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76화 (76/122)

백정, 이천인 (2)

* * *

촬영 나흘째.

늦은 점심을 먹고, 꿀맛 같은 한 시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핫팩을 하나씩 쥔 배우들이 세트장 한쪽의 천막 안에 둘러앉았다.

모인 면면을 보면 역시나 주연들이다. C&J의 이동수와 조현아를 주축으로, 붉은매 엔터의 오민우, 라인서스의 주영도와 박은예 등 젊은 축들이 모여 한담을 주고받는다.

본래 현장이라는 것이 그렇다. 꼭 같이 찍는 씬이 없더라도 오며가며 안면을 트고 밥도 함께 먹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친해지게 된다.

“이동수, 할 만 해?”

웃음기 섞인 조현아의 질문에 이동수가 엄살을 떨었다.

“그냥 죽겠죠, 뭐. 이래서 장거리 뛰는 드라마는 두 배로 빡센가 봅니다. 일주일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뒷목이 저리니 원······.”

다른 일정이 없다면 제작진들처럼 달방이라도 잡고 눌러앉겠으나, 연예인이라는 직업상 스케줄을 딱 하나만 하기가 어렵다.

광고, 미팅, 기타 촬영을 전부 취소하고 부여에만 박혀 있을 순 없는 것이다.

경성독립군의 젊은 대장, 이정녕 역할을 맡은 오민우가 거든다.

“그래도 현장 진도가 팍팍 빠지니까 분위긴 좋네요, 직전 작품에서는 난리도 아니었거든요.”

“아, 민우 씨 나왔던 그 로코? 난 재밌게 봤는데 뒷사정은 몰랐네.”

“말도 마세요, 쪽대본이 3화부터 터져서··· 작품 찍는 동안 대사 외울 시간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어요. 드라마가 아니라 암기과목 시험인 줄 알았다니까요.”

웃음 섞인 이야기꽃이 핀다. 촬영장에서 할 얘기랄 게 결국 작품뿐이라, 어제 찍은 씬과 오늘 찍을 씬들이 주된 화제다.

그 중에서도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당연히 제일 잘 한 사람들이다.

“와, 근데 박건 씨는 장난 없긴 하더라. 연기력이 어떻게 저리 한결같이 살벌하냐.”

“영화 갔다가 로코 찍고, 또 바로 시대극으로 온 거라면서?”

“저도 놀랐어요. 영화에서도 그만큼 잘생겼었는데, 그게 알고 보니 화면빨 겁나 안 받은 얼굴이었다니······.”

“액션은 또 어떻고. 도종우 무술감독님이 아주 그냥 혀를 내두르셨잖아, 칼질이고 주먹질이고 뭐 손을 못 대겠다고.”

어제, 박건이 맡은 이천인의 첫 액션 시퀀스가 촬영되었다.

백정탈을 쓴 괴인(怪人)이 경성독립군 단원들을 때려눕히는 씬이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박건표 액션’을 직관한 이들 모두가 경악했다.

특히 본국검법, 조선세법을 포함해 전통 무예에 일가견이 있는 도종우 무술감독의 눈이 그야말로 뒤집어졌다.

‘아니, 예도를 무슨 목검 휘두르듯이··· 박 배우님, 혹시 조선시대 무사가 환생한 겁니까? 그럼 드라마 관두고 나부터 좀 사사해 주십쇼.’

‘죄송합니다. 제가 조선시대엔 못 가 봐서요.’

거기다 대사는 또 어떤가.

이런 시대극은 사극이랑은 다른 어조로 대사를 쳐야 한다. 너무 예스러워도 고루하고, 반대로 현대적이면 배경에 안 맞고 튀기 때문이다.

물론 영도은 작가의 대사들이 현대와 근대의 접점에 절묘하게 걸친 것은 맞다.

다만 그 대사들을 상황별로 강약에 맞게, 실제 경성의 저잣거리를 경험한 개화기인처럼 표현하니 놀랍기 그지없는 것이다.

이동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대사도 대사인데 그 포스가 너무 부러워요. 가면 쓰고 연기할 때는 무슨 걸음걸이부터 맹수 같다니까요, 몸 쓰는 걸 배워야 하나?”

“이동수 배우님, 시간 아끼세요. 고양이가 레슨 받는다고 호랑이 안 되니까.”

