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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소드 마스터-319화 (319/538)

319. 챕터44. 상륙하다 (5)

뒤이어 계속 다른 부서의 관원들에게 시선이 이어졌다.

“산림부, 어업부, 광업부, 전함부는 같이 움직여야 하는 거 알지? 집을 짓는 게 첫 번째, 그 다음이 배를 만드는 거다.”

“옙!”

“네.”

전함부는 전함처에서 한번 더 승격됐는데, 이름 그대로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걸 관할하는 부서였다. 선박건조는 물론, 조선소 건설에도 한발 걸쳐 있었다.

당연히 나무를 관장하는 산림부와 어업을 관장하는 어업부와 엮일 수밖에 없고.

그간 조선은 어업에 크게 비중을 안 뒀기 때문에 육조 속아문에도 제대로 된 부서가 없었지만, 지금은 각종 수산물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수산기업이 등장하면서 아예 신설부서가 만들어졌지.

“봐서 알겠지만 남주강은 은근히 큰 강이고, 동쪽 산맥 구석구석과 연결되어 있다. 여길 활용해서 목재, 석재, 석탄을 옮겨오려면 조운선이 필요한 건 당연한 말.”

“...”

“신형조운선까진 아니어도 되니, 대맹선이나 중맹선 크기의 조운선을 일단 만들어서 띄워라.”

“옙! 걱정 마시죠. 안 그래도 이곳 나무는 질이 꽤 좋더군요. 작은 배라면 얼마든지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 남길 생각으로 계속 만드는 게 좋을 거다. 이곳 남주 뿐만 아니라, 다른 중간거점에도 배를 옮겨서 써먹을 수 있으니까.”

“옙!”

“조운선이 그렇다면 당연히 어선도 만들어야 할 터, 원주민 중에서 어업에 종사하던 이를 따로 빼놨나?”

“예. 헌데... 어업에 종사했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럽고, 그냥 바다에 나가서 물고기를 낚는 정도였습니다.”

어업부 관원은 괜히 자기가 부끄러워서, 쥐구멍으로 들어가는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중국도 조선처럼 어업에는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있는데, 깡촌인 대만은 오죽할까. 이치들도 말이 어업이지, 그냥 나룻배 타고 나가서 손그물을 던져서 고기를 잡는 수준에 그쳤다.

“그래도 어량漁梁으로 고기를 잡던 이들이 꽤 있어서, 어부를 모집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어량은 후에 어전이라고 불리게 되는 데. 쉽게 말해서 강 하구나 바닷가에 대나무 등을 이용해서 함정을 만들고, 그 안에 갇힌 물고기를 잡는 어업방식이었다.

고대로부터 하던 방식이니, 전 세계 어디서든 하고 있는 어업방식이고 당연히 대만 원주민도 하고 있었다.

“남주강가에 만들었었지?”

“예. 지금은 철거했고, 다른 해안가에 새로 설치했습니다.”

“음...”

신형전함이 오가기 시작했으니, 남주강(단수이 강)을 정리하는 건 당연한 말.

“이곳 해안가에 어량을 만들 만한 곳이 있나?”

“남주강가를 제외하고는 사실 몇 군데 없고,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야 쓸 만한 장소가 나옵니다. 크진 않지만 거긴 갯벌과 모래사장도 있습니다.”

‘역시 그렇고만.’

연오랑은 지도를 짚으며 말하는 관원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만은 조선에 비해 해안선이 단조롭고 조수간만의 차도 크지 않아서, 항구가 들어설 곳은 예나 지금이나 정해져 있었다.

괜히 네덜란드나 스페인이 미래에도 도시가 될 장소에 자리 잡은 게 아니지.

달리 말하면 원주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서, 어업으로 먹고 사는 이들이 사는 장소도 정해져 있었다.

“거긴 정리 됐고?”

“예. 진작 정리돼서 남주에 와 있습니다.”

“잘 다독여서 조업을 준비해라.”

“하오나.”

“...?”

“수산기업을 일구실거라면, 염전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음...”

연오랑은 행간을 읽고서, 관원들의 눈빛을 받으며 생각에 잠겼다.

수산기업은 절인생선을 주로 만들어 팔았고, 이를 위해선 바닷물을 농축한 함수가 필요했다. 때에 따라서는 그냥 소금으로 절여서 팔기도 했고.

그러니 “이곳에서도 염전을 만들까요?”라고 의뭉스럽게 묻고 있는 것.

‘애매하네...’

연오랑은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두들기며,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천일염전은 일제 식민지 시절에 대만의 염전법을 들여온 거니, 이곳에서도 염전을 일굴 순 있었다.

다만 남주 근처가 아니라 타이난. 남중주 근처에서 가능했지. 거긴 원래 역사에서도 수백년 후부터 염전으로 유명해지는 곳이니까.

‘하지만 같은 염전이라도 나름 최첨단이란 말이지?’

그의 지도하에 만들어진 조선염전은 현대식 천일염전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미래에도 염전은 첨단기계보단 사람을 갈아 넣어서 소금을 만드는 곳이니까.

