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직 용사는 천만배우-85화 (85/122)

언더독의 반란 (5)

* * *

돌아온 월요일.

‘하이페리온’ 촬영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기은서는 톡 건드리면 터질 미친년처럼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돌아다니고, 나머지 주연들도 평소보다 표정이 확연히 굳었다.

불쌍한 것은 주연의 눈치를 보는 조연 및 단역들만이 아니다.

병서한 PD가 보이는 사람마다 잡아다 먼지 나게 두들기는 통에, 스탭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숨어 다니는 중이었다.

“야, 이 새끼야. 내가 에덴타워 95층 이상은 미리 허가 따야 된다고 했어, 안 했어?”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튀어가. 딱 사흘, 그 안에 같은 일정으로 섭외해 오는 거 아니면 현장은 얼씬댈 생각도 하지 마!”

가슴을 푹푹 찌르던 손이 급기야 울상이 된 조연출을 떠밀어 자빠뜨린다.

갈등을 조율하고 현장을 수습해야 할 감독부터 저 발광을 떠니, 배우들의 스트레스는 풀리기는커녕 점차 쌓인다.

그리고··· 인간은 대부분, 제 감정을 본인보다 약한 이에게 푼다.

“뭐, 시청률을 따라잡혀? 우리가?”

이번에는 기은서다.

발소릴 죽여 가며 촬영장을 돌더니만, 조명팀 스탭들이 저희끼리 하던 잡담을 엿들은 모양이었다.

“그럼 니들이 백하니처럼 연기를 하든가, 조명 밑에서 쓰러지면 한빈이 오빠가 딱 구해 줄 거 아냐? 스탭이면 스탭답게 배우한테 보탬이 좀 돼 봐, 몸도 못 쓰는 밥버러지들아.”

표독스러운 폭언에, 스탭들은 죄송하다는 말도 못 꺼내고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다.

전에는 예의를 지키는 척이라도 했다면 지금은 숫제 막말이다. 반쯤 뒤집힌 기은서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진다.

“왜? 너네도 인스타에 올리려고? 그럼 나도 올릴 거야. 우리 드라마 망했다면서, 촬영장 배우들 연기 좆같다면서 뒷담 깠다고. 그러고는 정신과 입원해 버리면, 누구 편이 더 많을까?”

“······.”

발작버튼을 뽑아 버린 미친년을 보면서도, 촬영장의 수많은 사람들 중 말리는 이는 없다.

그들이 이기적이라서가 아니다. 현장에서 이 정도 일은 다반사기 때문이다.

기은서 급의 배우라면 뜬금없이 멱살을 잡아도 참아야 할 판에, 실수까지 했으니 중재고 뭐고 포기한 것이다.

“아침에 커피를 안 마셨나 봐요, 은서 씨가.”

그 와중, 주연 셋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흥미롭게 지켜보던 안미립이 말하자, 문한빈은 시계를 확인하곤 대꾸했다.

“삼 분만 있다가 말릴 거야. 누가 녹음하고 있을지도 몰라서.”

“에이, 그거 공개하면 내용증명 무더기에 피해배상까지 왕창 물 텐데?”

“이 바닥 뜰 각오로 던질 수도 있지.”

“하긴··· 요즘 코디나 매니저들 중에도 또라이가 많긴 많으니까요.”

두 사람이 무슨 얘길 하든, 강영웅은 스탭용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 주식창만 들여다본다.

“그나저나, 그 영상 진짜일까요? 오빠 생각은 어때요?”

톡, 토독, 팔짱 위를 두드리던 문한빈의 손가락이 잠시 멈춘다.

‘백정장군’이 공개한 10여 초 분량의 촬영 필름에서, 박건은 한순간 앵글 밖으로 이탈했다.

카메라가 다시 찾았을 때는 이미 백하니를 안은 채 안전한 곳에 있었고. 모르는 이가 봤다면 특수효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잘 모르겠는데.”

“에이, 우리 중에 오빠 짬이 제일 높잖아요. 그래도 헐리우드 출신이면서.”

문한빈은 꽥꽥 소리치는 기은서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예쁘고 어린, 조이너스의 여배우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다.

‘···조이너스 년놈들은 이게 문제야. 생글생글 쪼개면 무해해 보인다고 생각하나.’

영상이 진짜냐고? 말할 가치도 없다. 당연히 그 필름은 조작이 아니다.

이미 DG 내부의 특수효과 팀에, 외부 전문가까지 연락해 검증을 거쳤다. 로만 놈들이 장난질을 쳤다면 진즉 망신을 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문제지.’

그냥 피지컬 좋은 배우인 줄만 알았더니, 숫제 인간을 뛰어넘은 신체능력 아닌가.

