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의 주인공들 (2)
* * *
“뭐? 신인상에 장지훈?”
JNBC 16층 국장실.
김백동 국장의 눈썹이 올라갔다.
“예, 올 상반기를 혼자 끌지 않았습니까. 순둥한 연하남 컨셉으로 20대부터 40대 여성 시청자들에게까지 두루 어필을 했고요.”
기업의 한 해 마무리가 연말 정산이라면, 방송국의 마무리는 분야별 시상식이다.
제일 잘한 놈, 이쯤 하나 줘야 되는 놈, 안 받으면 안 될 놈이 전부 모인다.
“너 요즘 집에서 안 나와?”
“예? 아뇨.”
“그런데 장지훈을 밀어? 제정신이야?”
방송국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종결정은 국장이 하되 영향력 센 CP들의 픽이 올라간다.
남현수 CP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면서도 일단 우기고 봤다.
“장지훈 아니면 줄 사람도 없잖습니까? 기껏해야 뭐··· 박건? 근데 그 친구는 조연에 최고시청률도 딸려서······.”
국장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 새끼 이거, CP 달고 애들 부리더니 감 다 죽었네. 장지훈이 포텐이랑 박건 포텐이 비교가 돼? 시청률 하나만 따지니까 시상식이 천박하다느니, 돈 놓고 돈 먹기라느니 욕 처먹는 거야.”
남 CP는 내심 복장이 터졌다. 장지훈이 뜰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청춘드라마 덕분이고, 그 드라마를 연출한 건 자기 직속 후배의 식구다.
‘신인상 장지훈이, 딱 꽂아 놓으면 내년까진 아름다운 그림 나오는데······.’
후배 식구 챙겨주겠다며 큰소릴 치고 올라왔는데 웬 복병이 태클을 건다. 나종모, 그 근본 없는 놈팽이가 국장한테 약을 쳤나?
남 CP를 쳐다보던 국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걔들한테 뭐라도 받았냐?”
“아··· 아닙니다, 받긴 뭘요.”
“받지도 않았는데 머리에 총 맞았어? 지금 박건 주가를 봐. 연말 영화제랑 대종상, 내년 백상까지 쓸어먹을지도 모른다고 난리가 났어.”
‘또, 또, 그놈의 박건······.’
어디서 감독 하나 잡아다 뜬 주제에, 받는 대우는 아주 월드클래스 저리 가라다. 입이 댓발 나온 남 CP가 구시렁거렸다.
“그래 봐야 작품상 아님 각본상이잖습니까. 남우주연상은 어차피 못 받······.”
“야, 이 새끼야!”
기어이 생수병이 날아왔다. 잽싸게 피하자 물병은 국장실 벽에 걸린 목검을 요란하게 때리고 떨어져 굴렀다.
현역 시절, 물불 안 가리고 더러운 성미로 악명 높았던 김백동 국장의 샤우팅이 터졌다.
“다시는 우리 방송국 안 온다고 하면 어쩔 거야, 누구 앞길 막을 일 있어! 헛소리 작작 하고 연락이나 빨리 돌려!”
국장이 또 생수병을 집어드는 통에, 남 CP는 잽싸게 머리를 싸안고 도망쳐 나갔다.
“죄송합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
방송가 시상식은 축제다. 내부는 내부끼리, 외부는 외부끼리,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별들의 잔치.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영화제 등이 결코 같은 날 일정을 잡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혹시나 모를 빈정 상할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한 해 농사를 얼마나 잘 지었느냐다. 소위 ‘대박’ 작품이 많은 방송국은 흐뭇하고, 상대적으로 홈런을 덜 때린 쪽은 영 입맛이 아쉽다.
그런 면에서, 올해 JNBC 시상식은 어디 가서도 안 꿀리는 대잔치다.
“와, 오늘 가면 서울의 개 식구들 오랜만에 다 보겠다. 그치?”
상암동으로 달리는 길, 운전석의 박선이 기대에 차서 떠들었다.
뒷자리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세팅을 받던 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영화 찍은 뒤로 못 만났는데.”
“앗, 배우님! 움직이시면 안 돼요!”
쿠션을 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비명을 지른다. 거물이 된 회사 신인을 위해, 로만은 계약대로 풀코스를 지원해줬다.
지금 타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밴을 빼도,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에 의상들까지 다 합치면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값은 될 것이다.
박선의 눈이 룸미러로 향했다.
“그나저나 장난 아니다, 이번에 형 앵글 많이 잡히겠는데?”
