”

황급히 달려온 관리들의 눈인사를 받기 무섭게, 윤현은 그들의 눈동자에 서린 의문을 풀어줬다.

“용연군 대감이십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감. 이천이라 하옵니다.”

“윤득민이라 하옵니다.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관리들 중 책임자로 보이는 중년인들이 앞서 나와 고개를 조아렸는데... 윤득민과 이천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천? 이 양반이 여기 있는 줄은 몰랐는데.’

연오랑은 중년인들의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대충 흘기고선, 기억을 더듬어봤다.

원래 역사에서 이천은 무관인 동시에 엔지니어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세종대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군사업적을 쌓은 동시에, 장영실과 함께 이런저런 기물을 만들었던 인물이지.

다만 그가 선박 제조에도 일가견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윤득민은 원래 역사에서 쾌선을 만들었던 인물.

쾌선은 왜구의 재빠른 왜선을 따라잡기 위해 만들었는데, 나름 쏠쏠하게 써먹은 물건이었다.

지금 역사에서도 비슷한 업적을 세웠는데, 본의 아니게 연오랑이 만든 신형 어선 때문에 묻히고 말았다. 신형 어선은 따지고 보면, 윤득민이 만든 쾌선의 업그레이드 형태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관리들의 인사를 모두 받은 후엔, 끝으로 그를 보며 히죽 웃는 청년과 눈을 마주쳤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예. 어제 찾아봤어야 하는데, 쉬시는 것 같아서...”

“됐다.”

연오랑은 공경을 다해 고개를 숙이는 곽영수의 어깨를 두들겨 줬다.

곽영수는 하동의 조선기업을 담당하던 녀석 아니냐. 연오랑이 용연현으로 이주할 때, 조선기업을 분할하면서 함께 넘어왔다.

그리곤 착호군 행정관리가 되어서 사수감 소속 관원들과 함께, 이곳에서 신형 선박을 연구 중이었지.

“꾸준히 보내드린 보고서를 보셔서 대충은 아실 텐데... 무엇부터 보시겠습니까?”

“신형 선박부터.”

“예! 이쪽으로...”

곽영수는 답하기 무섭게 보고서를 챙겨 건네고선, 곧장 연오랑을 이끌고 나아갔다.

관리들은 ‘그래도 용연군인데... 접대도 없이 곧장 일을 하는 건가?’싶은 표정을 지었으나... 연오랑의 수족인 윤현과 곽영수가 앞장서는데 무슨 걱정이 필요할까.

속으로 미소를 삼키며, 얼른 꽁무니에 따라붙었다. 이들도 갑자기 접대행사를 준비하는 건 귀찮으니까.

“선소에 속한 인원이 몇이나 되지?”

“전에 데려온 왜인들과, 여기저기에서 구해온 왜인들이 대략 삼백 정도 됩니다. 사수감 소속 관리는 육십정도, 사수감에 속한 관노와 연구소 장인이 삼백, 조선기업을 일구려는 집안의 자제들이 삼십, 기타 잡일을 하는 사원노비들이 대충 칠백정도. 끝으로 강남출신 중국인 장인이 이십여명입니다.”

‘오. 꽤 많네.’

다 합치면 대략 천명 넘게 모여 있는 거니, 이곳이야 말로 조선 제일의 선소일 거다.

“용케도 중국인 장인들을 데려왔네?”

“조정이 나서지 않았습니까.”

곽영수는 히죽 웃으며, 연오랑의 말을 받았다.

평저선과 첨저선의 형태와 구조가 다른 건 당연하니, 신형어선을 만들 때부터 연오랑은 왜인 뿐만 아니라 중국 장인도 구하길 바랐다.

다만 왜인이야 왜구출신이 있으니 어떻게든 해결했지만, 중국인들을 데려오는 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했지.

해서 미뤄두고만 있었는데, 지금은 조정이 나서서 이걸 해결해줬다. 중국 상인들은 돈만 주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도 구해다 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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