그는 아직 그날, 자르마니 행사장에서 느꼈던 감각을 잊지 못했다.

-치사하게 몰려와서 사람 괴롭히지들 말고.

박건이 말한 순간, 목뒤의 솜털이 바짝 곤두서며 손발이 차가워졌다. 철없을 적··· 약에 취해 박스터를 타고 해안도로를 밟다가 화물트럭과 마주쳤을 때의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못 느꼈다고 했는데.”

안미립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응? 뭘 못 느껴요?”

“아, 딴 생각 좀 하느라.”

다소 아쉬운 기색의 안미립을 내버려 두고, 문한빈은 걸음을 옮겼다.

그때까지도 강영웅은 스마트폰에, 기은서는 조명팀 고참까지 불러 삿대질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쯤 됐으면 전 스탭이 칼을 갈 터. 슬슬 말려야 촬영장 분위기를 적당히 유지하면서 그의 이미지는 지킬 수 있다.

‘비싼 입, 알아서 줄어 주면 좋지.’

강력한 라이벌은 오늘 밤, 변동근 대표와 만나서 논의할 화제다.

*

장사의 희비란 늘 상대적이다.

이쪽이 잘 되면 저쪽이 시들고, 한쪽이 초상집이면 다른 한쪽은 반대로 잔칫집 분위기라는 소리다.

당연히, 지금의 잔칫집은 ‘백정장군’ 쪽이다.

“요즘 하이페리온 기사 뚝 끊긴 거 봤어요? 병서한이 그놈, 이젠 자기 페이스북에다가도 더 똥 안 싸지르더라고.”

“뭐 할 말이 있겠냐? 그나마 배우들만 필사적으로 유튜브 틀고 심폐소생하더만. 팬들한테 숨 좀 붙여 달라고 애원하는 꼴이야.”

“어이고, 어림없지. 지난 방송에서 우리가 얼마나 이겼더라?”

“최고시청률은 0.7%, 평균은 0.3%요. 다음 주 방영분에선 아마 더 치고 나갈 거예요.”

촬영팀과 조명팀 고참들이 신명나게 적군을 까고, 시청률 지표를 싹 외운 막내들이 선배의 흥을 돋운다.

저편에서는 무술에 촬영, 미술과 총감독 등 감독들끼리 모여 담론이 한창이다.

박건의 미친 퍼포먼스를 바로 옆에서 직관했던 서응서 촬영감독이 목소릴 높인다.

“아니, 속고들만 사셨나? 이건 특수부대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니까. 그냥 박 배우가 괴물인 거야."

“나도 해병대 다큐 몇 번 봤는데, 그래도 거기서 특급전사 정도면 되지 않나?”

“되긴 뭐가 돼! 제로백으로 빵, 달려나가서 백 배우 안고 착지하는 거 못 봤어요?”

“그건 그런데, 박건 씨가 대단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미술감독과 촬영감독의 실랑이를, 전인우 PD가 총책임자답게 중재한다.

“거, 그만하고 본인한테 물어봅시다. 이제 슬슬 분장 마치고 나올 텐데.”

마침 이쪽으로 오는 박건에게, 대표 ‘박신론자’인 도종우 무술감독이 잽싸게 말을 붙였다.

“박 배우, 혹시 뭐 하나만 물어볼 수 있어요? 다들 얘기가 달라서 헷갈리네.”

“예, 어떤 겁니까?”

“그때 보여 준 그거 있잖아. 우리나라 특수부대면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아니면 막, 상위 1%만 가능한 묘기예요?”

고민하는 듯 보이던 박건은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다.

“전역한 지 좀 돼서 모르겠습니다.”

“것 봐, 내 말이 맞잖아!”

“억지 좀 접어요, 저게 어딜 봐서 서 감독님 말이 맞다는 얘깁니까!”

한편, 이동수는 ‘총알탄 사나이’ 프린팅이 대문짝만하게 적힌 티셔츠를 입고 와서 주변 사람들을 창피하게 만들었다.

“박 형. 이 슈헤이, 깊은 감명을 받아 조선에 귀의하기로 결심했소. 맹세의 증표로 본국에서 만들어 온 의복을 바치리라.”

“···제발, 동수야. 누나 창피하다.”

“배색은 나쁘지 않군요. 제 사이즈도 있습니까?”

“형, 조현아 선배님 말씀 듣자. 저건 굳이 안 입어도 될 것 같아······.”

거기에, 구신승이 보낸 커피차와 간식차까지 도착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배우 구신승이 ‘백정장군’ 여러분과 박건 배우를 응원합니다]

심플한 현수막 밑에는 구신승의 프로필 사진만 한 장 박혀 있을 뿐이다.