조현아의 충고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솟는다. 한솥밥 먹는 식구이자 데뷔 때부터 친했던 선후배기에 가능한 농담이다.

이동수도 웃음을 꾹 참으면서 짐짓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왜요, 살쾡이 정도는 될 수 있지. 열심히 발톱 갈아서 백정장군 시청률에 기여할 겁니다. 이 멤버가 모였으니 30%는 찍어 봐야죠.”

“하긴··· 이대로만 가면 진짜 영 작가님 역작 하나 나오는 거 아냐?”

“하이페리온이 다음 주 방영인데, 듣기론 두바이에 괌까지 가면서 로케 자랑질을 해 댄다더라고요. 문한빈이랑 기은서는 SNS로 대놓고 시청률 구걸 중이고.”

“괜찮아, 우리도 원투펀치 짱짱하잖아. 살짝 호흡이 안 맞아서 그렇지.”

누군가 던진 말에, 일순간 분위기가 묘해졌다.

백하니의 얘기다.

연기력이야 정상급이고 애티튜드도 흠잡을 데 없는데, 동료의식이라는 놈만 도통 보이질 않는다.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차에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오케이가 나오면 무표정하게 다음 연기를 기다리고, 씬이 끝나면 저 말만 남기고는 촬영장 입구에 대 놓은 밴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항상 일찍 도착해서 NG 한 번 내지 않는 것은 박건과 같지만··· 원체 얼음벽을 치다 보니 그조차도 비인간적으로 보인달까.

“뭐··· 실력이야 출중하니 좋긴 한데, 저렇게 두 명이 같은 회사라니까 참 묘하네. 자꾸 비교가 된단 말이야.”

중견 조연의 말에 모두가 끄덕거린다. 박건이 촬영장의 ‘슈퍼맨’임은 이제 한 컷짜리 엑스트라도 아는 사실이다.

여기서는 촬영팀이 트랙 까는 작업을 돕더니, 저기서는 조명팀을 도와 장정 셋이서 들기도 버거운 장비를 홀로 나른다.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셔서요. 같이 하면 빨리 끝나잖습니까.’

메인 남자주인공이 솔선수범해 현장을 누비니, 하릴없는 남자 배우 중 몇몇도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돕겠다며 나섰다.

마치 작중에서 이천인이 설립해 이끌 독립투사 조직··· ‘희광이(백정)패’처럼.

“근데 박건 씨는 어디 갔대. 아까 밥은 같이 먹더니, 또 촬영팀 도와주러 갔나?”

“어··· 방금 저쪽으로 지나가던데요. 손에 커피 두 개 들고.”

이곳에서 가장 어린, 막내 조연이 대답하자 배우들의 표정에 의아함이 번졌다.

“촬영장 바깥에, 백하니 차 있지 않나?”

*

대본을 옆자리에 던진 백하니가 팔짱 낀 채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룸미러로 보며, 로드매니저 문성훈은 잠깐 고민한다.

‘···오늘도 무슨 일은 없겠지?’

촬영이 시작된 이후, 백하니의 루틴은 판에 빼다 박은 것처럼 똑같다.

이동 중 밴 안에서 시나리오 점검.

현장에 도착하면 그날 찍을 대본을 촬영 전에 몇 차례 확인.

저 두 패턴이 무한정 반복된다.

잠시 쉴 때조차 그 흔한 스마트폰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로 명상에 잠긴다. 명상인지 그냥 졸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여배우들이 저런가? 전에 맡았던 연예인들은 다 휴대폰을 끼고 살던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배우는 처음이다. 유준일 실장에게서 ‘뭘 하든 그냥 내버려 둬라’는 당부를 듣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다음 촬영까지는 여유가 남은 시각. 문성훈이 커피라도 드시겠냐고 물으려던 때였다.

“별 얘기 없어요?”

백하니의 입이 열렸다.

“예? 어떤 얘기 말씀이십니까?”

“작감이나 촬감한테요. 백하니 너무 싸가지가 없는 거 아니냐, 촬영 끝나고 좀 어울려 달라, 이런 얘기 안 나왔냐고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매니저들 사이에서 좋은 얘기가 돌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즉답을 못 하고 입만 뻐끔거리자 백하니는 태연히 감았던 눈을 떴다.

“거기까진 아니었나 보네. 됐어요, 대충 알겠으니까.”

“아닙니다. 제가 잘못 알아들어서······.”