첫 시상식인 만큼, 스타일리스트는 ‘헤메코’에 힘을 빡 줬다. 사제복 대신 새까만 수트에 베스트, 넥타이는 나비가 아닌 노멀로 멨다.
‘원래 이런 건 안 했는데.’
목을 감은 타이가 영 불편하다. 철왕국에서도 장신구 형태의 아티팩트는 걸리적거려서 잘 안 꼈는데, 중요한 날이니 참아야 한다.
“너도 오늘 멋있네.”
“헤헤, 공 팀장님이 잘 입고 가래서 신경 좀 썼어. 이런 날엔 매니저도 쫙 빠져야 배우 체면이 산다고.”
박선도 오늘은 후드티에 청바지가 아닌 미끈한 수트 차림이다.
스타일리스트가 서비스라며 머릴 좀 만져 줬는데, 사람이 달라졌다며 감탄을 연발하던 공기형 팀장이 사진까지 찍어갔을 정도다.
세팅을 마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운전석과 옆자리를 번갈아 보며 놀란다.
“두 분 다 인물들이 장난 아니시다. 특히 매니저님··· 이렇게 보니까 완전 아이돌 데뷔조 뺨쳐요, 그룹 입덕 막내상!”
“맞습니다. 사실 선이가 양보해서 제가 연기하는 거지, 원래는 둘이 반대였어요.”
“와, 정말요?”
“사실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공부만 했고 선이는 책가방 모델도 했었거든요.”
어쩐지 훈훈하더라니···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눈이 방금 전보다 더 휘둥그레졌다.
“대박··· 이거 어디 가서 말해도 돼요?”
“안 돼요, 그거 엄마가 시켜서 한 거라고! 사람 놀리는 거 아냐!”
*
상암동 JNBC 사옥.
차가 막혀서 예정 시간보다 도착이 늦었다. 이제 십 분쯤 뒤면 가벼운 리허설 후 라이브 시상식이 시작이다.
“어, 건이 씨!”
홀에 들어와 자리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형! 여기예요, 여기!”
큼직한 원탁에 서희도 배우와 나종모 PD, 은희욱 작가가 앉아 손을 흔들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와, 진짜 오랜만이다. 어떻게 전보다 더 잘생겨졌지?”
“우리 건이 씨는 원래 잘생겼었어. 근데 살이 왜 이리 빠졌대, 거기 촬영장에서 감독이 굶겼나.”
나종모 PD가 힘차게 손을 잡아 흔든다. 오늘은 개량한복 대신 수트 차림의 은희욱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용 배우님도 거의 다 왔대요. 오늘 차가 엄청 막히나 봐요.”
“예, 도로에 차가 많더군요. 선이가 운전을 잘해서 빨리 왔습니다.”
“와··· 건이 형 동생 자랑, 촬영장에서 맨날 들었는데! 이것도 오랜만이다. 그죠, 작가님?”
“희도 씨, 그게 문제가 아냐.”
서희도의 말을 가로챈 나종모 PD가 구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제 박 배우가 멀어져 버렸다는 게 문제지. 내가 새로 작품 들어간다는데 혼자 영화나 찍으러 가고··· 안 그래도 충무로 배신잔데, 건이 씨까지 가 버리면 난 외로워서 어떡하냐고!”
“피디님, 걱정 마세요. 저는 항상 나종모 사단의 일원입니다.”
“이리 와요, 희도 씨!”
둘은 무슨 이산가족처럼 부둥켜안았다. 그 꼴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은희욱 작가가 폭로했다.
“죄송한데 피디님. 희도 씨도 내년 여름쯤 크랭크인 들어가요, 우영준 감독 신작으로.”
나종모 PD는 배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서희도에게서 떨어졌다.
“이··· 이··· 배신자들······!”
곧이어 용준상과 백장협까지 도착해 ‘서울의 개’ 테이블은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새로 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은희욱 작가가 박건의 옆으로 와 축하를 건넸다.
“정말 축하해요, 영화 재밌게 봤어요.”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아니었으면 거기 출연할 일도 없었을 겁니다.”
“나 때문은 무슨, 희도 씨 시나리오가 주인 잘 찾아간 거죠.”
“그 전에 절 스카웃해 주셨잖습니까. 직접 집까지 찾아오셔서요.”
은희욱은 감회 섞인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사실 그때, 내가 안 잡았더라도 박건 씨는 언젠가 데뷔했을 거예요. 우리 노 대표님도 눈이 좋기로 소문나서.”
“안 그래도 최근에 회사에서 뵈었습니다. 여전히 좋아 보이시던데요.”