대외적인 이벤트라 그런지 다른 컨셉은 안 잡은 모양인데, 이럴 때 보면 광기조절능력 하난 타고난 사람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게 구신승이라면, 반대로 둘 다 안 가리는 것이 백하니다.

다만··· 며칠 전 사고의 트라우마일까.

그 백하니는,

촬영 내내 안 내던 NG를 오늘만 세 번 연속으로 내고 있었다.

“컷! 하니 씨, 오늘 컨디션 안 좋아요? 잠깐만 쉬었다 다시 한번 갑시다.”

*

S#.36 이천인의 아지트(방 안)

‘백정장군’은 단순한 액션 활극, 또는 복수귀의 칼부림만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민족의 혼.

그리고 그 혼을 펼칠 기회조차 없었던 천민과 여인, 조선에서 버림받은 자들이 고국을 지키려 투쟁하는 비극의 막이다.

선비 집안의 독립군 대장··· 사무라이 출신 몰락한 장교··· 일제에 투신한 듯 보였으나 실은 정보를 빼내고 있던 조선의 대감······.

수많은 캐릭터들이 ‘백정탈’을 중심으로 폭풍의 눈처럼 모여들며 치열하게 얽히고설킨다.

그 중, 포인트는 조선인과 왜인 모두를 증오하면서도 고국을 위해 싸우는 이천인.

그리고 그런 이천인에게 연모(戀慕)의 감정을 느끼는 조선과 일제의 두 딸들이다.

총독의 셋째딸 하루카(조현아)는 조선인 독립투사에게 어머니를 잃어 조선을 증오한다면, 송별학 대감의 손녀딸 송이설(백하니)은 이 시대를 증오한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민족의 변절자를 자청한 할아버지도,

오빠를 강제로 징용해 간 일제도,

여인의 몸으로는 독립군 활동은커녕 총포조차 잡지 못하게 하는 조선이란 나라 역시도,

그녀에게는 영육(靈肉)을 옥죄는 쇠사슬들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송이설은, 우연한 계기로 백정탈의 정체를 알아차리게 된다.

―당신이··· 백정탈이었어.

―맞소. 내가 경성의 악몽이자 왜인들의 도살자, 피에 젖은 패랭이의 주인이오.

이천인이 백정탈임을 알고 난 뒤, 그녀는 더 큰 호감을 느낀다.

―아가씨, 위험합니다!

―나도 알아.

―그렇다면 당장 그 사내를 내치십시오! 행여 종로서의 경부들에게 발각이라도 되면, 대감마님은 물론이고 경성의 조선인들 모두가······.

―미안, 유모. 나는 더 이상 이 땅을 위해 희생하지 않을 거야.

어렸을 적, 개울에서 울고 있던 자신을 위로해 줬던 소년이 이천인이었다고 확신하며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간다.

경성독립군 대장 이정녕의 도움으로 총포술을 익히며, 송이설은 서서히 마음속 어둠을 걷어내고 스스로를 마주보게 된다.

―흐드러지는 철쭉아. 여인의 힘이 저문 이 시대를 원망할까, 그를 천인으로 태어나게 한 하늘에 야속하다 별신굿을 올릴까. 우리의 연심이 닿지 못할 것을 알기에 네 화용(花容)도 밉구나.

장군이 되지 못한 백정의 운명에, 차라리 사내이고 싶었던 여인의 눈물이 떨어져 섞인다.

.

.

.

“···이걸 하려고 그렇게 NG를 냈구만.”

“그러게요. 좀 쉬었다고 감 못 잡을 배우는 아닌데, 걱정했던 게 미안하네.”

잠시간의 휴식 시간.

전인우 PD와 함께, 촬영본을 다시 재생해 보던 영도은 작가가 입맛을 다신다.

“근데 백하니 씨, 연기 톤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어? 백 배우가?”

“네. 난 감독님이 다른 디렉션이라도 준 줄 알았죠, 극 초반보다 감정이 확실히 더 들어가길래.”

매 순간 모니터링을 하는 PD보다, 멀리서 보는 작가의 눈이 더 정확할 때도 있다.

더군다나 20대부터 80대까지, 뭇 대배우들과도 작품을 해 온 영도은이다. 연기의 질감을 파악하는 눈은 베테랑 수준을 넘어섰다.

전인우 PD가 대수롭잖게 답한다.

“그런 건 없었는데··· 뭐, 그냥 캐릭터 해석이 변한 거겠죠. 이젠 본격적으로 이천인이랑 로맨스도 무르익을 타이밍 아닙니까.”

“흐음.”

“한 마디로 몰입이 잘 됐다는 거지. 연기는 원래 기가 막히게 하는 배우잖아요.”

“몰입은 원래도 잘 됐는데, 뭐랄까······.”

말꼬리를 끌던 영도은 작가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린다.

