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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소드 마스터-300화 (300/538)

300. 챕터41. 확인하다 (10)

“이걸 이용하면 사원에게도 세수를 거둘 수 있을 거라 사료되옵니다. 회계장부에는 사원에게 지급한 봉급의 액수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까.”

“음...”

“회계장부를 변조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누군가 반문을 던지자, 최사강은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장부조작은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다른 기업과의 형평을 따져보면 쉽게 밝혀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사강은 다른 부서장이 쉽게 이해를 못하는 듯 해서, 가볍게 부연설명을 붙였다.

회계장부 조작도 해본 사람이 잘하는 법이다.

상인기업이 아니고서야 이제 막 회계장부를 제대로 쓰기 시작했는데, 봉급부분을 부풀리거나 줄이면 전체를 전부 새로 만들어 이중장부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입을 맞춰야 할 사람이 너무 늘어나니 이게 쉽게 될 턱이 없고, 가능하다고 한들 비슷한 규모의 기업과 비교하면 특이점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음... 그렇구려.”

“생경할 수 있는 특허법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도, 민간에서 서로 견제와 감시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비슷하게 진행될 걸로 사료됩니다.”

“특허법이라...”

“흐음...”

한 번 더 대신들의 시선에 연오랑에게 쏠렸다가, 밀물처럼 빠져나갔다.

연오랑이 처음 특허법과 포상금제도를 만들고, 자기 돈으로 지불했을 때. 다들 “저건 뭔 돈지랄이야?”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허나 그런 우려와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온갖 발명품이 튀어나왔지.

이제는 연오랑의 손을 떠나서 조정이 직접 관리하고 있고, 그 효용성이 뛰어난 걸 인정했다.

‘나쁘지 않아. 똑같이 장사를 하는데, 누구하나 꼼수를 써서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면 다른 기업에서 가만히 있지 않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건 확실히 나쁘지 않은 방책이나, 그러려면 전세도 손을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형평을 잃으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황희가 한마디 거들자, 회의실은 가볍게 소란이 벌어졌다.

사원에게서 소득세를 걷는다면, 지금 농부들에게 걷는 전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들 할 말이 많아, 한마디씩 툭툭 던져댔다.

이 시대는 원래 역사에서 세종이 말년에 제창한, 전분육등법과 연분구등법이 시행되지 않았다.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6단계로 나누고, 풍년과 흉년에 따라 9등급으로 나눠서, 많이 번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번 사람은 적게 내는 나름 선진적인 제도였지.

문제는 법이 이렇게 복잡하면, 꼼수를 쓰기가 너무 편리하다는 점.

나중에는 이걸 악용해 모두가 짜고 쳐서, 좋은 땅을 나쁜 땅이라고 속이고, 풍년인데 흉년이라고 속이면서 세금을 회피했다. 권세가들이 이렇게 빼돌린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서, 힘없는 백성들을 쥐어짰고.

지금은 비슷하지만 다른 손실답험법損實踏驗法으로 전세를 걷고 있었다.

이것 또한 풍흉의 유무를 판단해서, 풍년이면 세금을 더 내고, 흉년이면 적게 내는 건데...

문제는 이 또한 답험을 하는 주체가 수령이냐 전주냐에 따라서 달라지고, 이들이 서로 짜고 치면서 백성들을 볶아 먹었다.

다만 원래 역사와 다르게 지금 역사에선 양전사업으로 지주들을 다 날려버리고 자영농으로 도배하고, 중간에 농간을 부릴 지방향리도 중앙으로 흡수해 관리하고 있었지.

이 탓에 전세는 나름 투명하게 걷히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과 사원의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점.

“전세를 내는 백성들뿐만 아니라 기업과의 형평 또한 맞춰야 할 겁니다.”

상업부장 성엄이 한마디 거들자, 논의는 더욱 뜨거워졌다.

지금의 기업은 미래의 기업처럼 법인도 아니고 대규모도 아니다. 말 그대로 소규모 집안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들은 소득의 30%를 국방세로 납부하고 있는데, 일반 백성은 전세에 맞춰 10%만 걷는다고? 이러면 누가 기업을 하려고 하겠나.

“허면... 전세. 아니군. 전세도 사실상 소득세와 유사하니 소득세라 치고, 이 소득세를 3할까지 올려야 한다는 말이오?”

“예. 국방세를 깎을 순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황희의 물음에 최사강과 안순이 동시에 날선 대답을 던졌다.

지금까지 국방세를 거두면서 얼마나 큰 수익을 얻었는데, 이걸 포기하라니...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아예 안 받았으면 모를까, 받아서 입맛이 길들여진 이상 절대 놔줄 수 없지.

“허허...”

“으음...”

“세수가 순식간에 곱절의 곱절로 늘어날 건 분명한데...”

재정부와 조세부를 담당하는 둘이 열변을 토해내자, 돈놀이에 약한 대신들은 혀를 놀리며 열심히 머리를 굴려댔다.

