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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소드 마스터-382화 (382/538)

382. 챕터51. 뽑아먹다 (4)“

그리고 이곳에도 삼물회 비슷한 게 있더군요. 다만 그걸 지금은 만들지 못하고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

“호오.”

삼물회를 입에 담자, 모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콘크리트의 열화판인 삼물회는 조선 건축에 혁명을 가져온 물건 아닌가.

그걸 이곳에서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

다만 로마의 모르타르는 화산재가 섞인 흙을 사용한 터라, 조선에서 바로 따라할 수가 없지만 그 방식만큼은 얼마든지 뽑아먹을 수 있었지.

“삼물회를 만드는 방식과 크게 다를 게 없지만, 들어가는 부재료가 아국에 비해 다양하고 다른 게 많아서 조사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흙이 다르니까 그렇겠지?”

“예.”

이인도 신도시 건설하는 걸 지도해본 적이 있어서, 금방 핵심을 짚어냈다.

“그 외의 집의 경우에는...”

정분은 흥을 주체못하고 신나서, 흡사 학생을 가르치듯 줄줄이 설명을 늘어놨다.

비록 고열을 유지하는 가마를 만들지 못해서 기와를 만들지 못하고, 또 기와가 굳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기와를 쓰지 않지만... 그럼에도 지붕은 필요하니, 지붕재료와 결합방식 또한 조선과 다르다.

똑같은 토벽이라도 만드는 방법과 쌓는 방식이 다르고, 목재기둥에 벽돌 및 토벽을 결합하는 방식 또한 다르지 않나.

조잡하거나 뒤떨어져 보일 수는 있어도, 뭐든 배워서 익히고 나면 조선건축기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다리인데...”

“...?”

정분이 뜸들이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집중됐다.

“아국에 비하면 이곳의 교각건설기술이 압도적으로 뛰어납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다리 제작기술을 배워야만 합니다.”

“오?”

“호오?”

주먹을 불끈 쥐며 열변을 토하는 정분을 보며, 다들 새삼스럽게 그를 바라봤다.

정분은 개혁 초창기부터 별 요상한 건물을 지어대며 자신의 꿈을 펼치지 않았나. 그 대단한 중국과 비교해도 조선이 부족할 게 없다고 자부하는 인물이었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

“그 정도로 차이가 난단 말인가?”

이인조차도 이렇게 되묻고 말았다.

“물론입니다. 이 땅은 별 볼일 없으니 볼 게 없지만, 로마국과 해상왕국은 다릅니다. 바다 건너의 오스만국의 건축기술 또한 남다르고요.”

“...”

“서방도 아국처럼 강이 많고 수로도 발달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육로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산이 그나마 적어서 그렇겠지요. 어찌됐건 그에 맞춰 교각건설기술을 발달했으니, 이곳에 죽치고 있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배워야 합니다.”

정분은 그렇게 말을 하고선, 그가 상인과 장인들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놨다.

로마제국시절부터 상수도관을 만들어서 써먹었는데 더 말할 필요가 있나. 천년의 세월동안 아장아장 걸음마를 해왔어도 세월의 무게는 엄청났다.

반대로 조선의 교각건설기술은 이제야 겨우 제대로 서서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

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다.

“흐음... 배우는 건 좋은데, 실력 좋은 장인을 쉽게 구할 수 있겠나? 더불어 이미 먹고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 아국으로 귀화를 하겠나?”

“귀화를 시키는 건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하겠지만... 장인을 수소문해서 데려오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이인의 물음에 정분은 자신만만하게 그리 소리쳤다.

무리해서 꼭 킵차크 칸국의 지원을 뜯어내서라도, 여기에 투자하라고 외치는 것처럼 들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로마국과 바다 건너의 오스만국과의 대립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거기다가 로마국은 오랜 세월 동안 혼란을 거듭해서, 그곳을 떠나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음...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듣긴 들었지.”

“제후국을 많이 빼앗겼다고 했던가?”

“제후국뿐만 아니라 땅도 빼앗겼다고 들었네.”

모두가 들은 가락이 있어서 한마디씩 덧붙였다.

“그러니 이곳에서 머물면서 기술을 알려주는 대가를 충분히 제시하면, 쉽게 넘어오지 않겠습니까?”

“...”

“또한 로마국 건너에 위치한 해상국가는 옛 대진국의 수도가 있던 곳이라 들었습니다. 그곳 건축장인들의 기술은 로마국 못지않고, 소왕국으로 분열된 그들은 아국의 물산을 사들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상인들의 경쟁심을 부추긴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장인을 수소문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도 그런 식으로 각종 장인을 데려왔으니까?”

