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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소드 마스터-435화 (435/538)

435. 챕터55. 계획하다 (14)

그 외에 대마도 정벌 때부터 안면을 튼 해군지휘관들. 박홍신, 박무양 등이 함께 그를 반겼다.

‘다들 얼추 아는 얼굴들이네.’

쓱 봐도 아는 사람들이 태반.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야 말로 조선군의 중추이자 최고지휘관이라 할 수 있는데... 확실히 세대교체가 벌어지긴 벌어진 모양이다.

조선군이 군부로 재편되고, 군부는 착호군 체제에 맞춰 완성됐다.

옛 무관출신 장군들 중에서, 따라오지 못하고 도태되는 이들이 나오기 마련. 군부를 만들 때부터 그런 일이 종종 벌어졌는데, 이젠 진짜로 전부 은퇴한 모양이다.

‘쓸데없는 입감이 들어가진 않겠어.’

조선은 나이가 찼다고 해서 은퇴를 하는 나라가 아니고, 또 유배 갔다가 돌아오고 파직됐다가 복권되고 하는 일이 흔하지 않았나.

이는 정치역학에 의해서 발생했던 사건인데, 지금은 정치나 파벌싸움이 없어져서 정치관료가 아닌 행정관료로 변모한 상태.

게다가 관원들의 수도 엄청나게 불어나서, 윗자리를 노리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지 않나.

그렇다보니 은퇴하면 조정과의 연줄이 다 끊어졌다.

사사로운 친분으로 안부 인사를 하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막후에서 사모임, 파벌을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관 출신 장군들도 마찬가지.

연오랑은 군부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착호군 체제를 반대하거나 따라오지 못하는 노장들을 날려 버렸는데... 지금 와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줄 필요가 없지 않나.

‘이 녀석들도 같은 마음이겠지.’

어찌 보면 밥그릇 싸움일 수도 있다.

군부에 가장 잘 적응하고 함께 만들어나간 건, 초창기 착호군 출신 장군들.

그러니 승진이 빠를 수밖에 없고, 윗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옛 장군들을 팍팍 밀어낼 수밖에 없었을 거다.

‘잘 꾸며놨네.’

연오랑은 쓱 회의실을 살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서로 다 같이 둘러앉아서 회의를 하는 건, 착호군 때문에 퍼져나간 문화 아닌가. 군부는 더욱 철저해서 흡사 미래의 회의실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 가지 도표와 상황표가 널려 있는 벽면에서 시선을 떼고, 중앙탁자로 옮겨봤다.

‘이야... 이렇게 보니까, 단기간에 진짜 엄청나게 늘렸네.’

절로 휘파람이 불어진다.

중앙탁자에는 조선전도가 놓여 있었는데, 제대로 된 전도도 없던 옛 시절에 비하면 감개무량하다.

지도의 정밀성은 굳이 말할 것도 없고, 조선의 땅덩이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남쪽에는 대만섬과 해남도가 표시되어 있고, 중국 해안을 따라 구축한 조차지가 점처럼 박혀 있었다. 중국내륙은 아직 진출하지 못해서 공백지로 남아 있는데, 이 정도만 해도 어딘가.

중요한 건 항해를 할 수 있는 해도를 만드는 건데, 이만큼 정밀한 해안지도라면 충분히 제값을 하고도 남는다.

남쪽과 본토를 살핀 후엔 북쪽으로 시선을 올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동북방에 위치한 설주.

미래에는 블라디보스토크라 불리는 곳으로, 조선이 여길 차지한지 거의 십년 가까이 지나지 않았나.

사방으로 영역을 확장해서, 지금은 항카호 인근까지 완전히 조선의 강역으로 편입되어 도시와 연대주둔지가 만들어진 모습이었다.

설주 옆을 살펴보니 해안선만 표시되어 있고, 아직 사할린 섬이 보이질 않았다.