염전노예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하지만 이 시기에는 염전에서 일하는 거나 논밭에 나가서 일하는 거나 힘들긴 마찬가지라서, 자염방식이 아닌 천일염방식이 오히려 나름 인기가 있었던 거지.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지 않나? 물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비슷하게 염전을 만들긴 하지만...’

문제 아닌 문제라면, 이건 남이 따라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점.

이 시기에도 인도나 동남아시아, 광동일대에선 천일염과 비슷한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고 있었다.

조선처럼 억지로 뻘을 개간해 토판을 깔고 소금밭을 만들진 않았지만, 높은 일조량과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선 원시적인 형태의 천일염을 만들고 있었지.

어차피 같은 방식인데, 따라하는 게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긴 조선하고는 상황이 영 다른데 말이지.’

조선이야 오가는 배가 정해져 있고, 오가는 장소도 정해져 있지만, 이곳은 전혀 사정이 다르지 않나.

분명 개나소나 온갖 상선이 지나갈 텐데, 과연 염전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그건 분명히 우려가 되는데, 버리기엔 너무 아깝단 말이지.’

양쪽의 저울추가 계속 흔들리며, 고민은 점점 깊어갔다.

무려 소금이다. 하얀 금이라 불리는 소금.

광서,광동,동남아시아의 소금시장을 놓치는 건 너무 아깝다. 그들이 천일염 비슷하게 소금을 만든다고 해도 조선염전과는 생산량에서 비교가 안 되니까.

전통방식이 괜히 전통방식이겠나. 많이 안 나오는 건 미래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절강 놈들도 여기까진 감당을 못하잖아?’

절강 염상들은 광서,광동보다는 중국 내지에 집중하고 있고, 그 수요량조차 사실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조선소금을 청도에 팔고, 산동상인이 산동에서 쓰고 남은 소금을 내륙에 팔고 다니겠나. “중국 소금시장은 다 우리 거야!”라고 외치는 절강 염상조차도,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 정도다.

‘산서가 어지러워서 그런 건데, 거긴 상황이 풀릴 리가 없잖아? 앞으로도 계속 이 상태가 지속될 거야.’

산서에는 삼국지 시절에 하동으로 불리던 염호 및 염전이 존재했고, 옛 시절부터 강북지역의 소금을 담당하던 곳이었다.

다만 지금은 항명출신 몽골만호에 의해서 걸핏하면 두들겨 맞고 수탈당하고 있지.

꿀단지가 되어주던 염전도 제대로 가동을 못해서, 당장 자신들이 필요한 소금을 충당하기에도 급급했다.

‘그러니 천혜의 소금산지인 남중주에서 소금을 만들기만 하면, 광서,광동,동남아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원래 역사에서도 어련히 알아서 소금산지로 커진 곳이니, 수백년 이른 시기에 지금부터 개발하면 그 파급력이 오죽할까.

‘그래. 본다고 해서 뭐 얼마나 따라할 수 있겠어. 염전 만드는 게 한두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입지조건이 더 중요하니까 아무 곳에서나 막 할 수도 없겠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좋아. 염전을 만들어봐라. 다만 너무 크게 하려고 하진 말고, 일단 염전인부들을 숙달시킨다고 생각해라. 염전부지로 쓸 만한 다른 곳도 나중에 찾아보고.”

“옙!”

“알겠습니다!”

어업부 관원은 물론이고, 모든 관원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목청을 높였다.

염전기업은 조정의 허락을 득해서 만들 수 있는 거니, 이곳에 만들어지는 염전도 아무나 살 수는 없을 거다.

나름 돈 꽤나 있는 집안만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려면 아예 이곳으로 이주해야하지 않나. 세종과 조정도 극심하게 반대하진 않을 것 같다.

‘이놈들은 그들에게 염전을 팔아넘기고, 더불어 공을 세울 생각에 신난 모양이네.’

만들기만 하면 돈과 업적이 되는 염전이니,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리고... 진공경로를 이쪽으로 수정하는 건 어떻습니까? 어차피 산악부족을 제외한 다른 부족을 전부 쓸어 담을 거라면, 최대한 동쪽 산맥에 가깝게 붙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나름 일이 잘 풀려서 그런지 몰라도, 잠자코 있던 광업부 관원이 의견을 토해냈다.

“...?”

연대장들이 “니가 뭔데 작전계획에 끼어드냐?”라는 눈빛을 숨기지 않자, 관원은 얼른 혀를 놀렸다.

“택리부 관원들이 조사를 했는데, 이쪽으로 가면 석탄광과 석회석, 대리석 광산이 있습니다. 더 찾아봐야겠지만 은,금,철광도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이곳도 개발을 해야 되니, 미리미리 정리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음...”

“흠.”

돈 이야기를 꺼내자, 연대장들도 차마 반박을 못하고 눈치를 슬쩍 살폈다.

‘은, 금광이라... 필요하긴 한데, 당장 중요한 건 아니잖아? 하지만 철광은 다르지.’

“철광이라고?”