그냥 대충 계산해도, 지금 세수의 배는 늘어날 거다.

조정예산이 늘어나는 건 모두가 바라는 일이니, 무작정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 다만 30%라... 지금보다 3배로 늘어나는 거니, 백성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공물과 역도 개편을 해야 합니다.”

“...?”

“광흥창을 저대로 놔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아예 세금문제를 제대로 손을 볼 생각인지, 조세부장 최사강이 문제를 들춰냈다.

“그건 맞는 말이지.”

그리고 최사강의 의견에 동조하는지, 조폐부의 허조가 의견을 덧붙였다.

“...?”

다들 “조폐부가 거기서 왜 끼어드냐?”라는 눈빛을 살포시 뿌리자, 허조는 외향처럼 냉랭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앞으로 조선은행이 조세부와 재정부가 관할하는 공창을 넘겨받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거요. 그러니 은행지점이 세워지기 전에, 이 문제를 정리하고 가야하지 않겠소?”

“...”

“광흥창을 비롯한 공창에 공물이 쌓이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거고, 재정부와 상업부, 외교무역부, 호조 관원이 그걸 이용해 장사를 하는 것도 알고 있을 거요. 무역항도 아닌 조선내지에서 관원이 직접 장사를 하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 거외다.”

“음...”

“하긴, 그건 조금 이상하긴 하지.”

“맞는 말일세.”

다들 한마디씩 덧붙이며, 허조의 설명을 경청했다.

국방세를 현물납부하는 기업이 늘어났고, 그 물량은 그대로 광흥창 및 지방의 공창에 쌓였다.

만물창고라는 말이 민간에도 퍼질 정도니, 직접 관리하는 대신들 입장에선 더욱 잘 알고 있는 사실.

과장이 아니라 별의 별 물건이 넘치게 들어와서, 개혁 이전의 조정을 기억하는 대신들 입장에선... 지금 상황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대신들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하급관원들은 입장에선 가만 놔면 곡물창고에 잡다한 물건이 가득차서 미어터지거나 아니면 썩어 문드러지게 생겼지 않나.

“어차피 내버려두면 넘쳐서 쓰레기가 될 거, 팔아서 돈이나 벌어야겠다.”라면서 관원들이 직접 장시에 가서 내다팔았다.

물론 여기서 자기 주머니를 챙기지 않고, 그대로 조정예산으로 올려 보냈지.

모두가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고 있자, 세종이 조용히 물음을 던졌다.

“기업에서 공물을 수급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지?”

“10할이 넘어서, 민간기업에선 남은 공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허...?”

“흠.”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명확한 대답이 들려오자, 다들 감탄과 한탄이 뒤섞인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조선이 부자가 됐다는 게, 다시금 확 실감이 된다.

“공물의 유통 및 수급 과정에 대해서 일러보게.”

“예.”

세종이 이걸 모를 리가 있나.

그럼에도 이렇게 말을 꺼낸 건, 확실히 뭔가 결정을 내릴 생각이기 때문.

어심을 읽은 허조는 열심히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허. 거참. 세금 문제가 이쪽으로 튀네? 원래 역사의 대동법은 나오지도 않게 생겼는데?’

연오랑은 속으로 쓱.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

대동법은 공물 대신 쌀과 면포를 내고, 그걸로 직접 물건을 사겠다는 제도다. 헌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공물이 넘쳐나서 어째 조정이 방납업자의 역할을 겸하고 있지 않나.

세상 참 요지경이 됐다.

공물은 뭔가 거창하거나 보물, 귀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조정과 관아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과 식재료를 현물로 받는 거지.

헌데 공물을 내야할 백성은 기업사원이 되어, 기업에 속해서 이미 공물을 만들고 있고.

기업입장에서 보면... 상인에게 파는 거나 조정에게 파는 거나 받는 주체만 다를 뿐, 실질적으로 다른 건 전혀 없지 않나.

오히려 바로 코앞에 있는 현청에 던져주면 알아서 처리하니, 어려울 건 전혀 없지.

‘이건 의도했던 거니, 결코 나쁠 건 없지.’

연오랑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슬쩍 세종을 바라봤고, 세종 또한 연오랑을 보고 있었는지 서로 눈이 마주쳤다.

말은 하지 않았어도 ‘슬슬 계획대로 되고 있군.’이라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졌다.

개혁이 시작될 때부터, 연오랑은 세종,태종과 이와 같은 이야기를 이미 나누지 않았나.

핵심은 조용조로 나눠진 세금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

그저 조선이 부자가 되어 이게 가능하게 될 때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원래 역사에서의 대동법이니 방군수포제니 하는 중간과정을 싹 다 건너뛰고, 곧장 수백년 후의 미래로 직진하는 거다.

“허면, 공창에 보관 중인 곡물과 면포의 양은 어찌되는가?”