‘역시 동쪽으로 가는 건 무리였나? 하긴 굳이 갈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이쪽은 겨울이 길고 바다가 오죽 험한가. 측량을 위해서 쓱쓱 올라가 본 거지, 본격적으로 탐험한 건 아닌 모양이다.

‘하긴 민간에 풀린 배도 없는데, 저길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었을 거야.’

해도를 만든 건 택리부 관원과 해군들인데, 안 그래도 일거리가 넘쳐나는 이들이 굳이 사서 일을 만들지는 않았을 터... 우선순위에 밀려서 사할린까지 가보지 않은 모양이다.

이번엔 시선을 서쪽으로 돌리자, 공백지가 눈을 사로잡았다.

조선이 북방으로 진출했다지만, 아직도 미개척지는 넘쳐났다.

명목상으로는 요동 북쪽이 전부 조선땅이지만... 동시베리아는 당연하고, 아직 하얼빈까지도 진출을 못했다.

‘굳이 필요가 없으니까.’

조선이 필요한 건 사람이지 땅이 아니다.

만주 남쪽. 간도 일대조차도 제대로 개발을 못했는데, 혹한의 대지라 할 수 있는 북쪽지역을 굳이 고생해가면서 개발할 필요가 있나.

수지타산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서, 그냥 연대병이 순찰을 돌면서 유목민을 잡아오고 국경 표시만 하면 충분했다.

다만...

‘흐음? 생각보다 요서와 요동의 지도가 제대로 인데?’

연오랑은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꿈틀거리며, 지도에 시선을 집중했다.

조정에서 민간무역을 허가한 후로. 남방에선 배가 비싸서 외국으로 나가는 상단이 없었지만, 북방에선 몽골과 요동을 상대로 돌아다니는 중소상단이 존재했다.

이런 상단은 일정대금을 지불하고 호위라 할 수 있는 연대병과 함께 다녔으니, 택리부 관원이 거기에 껴서 기리고차를 끌고 다니는 게 문제될 리가 있나.

몽골인이나 요동인들은 기리고차의 존재조차 몰랐을 테고 말이다.

해서 요동 및 서북부지역을 조사하고 다녔는데... 눈앞의 지도는 무려 요동반도까지 자세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아국상단이 요동반도까지 가서 활동하진 않을 텐데...?”

“아국에 포섭된 요동상인이 은근히 많아서 말입니다. 씨를 뿌린 세월이 한참 지나지 않았습니까. 결실을 맺고도 남았지요. 아예 귀화를 하고도 요동지역에서 활동하는 상인도 있습니다.”

연오랑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누군가 재깍 대답을 늘어놨다.

‘흐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시대는 아직 민족성과 정체성이 강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요동인들 중에는 한족의 자부심이 깊게 박혀 있지 않은 이들이 상당수 있을 거고, 요동이 어찌되건 조선에 붙어서 잘먹고 잘살려는 이들도 부지기수 일 거다.

상인이라면 특히나 그럴 테니... 자기가 첩자 짓을 하고 있다는 걸,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내 걸음을 옮겨 상석에 자리하자, 다들 “어떠냐? 잘했지?”라고 칭찬을 바라는 눈빛을 뿌려댔다.

‘풉.’

이런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연오랑은 속으로 히죽 웃고 말았다.

“나를 빼놓고 이런 재미난 일을 벌였단 말이지?”

“다 대감을 보고 배운 것 아니겠습니까.”

“흐흐. 대감께선 남방에서 바쁘셨지 않습니까.”

‘이 자식이...’

연오랑은 웃음기 가득한 이순몽의 말에, 슬쩍 눈을 흘기고 말았다.

세월이 많이 흐르지 않았나.

돌격대장처럼 까불거리던 이순몽도, 이젠 경륜이 몸 밖으로 묻어날 정도로 원숙한 장군이 되었는데... 오랜만에 연오랑을 만나니 옛날로 돌아간 모양이다.

“계획이나 들어보자. 병력은 몇이나 동원할 생각이냐?”