둘은 마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박건 씨도 좋아 보여요, 예전보다 훨씬. 그때는 무슨 용병 같았는데······.”
말을 잇던 은희욱 작가가 갑자기 눈을 비볐다.
“아니, 쟤가 왜 와?”
건이 돌아서자, ‘서울의 개’ 마지막 배우가 걸어오고 있었다. 은회색 이브닝드레스 차림의 진지유는 사뿐사뿐 걸어와 인사했다.
“늦었죠? 다 와 계셨네요.”
어깨와 윗가슴이 드러난 디자인에, 하늘거리는 천은 등이 시원하게 파였다. 분명 노출도가 높은 건 아닌데 타고난 피지컬이 문제다.
이미 주변 배우와 관계자들의 시선은 이쪽 테이블로 꽂혀 있다. 은희욱이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이분은 매번 깜짝 등장이시네? 오늘 시상식 온다고 말도 안 하더니.”
“안 간다고도 안 했죠. 오랜만에 JNBC 사옥 공기 좀 맡으러 왔어요.”
상냥하게 대꾸한 진지유가 고개를 돌렸다. 찰랑이는 단발 아래, 얇은 십자가 모양 목걸이가 흰 피부에 얹혀 빛난다.
“겸사겸사, 우리 회사 동료도 볼 겸.”
*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젊은 감각, 트렌디한 흐름을 원하는 JNBC답게, 연기대상도 풍성하게 진행되었다.
대세 래퍼가 공연을 하고, 해외 콘서트를 마치고 돌아왔다는 걸그룹이 특별무대를 선보였다.
무대를 내려갈 때 멤버 중 머리 긴 한 명이 꾸벅 배꼽인사를 했는데, 어디에 한 건지 애매했다.
의문은 같은 회사 선배가 풀어주었다.
“퍼핑돌즈예요.”
“예?”
몸을 기울인 진지유가 속삭였다.
“우리랑 같은 회사 아이돌요. 그래서 이쪽 보고 아는 척한 거예요.”
“아, 전 알고 있었습니다.”
“···거짓말. 솔직히 소속 배우들도 이름 다 모르죠?”
“진지유 씨, 최필립 씨, 백하니 씨··· 대표님이랑 본부장님이랑 홍보팀장님도 압니다.”
“······.”
진지유가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표정으로 물잔을 드는 동안, 테이블 저쪽에서는 나종모와 서희도가 투닥거렸다.
“아니, 지유 씨가 내 자릴 뺏었다니까? 내가 오징어 되는 거 감수하면서 건이 씨 옆으로 붙어 준 건데······!”
“피디님, 같은 회사잖아요. 억울하면 로만에 크리에이터, 뭐 이런 걸로 입사하세요.”
“쉿, 다음 순서 시작해요!”
본격적인 수상이 이어졌다. 팀 단위 조연상과 청소년 연기상이 발표되고, 용준상은 무슨 신스틸러상인가를 받았다.
무대 위를 다녀온 용준상이 쓴웃음을 지으며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최우수연기상은 꿈도 안 꿨는데, 우수연기상도 안 주겠다는 얘기네. 먹고 떨어지라고 미리 안겨 놓는 거 보면.”
부러운 눈빛으로 트로피를 바라보던 서희도가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았다.
“저는 뭐든 받았으면 좋겠어요. 무슨 상이든 하나만 받아 가면 대표님이 우리 멤버들 다 해외로 휴가 보내준댔단 말이에요.”
“노려봐. 베스트 캐릭터상인가? 뭐 하나 신설됐다고 PD가 그러던데.”
베스트 캐릭터상은 다른 배우에게로 돌아갔다. “안 돼!” 좌절하는 서희도를 주변에서 격려하는 사이, 공로상에 나종모 PD의 이름이 호명됐다.
“뭐야? 내가 왜?”
어리둥절해하는 나종모 PD를 다 같이 떠밀어서 무대로 올려보냈다.
“나종모 멋있다!”
“잘생겼어요, 피디님!”
‘서울의 개’ 테이블의 지원사격 속에서, 나 PD는 노련하게 소감을 말했다.
“한 것도 없는데 공로상이라니, 소처럼 일해서 JNBC 건물 한 층 더 올리라는 뜻으로 알고 더 뛰겠습니다. 우리 ‘서울의 개’ 팀원들, 대작가와 명배우들, 무시무시한 괴물 신인까지··· 전부 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1부가 끝났다.