“그렇습니다.”

정분은 이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란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음...”

이인은 잠시 침묵에 잠겨 생각에 빠졌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하지. 다리를 만드는 건 조정입장에서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 않나. 아국이 스스로 쌓아 올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미 길이 나 있다면 그곳을 따라 빠르게 걷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습니다!”

정분은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환호를 내질렀고, 다들 지난날 한성조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정분의 뒤를 이어받은 건 전함부의 이천.

그는 무관으로 출발했지만 군부가 창설되면서 완전히 문관으로 적을 옮겨 사수감에 들어갔고, 이내 전함당, 전함처, 전함부로 승격되는 동안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신형전함 및 신형무역선의 설계를 담당했으니, 서방의 배를 조사하기 위해 따라오는 건 당연한 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당장은 아국의 신형전함을 능가하는 배는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구조와 설계에 있어서는 배울 게 많이 있습니다.”

“음.”

“그건...”

“충분히 그럴 만 하오.”

타나항을 들락거리는 서방의 함선을 눈으로 직접보지 않았나.

다들 생경한 모습을 한 배를 유심히 살핀 터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곳 바다에서 쓰는 함선은 보통은 돛을 겸용한 노선인데, 아국이나 중국의 방식과도 다른 점이 있습니다.”

흑해와 지중해는 상대적으로 작은 바다고, 바람의 방향이 일정치 않고 변화무쌍해서 고래로부터 꾸준히 갤리선이 애용되어 왔었다.

지금도 사정은 그리 달라지지 않아서, 타나항에 드나드는 모든 배가 갤리선이었지.

다만 노를 젓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에, 편견과 달리 반드시 돛과 겸용해서 사용해야하는 물건.

더군다나 이 시기에는 하나의 노에 여러명이 달라붙어 젓는 스칼로치오 노젓기법이 발견되지 않아서... 생각만큼 거대하지도, 노에만 엄청 의존하는 것도 아니었지.

“이곳의 노는 옆으로 나와 있지요?”

조선의 노는 배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휘젓는 식이고, 이건 선체 옆에서 젓는 식 아닌가.

한눈에 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습니다. 아국의 방식과 비교해 봤을 때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국은 이제 노선이 굳이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이천의 말에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형전함이 등장한 후로, 기존 중국배나 조선의 맹선 등의 효율은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나. 비교하면 곤란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노선의 연구는 필요할 텐데...?”

누군가 조심스럽게 반문을 던지자, 이천은 냉큼 말을 받았다.

“옳은 말입니다. 비록 대양에선 범선을 쓰고 있지만, 수로에선 결국 돛과 노를 겸용해서 사용하는 조운선을 운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형조운선이 이곳의 배와 닮아 있는 점이 많아서, 그 또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음...”

“이곳에도 그렇게 큰 조운선이 있구려.”

“물론입니다.”

신형조운선은 기존의 조운선보다 두 배나 더 큰 크기인데... 여기서도 그런 배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당연해 보이기도 했다.

바다를 두고 해양무역을 활발하게 하는 서방이니, 당연히 선박기술 또한 발달했을 테니까.

“더불어 지금 얻을 수 있는 기술은 해양국가의 선박이지만, 바다 건너 서쪽에선 큰 바다를 항해하는 더 크고 다른 형태의 선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

“흐음.”

조선인에게는 이 땅도 낯설지만, 여기서 더 멀리 떨어진 서유럽은 더욱 낯선 법.

허나 해상국가 상인들은 유럽을 싸돌아다니는 터라, 이런저런 소식을 얻어 조선관원들에게 전해줄 수 있었다.

“다만 그곳의 정확한 정보나 상인의 수소문을 통해 그곳의 장인을 구해오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습니까? 일단은 지켜보면서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맞습니다.”

같은 고민이 있는 터라, 다들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기에는 헐크선이라는 중세범선을 개량해서, 초기형 캐러밸과 카락선과 같은 범선이 등장하는 시기.

다만 지중해에선 그런 범선을 활용할 수 없어서, 대서양을 맞대고 있는 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서양을 건널 생각으로 만든 건 아니고, 아프리카 해안을 끼고 남하할 수 있을 수준의 배를 만드는 중이었지.

“그래도 아국의 전함만 하겠습니까?”

“그럴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혹시 또 모르지 않습니까? 확인을 해봐야 할 겁니다.”