연오랑이 본론으로 들어가자. 변검이라도 하는 것 마냥 다들 자세를 고쳐 앉고, 순식간에 진지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최윤덕이 대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젠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익숙해진 발표를 시작. 표와 도표가 적힌 큼지막한 족자를 넘겨가며 대답했다.

“먼저 육군은 8개 사단. 4만명 입니다.”

“4만이라... 착호군은 뺀 거겠지?”

“그렇습니다.”

‘많네... 진짜로 목숨을 걸 모양인데?’

지금 조선 육군은 5만명까지 불어난 상태.

이게 늘릴 수 있는 최대치로, 여기서 병력을 더 불리면 군비지출로 인해 경제 성장세가 꺾일 우려가 있었다.

어쩌면 “고작 5만이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 병력은 징집병이 아니라 최정예 상비군. 그것도 전원 중기병 아닌가.

예전 중앙군 갑사보다 실력과 무장이 뛰어난 병력이 5만명이나 있다는 거니... 원래 역사에선, 감히 꿈도 꾸지 못할 병력이지.

그 중에서 4만을 동원한다는 건... 대만섬, 해남도, 각 조차지에 나가 있는 병력을 제외한 모든 육군을 동원한다는 뜻.

“설주에 주둔하는 사단을 빼도 상관없나?”

“야인여진도 이제 얼추 다 흡수해서, 2개 연대만 남겨둬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음...”

‘드디어 여진족의 끝이 보이는 고만.’

연오랑은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참으로 길고도 긴 세월이었다.

야인여진은 구심점 없이, 야만적으로 살던 여진족을 부르던 명칭 아닌가.

당연히 연해주 일대에 마을, 부족단위로 떨어져 살았던 터라, 이들을 찾아서 잡아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항카호를 넘어 연해주를 남북으로 흐르는 우수리강 일대를 다 뒤지고 다녔어야 했으니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을 터... 항카호 일대에 완전히 정착한 이상, 야인여진도 슬슬 끝이 보이는 모양이다.

‘이제 남은 건 동시베리아에 사는 유목민들일 텐데... 그들을 지금 당장 전부 흡수하는 건 무리겠지.’

한줌도 안 되는 이들을 잡겠다고, 동토의 대지를 쑤시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야금야금 동북쪽으로 영역을 넓혀 가면 자연스레 만나게 될 것 같다.

“해군은?”

“3개 함대. 전함 40척을 동원할 계획입니다.”

“...”

‘이건 생각보다 적은데?’

조선이 남방으로 계속 영역을 넓혀감에 따라 해군은 그 수를 계속 불려나갔다.

총 병력은 육군보다 많은 10만. 그 중 1만 정도는 아직도 배를 받지 못해서, 육상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이 또한 늘릴 수 있는 최대치다.

전함이 오죽 비싼 물건인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병사들 개개인의 유지비가 육군기병에 비해 싸다는 점이었다.

나아가 해군은 어찌됐건 배를 타고 나가는 게, 곧 훈련이지 않나.

그렇다보니 온 사방을 싸돌아다니는 동안. 전함의 남는 공간에 짐을 싣고 무역을 해서, 야금야금 유지비를 충당하고 있었지.

‘더 동원을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남방과 일본 항로를 비워둘 순 없을 테니, 해군을 많이 동원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보급은...”

“이미 다 준비를 해놔서 문제없습니다.”

연오랑이 슬쩍 말을 흘리자, 황보인이 재깍 일어나서 환하게 웃으며 답을 던졌다.

‘하긴 뭐...’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연오랑은 시시콜콜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황보인은 초창기 착호군 시절부터, 행보관 역할을 자처해 뒷바라지를 해오지 않았나.

지금까지도 그 일을 계속해 왔고, 직급이 수직상승해서 군수부장이 된 상태. 어련히 알아서 잘 하고도 남을 인사다.

“그럼 걸리는 건, 화약인데...”

“화약도 문제없습니다. 대감.”

“...”

‘음. 저치도 뭐 문제없겠지.’

연오랑은 냉큼 답을 하는 최해산을 보며, 또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최해산과 함께 한 세월 또한 얼마인가.

