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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소드 마스터-241화 (241/538)

241. 챕터35. 남하하다 (6)

게다가 요동과 경계를 맞닿고 있는 사주,허주,석주,본주 등의 만주신도시에도 여진인을 교화시키기 위해 사찰이 지어진 상태.

그 곳마저도 요동인이 들락거리면서, 교세를 넓혀가고 있다는 게 아닌가.

“요동인이 전부 조선불교를 믿게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겠군요.”

“그럴 걸세. 조선불교라고 하지만 기존 불교와 크게 다를 건 없고, 요동에는 변변한 사찰이나 도관도 없고, 통합된 조직체도 없지 않나.”

“...”

“요양파건 심양파건 요동인들의 믿음까지 강요할 순 없고, 애초에 요동은 온갖 종교가 난립하는 곳. 차라리 하나로 정리되는 걸 바랄지도 모르지.”

“그렇겠지요.”

‘솔직히 크게 달라지지도 않을 거고.’

연오랑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통합교리를 만든다고 해서, 조선불교가 갑자기 대승불교에서 소승불교로 바뀌는 게 아니다.

이미 대세는 선종계열이었고, 여기에 교종계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선종계열이 중시하는 참선과 돈오가 중심이긴 한데, 이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있어서 최소한의 절차와 과정, 논리구조를 교종계열이 중시하는 경전에서 끌어오는 거지.

결론은 승려들 사이에선 이게 엄청난 화두가 되었지만, 일반 백성들이나 평신도 입장에선 큰 차이가 없다는 점.

그래서 교리가 정립되지 않았는데도 군종승을 부리고, 각종 사찰을 계속 건립하며 교세를 확장할 수 있는 거다.

“게다가 백성들은 백성들대로, 상인,무관,지주들은 각자 바라는 게 있어 아국 사찰에 들락거리지 않나. 그러다보면 하나둘씩 익숙해지겠지.”

“예.”

‘맞는 말이지. 사실 교리가 뭐 얼마나 중요하겠어.’

이어지는 효령의 말에, 연오랑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안타까울지도 모를 현실을 정확히 꼬집었으니까.

사실 교세 확장에 있어서 교리보다 더 중요한건, 통일된 조직과 체제, 눈에 보이는 확실한 외향을 갖추는 거다.

일반 백성들 중에서 경전을 직접 구해서 달달 외우고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저 사찰을 찾아 마음의 평안을 얻고, 무병장수, 내세의 공덕, 가문의 번창 등 기복신앙적인 믿음을 품고 불교를 믿는 게 절대다수다.

그런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후줄근한 사찰이나 승려보단, 뭔가 거창하고 멋들어지고 그럴싸한 조직으로 운영되는 사찰이 더 나아보이기 마련.

그런데 이런 저런 종교 계파 중 하나가 아니라, 조선인 전체가 하나로 믿는 통합된 종교. 그것도 익숙한 불교라고?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 아니릴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지.

‘여기에 현실적인 이유도 달라붙을 거고.’

처음에는 그런 가벼운 생각으로 조선사찰을 찾아왔지만, 사람이라는 게 응당 그 속에서도 이득을 찾아내기 마련.

요동상인들은 “의주나 송주(길림)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기서 거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고, 사찰에 간다는 명분으로 은근슬쩍 만주신도시를 찾아왔다.

빈한한 요동인들은 “요동보다 조선이 살기 좋단다!”라는 요상한 소문을 듣고, 조선사찰에 와서 귀화를 요청했고.

요동무관들은 불공을 빈다는 명분으로 조선사찰에 찾아와 “혹시 조선이 요동에 군력을 투사할 기미가 보이나?”하며 기웃거리고 있는 중이지.

문제는 이러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 꽤 많은 요동인들이 조선불교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

동시에 조선과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이들은 알게 모르게 친조선파가 되어가고 있었다.

“자네가 계획한대로 일세.”

“제가 뭐 얼마나 했겠습니까.”

연오랑은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쳤고, 효령은 못 말리겠다는 듯 히죽 웃는 걸로 대신했다.