“더 송이설스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백하니 본체까지도.”

*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고생했어요. 오늘은 싹 퇴근해서 쉬고, 이따 네 시에 다시 모입시다.”

“···감독님, 그건 퇴근이 아니잖아요!”

전인우 PD의 새벽출근 선언을 끝으로, 오늘자 촬영이 마무리됐다.

“고생했······.”

건이 입을 열었지만, 백하니는 이미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뒤도 안 돌아보고 총총걸음으로 멀어지는 게, 꼭 뭐라도 잘못한 사람 같은 태도다.

‘아니면··· 내가 뭘 실수했나?’

그날 이후 계속 저 상태다. 연기는 곧잘 하면서 뜬금없이 NG를 내고, 또 씬이 끝나면 쌩하니 가 버리니 말을 섞을 틈도 없다.

박건 : [점심 먹겠습니까?]

백하니 : [ㄴ]

박건 : [커피 안 마십니까?]

백하니 : [ㄴ]

박건 : [오늘 촬영시간 바뀐다는데요.]

백하니 : [?]

백하니 : [ㅇ]

밴으로 찾아가도 안 나온다. 그나마 소통이 되던 메신저도 저 모양이니, 도통 짐작이 가지를 않는 것이다.

매니저한테라도 물어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저쪽에서 전인우 PD와 박선이 함께 걸어왔다. 무슨 얘길 하다 왔는지 둘 다 얼굴이 상기된 채였다.

“여어, 박 배우! 여기 선이 씨가 굿 뉴스를 가져왔어요, 들으면 깜짝 놀랄걸?”

“굿 뉴스요?”

“응! 형, 그때 심수진 본부장님 기억나지? 자르마니 코리아에서 봤던!”

며칠 전의 일이니 잊는 것이 이상하다. 고개를 끄덕이자, 박선은 놀라지 말라는 듯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그쪽에서 정식으로 연락 왔어. 이번 파리패션위크에, 자기들 모델로 런웨이에 서 달래.”

“싫다고 해.”

“······어?”

설마 거절할 줄 몰랐는지, 박선뿐 아니라 전인우 PD까지 입이 벌어졌다.

“또 하이페리온 배우들 부를 거 아냐. 진짜 모델로 쓰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쇼나 구경시켜 주고 2차전 벌이라는 꿍꿍이겠지.”

“아냐, 아냐! 이번엔 진짜로 형만 부르는 거래, 회사에도 새 앰배서더 계약이랑 런웨이 모델, 쇼 순서까지 다 묶어서 제안이 온 거야.”

박선이 황급히 해명하는 사이, 전인우 PD도 자기 일처럼 거들었다.

“그래요, 이거 진짜 좋은 기회야. 패션하우스들이 한동안 한류스타 잔뜩 뽑다가, 요즘은 영 시들했었단 말입니다. 이럴 때 박 배우가 글로벌 팬들한테 눈도장 팍팍 찍어 버리면······.”

“우리 드라마, 이제 곧 출범할 C&J 쪽 OTT에도 엄청 도움 될 거야!”

“바로 그겁니다. ‘회도팀’ 보니까 워킹도 모델 뺨치더만, 박 배우한테는 아주 식은 햄버거지. 프랑스니까 달팽인가?”

건은 현실적인 문제를 제시했다.

“촬영 일정에 지장이 갈 텐데요.”

“무슨 소립니까? 나 달력귀신 전인우예요, 박건 씨 하루 이틀 빠져도 스탑 안 되고 돌아갑니다. 우리가 쪽대본으로 당일 방영 치는 하루살이들도 아니고, 그 정도 공백이야 문제없어요.”

촬영 중인 작품의 감독이 이렇게까지 등을 떠미는데, 더 거절해도 모양이 우스워진다.

어차피 새로운 앰배서더로 위촉되면 홍보효과는 부차적으로 따라올 터. 이왕 할 거면 제대로 뛰고 오는 편이 낫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폐 안 끼치게, 찍을 수 있는 분량은 다 찍고 가겠습니다.”

“오케이! 안 그래도 지금 파리에 그분 계시던데, 형이 간다고 하면 아마 엄청 좋아할 거야.”

“응? 그분?”

옛 동료들과도 톡만 종종 주고받을 뿐, SNS는 일절 왕래하지 않았던 그다. 당연히 누가 어디를 가 있는지 알 턱이 없다.

박선은 싱글벙글하며 제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여기, 형이 직접 봐.”

‘그분’의 정체는 떠 있는 사진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몽마르뜨 언덕을 배경으로, 솜브레로(Sombrero)를 쓴 얼굴이 허세 그득한 포즈를 취하는 중이었다.

Satto_Byun

목마를때, 몽마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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