화약제조청의 중요성과 덩치는 점점 불어만 갔고, 화약무기의 발전 또한 계속 이어져왔다.

가만히 있어도 직급이 계속 올라가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최해산도 변하기 마련.

자기 목이 달려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방탕하게 굴던 옛 시절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의 자식들 또한 군수부에서 나름 좋은 평을 받고 있었다.

“강남원정 이후로 꾸준히 비축해 놨고, 남주도 원정 때는 예상보다 소모가 훨씬 적었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햇수로 치면 거의 6년간 화약을 비축해 온 꼴.

비록 훈련에 사용한 양이 있긴 하지만, 전쟁 때처럼 마구 쏟아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거다.

“또한 올해부턴 황해도와 평안도, 남주도에서도 초석을 수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양이 예상보다 많습니다.”

“음...”

‘아. 이걸 잊고 있었네.’

연오랑은 깜빡 잊고 있던 게 떠올라, 속으로 자기 머리를 때렸다.

화약생산량은 오물수거기업의 수에 비례하고, 오물수거기업은 인구밀도에 영향을 깊게 받는다.

양전사업을 위해 남방에서 데려온 원주민이 십수만명이 넘어가고, 황해도와 평안도 또한 행정구역의 재편과 함께 도시가 확장되었을 터... 당연히 그들이 먹고 싸지른 오물이 엄청났겠지.

다만 초석은 몇 년 묵혀야 완성되기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 이제 드디어 똥흙에서 초석을 뽑아낼 수 있는 모양이다.

‘같이 시작한 남주도에서도 초석이 나왔으니까, 황해도와 평안도에서도 초석이 나오고 있겠네.’

“그리고... 지난 3년간 산동에서의 수입량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아... 남방 개척이라는 명분으로?”

“예.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최해산은 음흉하게 웃으며 답을 했고, 연오랑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갑자기 수입량을 늘리면 산동입장에선 “화약을 왜 늘리지? 전쟁하러 가나?”라고 의심할 것 아닌가.

실상 남방개척 때엔 화약을 얼마 안 썼는데... 이 핑계를 대고 그때부터 요동정벌을 준비해 왔던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며칠 전에 남주도에서 초석을 실은 무역선이 도착했습니다. 대감께서 진행한 일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 도착했다고?”

“예. 모르셨습니까?”

“...”

‘어라? 그게 진짜로 됐어?’

자기가 한 일인데도 모르는 연오랑을 보며, 최해산은 의아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지만... 연오랑은 진짜로 놀라고 말았다.

조선이 남주도를 집어삼키고 남방소국과 직접 무역을 시작하자, 연오랑은 남방소국 상인들에게 은근한 제안을 했다.

미래의 기억을 가진 그는 인도에 초석이 널려 있다는 걸 안다.

허나 거기까지 직접 가서 초석을 캐오는 건 불가능한 일. 안 그래도 바쁜데, 알지도 못하는 남방항로를 개척할 시간이 어디 있나.

해서 돈으로 해결했는데... 그 결실을 드디어 맺고 말았다.

‘하긴 거의 3년이나 걸린 거니까. 얼추 결과가 나올 때도 됐지.’

이 시기의 인도 및 남방소국은 화약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초석에 대해서 모르는 게 당연.

그가 남주도에 있을 때도 초석이랍시고 이상한 흙을 가져온 이들이 몇몇 있어서 내심 포기하고 있었는데... 딱 맞게 성공한 모양이다.

“품질은?”

“정제되지 않은 함토라서 양은 퍽 줄었지만... 품질은 좋더군요.”

“으음.”

“사실 그치들이 화약제조법을 아는 것보단, 차라리 이게 더 좋지 않습니까?”

최해산은 동의를 구하듯 주변을 둘러봤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보급도 문제없고, 작전 계획은?”

“우선...”

본론으로 들어가자, 최윤덕은 중앙탁자에 놓인 지도에 말을 하나씩 올려놓고, 진공경로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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