어쩌면 불교를 불순한 의도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연오랑이 이런 방법을 내세우지 않았다면 불교계 자체가 망할 뻔하지 않았나.

결과적으로 보면 조선 불교계는 살아남은 걸 넘어서 오히려 확장세를 보이고 있고, 예전처럼 난잡한 게 아니라 나름의 정통성 확립과 통합이 이뤄졌다.

앞으로는 어찌될지 모르지만, 예전보단 훨씬 나아진 상태지.

“허면... 오래 머무실 생각이십니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네. 전하께선 보고 싶은 만큼 보라고 허락하셨으니, 오래 걸릴 수도 있지. 마음 같아서는 낙양과 서안까지 가보고 싶지만, 그건 무리일 테고.”

“예. 당장은 산동과 하남만 보셔도 충분하실 겁니다.”

연오랑은 혹여나 효령이 딴소리 할까봐, 얼른 말을 덧붙였다.

북원잔당이 활개치고 다니는 곳에 갔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골치 아픈 일은 미리미리 차단하고 싶어서, 단단히 확답을 받았다.

진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고, 연오랑은 효령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그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좋은 소식이 있을 거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켜줬다.

효령이 떠난 빈자리를 대신 차지한 건, 은근슬쩍 기회만 엿보고 있던 공녕군 이인.

녀석은 거침없이 날아와 풀썩 의자에 앉고선, 가죽을 덮어놓은 손잡이를 쓱쓱 매만졌다.

“이건 처음 보는 의자인데, 새로 만드신 겁니까?”

“어. 누워서 바다를 구경하기 편하잖아?”

“그건 그렇네요.”

연오랑의 심드렁한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인은 “오... 누운 것도 아니고 앉은 것도 아니네?”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몸을 젖혔다.

공녕군 이인과 연오랑이 함께 해 온 시절이 얼마인가.

효령과는 뭔가 분위기가 어색했지만, 둘 사이엔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꽤 오랜만에 만났건만, 어제 만난 것처럼 평온하고 친근했지.

“대승을 축하드립니다. 조정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전하께서도 치하하셨고요.”

“난리라고 할 것까지야 있나. 내가 잘해서냐, 그냥 애들이 잘한 거지.”

“그 애들을 키운 게 형님 아닙니까. 흐흐.”

“...”

연오랑은 실실 웃는 이인을 보며,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창주는 어땠냐? 살만 하던? 거기 겨울에는 엄청 추울 텐데.”

“아오. 말도 마시죠.”

이인은 손사래를 치면서, 자신의 무용담을 열심히 풀어놨다.

서신으로 소식을 주고받은 지 오래건만, 자기 입으로 풀어내야 제맛 아닌가.

연오랑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판군사대장으로 활동하던 이인은 여진정벌이 끝나고 창주 건설을 도맡았다.

연오랑 밑에서 구르면서 군사를 부리는 법도 배웠고, 우량카이 3위의 부족장들을 상대하려면 조선왕족이 나서는 게 꽤 효과적이고, 어지간한 호조관리들보다 이문에 밝지 않나.

창주를 담당할 적임자 중에 적임자였지.

그렇게 녀석은 창주를 머물면서 우량카이 3위와의 무역을 계속해서 이어나갔고, 큰 문제없이 결실을 이뤘다.

만주신도시만큼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럴듯한 무역도시이자 거점을 완성한 거지.

“강이 얼지 않는 늦봄부터 가을까지만 무역을 하는데도 얼마나 바쁜지 아십니까. 보도 듣도 못한 온갖 부족이 다 찾아왔다니까요.”

“흐응.”

연오랑은 가볍게 맞장구를 치며, 녀석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국경에는 문제가 없는 모양이네?”

“국경이라고 해봐야 사실 표지석이나 세운 정도 아닙니까. 저희가 순찰을 돌면서 확인하는 정도죠. 뭐.”

“그래도 국경 안으로 들어와 머무는 떠돌이 부족들은 확실히 정리하고 있지?”

“그야 당연한 말씀이죠.”