누군가 자신만만한 대답을 내던졌고, 다들 동의를 하면서도 약간의 우려를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형전함은 기존 조선과 중국의 상상을 완전히 박살내버린, 새로운 형태의 거대한 범선 아닌가.

아무리 서방에 낯선 게 많이 있다고 한들, 신형전함에 범줄 만한 함선이 있다고 믿기는 힘들었다.

“허나 진짜 주목할 점은 함선의 설계가 아니라, 선소의 제작공법과 방식에 있습니다.”

“...?”

생각하지 못한 다른 부분을 짚어내자, 다들 흥미진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베네치아의 국영조선소가 완전히 정립된 건 미래의 일이지만, 지금의 수준만 치더라도 세계제일의 조선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괜히 베네치아가 해상왕국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게 아니었지.

이들은 거대한 구역 하나를 전부 조선소로 만들어 놨고,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조선소가 아니라 선박에 필요한 모든 걸 생산하는 종합병기창으로 발전해 나갔다.

시대가 시대니만큼 화포를 생산해서 배치하고 있진 않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밧줄, 돛, 삭구, 등등 함선에 필요한 모든 기자재를 생산해 조립까지 끝내 완성품을 내놓고 있었지.

“특히나 선체가 아닌 용골을 중심으로 뼈대를 먼저 조립하고, 배를 이동시켜서 구역별로 조립하게 하는 방식은 매우 놀랍습니다.”

“배를 이동시킨다?”

“그렇습니다. 운하를 이용해서 옮긴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아국의 신형전함보다 작아서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매우 효율적인 방법인 건 사실입니다.”

“오...”

“선소에 운하라.”

“운하를 팔 정도면 선소부지가 엄청나게 크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상인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지만, 여기까지 깊게 들어간 이들은 없었기에 다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선공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못해도 오천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인원이 전부 배를 만드는 건 아니고, 밫줄이나 돛등을 만드는 인부와 그 인부를 보조해줄 기타 인부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상상 이상이지요.”

“오천!?”

“엄청나군요!”

“허허...”

이천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화들짝 놀라 난리법석을 피웠다.

요새 아무리 조선이 발전해서 기업이 커졌다고 해도, 선소 한곳에 오천이 넘는 장인이 근무하는 곳은 없지 않나.

선소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을 다 뒤져봐도 없을 거고, 심지어 사람이 넘쳐나는 중국에서도 이런 곳은 없을 거다.

“선소가 아니라 하나의 도시라고 봐도 무방하겠군?”

“그렇습니다.”

“음... 그게 유지가 되나? 목재는?”

“다양한 곳에서 끌어오는 모양인데... 유지가 되는 걸 넘어 확장하고 있다고 하니,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

이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구심을 쉽게 걷지 못했다.

물론 겉으로 표현하진 않아서, 이천은 다시금 설명을 이어갔다.

“설계도를 구하는 건 시간이 걸리고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뭐... 아국은 진실로 이곳에서 배를 만들 생각이 없으니 그 점을 피력해 봐야겠지요. 허나 설계도가 아니어도 각종 기자재를 만드는 방법과 선소의 운영방식만큼은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너무나도 열변을 토해서 그럴까? 이인은 슬쩍 게슴츠레한 눈으로 이천을 바라봤다.

“자네... 베네치아에 직접 가볼 생각인가?”

“그래야 되지 않겠습니까? 저들도 낯선 저흴 환영할 거고, 저희 또한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더 많이 얻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음...”

“흐음.”

이천이 그렇게 의견을 표하자, 다른 관원들도 확신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이야 충분히 맞는 말인데, 여길 떠나서 그곳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을지 애매해서다.

“그대가 없으면, 이곳의 수로와 수참을 정비하는 건 어찌하고?”

“다른 관원이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계획과 설계는 이미 짜놨고 포로를 부리는 일만 남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수로를 운행할 조운선은 베네치아에서 사들이기로 했으니, 주치칸국 또한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함께 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천은 킵차크 칸국을 끼워 넣으며 은근히 이인을 부추겼다.

불가강을 끼고 있으니 킵차크 칸국도 수로를 운용한 건 맞았다. 수도인 사라이는 국제무역도시이기도 했거니와, 불가강 북쪽의 루스공국에서 보낸 공물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주요 경로기도 했고.

다만 제대로 된 배를 이용해, 제대로 된 역참방식으로 운영된 건 아니었기에, 조선은 이걸 정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지.

조운선 또한 킵차크 칸국이 만든 배는 형편없어서, 식량을 옮기는 데 사용된 배를 아예 통째로 구입해서 그대로 볼가강에 띄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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