“신경 안 써도 돼요. 너무 심하다 싶으면 적당히 맞춰 주려고 했던 거라, 대표님한테 또 잔소리 안 들어먹을 정도로만요.”

어조는 평온하지만, 저러다 급발진하는 것이 그가 맡은 여배우가 아니던가.

‘성질도 성질인데, 눈치가 무슨······.’

문성훈이 진땀을 흘리는데 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급히 차창을 내리자 흰 두루마기 차림의 박건이 운전석 옆에 서 있었다.

“바··· 박 배우님!”

부르기도 전에 뜨거운 커피가 유리창으로 넘어온다.

“안녕하십니까, 매니저님. 혹시 백하니 씨 안에 있습니까?”

“···있어요, 왜요.”

시큰둥한 목소리와 함께, 뒤쪽 차창도 내려가며 백하니의 얼굴이 드러났다.

박건은 고개를 까딱 숙이더니 물었다.

“볼일이 있어서요. 제가 들어가는 게 낫겠습니까, 아니면 나오시겠습니까?”

“들어오긴 어딜··· 아니, 거기다 비도 안 오는데 우산은 왜 쓰고 있어요?”

박건은 들고 있던 파라솔만한 우산을 손 안에서 빙그르르 돌려 보였다.

“선이한테 말해서 연출팀 양산을 빌렸습니다. 계속 밴에만 들어가 계시길래, 햇볕을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요.”

무슨 영국 왕실의 공주도 아니고, 누가 저런 양산을 쓰고 다닌단 말인가.

입술을 깨문 백하니가 목소릴 낮췄다.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죠? 나 쪽팔리게 만들어서 촬영장에서 쫓아내려고.”

“동료한테 그런 짓을 왜 합니까. 그리고 저도 창피한 건 싫어합니다.”

대꾸한 박건은 본인의 말을 정정했다.

“아, 사실 크게 신경은 안 쓰는데··· 좀 웃었으면 좋겠다 싶긴 했네요, 백하니 씨가.”

“······.”

이렇게 나오면 또 할 말이 없어진다. 문성훈이 상황을 파악하려 열심히 눈을 굴리는 와중, 백하니가 퉁명스레 말했다.

“용건이나 말해요. 그딴 거엔 자존심 상해서 못 웃으니까.”

“아, 용건.”

박건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두루마기 허리춤을 뒤졌다. 손에 들려 나온 것은 새끼줄에 묶인 ‘백정장군’ 오늘자 대본이었다.

“오늘 첫 호흡인데, 대사나 맞춰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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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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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분 뒤, 다시 세트장으로 돌아온 박건에게 이동수가 슬그머니 붙었다.

두 살 어린 이동수는 박건을 형님으로 부르고, 박선과도 친구처럼 지내는 촬영장의 마당발이었다.

“형님, 백 배우님한테 다녀오셨다면서요. 무슨 얘길 하신 거예요?”

“별말 안 했습니다.”

“에이, 힌트 좀 주세요. 저희는 소속사까지 달라서 도통 말할 엄두가 안 나니까, 연기고 뭐고 의논을 못 하겠어요. 저보다 다른 배우들이 더 답답해한다구요.”

실제로 그렇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또 며칠간 계속 나오던 얘기가 아닌가.

더군다나 백하니의 배역, 송이설은 극의 중반까지 박건과 함께 찍는 씬보다 다른 배우들과의 합이 훨씬 더 많다.

배우는 카메라 돌아갈 때만 연기를 잘 하면 된다지만, 무려 20부작짜리 대장정을 시작했는데 교류가 없으니 속이 터질 노릇이다.

그때, 박건이 돌연 걸음을 멈췄다.

“그 얘길 했습니다.”

“예?”

“이제 우린 같은 팀이니까, 필요할 때는 대화도 좀 나누자고요. 그렇게 월급 받는 용병처럼 겉돌지 말고.”

이동수는 눈을 끔뻑거렸다. 답답한 마음에 총대를 멘 거였지, 정말로 그 얘길 하고 왔을 줄은 몰랐던 탓이다.

“그리고 아마, 먼저 말을 걸면 작품에 대한 건 잘 대답할 겁니다. 다른 분들한테는 동수 씨가 적당히 전해 주세요.”