이인은 자신을 뭐로 보냐는 듯, 가슴을 쿵쿵 때리며 무용담을 풀어놨다.

조선의 북방영토는 엄청나게 넓고, 사실상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 대다수다.

미래의 길림성, 흑룡강성에 속하는 영역이 전부 조선땅이 되지 않았나. 만주신도시 중에서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가 창주이니, 그 위쪽으론 무주공산이었지.

국경선을 쫙 그어놓을 수도 없고, 철책이나 목책을 이어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군대를 파견해 지킬 수도 없다.

해서 조선은 창주에서부터 흑룡강까지 이어지는 길에 듬성듬성 표지석을 박아 “여기부터 조선땅이다. 넘어오면 잡아간다.”라고 표시해놨다.

당연히 우량카이 3위, 카사르 왕가에 속하는 몽골부족은 이걸 무시하고 들어와 여름동안에 초지나 사냥터로 사용하곤 했고, 조선은 연대기병을 파견해 좋은 말로 타일러서 돌려보냈지.

하지만 둘에 속하지 않는 뜨내기 부족은 사정이 전혀 달랐다.

연오랑이 계획한대로. 이 무주공산이 된 땅은 낚시터가 되어서, 이인이 이끄는 기병대는 열심히 물고기를 낚아 올렸다.

“그렇게 잡아들인 부족이 벌써 셋이나 됩니다. 둘은 몽골부족이고, 남은 하나는 몽골말을 쓰긴 하는데 어떤 부족인지 모르겠더군요.”

“오... 그래서?”

“잘 다독여서 길주와 평주(훈춘), 정주(집안)로 보냈으니, 알아서 교육시키고 있겠죠.”

말이야 잘 다독인 거지, 분명 창칼로 위협하고 조선의 풍족한 물산을 당근으로 삼아 회유해서 귀화시킨 게 분명.

그리곤 도망가지도 못하게 조선내지로 끌어들여, 잘게 찢어서 조선화 개조과정을 진행한 모양이다. 그쪽은 연해주에서 건져 올린 야인여진들 또한 교육을 받는 곳이니까.

“그리고 북원잔당도 찾아왔습니다.”

“오...? 올량합 3위가 막고 있지 않냐? 어떻게?”

“제왕부와 함께 오던데요? 몽골일파가 싸웠다가 합쳤다가 하는 게 한두번입니까. 걔들은 봐도봐도 세력구도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몽골이 유독 그렇긴 하지.”

“그럼요.”

제왕부는 옛 동방3왕가 중 카사르 왕가를 부르는 말.

북원잔당과 우량카이3위에 껴서 죽어가던 와중에, 조선이 창주에 진출하면서 겨우 기사회생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둘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터라, 북원잔당을 자신부족인양 위장해서 창주까지 내려온 모양이다.

분명 길을 열어준 대가로 꽤 많은 재물을 뜯어냈겠지.

“아다이(아자이)냐?”

“아니라곤 했는데 아니겠습니까. 제왕부와 붙어 있는 쪽은 전부 아다이의 영역이니, 아다이를 따르는 부족 중 하나겠죠.”

“따로 뭐 서신이나 사신을 보낸 건 아니고?”

“예. 처음 온 거니 아무래도 간을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거래만 하고 떠났습니다. 사실 그것만 해도 그치들에겐 이득 아니겠습니까. 저희도 그렇고요.”

“흠.”

연오랑은 실실 웃는 이인을 보며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몽골초원 동북방은 중국물산이 끊어진지 오래니, 조선물산이 들어가는 걸 반기는 건 당연한 말.

그런데 조선에도 특별히 이득이 될 만한 게 있을까?

“흐흐. 이런저런 잡다한 서역물건과 무려 한혈마와 낙타를 가지고 왔습니다.”

“오...!”

이 녀석이 왜 이렇게 싱글벙글했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우량카이 3위와 북원잔당이 싸우기 시작하면서, 저 먼 중앙아시아 태생의 말들이 조선으로 오는 길이 막혔는데... 이번 기회에 그 길이 뚫린 모양이다.