잠시 송출이 멈추고 쉬는 시간. 막간을 틈타 주변 배우들과 잡담이 오갔다.
“이종희입니다. 영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박건이라고 합니다.”
“아, 옆에 지유 씨도······.”
“저도 여기 특출이었거든요. 피디님이랑 작가님한테 떼써서 놀러왔어요.”
몇 마디씩 말을 걸던 배우들이 다시 자기 테이블로 돌아갔다. 다시 스탠바이가 나오기 전, 옆자리의 진지유가 짐짓 앓는 소리를 한다.
“유망주 옆에 있으니까 억울하네요. 다들 이쪽만 보느라 저는 관심도 없고.”
“다 진지유 씨한테 인사 한번 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같은 회사인 저를 활용하는 거죠.”
입술을 달싹거리던 진지유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신인상 소감 준비했죠?”
“받을지 안 받을지도 모르는데요.”
“받아요. 못 받으면 제 옛날 곡으로 저 앞에서 춤이라도 출게요.”
진지유의 자신 있는 장담은 맞아떨어졌다.
“신인상 수상자, 박건!”
MC를 맡은 원로배우가 호명했다. 박건은 무대로 올라가 꽃다발과 트로피를 받아 마이크 앞에 섰다.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생이 귀띔해 준 바, 수상 소감은 한 번밖에 없으니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라고 했다. 아래쪽에서는 ‘서울의 개’ 팀이 전부 일어나 <흑의사제 천만 기원>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
“은희욱 작가님, 나종모 PD님, 고생해 주신 현도균 무술감독님과 김정남 촬영감독님, 그리고 말친과 상철 씨와 윤구 씨······.”
무술감독 등 스탭은 물론, 단역 엑스트라에 보조 출연자까지 읊는다.
방청권을 받아서 온 옛 동료들은 가족이 상을 탄 얼굴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나 PD님, 불러주시면 간다고 하곤 영화를 찍으러 가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못 지킬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
기어코 웃음이 터졌다. 배우라면 쉽게 하기 힘든 말이지만, 일반인 출신에 박건의 아우라가 겹치자 이 또한 컨텐츠다.
“이렇게 좋은 날, 과분한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박건의 데뷔 초기 모습만 보았던 관계자들은 내심 놀랐다.
저렇게 말을 잘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소속사에서 대본이라도 써 준 건가?
“박열호 전 소방장님, 한영주 여사님, 박선 매니저님, 모두 보고 싶습니다. 더 감사한 분들께는 개인적으로 메시지 드리겠습니다.”
언변이 수상하게 늘긴 했지만,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무덤덤한 표정은 여전하다. 무대 앞쪽에 앉아 있던 여배우 하나가 중얼거렸다.
“얼굴 때문에 그런가, 무표정으로 저러니까 더 재밌네······.”
*
“형······!”
무대 뒤쪽, 조명이 안 닿는 곳으로 내려오자마자 박선이 달려와 부둥켜안았다.
“고마워, 네가 고생 많았다.”
“고생은 무슨 고생이야, 축하해!”
동생한테서 겨우 빠져나와 테이블로 가자 2차 폭격이 기다렸다.
“우리 건이 씨, 밀양 박씨의 자랑! 나주 나씨의 자랑이랑 포옹 한번 합시다!”
“형, 내가 된댔죠? 신인상을 형 말고 다른 사람이 받으면 그거 로비라니까.”
“축하해요. 가는 김에 최우수 연기상까지 먹어 버립시다, 신인은 동시수상 가능하댔으니까.”
나종모와 은희욱, 서희도에 용준상까지 격한 포옹을 하고 나자 진지유가 꽃다발을 건넸다.
“제가 뭐라고 했어요. 무조건 받는댔죠?”
“아쉽군요, 선배님 특별공연을 봤어야 하는데.”
“그럼 저 창피해서 은퇴할 거예요. 소속사 식구 쫓아내도 괜찮겠어요?”
건은 신입답게 정정했다.
“생각해보니 안 되겠네요. 이번만 받는 걸로 하겠습니다.”
웃음을 터뜨린 진지유는 한 발짝 다가왔다. 가볍게 팔을 벌리는 제스처, 방금까지 동료들과 했던 우정의 포옹이다.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요.”
키가 큰데다 워낙 높은 힐을 신어서, 얼추 눈높이가 맞는다. 건은 허리를 살짝 굽혀 등만 짧게 포옹했다.
피부와 피부가 맞닿을 때, 귓가에 나직한 목소리가 스쳤다.
“스캔들 엄청 신경 쓰시네요, 오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