박건이야 상대가 고양이든 외국인이든 최고의 시너지를 뽑는다지만, 똑같이 연기 괴물일지라도 상대 배역에게 끼치는 영향은 다르다.

궤를 나누자면 백하니는 전형적인 독불장군 타입. 힘을 주고 뺄 곳만 조율해도 훨씬 연기가 편해질 것이다.

“와씨, 역시 우리 형님이네. 조 여사랑 다른 선배님들께도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이동수는 밝아진 얼굴로 자리를 떴다. 말 많고 까불대는 성미지만,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꼭 필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군대의 사기를 올리는 것은 저러한 전령이기에.

제작진 캠프로 가다 말고, 박건은 문득 백하니의 밴이 있을 촬영장 초입을 바라보았다.

담백한 단상이 툭 튀어나왔다.

“저쪽도 어딜 다녀왔나, 엄청 서투네.”

*

C&J 사옥, 콘텐츠본부장실.

양복 입은 중년 남성들이 진규일 본부장과 악수를 나누며 일어선다.

“유익한 만남이었습니다. 또 뵙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차관님 쪽에, 근시일 내로 연통을 넣겠습니다.”

“그래 주신다면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오늘의 만남은 썩 유의미하게 끝났다. 문체부와 방통위의 거물들이 사무실을 나간 뒤, 등 뒤에 배석했던 조병길 팀장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본부장님.”

“늙은이들 비위 맞추는 일에 고생은 무슨. 졸린 걸 참느라 혼났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방금 전 미팅에 그만큼 심력을 소모했다는 방증이다.

이마를 닦아낸 진규일이 다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조 팀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부여 쪽은 더 컨트롤하지 않으셔도 괜찮겠습니까?”

“거긴 이미 주사위를 던졌어. 여기서 뭘 하려고 해 봐야 어깃장이야.”

“하이페리온 측에서 계속 잽을 던집니다. 고증이든 연기력이든, 작품 내외에서 흠 하나만 잡힌다면 전력으로 물어뜯을 겁니다.”

진규일의 미간이 좁아진다.

부여··· 지금쯤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이겠지만, 그쪽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기껏해야 특별 TF를 꾸려 박건의 요청을 수행하는 정도.

C&J이, 또 CVN이 칼을 뽑아든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전쟁통 한가운데다.

검토할 서류는 매일같이 쌓이고, 만나고 떠보고 설득해야 할 사람도 그만큼 많다.

거기다 연예기획사에 방송채널, 자체 OTT 출범이며 각 계열사들의 마케팅적 운용까지 홀로 진두지휘해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고작 이것들로 버거울 리가.’

이 정도는 아직 전초전에 불과하다.

첫째도, 둘째도 아닌 셋째가 승계에 명함이라도 내밀려면 수없는 전투를 거치며 자신의 이빨을 증명해야 한다.

‘덜 쓴 돈이 아쉽긴 해도··· 값비싼 재료라고 꼭 좋은 요리가 나온다는 법은 없지.’

조병길 팀장의 염려는 충분히 안다.

‘하이페리온’에 비해 부족한 ‘백정장군’의 제작비를, 로만 외에 더 끌어오지 않은 출연진의 라인업을 걱정하는 것이다.

물론 박건과 백하니를 포함해 더 많은 배우들을 데려올 수도 있었다.

맞상대인 KBC의 외부투자사, DG와 조이너스를 다 합쳐도 자금력으로는 이쪽이 우위인 터.

700억, 800억··· 나아가 1000억 규모까지 제작비를 쏟아 넣지 않은 이유는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첫째는 자존심, 둘째는 명분의 문제다.

어쨌든 저쪽도 둘, 이쪽도 둘이 싸운다. 로만과 C&J, DG와 조이너스. 이 2:2 구도에서 또 동맹을 참전시킨다면 명분이 약해지고 만다. 압도적인 제작비로 찍어눌렀을 때도 비슷한 잡음이 생긴다.

승리만큼 중요한 것이 승리하고 난 뒤 얻는 명예임을, 지난 평생을 두 형과 경쟁하며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저 비장의 무기, 부여에서 분전 중일 동창의 역할이 막중한 것이다.

진규일은 주전자를 들어 빈 찻잔에 뜨거운 물을 따랐다. 흰 김이 한 치 앞을 모를 물안개처럼 퍼져나갔다.

“한번 지켜보자고. 누구 목이 먼저 썰릴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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