지금 조선은 만주를 먹어치우면서 여러 종류의 말을 교배시켜 개량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혈마 계통이 군마로선 여전히 최고다.

“올량합3위가 반발하지 않던?”

“제왕부와 함께 왔는데 그치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속으로는 자기들도 북원잔당과 대대적으로 거래하고 싶을 걸요? 다만 아직 분위기가 애매하니 휘하부족들끼리 야금야금 거래하는 중이죠.”

“...”

“흐흐. 저희가 창주로 진출하면서 서북방의 정세가 미묘해지지 않았습니까. 다들 칼은 내려놓고 눈치를 보고 있죠. 막말로 아다이를 비롯한 몽골초원 동북방 부족들도, 웃돈을 주고서 요동이나 섬서에 진출한 몽골부족에게서 물산을 구입하고 싶겠습니까. 가까이에 있는 아국에서 구하는 게 최선이죠. 이제 피 대신 돈이 흐를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겠죠.”

“이번에 물꼬가 트였으니 더 가속화될 수도 있겠군.”

“예. 조정에선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보련사에 대한 반응은?”

“뭐... 엄청 좋아하지도 않지만 나빠하지도 않던데요? 몽골인들도 불교도가 많아서 큰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많이 드나들다보면 차차 물들게 되겠죠.”

“역시.”

‘잘 되고 있고만.’

요동도 조선불교로 물들이고 있는데, 몽골일파라고 뭐 다를 게 있을까.

원행의 안전을 기원한다고 공짜로 기도를 해주겠다는데, 유목민족인 몽골인들이 그걸 반대할 리가 없다. 그들이 믿던 토착불교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찌됐건 불교는 불교니까.

“유심히 지켜봐야겠군.”

“예. 아! 아까 제가 낙타를 말했죠? 형님. 낙타가 뭔지 아십니까?”

이인은 자기만 아는 걸 자랑하는 아이마냥 신나서 물었지만.

“안다. 예전에 몽골원정 갔을 때 봤잖아.”

“아...”

이인은 아쉽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연오랑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같이 갔으면서 그건 잊어버렸나 보다.

“낙타가 왜?”

“이번에 몽골상인에게서 낙타를 왕창 사들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국에서도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던데요?”

“흐음...”

‘낙타라...’

연오랑은 이인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조선은 낙타의 존재에 대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만부교 사건이라고. 고려가 거란이 선물해준 낙타를 굶어 죽인 일이 있지 않나. 그 후에 고려가 원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갔을 때는 고려에서도 낙타를 일부 기르기도 했지.

어찌됐건 지금은 조선에 없는 동물인데... 생각해보니 안 될 것도 없다.

“나쁘지 않네.”

“그렇죠? 저기 설주에선 순록까지 부리고 있는데, 낙타가 뭐 대숩니까. 지금 아국에는 전에 없던 온갖 가축이 다 들어왔는데 말이죠.”

녀석은 갑자기 낙타 애찬론자라도 된 것 마냥, 열심히 입을 놀려댔다.

낙타는 기후적응력이 무척 뛰어나서 사막이든 설원이든 가리지 않고 살고, 선인장을 뜯어먹을 정도로 아무거나 잘 먹는다. 애초에 몽골인들도 낙타를 키워 고비사막을 넘나들지 않나.

게다가 말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좋아서, 말의 몇 배나 되는 짐을 싣고도 돌아다닐 수 있다.

이인이 낙타에 매료된 건, 바로 이 수송량 때문.

“제가 운송기업을 하는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다들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고요.”

“음...”

‘충분히 그럴 만해.’

연오랑은 설명을 들으며, 오뚝이마냥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내지에서 도로공사가 야금야금 진행되고 있다고는 허나, 아직도 산길에 도로를 놓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래서 산고갯길을 넘는 길목에, 말과 노새를 대여해주는 기업마저 등장하지 않았나.

만약 말 세네마리를 동원해야할 짐을 낙타 한 마리로 해결할 수 있다면 훨씬 이득이 많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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