“예. 원주민들 이야기로는 사철이 나오는 곳이라 했습니다. 택리부 관원들이 보기에도 철광이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택리부 관원에게 쏠리자, 그는 보고서를 연신 뒤적거리더니 황급히 고개를 끄덕여댔다.

“예. 맞습니다. 품위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지만, 지세나 땅 성질로 봐선 광맥이 있을만한 곳입니다.”

“게다가 앞으로는 일본 귀화인을 대거 받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일본광부들의 실력은 나쁘지 않으니, 이쪽으로 돌리는 건 어떻습니까?”

“호오...”

“오.”

전혀 다른 쪽으로 뻗어나간 이야기에, 다들 탄성을 흘리며 그를 주시했다.

응원을 받아서 일까? 광업부 관원은 열심히 설득을 이어갔다.

일본에 진출할 준비를 한다는 건, 이미 조정 내에 파다하게 소문이 난 상황. 광업부 관원은 조선에서 올 때부터, 나름 이런저런 계획을 짜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쁘지 않은데?’

연오랑 또한 설명을 들으며 동의했다.

이 시기에는 일본 다이묘와 가신들은 평지 도시에 내려와 살다가, 전시가 되면 사람들을 끌고 산성으로 올라가서 버티는 식이었다.

오래전. 대마도에서 대마도주를 상대할 때 겪어보지 않았나.

천수각으로 대표되는 미로와 같은 일본성은, 전국시대가 진행되면서 발전하게 된 거지.

산을 깎아 평지로 만들어 대규모 거주지를 만들 정도니 당연히 일본인들의 땅 파는 기술은 뛰어났고, 이는 곧 광산채굴기술로 이어졌다.

지금 역사에선 조선무역품을 미친 듯이 사들이는 관계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더욱더 채굴기술이 발달하고 있었고.

“숙련된 광부들은 대명들에게도 중요한 장인이니 쉽게 놔주지 않겠지만, 일반 잡부들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맞는 말일세. 일본이라고 해서 광부가 따로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아국의 채굴기술도 점점 발전해서 예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니, 저희 기술과 일본 기술을 결합하면 남주에서 광산을 일구는 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것도 오래 걸리지 않고 빠르게 말이지요.”

“음...”

모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격한 동의를 표했고, 연오랑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저 광업부 관원 또한 공훈을 세우고, 광산을 만들어 조정이 민간기업에게 팔아먹을 때 떨어질 포상금이자 콩고물을 기대하는 거겠지만... 다 맞는 말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아. 그러고 보니 진짜 금광을 잊고 있었네.’

연오랑은 그리 하자고 말을 하다가, 불쑥 떠오른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말았다.

그가 기억할 정도로 유명한 금광. 미래에는 진과스라 불리는 엄청 큰 금광이 기륭 옆에 붙어 있었다. 대만의 골드러시를 일으킨 곳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 식민지 시절에 엄청나게 뽑아먹었지.

‘잘됐다. 어차피 기륭 쪽도 정리를 해야되니, 겸사겸사 처리해야겠군.’

“또 의견이 있나?”

“...”

연오랑이 되묻자 모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작전계획대로 움직이면 되고, 사령관은 이곳에 머물면서 원주민을 통솔하도록.”

“예.”

“다만 선발대에 속한 연대를 통해서, 이쪽으로 가는 길을 열어봐라. 산을 넘어야겠지만, 강이 있으니 타고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을 거다.”

“...”

연오랑이 남주에서 북동쪽 해안에 위치한 기륭을 손으로 집자, 이정호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왜?”

“저희가 원주민들을 끌어오긴 했지만, 이곳엔 아직 원주민이 남아 있습니다.”

“원주민 길잡이를 데리고 가서 회유하고, 회유가 되지 않으면 쓸어내라. 남주를 계속 키우려면, 결국 북부 화산지대와 이곳 만을 차지해야 되니까.”

“알겠습니다.”

연오랑은 무시무시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고, 이정호 또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시대가 시대라서 그런가. 별 반응도 없군.’

연오랑은 가자미눈을 하고서 다른 연대장 및 관원들의 얼굴을 살폈지만, 딱히 동요하는 이들은 없어보였다.

아무리 조선에 유학의 인본사상이 박혀 있어도, 이 시대에 미래의 인권이나 문화다양성 존중 같은 게 있을 리가 있나.

원래 역사에서도 조선은 예방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시시때때로 여진부락을 박살내던 자들이다. 물론 여진족이 까불어서 그렇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이곳 대만 원주민을 상대하는 것에도 크게 동요가 없는 모양새다.

‘오랑캐라고 멸시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또 속으로는 야만인 놈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

이건 연오랑조차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고, 그렇다고 원래 역사처럼 원주민 고산족을 남겨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걔들은 남아봐야 분란만 일으킬 뿐이야. 일단은 평지를 정리하고 나서, 싹 정리해야지.’

연오랑은 아무도 모르게 무서운 각오를 속으로 다졌다.

“그럼 출정준비를 해라.”

“옙!”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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