“지금 전국에 건설하고 개보수한 곡물집적창고의 수는 314개로...”

허조는 이번에도 역시나 세종의 어심을 읽고,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어갔다.

세금 문제가 엉뚱하게 공창으로 연결되는 건, 이 시대 조선의 돈은 곧 쌀과 면포이기 때문.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백성들이 손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쌀과 면포의 비축양이 충족되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없을 걸? 오히려 넘치면 넘칠 거야.’

아니나 다를까 허조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었다.

원래 역사의 조선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했겠지만, 지금 역사의 조선에게 이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바다 건너에서, 중국의 미곡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으니까.

‘이렇게 많이 수입하면 문제가 되지 않나?’싶겠지만, 전혀 아니다.

조선의 체급과 중국의 체급 차이는 너무 커서, 매년 백만명 분의 곡식을 수입한다고 한들, 인구가 7천만명이 넘어가는 중국이 소모하는 양에 비하면 티도 안 난다.

이 7천만명도 대략적으로 계산한 거고, 몽골이 점령한 섬서, 대리국으로 떨어져 나간 운남을 제하고도 이 정도 인구를 가지고 있으니까.

면포는 더욱더 문제가 안 된다.

면직기업, 양잠기업, 모직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엄청난 수의 면포가 쏟아지고 있다.

농부들이 해지면 집에 가서 짬짬이 만들던 면포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공장제 면포지.

수량뿐만 일까. 질조차도 중국의 면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실을 촘촘히 엮을수록 좋은 면포가 되고, 폭간幅間의 날실 올수가 80올일 때를 1승升이라고 하는데...

원래 역사에선 세금으로 납부하는 면포를 5승포로 규정했지만, 지금 역사에선 5승포는 당연히 만들고도 남아서 고급의류에 사용되는 12승포, 20승포도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 팔리고 있었지.

“그리하여 이 통합곡물창고의 경우에는...”

연오랑이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허조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가며 본론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통합곡물창고를 만들고, 여기에 쌀과 면포를 가득가득 채워 놓은 건 세금제도를 개편하는 동시에 화폐개혁까지 진행하려하기 때문.

조폐부를 담당하는 허조가 누구보다도 세금문제에 관심이 많은 건 이 때문이었다.

“아...”

“음...”

“혼란이 있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일단은 세금제도를 개편해서 백성들이 먼저 익숙하게 만든 후에 주화의 유통을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역시나 세금개편보다 주화유통이 더 무서운지, 대신들은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당장 시행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알고 있으라는 거다. 세금개편은 이뤄질 거고, 조폐부의 금고에 화폐가 가득차면 주화의 유통이 시작될 테니까.”

“...”

“그리고 방금 논의 했던 것에 대해 마무리 짓지. 전세. 아니군. 앞으로는 소득세로 통일할 것이고 이에 대한 세율은 소득의 3할이다.”

“...!”

“헉...!”

“음.”

한방에 너무 올린 게 아닌 가 싶어서 다들 입을 다물었다.

세종과 한두번 회의를 해봤겠나. 아무 생각 없이 저렇게 폭탄을 던진 건 아니니, 다들 잠자코 세종의 입에 집중했다.

“대신 그간 백성들에게 부과하던 역과 공물을 폐하겠다.”

“...!”

이번에는 꽤나 충격이 컸는지, 다들 신음도 흘리지 못하고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역시 저 영감들은 들은 게 있나 본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당연히 알고 있던 연오랑은, 슬쩍슬쩍 대신들의 안색을 살피며 머릿속을 투사해봤다.

허조를 비롯한 몇몇 대신들이 아무렇지 않아하는 걸 보면, 일이 이렇게 진행될 거라고 언질을 들은 모양이다.

“조용조제도가 수백년을 이어져 왔지만, 무섭도록 변화하고 있는 아국이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지 않나. 특히나 군역을 봐라. 지금 군역이 필요한가?”

“...”

모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알게 모르게 연오랑을 힐끔 보고 시선을 돌렸다.

군부가 창설되고 상비군체제로 넘어갔는데, 군역이 웬 말인가.

원래 있던 군호를 민호로 전환해서 죄다 일꾼으로 만들어버렸으니, 이젠 군역으로 동원하고 싶어도 동원할 가호가 몇 개 되지도 않는다.

“군부가 창설되었다고 해서, 그럼 군역을 아예 없던 걸로 할 순 없지 않나. 지금까지 기업이 국방세를 자발적으로 납부해 왔는데, 그럼 백성들 또한 국방세를 납부해야하는 게 옳지 않나.”

“...”

그게 이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다들 머리로는 이해했다.

“군대를 안 가게 됐으니 대신 세금을 더 내라.” 간단하지 않나. 조정 입장에선 나쁠 게 없고, 세금을 인상하는 명분으로도 결코 나쁘지 않다.

백성들에게 “군대 갈래, 세금 낼래?”라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후자를 택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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